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톡] ③ 살기 위해 일하는 나라? 일하기 위해 사는 나라?

입력 2016.06.24 (14:00) 수정 2016.07.1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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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는데 휴가 계획을 얘기하는 직장인이 많지 않다. 언제 떠날지, 어디로 떠날지, 함께 상의하고 자랑하느라 떠들썩하던 분위기가 언제부터인가 사라지고 있다. 물론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조용하다고들 말한다.

휴가를 둘러싼 직장 내 침묵의 문화

이런 조용함, 침묵의 이유가 무엇일까?

먼저 직장인의 속내를 말해 주는 설문조사 결과가 떠오른다. 어려워진 회사 사정을 이유로 직장인 10명 중 3명은 강제로 무급휴가를 권고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여러 산업분야에서 한창인 대규모 구조조정, 감원 소식도 떠오른다. 실업률 지표는 최악으로 치솟아 있다. 당연히 휴가 얘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또 다른 설문조사,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올해 여름휴가 계획'을 조사해 공개한 내용을 보면 71.9%가 올여름에 "휴가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반대로 해석하면 직장인 10명 중 3명은 아예 올여름 휴가를 포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휴가를 구상 중인 직장인의 계획을 봐도 대부분 빠듯해 보인다. 먼저 예상 휴가비용을 보면 가장 많은 직장인이 20-40만 원의 적은 비용으로 휴가를 다녀올 생각이다. 물론 여행지는 대부분 국내이다. 휴가 기간도 3일, 2일이 가장 많다. 물론 주말을 포함해 다녀오겠지만 한 주를 쉴 수 있는 직장인은 드물어 보인다.



한국 직장인 휴가는 세계 '꼴찌'

올여름 휴가만 이렇게 조용하고, 빠듯하고, 짧을까? 아니다. 모두 알다시피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휴가에 익숙하지 못한 편이다.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가 세계 20개 나라 직장인의 지난해 유급휴가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자. 우리나라 직장인은 평균 15일의 유급휴가를 받고서도 절반이 안 되는 6일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국 가운데 꼴찌다.

그나마 2014년에는 7일을 사용했는데 하루가 더 줄어든 것이다. 물론 그때도 꼴찌였다.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 대부분 유럽국가, 남미의 브라질 직장인들은 1년 중 유급휴가 기간만 한 달에 이른다. 우리 직장인들보다 4배, 5배나 더 오래 쉰다. 이웃인 일본도 우리 직장인의 2배를 쉬고 있다.

특이한 점은 미국 직장인들이다. 다른 유럽국가들과는 달리 유급휴가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 있다.

미국도 직장인 '휴가 축소' 이슈화

물론 우리보다는 나은 편이다. 그럼에도 미국 직장인의 이런 휴가 실태는 사회이슈가 되어 있다. 본격 휴가철을 앞둔 요즈음 미국에서는 언론마다 원인과 문제점을 조명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 관광협회가 해마다 6월 중순에 발표하는 직장인(정규직 대상) 휴가사용 실태가 논란에 불을 지핀다. 조사를 보면 미국 직장인들은 1976년에서 2000년까지 평균 20.3일의 휴가를 사용했는데 2000년대 들어 급격히 휴가를 줄여 이제 16.2일만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미국 직장인 두 명 중 한 명(55%)이 유급 휴가를 다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사용하지 않은 휴가일은 모두 합해 6억 5,800만 일, 어떠한 보상도 받지 않고 소멸하는 휴가도 2억 2,200만 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전체 경제적 손실은 2,230억 달러(약 261조 원)에 이르고, 직장인 한 명당 1,898달러를 손해 본 셈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바로가기]☞ ‘미국인 기록적인 6억 5,800만 휴가일 낭비’

미국 직장인 휴가 축소하는 이유

미국 직장인들은 왜 유급휴가를 날리면서까지 휴가를 줄이고 있을까?

미국 관광협회는 구조적인 배경을 찾기 위해 먼저 경제적인 요인을 살펴봤다고 한다. 실업률이나 소비자 신뢰지수 등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것이다. 그런데 휴가기간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었다고 한다.

대신 일하는 환경의 변화가 밀접하게 관련돼 있음을 찾아냈다.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 보급 확산 등으로 직장인들의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휴가 사용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스마트폰 등을 통해서 일, 직장과 연결되는 상황이 미국 직장인의 일에 대한 몰입을 강화했고, 결과적으로 사무실에서 벗어나 쉴 수 있는 능력을 감소시켰다는 설명이다.



휴가를 가서도 일과 연결되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미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실제로 해변에 누운 채로 스마트폰을 들고 이메일을 점검하는 직장인의 모습은 미국에서 더는 낯선 일이 아니다.

미 ABC방송 온라인기사 사진 캡처미 ABC방송 온라인기사 사진 캡처


한국 직장인도 '메신저 감옥' 갇혀

사실 24시간 사무실과 연결돼있는 상황은 우리 직장인들이 더하면 더했지 미국보다 덜하지는 않을 것 같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달 스마트폰 사용 직장인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보자. 업무시간 외에 모바일 메신저로 업무 연락을 받은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2.4%가 그렇다고 답했다. 직장인 97%는 이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호소한다.

퇴근 시간 이후에도(84.2%, 복수응답), 주말에도(61.4%), 연차 등 휴가기간에도(49.2%) 카톡이나 메일로 들어오는 업무에 시달린다. 업무 연락이 오면 대부분 직장인들은 어떻게든 대응할 수밖에 없다. (60.5% 무조건 받음, 33.5% 골라서 받음)

급한 일일 것 같아서(47.4%), 어차피 처리해야 할 일이라서(45.1%), 회사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어서(40.6%), 남에게 피해가 갈 수 있어서(23%) 등 모두 일 때문이다. '일 감옥','메신저 감옥'에 갇혀있다는 말이 결코 틀리지 않은 것 같다.

[바로가기]☞ 허핑턴포스트 ‘직장인 72%, 업무 시간 외에도 메신저로 ‘원격조종’ 경험’

이렇게 일에 갇혀있는 직장인들은 휴가도 일 때문에 주저하기 마련이다. 미 관광협회 조사도 이를 입증한다. 휴가 가기를 꺼리는 직접적인 이유가 모두 일 때문이다. 돌아올 때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일이 걱정돼서(37%),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 수 없는 일이라서(35%), 도저히 시간 여유가 없어서(33%) 등이다.

이런 분위기에는 직장 상사나 동료들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직장인들은 80%가 상사들이 휴가를 전적으로 지원해준다면 휴가를 더 갈 것이라고 답하고 있다. 그러나 58%가 이런 지지를 받고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동료들의 지지가 없다는 응답자도 53%에 이른다.

모두가 일에 매여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직장인들은 휴가철이 돼도 휴가와 관련된 얘기를 선뜻 꺼내지 못하는 등 마치 휴가란 원래 없었다는 듯이 침묵의 문화에 직면하고 있다고 미 전문가들은 말한다. 직장인의 휴가를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인 셈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나라 직장에 번져가는 휴가철 침묵의 문화가 걱정되는 이유이다.



한국은 일하기 위해 사는 나라?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미 전문가들은 다음의 두 가지 사실을 특별히 강조한다.

첫째, 직장인들이 휴가를 떠나면 스트레스를 덜어내고, 몸과 마음을 재충전해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생산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업들은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다녀올 수 있도록 권장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직장 상사들이 침묵하지 말고 다음과 같이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당신이 벌어들인 휴가다. 주저하지 말고 사용하라. 일단 떠나면 모두 잊어라."

둘째로는 휴가를 갔다고 일에 지장을 받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전문예측기관인 옥스퍼드이코노믹의 조사에 따르면 유급휴가를 다 쓰지 못한 직장인은 전부 사용한 직장인보다 승진이나 보너스를 받을 기회가 6.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휴가를 다 쓰지 못한 직장인이 스트레스를 더 받아 생산성이 낮은 것인지, 능력부족으로 일을 마치지 못해 휴가를 가지 못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휴가를 갔다고 일에 지장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만은 분명하다는 설명이다.

"미국인은 일하기 위해 살고, 유럽인은 살기 위해 일한다"

미 기업연구소 AEI의 아서 브룩스 회장은 지난해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미 직장가의 휴가문화를 비판하며 이런 속설이 맞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휴가를 어떻게 보냈느냐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며….

미 직장인보다 더 오래 일하고, 더 휴가를 가지 않는, 아니 가지 못하는 한국은 우리 직장인들에게 어떤 나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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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인 톡] ③ 살기 위해 일하는 나라? 일하기 위해 사는 나라?
    • 입력 2016-06-24 14:00:45
    • 수정2016-07-15 16:04:36
    김종명의 직장인 톡
이상하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는데 휴가 계획을 얘기하는 직장인이 많지 않다. 언제 떠날지, 어디로 떠날지, 함께 상의하고 자랑하느라 떠들썩하던 분위기가 언제부터인가 사라지고 있다. 물론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조용하다고들 말한다.

휴가를 둘러싼 직장 내 침묵의 문화

이런 조용함, 침묵의 이유가 무엇일까?

먼저 직장인의 속내를 말해 주는 설문조사 결과가 떠오른다. 어려워진 회사 사정을 이유로 직장인 10명 중 3명은 강제로 무급휴가를 권고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여러 산업분야에서 한창인 대규모 구조조정, 감원 소식도 떠오른다. 실업률 지표는 최악으로 치솟아 있다. 당연히 휴가 얘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또 다른 설문조사,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올해 여름휴가 계획'을 조사해 공개한 내용을 보면 71.9%가 올여름에 "휴가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반대로 해석하면 직장인 10명 중 3명은 아예 올여름 휴가를 포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휴가를 구상 중인 직장인의 계획을 봐도 대부분 빠듯해 보인다. 먼저 예상 휴가비용을 보면 가장 많은 직장인이 20-40만 원의 적은 비용으로 휴가를 다녀올 생각이다. 물론 여행지는 대부분 국내이다. 휴가 기간도 3일, 2일이 가장 많다. 물론 주말을 포함해 다녀오겠지만 한 주를 쉴 수 있는 직장인은 드물어 보인다.



한국 직장인 휴가는 세계 '꼴찌'

올여름 휴가만 이렇게 조용하고, 빠듯하고, 짧을까? 아니다. 모두 알다시피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휴가에 익숙하지 못한 편이다.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가 세계 20개 나라 직장인의 지난해 유급휴가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자. 우리나라 직장인은 평균 15일의 유급휴가를 받고서도 절반이 안 되는 6일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국 가운데 꼴찌다.

그나마 2014년에는 7일을 사용했는데 하루가 더 줄어든 것이다. 물론 그때도 꼴찌였다.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 대부분 유럽국가, 남미의 브라질 직장인들은 1년 중 유급휴가 기간만 한 달에 이른다. 우리 직장인들보다 4배, 5배나 더 오래 쉰다. 이웃인 일본도 우리 직장인의 2배를 쉬고 있다.

특이한 점은 미국 직장인들이다. 다른 유럽국가들과는 달리 유급휴가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 있다.

미국도 직장인 '휴가 축소' 이슈화

물론 우리보다는 나은 편이다. 그럼에도 미국 직장인의 이런 휴가 실태는 사회이슈가 되어 있다. 본격 휴가철을 앞둔 요즈음 미국에서는 언론마다 원인과 문제점을 조명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 관광협회가 해마다 6월 중순에 발표하는 직장인(정규직 대상) 휴가사용 실태가 논란에 불을 지핀다. 조사를 보면 미국 직장인들은 1976년에서 2000년까지 평균 20.3일의 휴가를 사용했는데 2000년대 들어 급격히 휴가를 줄여 이제 16.2일만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미국 직장인 두 명 중 한 명(55%)이 유급 휴가를 다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사용하지 않은 휴가일은 모두 합해 6억 5,800만 일, 어떠한 보상도 받지 않고 소멸하는 휴가도 2억 2,200만 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전체 경제적 손실은 2,230억 달러(약 261조 원)에 이르고, 직장인 한 명당 1,898달러를 손해 본 셈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바로가기]☞ ‘미국인 기록적인 6억 5,800만 휴가일 낭비’

미국 직장인 휴가 축소하는 이유

미국 직장인들은 왜 유급휴가를 날리면서까지 휴가를 줄이고 있을까?

미국 관광협회는 구조적인 배경을 찾기 위해 먼저 경제적인 요인을 살펴봤다고 한다. 실업률이나 소비자 신뢰지수 등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것이다. 그런데 휴가기간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었다고 한다.

대신 일하는 환경의 변화가 밀접하게 관련돼 있음을 찾아냈다.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 보급 확산 등으로 직장인들의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휴가 사용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스마트폰 등을 통해서 일, 직장과 연결되는 상황이 미국 직장인의 일에 대한 몰입을 강화했고, 결과적으로 사무실에서 벗어나 쉴 수 있는 능력을 감소시켰다는 설명이다.



휴가를 가서도 일과 연결되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미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실제로 해변에 누운 채로 스마트폰을 들고 이메일을 점검하는 직장인의 모습은 미국에서 더는 낯선 일이 아니다.

미 ABC방송 온라인기사 사진 캡처

한국 직장인도 '메신저 감옥' 갇혀

사실 24시간 사무실과 연결돼있는 상황은 우리 직장인들이 더하면 더했지 미국보다 덜하지는 않을 것 같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달 스마트폰 사용 직장인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보자. 업무시간 외에 모바일 메신저로 업무 연락을 받은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2.4%가 그렇다고 답했다. 직장인 97%는 이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호소한다.

퇴근 시간 이후에도(84.2%, 복수응답), 주말에도(61.4%), 연차 등 휴가기간에도(49.2%) 카톡이나 메일로 들어오는 업무에 시달린다. 업무 연락이 오면 대부분 직장인들은 어떻게든 대응할 수밖에 없다. (60.5% 무조건 받음, 33.5% 골라서 받음)

급한 일일 것 같아서(47.4%), 어차피 처리해야 할 일이라서(45.1%), 회사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어서(40.6%), 남에게 피해가 갈 수 있어서(23%) 등 모두 일 때문이다. '일 감옥','메신저 감옥'에 갇혀있다는 말이 결코 틀리지 않은 것 같다.

[바로가기]☞ 허핑턴포스트 ‘직장인 72%, 업무 시간 외에도 메신저로 ‘원격조종’ 경험’

이렇게 일에 갇혀있는 직장인들은 휴가도 일 때문에 주저하기 마련이다. 미 관광협회 조사도 이를 입증한다. 휴가 가기를 꺼리는 직접적인 이유가 모두 일 때문이다. 돌아올 때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일이 걱정돼서(37%),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 수 없는 일이라서(35%), 도저히 시간 여유가 없어서(33%) 등이다.

이런 분위기에는 직장 상사나 동료들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직장인들은 80%가 상사들이 휴가를 전적으로 지원해준다면 휴가를 더 갈 것이라고 답하고 있다. 그러나 58%가 이런 지지를 받고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동료들의 지지가 없다는 응답자도 53%에 이른다.

모두가 일에 매여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직장인들은 휴가철이 돼도 휴가와 관련된 얘기를 선뜻 꺼내지 못하는 등 마치 휴가란 원래 없었다는 듯이 침묵의 문화에 직면하고 있다고 미 전문가들은 말한다. 직장인의 휴가를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인 셈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나라 직장에 번져가는 휴가철 침묵의 문화가 걱정되는 이유이다.



한국은 일하기 위해 사는 나라?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미 전문가들은 다음의 두 가지 사실을 특별히 강조한다.

첫째, 직장인들이 휴가를 떠나면 스트레스를 덜어내고, 몸과 마음을 재충전해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생산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업들은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다녀올 수 있도록 권장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직장 상사들이 침묵하지 말고 다음과 같이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당신이 벌어들인 휴가다. 주저하지 말고 사용하라. 일단 떠나면 모두 잊어라."

둘째로는 휴가를 갔다고 일에 지장을 받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전문예측기관인 옥스퍼드이코노믹의 조사에 따르면 유급휴가를 다 쓰지 못한 직장인은 전부 사용한 직장인보다 승진이나 보너스를 받을 기회가 6.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휴가를 다 쓰지 못한 직장인이 스트레스를 더 받아 생산성이 낮은 것인지, 능력부족으로 일을 마치지 못해 휴가를 가지 못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휴가를 갔다고 일에 지장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만은 분명하다는 설명이다.

"미국인은 일하기 위해 살고, 유럽인은 살기 위해 일한다"

미 기업연구소 AEI의 아서 브룩스 회장은 지난해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미 직장가의 휴가문화를 비판하며 이런 속설이 맞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휴가를 어떻게 보냈느냐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며….

미 직장인보다 더 오래 일하고, 더 휴가를 가지 않는, 아니 가지 못하는 한국은 우리 직장인들에게 어떤 나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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