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꼬막, 씨가 말라간다

입력 2016.06.26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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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가 없어져 버렸어. 재작년에는 못 잡았어. 없어 가지고 아예."

거대한 생명의 터전인 갯벌에는 다양한 어패류들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갯벌의 대표 어종인 낙지는 올해 처음 금어기가 설정되었을 정도로 어획량이 급감했습니다. 한반도 연안에서 사라진 명태처럼 사실상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 셈입니다.

피폐해가는 연안 어장

이른 새벽부터 출항 준비가 한창인 항구를 찾았습니다. 장철수 씨의 낙지잡이 통발 어선이 조업 채비를 마치고 남해 바다로 나가고 있었습니다. 지난주에 던져 놓은 통발을 건지러 가는 겁니다. 오늘 걷어 올리는 통발은 300여 개. 선장인 장 씨가 건져 올린 통발에서 낙지를 꺼내면, 장 씨의 아내인 조선례 씨가 통발을 세척 장비에 넣었습니다.



낙지잡이 통발은 미끼로 '칠게'를 사용합니다. 미끼를 넣은 통발을 바다 밑에 던져두었다가 일주일 정도 지나면 건져 올립니다. 장 씨는 "낙지 잡는 통발을 사용하는데 다른 어종은 하나도 안 잡힌다. 단지 낙지 한 종류만 잡힌다"고 통발을 소개했습니다.

뻘을 씻어낼 겨를도 없이 쉴 새 없이 올라오는 통발에 손을 넣어보는 장 씨. 낙지가 들어있는 건 통발 3~4개에 하나꼴입니다. 장 씨는 "산란시기라 많이 안 잡힌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어느덧 날이 밝았습니다. 바지선 위에는 통발 수백여 개가 빼곡하게 쌓였습니다. 장 씨 부부는 뭍으로 향합니다. 이른 새벽부터 6시간 동안 계속된 고된 조업. 하지만 오늘 잡은 낙지는 100마리가 채 안 됩니다.



낙지잡이 통발은 구멍 크기가 22mm로 정해져 있습니다. 어린 낙지까지 잡는 남획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낙지가 잡히지 않자 어민들은 통발 구멍의 기준을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조 씨는 "도청에서는 지금 22mm라고 하는데, 우리는 18mm로 해주라고 했어. 2013년에 해수부에서도 18mm로 해주라고 내려왔어. 근데 도청에서 서류를 갖고 안 해 줬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낙지 잡는 방법은 세 가지. 통발로 잡는 방식과 긴 낚싯줄로 잡는 이른바 연승어업, 그리고 갯벌에서 직접 손으로 잡는 전통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 바다에서 잡는 낙지 어획량은 2014년 기준 5,300t, 1993년 14,000t에 비하면 1/3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귀한 몸' 된 낙지...어획량 급감

뻘 입자가 고우면 낙지가 살기 좋은 환경입니다. 전남 무안갯벌은 이런 조건을 갖춘 국내 최대의 낙지 산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무안을 포함한 전남 서·남해안에서 생산되는 낙지의 양은 전체 어획량의 6~70%에 달하지만 최근 그 숫자가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현지 어민과 함께 삽으로 뻘을 파는 전통적인 낙지잡이에 나가봤습니다. 허리까지 푹푹 빠지는 갯벌을 종횡무진 활보하는 김민호 씨. 뻘 위에 낙지 구멍이 보이면 좁은 삽으로 빠르게 뻘을 파내고, 깊숙한 곳에 손을 넣어 낙지를 잡았습니다.

김 씨는 “갯벌 낙지잡이는 오랫동안 몸으로 체득한 감각과 진득한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안 토박이인 김 씨는 30년 이상 이곳 갯벌에서 낙지를 잡아왔습니다.



하지만 김 씨가 뻘에 숨은 낙지를 찾아 개펄을 3시간 동안이나 헤맸지만 낙지를 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낙지가 다 빠져나가고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낙지잡이로 잔뼈가 굵은 김씨가 3시간 동안 잡은 낙지는 단 3마리. 김 씨는 "예전엔 정말 낙지가 엄청나게 많았다. 낙지 반 뻘 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습니다.

'낙지 금어기' 도입...식당 '시름'

이처럼 낙지 개체 수 감소가 심각해지자 정부와 자치단체는 6월 21일부터 한 달 동안 금어기를 설정했습니다. 낙지잡이가 금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박종균 전남 무안군청 해양수산과장은 "낙지자원이 계속 감소추세에 있다 보니까 해양수산부에서 올해부터 낙지 금어기를 설정하게 됐다. 전남 같은 경우는 6월 21일부터 7월20일까지 금어기를 설정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남에서 잡은 낙지를 경매하는 목포 어판장을 찾았습니다. 낙지 금어조치에 상인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낙지 식당을 운영하는 전태학 씨는 "금어조치를 처음 하는 거라 아주 민감하다"고 분위기를 설명했습니다. 특히 낙지 전문 식당들엔 사활이 걸린 문제라는 겁니다. 전 씨는 "무안 낙지 골목들의 원성들이 엄청나다. 한 달은 금어기가 돼버리니까 낙지만 팔아서 먹고사는데 방법이 없다"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물론 낙지 어획량이 급감했다는 사실을 모두가 절감하고 있는 만큼 금어기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 낙지 도매인은 "당분간은 손해를 보겠지만 일을 위해서는 하는 게 낫다"고 말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산란기에 낙지를 잡지 않으면 개체 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김영혜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연구관은 "연구결과에는 낙지 산란기가 6~7월로 추정이 돼 있다. 낙지 같은 경우는 수명이 1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미 자원을 보호해야만 낙지자원의 지속적인 감소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낙지·참꼬막...개체수 늘리기 비상

낙지 외에도 멸종위기에 직면한 어종들이 있습니다. 눈에 띄는 어종은 조개류, 그중에서도 꼬막의 어획량 감소가 심각합니다. 지난 1998년 12,000t으로 정점을 찍었던 꼬막 생산량은 지난해 1,100t으로 1/10 이하로 줄어들었습니다.

전국적으로 이름이 높은 '벌교 꼬막'의 본고장인 전남 보성군. 여자만 등 영양분이 풍부한 드넓은 갯벌을 끼고 있어 조개류 서식에 최적화된 곳입니다.



벌교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꼬막이 귀해졌다. 그래서 가격이 비싸다. 지금은 30~35만 원인데 설에는 40만 원까지 올라갔었다. 꼬막이 바다에 없어서 서울까지 가야 하는데 못 간다"고 설명했습니다.

꼬막은 참꼬막과 새꼬막,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상인 강점식 씨는 "참꼬막은 깊은 맛이 나는데 그러려면 4~5년은 키워야 된다. 새꼬막은 2년 정도 키우면 충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중에서 사실상 멸종위기에 처한 종은 '참꼬막'으로 '새꼬막'에 비해 가격이 배 이상 비쌉니다.

전문가들은 연안 수산자원이 줄어드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합니다. 첫째는 무분별한 남획, 두 번째는 해수면 기온 변화, 그리고 마지막으로 뭍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육수', 즉 민물의 차단입니다.

하천 정비나 하굿둑 건설 등으로 인해 민물 유입이 끊기면 민물에 포함된 영양분이 갯벌에 유입되지 않습니다. 또 일정하게 유지돼야 하는 갯벌 염도에도 변화가 생겨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꼬막 어획이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지방자치단체들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보성군은 지난해 꼬막의 어린 씨를 키우는 종패장을 건설해 어족자원 회복에 나섰습니다. 인공수정한 어린 꼬막을 1~2mm 크기까지 키운 후 뻘에다 뿌려 중간 육성하는 방식입니다.

처음 시도하는 사업이라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재혁 보성군 수산자원과장은 "갑자기 꼬막생산량이 줄다 보니까 오해의 소지도 많이 있었다. 꼬막자원의 회복과 벌교 꼬막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모두가 지키고 키워가야 할 개펄

바다에서 평생을 살아온 어민들이 느끼는 한반도 앞바다는 이제 예전 같지 않습니다. 어민 박판식 씨는 "수온도 안 맞으니까 예를 들어서 강원도 고기가 제주도에서 잡히고 제주도 고기가 강원도에서 잡히고 그런 식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앞바다에서 낙지가 줄어들면서 수입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모두 42,000t의 냉동낙지가 수입됐고 대부분이 중국산이었습니다. 김영혜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연구관)은 "단백질 공급의 약 70%를 수산자원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수산자원의 보호와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때 건강했던 바다 텃밭 개펄. 그곳에 넘쳐났던 낙지와 꼬막. 이젠 이 모두가 지키고 키워가야 할 중요한 자원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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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지·꼬막, 씨가 말라간다
    • 입력 2016-06-26 07:29:52
    취재K
"낙지가 없어져 버렸어. 재작년에는 못 잡았어. 없어 가지고 아예."

거대한 생명의 터전인 갯벌에는 다양한 어패류들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갯벌의 대표 어종인 낙지는 올해 처음 금어기가 설정되었을 정도로 어획량이 급감했습니다. 한반도 연안에서 사라진 명태처럼 사실상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 셈입니다.

피폐해가는 연안 어장

이른 새벽부터 출항 준비가 한창인 항구를 찾았습니다. 장철수 씨의 낙지잡이 통발 어선이 조업 채비를 마치고 남해 바다로 나가고 있었습니다. 지난주에 던져 놓은 통발을 건지러 가는 겁니다. 오늘 걷어 올리는 통발은 300여 개. 선장인 장 씨가 건져 올린 통발에서 낙지를 꺼내면, 장 씨의 아내인 조선례 씨가 통발을 세척 장비에 넣었습니다.



낙지잡이 통발은 미끼로 '칠게'를 사용합니다. 미끼를 넣은 통발을 바다 밑에 던져두었다가 일주일 정도 지나면 건져 올립니다. 장 씨는 "낙지 잡는 통발을 사용하는데 다른 어종은 하나도 안 잡힌다. 단지 낙지 한 종류만 잡힌다"고 통발을 소개했습니다.

뻘을 씻어낼 겨를도 없이 쉴 새 없이 올라오는 통발에 손을 넣어보는 장 씨. 낙지가 들어있는 건 통발 3~4개에 하나꼴입니다. 장 씨는 "산란시기라 많이 안 잡힌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어느덧 날이 밝았습니다. 바지선 위에는 통발 수백여 개가 빼곡하게 쌓였습니다. 장 씨 부부는 뭍으로 향합니다. 이른 새벽부터 6시간 동안 계속된 고된 조업. 하지만 오늘 잡은 낙지는 100마리가 채 안 됩니다.



낙지잡이 통발은 구멍 크기가 22mm로 정해져 있습니다. 어린 낙지까지 잡는 남획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낙지가 잡히지 않자 어민들은 통발 구멍의 기준을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조 씨는 "도청에서는 지금 22mm라고 하는데, 우리는 18mm로 해주라고 했어. 2013년에 해수부에서도 18mm로 해주라고 내려왔어. 근데 도청에서 서류를 갖고 안 해 줬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낙지 잡는 방법은 세 가지. 통발로 잡는 방식과 긴 낚싯줄로 잡는 이른바 연승어업, 그리고 갯벌에서 직접 손으로 잡는 전통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 바다에서 잡는 낙지 어획량은 2014년 기준 5,300t, 1993년 14,000t에 비하면 1/3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귀한 몸' 된 낙지...어획량 급감

뻘 입자가 고우면 낙지가 살기 좋은 환경입니다. 전남 무안갯벌은 이런 조건을 갖춘 국내 최대의 낙지 산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무안을 포함한 전남 서·남해안에서 생산되는 낙지의 양은 전체 어획량의 6~70%에 달하지만 최근 그 숫자가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현지 어민과 함께 삽으로 뻘을 파는 전통적인 낙지잡이에 나가봤습니다. 허리까지 푹푹 빠지는 갯벌을 종횡무진 활보하는 김민호 씨. 뻘 위에 낙지 구멍이 보이면 좁은 삽으로 빠르게 뻘을 파내고, 깊숙한 곳에 손을 넣어 낙지를 잡았습니다.

김 씨는 “갯벌 낙지잡이는 오랫동안 몸으로 체득한 감각과 진득한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안 토박이인 김 씨는 30년 이상 이곳 갯벌에서 낙지를 잡아왔습니다.



하지만 김 씨가 뻘에 숨은 낙지를 찾아 개펄을 3시간 동안이나 헤맸지만 낙지를 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낙지가 다 빠져나가고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낙지잡이로 잔뼈가 굵은 김씨가 3시간 동안 잡은 낙지는 단 3마리. 김 씨는 "예전엔 정말 낙지가 엄청나게 많았다. 낙지 반 뻘 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습니다.

'낙지 금어기' 도입...식당 '시름'

이처럼 낙지 개체 수 감소가 심각해지자 정부와 자치단체는 6월 21일부터 한 달 동안 금어기를 설정했습니다. 낙지잡이가 금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박종균 전남 무안군청 해양수산과장은 "낙지자원이 계속 감소추세에 있다 보니까 해양수산부에서 올해부터 낙지 금어기를 설정하게 됐다. 전남 같은 경우는 6월 21일부터 7월20일까지 금어기를 설정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남에서 잡은 낙지를 경매하는 목포 어판장을 찾았습니다. 낙지 금어조치에 상인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낙지 식당을 운영하는 전태학 씨는 "금어조치를 처음 하는 거라 아주 민감하다"고 분위기를 설명했습니다. 특히 낙지 전문 식당들엔 사활이 걸린 문제라는 겁니다. 전 씨는 "무안 낙지 골목들의 원성들이 엄청나다. 한 달은 금어기가 돼버리니까 낙지만 팔아서 먹고사는데 방법이 없다"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물론 낙지 어획량이 급감했다는 사실을 모두가 절감하고 있는 만큼 금어기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 낙지 도매인은 "당분간은 손해를 보겠지만 일을 위해서는 하는 게 낫다"고 말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산란기에 낙지를 잡지 않으면 개체 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김영혜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연구관은 "연구결과에는 낙지 산란기가 6~7월로 추정이 돼 있다. 낙지 같은 경우는 수명이 1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미 자원을 보호해야만 낙지자원의 지속적인 감소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낙지·참꼬막...개체수 늘리기 비상

낙지 외에도 멸종위기에 직면한 어종들이 있습니다. 눈에 띄는 어종은 조개류, 그중에서도 꼬막의 어획량 감소가 심각합니다. 지난 1998년 12,000t으로 정점을 찍었던 꼬막 생산량은 지난해 1,100t으로 1/10 이하로 줄어들었습니다.

전국적으로 이름이 높은 '벌교 꼬막'의 본고장인 전남 보성군. 여자만 등 영양분이 풍부한 드넓은 갯벌을 끼고 있어 조개류 서식에 최적화된 곳입니다.



벌교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꼬막이 귀해졌다. 그래서 가격이 비싸다. 지금은 30~35만 원인데 설에는 40만 원까지 올라갔었다. 꼬막이 바다에 없어서 서울까지 가야 하는데 못 간다"고 설명했습니다.

꼬막은 참꼬막과 새꼬막,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상인 강점식 씨는 "참꼬막은 깊은 맛이 나는데 그러려면 4~5년은 키워야 된다. 새꼬막은 2년 정도 키우면 충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중에서 사실상 멸종위기에 처한 종은 '참꼬막'으로 '새꼬막'에 비해 가격이 배 이상 비쌉니다.

전문가들은 연안 수산자원이 줄어드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합니다. 첫째는 무분별한 남획, 두 번째는 해수면 기온 변화, 그리고 마지막으로 뭍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육수', 즉 민물의 차단입니다.

하천 정비나 하굿둑 건설 등으로 인해 민물 유입이 끊기면 민물에 포함된 영양분이 갯벌에 유입되지 않습니다. 또 일정하게 유지돼야 하는 갯벌 염도에도 변화가 생겨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꼬막 어획이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지방자치단체들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보성군은 지난해 꼬막의 어린 씨를 키우는 종패장을 건설해 어족자원 회복에 나섰습니다. 인공수정한 어린 꼬막을 1~2mm 크기까지 키운 후 뻘에다 뿌려 중간 육성하는 방식입니다.

처음 시도하는 사업이라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재혁 보성군 수산자원과장은 "갑자기 꼬막생산량이 줄다 보니까 오해의 소지도 많이 있었다. 꼬막자원의 회복과 벌교 꼬막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모두가 지키고 키워가야 할 개펄

바다에서 평생을 살아온 어민들이 느끼는 한반도 앞바다는 이제 예전 같지 않습니다. 어민 박판식 씨는 "수온도 안 맞으니까 예를 들어서 강원도 고기가 제주도에서 잡히고 제주도 고기가 강원도에서 잡히고 그런 식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앞바다에서 낙지가 줄어들면서 수입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모두 42,000t의 냉동낙지가 수입됐고 대부분이 중국산이었습니다. 김영혜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연구관)은 "단백질 공급의 약 70%를 수산자원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수산자원의 보호와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때 건강했던 바다 텃밭 개펄. 그곳에 넘쳐났던 낙지와 꼬막. 이젠 이 모두가 지키고 키워가야 할 중요한 자원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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