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의 눈물과 끝나지 않은 커리와의 승부

입력 2016.06.22 (15:2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NBA에서 르브론 제임스가 우승 직후 코트에 엎드려 뜨거운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됐다. "피와 땀, 심장, 눈물,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했다.

제임스가 이렇게 우는 모습은 실로 처음이다. 과연 왜 이렇게 엉엉 울었을까? 제임스의 뜨거운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기자이기 전에 농구팬으로서 제임스가 흘린 눈물의 의미를 추측해 보면 이렇다.

너무나 뜨거웠던 제임스의 눈물

우선 첫 번째는 2010~11시즌 마이애미 히트로 둥지를 옮기는 과정, 그리고 다시 클리블랜드로 돌아오는 과정에서의 마찰이 떠오른다. 5년 전 미국의 전국방송 '더 디시전 쇼'에서 제임스는“내 재능을 사우스비치로 가져간다”는 발언을 했고, 일부 클리블랜드 팬들이 제임스의 유니폼 화형식을 벌일 만큼 분노를 표출했다. 제임스의 가족들도 위협을 느껴 길거리에 돌아다닐 수 없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그리고 마이애미에서 클리블랜드로 복귀하는 과정에서도 일부 팬들이 "퇴물이 돌아온다" "이제 이룰 건 다 이뤄놓고 고향에서 말년을 보내려 한다"며 반대하기도 했다. 작년 우승을 놓친 뒤 "제임스는 새가슴" "큰 경기에 약하다"는 비난을 넘어섰다는 안도감도 아마도 뇌리를 스쳤을 것이다. 1승 3패에서 4승 3패로 기적 같은 우승을 했다는 당연한 기쁨 말고도 이런 복잡 미묘한 감정이 버무려져 있었을 것으로 추측해본다.



하지만 더욱 주목해본 것은 커리라는 존재다. 제임스가 이처럼 실로 뜨겁게 코트 바닥에 엎드려 사나이의 눈물을 쏟을 수 있는 스토리는 커리가 거의 다 깔아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시즌 커리에 져 준우승을 차지했던 제임스는 한동안 골든 스테이트를 의식하는 듯한 발언을 자주 했다. 커리를 향한 발언도 가끔씩 하곤 했다. "커리나 케빈 듀란트가 부럽다. 나는 15개 쏴서 10개 넣는 선수인데 저 친구들은 20개를 쏴서 10개를 넣고 똑같이 가져간다" 는 식의 말들이다.

미국 스포츠는 힘을 힘으로 깨부수는 것을 좋아해 제임스의 피지컬과 맹렬함, 사나움을 좋아하는 팬들도 많지만, 덩치 큰 제임스보다 멋은 부릴 대로 부리고 무더기 3점으로 스탯도 챙겨가는 커리에 열광하는 분위기가 높아지자 제임스로선 상대적으로 질투심 비슷한 감정도 가졌을 것이다. 물론 지난 파이널에서의 패배를 잊지 못하고 와신상담하고 있는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분석하기도 했다.

끝나지 않은 제임스와 커리의 전쟁

과연 누구에게 심쿵하겠는가. 2미터 3센티미터에 우락부락한 몸. 덩크슛은 파워가 넘치지만 가끔 우격다짐으로 농구를 하는 무뚝뜩한 선수와 191센티미터의 호리호리한 체구에 팬서비스란 팬서비스는 다 하고 3점 라인 한 두어 발 뒤에서 멋지게 3점슛 퍼레이드를 펼치는 선수.

남녀노소 농구팬이라면 개개인의 차이가 있겠지만 선택의 어려움은 뒤로하고라도 커리는 르브론 제임스가 못 갖춘 요소들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 금수저 선수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약간의 도시남 이미지까지 있는 커리에게 작년에 철저히 농락을 당하고 챔피언 트로피를 내줬으니 제임스의 심정은 1년 동안 복잡 미묘했을 것이다.

미국 언론들을 보면 조던 이후 농구에서 패러다임이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농구 혁명가로 칭하는 선수가 바로 커리다. 조던 이후로 패러다임이란 용어까지 붙여가며 띄워준 선수는 커리가 유일하다. 그만큼 커리라는 존재가 대단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언론의 관심도 모두 커리에게 넘어간 상황. 르브론 제임스는 그동안 많은 것들과 싸웠지만, 특히 커리와의 끝 모를 전쟁을 펼쳤을지도 모른다.



"3점슛은 서커스다" 포포비치 감독을 비롯해 커리 농구를 비난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커리가 단기간에 쌓아올린 업적을 제임스가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만약 NBA 출장을 가서 제임스를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한번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기도 하다.

어찌됐든 우승 트로피는 제임스가 가져갔는데 이야기는 커리 이야기로 끝났다. 제임스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마침내 커리의 팀을 이겨낸 제임스와 그 제임스가 흘린 눈물. 클리블랜드 지역팀이 52년 만에 우승했다고 하는데 그 지역의 20대 30대 40대 팬들은 생애 처음으로 우승의 기쁨을 함께했을 순간. 2016년 6월 20일. 오래도록 잊지 못할 날들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제임스의 눈물과 끝나지 않은 커리와의 승부
    • 입력 2016-06-22 15:28:20
    취재K


NBA에서 르브론 제임스가 우승 직후 코트에 엎드려 뜨거운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됐다. "피와 땀, 심장, 눈물,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했다.

제임스가 이렇게 우는 모습은 실로 처음이다. 과연 왜 이렇게 엉엉 울었을까? 제임스의 뜨거운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기자이기 전에 농구팬으로서 제임스가 흘린 눈물의 의미를 추측해 보면 이렇다.

너무나 뜨거웠던 제임스의 눈물

우선 첫 번째는 2010~11시즌 마이애미 히트로 둥지를 옮기는 과정, 그리고 다시 클리블랜드로 돌아오는 과정에서의 마찰이 떠오른다. 5년 전 미국의 전국방송 '더 디시전 쇼'에서 제임스는“내 재능을 사우스비치로 가져간다”는 발언을 했고, 일부 클리블랜드 팬들이 제임스의 유니폼 화형식을 벌일 만큼 분노를 표출했다. 제임스의 가족들도 위협을 느껴 길거리에 돌아다닐 수 없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그리고 마이애미에서 클리블랜드로 복귀하는 과정에서도 일부 팬들이 "퇴물이 돌아온다" "이제 이룰 건 다 이뤄놓고 고향에서 말년을 보내려 한다"며 반대하기도 했다. 작년 우승을 놓친 뒤 "제임스는 새가슴" "큰 경기에 약하다"는 비난을 넘어섰다는 안도감도 아마도 뇌리를 스쳤을 것이다. 1승 3패에서 4승 3패로 기적 같은 우승을 했다는 당연한 기쁨 말고도 이런 복잡 미묘한 감정이 버무려져 있었을 것으로 추측해본다.



하지만 더욱 주목해본 것은 커리라는 존재다. 제임스가 이처럼 실로 뜨겁게 코트 바닥에 엎드려 사나이의 눈물을 쏟을 수 있는 스토리는 커리가 거의 다 깔아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시즌 커리에 져 준우승을 차지했던 제임스는 한동안 골든 스테이트를 의식하는 듯한 발언을 자주 했다. 커리를 향한 발언도 가끔씩 하곤 했다. "커리나 케빈 듀란트가 부럽다. 나는 15개 쏴서 10개 넣는 선수인데 저 친구들은 20개를 쏴서 10개를 넣고 똑같이 가져간다" 는 식의 말들이다.

미국 스포츠는 힘을 힘으로 깨부수는 것을 좋아해 제임스의 피지컬과 맹렬함, 사나움을 좋아하는 팬들도 많지만, 덩치 큰 제임스보다 멋은 부릴 대로 부리고 무더기 3점으로 스탯도 챙겨가는 커리에 열광하는 분위기가 높아지자 제임스로선 상대적으로 질투심 비슷한 감정도 가졌을 것이다. 물론 지난 파이널에서의 패배를 잊지 못하고 와신상담하고 있는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분석하기도 했다.

끝나지 않은 제임스와 커리의 전쟁

과연 누구에게 심쿵하겠는가. 2미터 3센티미터에 우락부락한 몸. 덩크슛은 파워가 넘치지만 가끔 우격다짐으로 농구를 하는 무뚝뜩한 선수와 191센티미터의 호리호리한 체구에 팬서비스란 팬서비스는 다 하고 3점 라인 한 두어 발 뒤에서 멋지게 3점슛 퍼레이드를 펼치는 선수.

남녀노소 농구팬이라면 개개인의 차이가 있겠지만 선택의 어려움은 뒤로하고라도 커리는 르브론 제임스가 못 갖춘 요소들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 금수저 선수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약간의 도시남 이미지까지 있는 커리에게 작년에 철저히 농락을 당하고 챔피언 트로피를 내줬으니 제임스의 심정은 1년 동안 복잡 미묘했을 것이다.

미국 언론들을 보면 조던 이후 농구에서 패러다임이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농구 혁명가로 칭하는 선수가 바로 커리다. 조던 이후로 패러다임이란 용어까지 붙여가며 띄워준 선수는 커리가 유일하다. 그만큼 커리라는 존재가 대단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언론의 관심도 모두 커리에게 넘어간 상황. 르브론 제임스는 그동안 많은 것들과 싸웠지만, 특히 커리와의 끝 모를 전쟁을 펼쳤을지도 모른다.



"3점슛은 서커스다" 포포비치 감독을 비롯해 커리 농구를 비난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커리가 단기간에 쌓아올린 업적을 제임스가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만약 NBA 출장을 가서 제임스를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한번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기도 하다.

어찌됐든 우승 트로피는 제임스가 가져갔는데 이야기는 커리 이야기로 끝났다. 제임스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마침내 커리의 팀을 이겨낸 제임스와 그 제임스가 흘린 눈물. 클리블랜드 지역팀이 52년 만에 우승했다고 하는데 그 지역의 20대 30대 40대 팬들은 생애 처음으로 우승의 기쁨을 함께했을 순간. 2016년 6월 20일. 오래도록 잊지 못할 날들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