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선전’ 연상케 하는 ‘브렉시트 포스터’는?

입력 2016.06.20 (16:02) 수정 2016.06.2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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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하는 영국 노동당 조 콕스 하원 피살 사건 이후 잠정 중단됐던 브렉시트 찬반운동이 19일(현지시간) 다시 재개된 가운데 나치 선전 영화에 나온 사진을 연상케 하는 포스터 한 장이 선거 운동 과정에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EU의 이민 정책에 강력히 반대하며 브렉시트 찬성 운동을 펼쳐온 극우 정당인 영국 독립당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웨스트민스터에서 버스 유세를 하던 도중 포스터 한 장을 공개했다.

영국 독립당 대표인 나이절 패라지 대표가 공개한 포스터영국 독립당 대표인 나이절 패라지 대표가 공개한 포스터


포스트에는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 국경에서 난민들이 긴 줄을 지어 난민 캠프로 걸어오는 모습과 함께 "한계점(BREAKING POINT)"이라는 글자가 크게 쓰여 있다. 또 하단에는 EU에서 벗어나 이민에 통제권을 찾아오자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하지만 이 포스터는 공개되자마자 브렉시트 반대 진영으로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진이 마치 유대인을 탄압하고 학살하기 위한 명분을 찾아내기 위해 1930년대에 나치가 제작한 정치 선전 영화의 사진과 비슷한 이미지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2005년 영국 BBC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아우스비치:나치와 마지막 해법)2005년 영국 BBC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아우스비치:나치와 마지막 해법)


지난 2005년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아우스비치: 나치와 마지막 해법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한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유대인 학살 당시 나치가 제작한 정치 선전물이 포함돼 있다. 이번 포스터와 관련된 방영 내용을 한번 들여다보자

모두 5장으로 이루어진 관련 사진은 먼저 "이들이 동쪽의 유대인들이다. 이들은 전쟁 이후 유럽의 여러 도시로 흘러들어왔다"는 글로 시작한다. 나이절 패라지가 포스터에 사용한 사진이 두 번째 사진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이어서 "그들은 기생충과 같은 인간이다. 그들은 자신이 들어온 나라를 깎아내린다. 수 천 년 된 옛 문화를 위협하고 있다. 그들은 들어오면서 범죄가, 부패와 혼란이 생겼다."라며 유대인을 완전히 헐뜯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포스터에 대한 비난이 잇따르자 나이절 패라지는 "지난해 10월 15일에 찍힌 사진이다. 손도 대지 않았다. 우리는 '진짜 난민'들에 대해서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하지만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난민 대부분은 젊은 남성들이다. EU는 모든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이 포스터는 영국보다는 EU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얘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포스터 공개이후 몇 시간 뒤에 조 콕스 피살 사건이 발생하고 브렉시트 찬반운동이 중단되면서 이 포스터를 둘러싼 논쟁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지만, 운동이 재개된 이후 브렉시트 반대 진영은 물론 찬성 진영까지 포스터 비난 대열에 가세함으로써 논란은 더욱 증폭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브렉시트 반대 진영, "포스터 내용 역겹고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브렉시트 반대를 주도하고 있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19일 선데이 텔레그래프 기고문을 통해 "패라지의 견해는 단합보다는 분열을 유도해 영국을 후퇴시키고 있다. 포스터는 사람들을 겁주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어 "우리는 자애롭고 자유로운 영국을 선택해야 한다. 문제를 다른 곳으로 전가하지 않고 ,과거를 흠모하지 않고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신념을 갖는 미래의 영국을 선택하자"고 강조했다.

브렉시트 반대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조지 오스본 재무부 장관은 "이 역겹고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포스터는 1930년대 독일 나치가 했던 선전을 메아리처럼 되살린 것이라 '말했다. 그는 "패라지가 분열을 조장하고 있으며 터키에서 난민이 몰려 올 것이라는 등 아무런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도 BBC에 출연해 "극우가 아젠더를 주도하고 있다. 패라지는 전쟁의 공포로부터 피난 나온 절망적인 난민의 사진을 이용해 정말 끔찍한 포스터를 내놓았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영국 제2 노조단체인 UNISON의 데이브 프렌티스 사무총장은 이 포스터가 인종차별법을 위반했다며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브렉시트 찬성 진영도 포스터 비판 대열에 합류

파문이 확산되자 브렉시트 찬성 진영에서도 패라지의 포스터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브렉시트 찬성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마이클 고브 영국 법무부 장관은 TV에 출연해 "나이절 패라지의 포스터를 본 순간 몸서리를 쳤다. 정말 잘못된 일이다."라고 말했다.

크리스 그레일링 하원 원내 대표도 "포스터는 잘못된 것이다. 잘못된 접근이며 관점이 잘못돼 있다"고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브렉시트 찬성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도 19일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유럽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극우 정당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나이절 패라지를 비난했다. 보리스 존슨 전 시장은 그러면서도 "영국의 정치인들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약속한 이민 문제는 EU가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극단주의자들의 총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브렉시트"라고 거듭 주장했다.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이런 비판과 관련해서 ," 난 인종주의자가 아니다. 솔직히 나는 증오의 희생자이다. 이 나라에서 체제에 도전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다 알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았다. 그는 그러면서 국경에서 일어나는 일과 관련해 매일 새로운 포스터를 공개하겠다며 앞으로도 공세를 늦추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브렉시트를 반대하던 영국 조 콕스 하원 의원의 피살 사건 이후 각종 여론 조사결과 브렉시트 반대 여론이 우세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치를 연상케 하는 포스터 파문도 EU 탈퇴를 바라는 브렉시트 진영에 또 하나의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연관 기사] 영국 브렉시트 캠페인 재개. '반대여론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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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20 16:02:45
    • 수정2016-06-20 16:06:51
    취재K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하는 영국 노동당 조 콕스 하원 피살 사건 이후 잠정 중단됐던 브렉시트 찬반운동이 19일(현지시간) 다시 재개된 가운데 나치 선전 영화에 나온 사진을 연상케 하는 포스터 한 장이 선거 운동 과정에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EU의 이민 정책에 강력히 반대하며 브렉시트 찬성 운동을 펼쳐온 극우 정당인 영국 독립당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웨스트민스터에서 버스 유세를 하던 도중 포스터 한 장을 공개했다.

영국 독립당 대표인 나이절 패라지 대표가 공개한 포스터

포스트에는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 국경에서 난민들이 긴 줄을 지어 난민 캠프로 걸어오는 모습과 함께 "한계점(BREAKING POINT)"이라는 글자가 크게 쓰여 있다. 또 하단에는 EU에서 벗어나 이민에 통제권을 찾아오자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하지만 이 포스터는 공개되자마자 브렉시트 반대 진영으로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진이 마치 유대인을 탄압하고 학살하기 위한 명분을 찾아내기 위해 1930년대에 나치가 제작한 정치 선전 영화의 사진과 비슷한 이미지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2005년 영국 BBC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아우스비치:나치와 마지막 해법)

지난 2005년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아우스비치: 나치와 마지막 해법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한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유대인 학살 당시 나치가 제작한 정치 선전물이 포함돼 있다. 이번 포스터와 관련된 방영 내용을 한번 들여다보자

모두 5장으로 이루어진 관련 사진은 먼저 "이들이 동쪽의 유대인들이다. 이들은 전쟁 이후 유럽의 여러 도시로 흘러들어왔다"는 글로 시작한다. 나이절 패라지가 포스터에 사용한 사진이 두 번째 사진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이어서 "그들은 기생충과 같은 인간이다. 그들은 자신이 들어온 나라를 깎아내린다. 수 천 년 된 옛 문화를 위협하고 있다. 그들은 들어오면서 범죄가, 부패와 혼란이 생겼다."라며 유대인을 완전히 헐뜯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포스터에 대한 비난이 잇따르자 나이절 패라지는 "지난해 10월 15일에 찍힌 사진이다. 손도 대지 않았다. 우리는 '진짜 난민'들에 대해서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하지만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난민 대부분은 젊은 남성들이다. EU는 모든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이 포스터는 영국보다는 EU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얘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포스터 공개이후 몇 시간 뒤에 조 콕스 피살 사건이 발생하고 브렉시트 찬반운동이 중단되면서 이 포스터를 둘러싼 논쟁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지만, 운동이 재개된 이후 브렉시트 반대 진영은 물론 찬성 진영까지 포스터 비난 대열에 가세함으로써 논란은 더욱 증폭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브렉시트 반대 진영, "포스터 내용 역겹고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브렉시트 반대를 주도하고 있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19일 선데이 텔레그래프 기고문을 통해 "패라지의 견해는 단합보다는 분열을 유도해 영국을 후퇴시키고 있다. 포스터는 사람들을 겁주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어 "우리는 자애롭고 자유로운 영국을 선택해야 한다. 문제를 다른 곳으로 전가하지 않고 ,과거를 흠모하지 않고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신념을 갖는 미래의 영국을 선택하자"고 강조했다.

브렉시트 반대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조지 오스본 재무부 장관은 "이 역겹고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포스터는 1930년대 독일 나치가 했던 선전을 메아리처럼 되살린 것이라 '말했다. 그는 "패라지가 분열을 조장하고 있으며 터키에서 난민이 몰려 올 것이라는 등 아무런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도 BBC에 출연해 "극우가 아젠더를 주도하고 있다. 패라지는 전쟁의 공포로부터 피난 나온 절망적인 난민의 사진을 이용해 정말 끔찍한 포스터를 내놓았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영국 제2 노조단체인 UNISON의 데이브 프렌티스 사무총장은 이 포스터가 인종차별법을 위반했다며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브렉시트 찬성 진영도 포스터 비판 대열에 합류

파문이 확산되자 브렉시트 찬성 진영에서도 패라지의 포스터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브렉시트 찬성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마이클 고브 영국 법무부 장관은 TV에 출연해 "나이절 패라지의 포스터를 본 순간 몸서리를 쳤다. 정말 잘못된 일이다."라고 말했다.

크리스 그레일링 하원 원내 대표도 "포스터는 잘못된 것이다. 잘못된 접근이며 관점이 잘못돼 있다"고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브렉시트 찬성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도 19일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유럽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극우 정당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나이절 패라지를 비난했다. 보리스 존슨 전 시장은 그러면서도 "영국의 정치인들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약속한 이민 문제는 EU가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극단주의자들의 총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브렉시트"라고 거듭 주장했다.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이런 비판과 관련해서 ," 난 인종주의자가 아니다. 솔직히 나는 증오의 희생자이다. 이 나라에서 체제에 도전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다 알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았다. 그는 그러면서 국경에서 일어나는 일과 관련해 매일 새로운 포스터를 공개하겠다며 앞으로도 공세를 늦추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브렉시트를 반대하던 영국 조 콕스 하원 의원의 피살 사건 이후 각종 여론 조사결과 브렉시트 반대 여론이 우세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치를 연상케 하는 포스터 파문도 EU 탈퇴를 바라는 브렉시트 진영에 또 하나의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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