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느냐? 떠나느냐?…41년 만에 ‘EU 탈퇴’ 투표

입력 2016.06.22 (16:14) 수정 2016.06.22 (16:1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영국의 미래와 EU의 향배는 물론 전 세계에 상당한 파문을 몰고 올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국민 투표가 현지 시간 23일 오전 7시(한국 시간 오후 3시)부터 오후 10시(한국시간 24일 오전 6시)까지 진행된다. 영국 선거관리위원회는 22일(현지시간) 배포한 미디어북에서 이 같은 선거 일정을 발표했다. 이번 국민투표는 1975년 유럽경제공동체(EEC·EU 전신) 찬반 국민투표 이후 41년 만이다. 영국은 1973년 EEC에 가입했다.

영국 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투표용지영국 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투표용지


투표용지에는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남아야 합니까, EU를 떠나야 합니까?'라는 질문이 담기고 유권자들은 'EU의 회원국으로 남는다.' 또는 'EU를 떠난다'는 두 항목 가운데 하나를 골라 십자 표시를 하게 된다.

영국 선관위는 국민투표 유권자의 자격을 영국 의회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이들로 규정하고 있다. 등록 유권자는 4천650만 명으로 영국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영국, 아일랜드, 투표권을 지닌 코먼웰스(영국연방) 시민권자들이 포함된다. 과거 15년 동안 의회 선거에 참여한 적이 있는 해외거주 영국인, 과거 15년 동안 북아일랜드 선거에 참여한 적이 있는 북아일랜드 출신 아일랜드 시민, 유럽의회 선거 때 투표할 수 있는 영국령 지브롤터 주민들도 투표할 수 있다.

개표는 지정된 전국 382개 개표소에서 수작업으로 이뤄지는데 개별 개표소의 집계는 12개 거점에서 합산된다. 24일 새벽에 이들 지역별 결과가 이어지고 최종 전국 결과는 현지 시각으로 24일 오전 7시(한국시각 24일 오후 3시)쯤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현지 언론 매체들은 이번 투표에 출구조사를 예정한 언론사들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투표 종료 시점에 여론조사기관 유고브는 온라인 조사를 토대로 한 투표 당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영국 석간신문인 '이브닝 스탠더드'도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모리에 의뢰해 전화로 결과를 예측, 발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EU 잔류 지지자들이 런던 시내에서 EU를 중심으로 단결하자는 의미 신조어(EUNITY)를 들고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AP) EU 잔류 지지자들이 런던 시내에서 EU를 중심으로 단결하자는 의미 신조어(EUNITY)를 들고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AP)


EU 잔류론 상승세…. 전문가들은 "초접전"

투표를 하루 앞둔 가운데 영국 내 브렉시트 찬반 여론은 EU 잔류 여론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16일 EU 잔류 운동을 펼쳐온 노동당 조 콕스 하원의원이 극우성향 52세 남성에 의해 피살된 사건이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건 이후 조사된 5건의 여론조사 가운데 4건에서 EU 잔류가 우위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ORB가 20일 벌인 전화조사(일간 텔레그래프 의뢰·20일 공개)에서 EU 잔류(53%)가 탈퇴(46%)에 7%포인트 앞섰다. 서베이션이 20일 실시한 전화조사(금융업체 IG 의뢰·21일 공개)에서도 EU 잔류(45%)가 탈퇴(44%)를 1%포인트 앞섰다. 또 유고브가 16∼17일 조사한 온라인조사(선데이타임스 의뢰·18일 공개) 역시 EU 잔류(44%)가 탈퇴(43%)보다 1%포인트 우위였다. 서베이션이 17~18일 시행한 전화조사(18일 공개)도 EU 잔류(45%)가 탈퇴(42%)를 3%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유고브가 17~19일 벌여 온라인조사(일간 더 타임스 의뢰·21일 공개)에서는 EU 탈퇴(44%)가 잔류(42%)를 2%포인트 앞섰다. 피살 사건 이전인 지난 10∼15일 나온 여론조사 결과 13건 중 9건에서 브렉시트 찬성이 앞선 것과 다른 흐름이 뚜렷하다.


텔레그래프는 ORB 조사 결과를 인용해 잔류 쪽 지지자들이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더 동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잔류 지지자 중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비율이 지난 7일 54%에서 69%로 상승했지만, 탈퇴 지지자들에서 이 비율은 69%에서 64%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건 이후 실시된 조사에서 ORB 조사를 빼면 EU 잔류와 탈퇴 간 격차가 1~3%포인트에 불과하다. 브렉시트 반대 진영의 전략가 린턴 크로스비는 텔레그래프에 잔류가 힘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결과가 불투명하다면서 투표 종료라는 마지막 순간이 와야 결과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U 탈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인사들. 사진 맨 왼쪽이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 (사진= ‘탈퇴에 투표를’ 트위터)EU 탈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인사들. 사진 맨 왼쪽이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 (사진= ‘탈퇴에 투표를’ 트위터)


영국 최대 베팅업체는 EU 잔류 가능성 76%까지 끌어올려

이에 비해 영국 최대 베팅업체인 베트페어는 국민투표 결과가 EU 잔류로 나올 가능성을 지난 17일 60∼67%에서 21일 76%까지 끌어올렸다. 이와 관련해 대형 채권펀드업체 핌코의 마이크 에이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시장이 브렉시트 가능성을 반반으로 보던 것에서 75대 25 정도로 잔류 가능성 쪽으로 되돌아갔다"고 분석했다.

캐머런 총리, "자손들의 희망을 생각하라"

EU 탈퇴와 잔류 운동을 벌이고 있는 각 진영이 막바지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2일(현지시간) 유권자들을 상대로 직접 호소에 나섰다. 캐머런 총리는 총리 집무실 앞에서 TV로 중계된 연설을 통해 "나와 같은 세대와 그 윗세대에게 매우 직접 말하고 싶다. 여러분 자손들의 희망에 대해 생각해달라. 그들은 우리가 한 선택을 무효로 할 수 없다. 우리가 EU 탈퇴에 투표한다면 그렇다.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 탈퇴 지지 비중이 높은 50대 이상 층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됐다. 블룸버그는 갑작스러운 캐머런의 TV 연설은 그가 투표 결과에 대해 금융시장 투자자들보다는 덜 확신에 차 있음을 보여준다고 추측했다.

투표 결과는 영국의 미래는 물론 EU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예상한다. 영국은 독일, 그리고 프랑스와 함께 EU를 뒷받침하는 삼각 축이다. 또 EU 국내총생산(GDP)의 18%를 차지하고, EU 분담금도 독일 다음으로 많이 낸다. 브렉시트 찬성으로 귀결되면 영국발(發)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21일(현지시간) "영국의 EU 탈퇴는 매우 부정적인 경제적 여파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미국 경제 전망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밝혔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남느냐? 떠나느냐?…41년 만에 ‘EU 탈퇴’ 투표
    • 입력 2016-06-22 16:14:10
    • 수정2016-06-22 16:19:24
    취재K
영국의 미래와 EU의 향배는 물론 전 세계에 상당한 파문을 몰고 올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국민 투표가 현지 시간 23일 오전 7시(한국 시간 오후 3시)부터 오후 10시(한국시간 24일 오전 6시)까지 진행된다. 영국 선거관리위원회는 22일(현지시간) 배포한 미디어북에서 이 같은 선거 일정을 발표했다. 이번 국민투표는 1975년 유럽경제공동체(EEC·EU 전신) 찬반 국민투표 이후 41년 만이다. 영국은 1973년 EEC에 가입했다.

영국 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투표용지

투표용지에는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남아야 합니까, EU를 떠나야 합니까?'라는 질문이 담기고 유권자들은 'EU의 회원국으로 남는다.' 또는 'EU를 떠난다'는 두 항목 가운데 하나를 골라 십자 표시를 하게 된다.

영국 선관위는 국민투표 유권자의 자격을 영국 의회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이들로 규정하고 있다. 등록 유권자는 4천650만 명으로 영국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영국, 아일랜드, 투표권을 지닌 코먼웰스(영국연방) 시민권자들이 포함된다. 과거 15년 동안 의회 선거에 참여한 적이 있는 해외거주 영국인, 과거 15년 동안 북아일랜드 선거에 참여한 적이 있는 북아일랜드 출신 아일랜드 시민, 유럽의회 선거 때 투표할 수 있는 영국령 지브롤터 주민들도 투표할 수 있다.

개표는 지정된 전국 382개 개표소에서 수작업으로 이뤄지는데 개별 개표소의 집계는 12개 거점에서 합산된다. 24일 새벽에 이들 지역별 결과가 이어지고 최종 전국 결과는 현지 시각으로 24일 오전 7시(한국시각 24일 오후 3시)쯤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현지 언론 매체들은 이번 투표에 출구조사를 예정한 언론사들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투표 종료 시점에 여론조사기관 유고브는 온라인 조사를 토대로 한 투표 당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영국 석간신문인 '이브닝 스탠더드'도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모리에 의뢰해 전화로 결과를 예측, 발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EU 잔류 지지자들이 런던 시내에서 EU를 중심으로 단결하자는 의미 신조어(EUNITY)를 들고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AP)

EU 잔류론 상승세…. 전문가들은 "초접전"

투표를 하루 앞둔 가운데 영국 내 브렉시트 찬반 여론은 EU 잔류 여론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16일 EU 잔류 운동을 펼쳐온 노동당 조 콕스 하원의원이 극우성향 52세 남성에 의해 피살된 사건이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건 이후 조사된 5건의 여론조사 가운데 4건에서 EU 잔류가 우위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ORB가 20일 벌인 전화조사(일간 텔레그래프 의뢰·20일 공개)에서 EU 잔류(53%)가 탈퇴(46%)에 7%포인트 앞섰다. 서베이션이 20일 실시한 전화조사(금융업체 IG 의뢰·21일 공개)에서도 EU 잔류(45%)가 탈퇴(44%)를 1%포인트 앞섰다. 또 유고브가 16∼17일 조사한 온라인조사(선데이타임스 의뢰·18일 공개) 역시 EU 잔류(44%)가 탈퇴(43%)보다 1%포인트 우위였다. 서베이션이 17~18일 시행한 전화조사(18일 공개)도 EU 잔류(45%)가 탈퇴(42%)를 3%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유고브가 17~19일 벌여 온라인조사(일간 더 타임스 의뢰·21일 공개)에서는 EU 탈퇴(44%)가 잔류(42%)를 2%포인트 앞섰다. 피살 사건 이전인 지난 10∼15일 나온 여론조사 결과 13건 중 9건에서 브렉시트 찬성이 앞선 것과 다른 흐름이 뚜렷하다.


텔레그래프는 ORB 조사 결과를 인용해 잔류 쪽 지지자들이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더 동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잔류 지지자 중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비율이 지난 7일 54%에서 69%로 상승했지만, 탈퇴 지지자들에서 이 비율은 69%에서 64%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건 이후 실시된 조사에서 ORB 조사를 빼면 EU 잔류와 탈퇴 간 격차가 1~3%포인트에 불과하다. 브렉시트 반대 진영의 전략가 린턴 크로스비는 텔레그래프에 잔류가 힘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결과가 불투명하다면서 투표 종료라는 마지막 순간이 와야 결과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U 탈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인사들. 사진 맨 왼쪽이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 (사진= ‘탈퇴에 투표를’ 트위터)

영국 최대 베팅업체는 EU 잔류 가능성 76%까지 끌어올려

이에 비해 영국 최대 베팅업체인 베트페어는 국민투표 결과가 EU 잔류로 나올 가능성을 지난 17일 60∼67%에서 21일 76%까지 끌어올렸다. 이와 관련해 대형 채권펀드업체 핌코의 마이크 에이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시장이 브렉시트 가능성을 반반으로 보던 것에서 75대 25 정도로 잔류 가능성 쪽으로 되돌아갔다"고 분석했다.

캐머런 총리, "자손들의 희망을 생각하라"

EU 탈퇴와 잔류 운동을 벌이고 있는 각 진영이 막바지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2일(현지시간) 유권자들을 상대로 직접 호소에 나섰다. 캐머런 총리는 총리 집무실 앞에서 TV로 중계된 연설을 통해 "나와 같은 세대와 그 윗세대에게 매우 직접 말하고 싶다. 여러분 자손들의 희망에 대해 생각해달라. 그들은 우리가 한 선택을 무효로 할 수 없다. 우리가 EU 탈퇴에 투표한다면 그렇다.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 탈퇴 지지 비중이 높은 50대 이상 층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됐다. 블룸버그는 갑작스러운 캐머런의 TV 연설은 그가 투표 결과에 대해 금융시장 투자자들보다는 덜 확신에 차 있음을 보여준다고 추측했다.

투표 결과는 영국의 미래는 물론 EU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예상한다. 영국은 독일, 그리고 프랑스와 함께 EU를 뒷받침하는 삼각 축이다. 또 EU 국내총생산(GDP)의 18%를 차지하고, EU 분담금도 독일 다음으로 많이 낸다. 브렉시트 찬성으로 귀결되면 영국발(發)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21일(현지시간) "영국의 EU 탈퇴는 매우 부정적인 경제적 여파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미국 경제 전망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