어느 떠돌이 고양이의 애끊는 모성애

입력 2016.06.18 (11:01) 수정 2016.06.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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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HSW.CN사진 출처 HSW.CN


길고양이 집을 만들어주다 날아온 벽돌에 맞아 숨진 용인 '캣맘'사건은 우리 집 주위를 배회하는 떠돌이 유기 동물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최근 중국에서도 유기 고양이를 촬영한 사진 한 장이 네티즌들에게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인공은 우리가 집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얼룩 고양이다. 이 고양이가 땅바닥에 누운 새끼 고양이를 따뜻하게 핥고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새끼 고양이는 엄마의 따뜻한 정성에도 미동도 없다. 애타는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차갑게 식은 새끼 고양이는 숨도 쉬지 않는다. 또 다른 새끼 고양이는 몸통은 어디로 갔는지 머리만 남았다. 주민들은 이 경악스런 장면에 치를 떨면서 한편으론 엄마 고양이의 지극한 모성애에 가슴 아파하고 있다.



사건은 지난 15일, 중국 시안(西安) 서쪽 한 주택가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곳에 살던 68살 양 모씨는 10년 전부터 떠돌이 고양이를 불쌍히 여겨 하나 둘 기르기 시작했다. 이른바 ‘캣맘’이 된 것이다. 중국도 도심지 곳곳에서 골목을 어슬렁거리고 담장 위를 걸어 다니는 길고양이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이웃 주민과 충돌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키웠다고 한다. 이곳 주민들도 왜 내 집 앞에서 떠돌이 고양이에게 먹이를 줘 불러 모으고 동네에 악취를 풍기게 하느냐며 이웃 간에 충돌이 자주 벌어진다. 이해를 못할 부분도 아니었기 때문에 양 씨는 더더욱 조심히 고양이를 길렀다고 한다.



사건이 발생하기 하루 전인 지난 14일 아침, 양씨는 집 1층 계단 아래 부서진 의자 밑에서 떠돌이 고양이가 보송보송한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품에 안고 있는 걸 발견했다.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는 태어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상태였다고 한다. 그녀는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안고 집 맞은편 공공녹지 안에 우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러면서 양씨는 새끼 고양이가 걱정이 되기도 해 주변에 사는 주민들에게 고양이가 너무 작고 어려서 일정한 거처가 필요하다며 이해해 달라고 부탁의 말까지 건넸다. 하지만 당시 되돌아 온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주민들은 오히려 고양이 집을 부수겠다며 면박을 주었다. 하지만 양씨는 고양이를 따로 둘 곳도 마땅치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물건을 깔고 새끼 고양이를 두고 돌아왔다.



다음날 오전 7시쯤, 양 씨는 엄마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려고 찾아 갔을 때 두 마리 새끼 고양이가 우리에서 잘 지내는 걸 보고 안심하고 집을 나섰다. 하지만 그게 양씨가 두 마리의 귀여운 새끼 고양이를 본 마지막이 되었다. 낮 1시쯤 집에 돌아왔을 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했다. 그야말로 충격적인 모습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두 마리 새끼 고양이가 보란 듯이 문 앞에서 죽어 있었다. 검은 새끼 고양이는 몸통은 없고 머리만 남았고 노란 새끼 고양이는 복부가 갈라져 있었다. 길 위에는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양씨는 두 마리 고양이 상태를 보니 차에 깔려 죽은 것이 아니고 분명 사람이 칼로 찔렀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이들 새끼 고양이는 너무 어린 나머지 도망치지도 못하고 참변을 당한 것이다. 양씨는 도대체 누가 이렇게 잔인하게 죽일 수 있느냐며 분개했다. 곧바로 경찰에 신고까지 했지만 고양이 두 마리 죽은 걸 가지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출동조차 하지 않았다.



이를 본 다른 주민도 분노를 표시했다. "저는 오전 10시가 넘어서 아이를 데리고 돌아왔어요. 그런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고양이 새끼 두 마리가 죽어있는 걸 보았습니다. 당시 나는 아이들과 감히 그 앞으로 지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상처를 보니 분명 칼을 사용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잔인해요!.”

양씨는 사건이 발생한 뒤 엄마 고양이 모습에 더욱 놀랐다고 한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엄마 고양이가 죽은 새끼 고양이 곁을 떠나려 하지 않고 수시로 새끼 고양이의 몸을 핥고 또 핥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슬픈 울음소리를 내면서 양씨가 주는 먹이도 먹지 않았다고 한다.



엄마 고양이의 모성애에 감동한 양씨는 길가에 작은 구덩이를 판 뒤 죽은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묻어주었다. 하지만 엄마 고양이는 매장하는 내내 그 주위를 맴돌며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엄마 고양이의 애끊는 모성애가 입소문으로 알려지면서 동네가 발칵 뒤집어졌다. 주민들도 공분을 표시하며 한결같이 변태적인 행각이라며 지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에서도 관심을 갖고 보도하면서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죽인 범인을 찾는 데로 쏠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수위실에 녹화된 감시 카메라 녹화 화면은 없었다. 카메라가 고장 나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도 버려진 고양이와 개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형편이 나아지면 많은 관심을 받는 게 애완동물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못하면 제일 먼저 처분해야 할 운명으로 바뀌는 게 애완동물이기 때문이다. 주민들 간의 다툼으로 이어지면서 폭력사태까지 종종 벌어진다.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애완동물 수는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도 인간과 동물이 동반자로 공존하는 해법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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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떠돌이 고양이의 애끊는 모성애
    • 입력 2016-06-18 11:01:27
    • 수정2016-06-20 10:00:44
    취재K
사진 출처 HSW.CN

길고양이 집을 만들어주다 날아온 벽돌에 맞아 숨진 용인 '캣맘'사건은 우리 집 주위를 배회하는 떠돌이 유기 동물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최근 중국에서도 유기 고양이를 촬영한 사진 한 장이 네티즌들에게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인공은 우리가 집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얼룩 고양이다. 이 고양이가 땅바닥에 누운 새끼 고양이를 따뜻하게 핥고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새끼 고양이는 엄마의 따뜻한 정성에도 미동도 없다. 애타는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차갑게 식은 새끼 고양이는 숨도 쉬지 않는다. 또 다른 새끼 고양이는 몸통은 어디로 갔는지 머리만 남았다. 주민들은 이 경악스런 장면에 치를 떨면서 한편으론 엄마 고양이의 지극한 모성애에 가슴 아파하고 있다.



사건은 지난 15일, 중국 시안(西安) 서쪽 한 주택가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곳에 살던 68살 양 모씨는 10년 전부터 떠돌이 고양이를 불쌍히 여겨 하나 둘 기르기 시작했다. 이른바 ‘캣맘’이 된 것이다. 중국도 도심지 곳곳에서 골목을 어슬렁거리고 담장 위를 걸어 다니는 길고양이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이웃 주민과 충돌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키웠다고 한다. 이곳 주민들도 왜 내 집 앞에서 떠돌이 고양이에게 먹이를 줘 불러 모으고 동네에 악취를 풍기게 하느냐며 이웃 간에 충돌이 자주 벌어진다. 이해를 못할 부분도 아니었기 때문에 양 씨는 더더욱 조심히 고양이를 길렀다고 한다.



사건이 발생하기 하루 전인 지난 14일 아침, 양씨는 집 1층 계단 아래 부서진 의자 밑에서 떠돌이 고양이가 보송보송한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품에 안고 있는 걸 발견했다.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는 태어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상태였다고 한다. 그녀는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안고 집 맞은편 공공녹지 안에 우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러면서 양씨는 새끼 고양이가 걱정이 되기도 해 주변에 사는 주민들에게 고양이가 너무 작고 어려서 일정한 거처가 필요하다며 이해해 달라고 부탁의 말까지 건넸다. 하지만 당시 되돌아 온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주민들은 오히려 고양이 집을 부수겠다며 면박을 주었다. 하지만 양씨는 고양이를 따로 둘 곳도 마땅치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물건을 깔고 새끼 고양이를 두고 돌아왔다.



다음날 오전 7시쯤, 양 씨는 엄마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려고 찾아 갔을 때 두 마리 새끼 고양이가 우리에서 잘 지내는 걸 보고 안심하고 집을 나섰다. 하지만 그게 양씨가 두 마리의 귀여운 새끼 고양이를 본 마지막이 되었다. 낮 1시쯤 집에 돌아왔을 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했다. 그야말로 충격적인 모습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두 마리 새끼 고양이가 보란 듯이 문 앞에서 죽어 있었다. 검은 새끼 고양이는 몸통은 없고 머리만 남았고 노란 새끼 고양이는 복부가 갈라져 있었다. 길 위에는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양씨는 두 마리 고양이 상태를 보니 차에 깔려 죽은 것이 아니고 분명 사람이 칼로 찔렀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이들 새끼 고양이는 너무 어린 나머지 도망치지도 못하고 참변을 당한 것이다. 양씨는 도대체 누가 이렇게 잔인하게 죽일 수 있느냐며 분개했다. 곧바로 경찰에 신고까지 했지만 고양이 두 마리 죽은 걸 가지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출동조차 하지 않았다.



이를 본 다른 주민도 분노를 표시했다. "저는 오전 10시가 넘어서 아이를 데리고 돌아왔어요. 그런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고양이 새끼 두 마리가 죽어있는 걸 보았습니다. 당시 나는 아이들과 감히 그 앞으로 지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상처를 보니 분명 칼을 사용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잔인해요!.”

양씨는 사건이 발생한 뒤 엄마 고양이 모습에 더욱 놀랐다고 한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엄마 고양이가 죽은 새끼 고양이 곁을 떠나려 하지 않고 수시로 새끼 고양이의 몸을 핥고 또 핥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슬픈 울음소리를 내면서 양씨가 주는 먹이도 먹지 않았다고 한다.



엄마 고양이의 모성애에 감동한 양씨는 길가에 작은 구덩이를 판 뒤 죽은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묻어주었다. 하지만 엄마 고양이는 매장하는 내내 그 주위를 맴돌며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엄마 고양이의 애끊는 모성애가 입소문으로 알려지면서 동네가 발칵 뒤집어졌다. 주민들도 공분을 표시하며 한결같이 변태적인 행각이라며 지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에서도 관심을 갖고 보도하면서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죽인 범인을 찾는 데로 쏠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수위실에 녹화된 감시 카메라 녹화 화면은 없었다. 카메라가 고장 나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도 버려진 고양이와 개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형편이 나아지면 많은 관심을 받는 게 애완동물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못하면 제일 먼저 처분해야 할 운명으로 바뀌는 게 애완동물이기 때문이다. 주민들 간의 다툼으로 이어지면서 폭력사태까지 종종 벌어진다.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애완동물 수는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도 인간과 동물이 동반자로 공존하는 해법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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