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탄자니아 北 병원, 폐쇄 조치에도 ‘나몰라라’

입력 2016.06.26 (16:07) 수정 2016.06.27 (08:4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외화벌이'를 위해 외국에 파견된 북한 출신 노동자들은 보통 저임금의 고통에 허덕입니다. 북한 당국으로부터, 또 현지 고용주로부터 착취당하는 거죠. 하지만 탄자니아에 파견된 북한 의료진의 경우는 다릅니다. 전문 의학지식을 악용해, 반대로 탄자니아 시민들을 착취하고 있으니까요."
-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탄자니아 내에 설립된 북한병원은 모두 13곳이다. 1991년 탄자니아 정부의 도움으로 인가를 받은 이래 꾸준히 규모를 늘려왔다. 그런데 최근 현지 보건 당국이 북한병원의 불법의료행위에 '철퇴'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달까지 다르에스살람 내 북한병원 3곳이 '폐쇄명령'을 받았고, KBS 취재 결과 이달 들어서도 지방 도시 아루샤에서 1곳이 더 폐쇄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으로 단속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탄자니아 보건부, "불시점검 계속..관용은 없다"



지난 4월 15일 하미시 키관갈라(Hamisi Kigwangalla) 탄자니아 보건부 차관이 현지 취재진들을 대동한 채 북한병원 2곳을 급습했다. 엉터리 진료와 가짜 약 판매 등으로 시민들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무허가 의료장비가 추가로 발견됐고, 북한 의료진 몇몇은 취업허가 없이 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의료진은 "이 병원은 탄자니아 여당(CCM)이 지분을 투자한 곳이다. 손댈 수 없다"며 적반하장 식 대응을 했다. 하지만 보건부 차관은 "당에 확인해 봤는데 더는 아니라더라. 즉시 폐쇄 조치한다"고 응답했다. 키관갈라 차관은 CCM 출신 정치인이다.

KBS는 탄자니아 정부의 단속 시점으로부터 2달이 지난 뒤 북한병원 취재에 들어갔다. 최근 북한 핵무기 개발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 제재가 강화되는 시점에서 '자금줄'인 북한병원들이 실제 문을 닫았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폐쇄명령' 北 병원..'몰래 영업'으로 전환



탄자니아 최대도시 다르에스살람 중심가에는 폐쇄 조치된 북한병원이 있다. 근처에 이슬람 사원까지 있어 유동 인구가 특히 많다. 이미 '폐쇄됐어야 할' 이 병원으로 진입을 시도해봤다.

북한병원이 고용한 탄자니아인이 진료소 입구에서 환자의 신원을 철저히 확인했다. 단속 후 유일하게 달라진 풍경이다. 또다시 닥칠지 모르는 탄자니아 정부의 단속을 피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신원 확인을 마친 뒤 병원 내부로 들어서자, 휑한 공간에 북한 의료진이 진료를 계속하고 있었다.

병원 주변에서 일하는 한 상인 역시 "북한병원은 계속 영업 중이다. 나도 최근에 진료받은 적 있다"며 답했다. 다르에스살람 시내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2달간 배짱 좋게 영업을 계속하고 있었던 셈이다.

다르에스살람 외곽 음베지 해변의 북한 병원이다. 지난 5월 탄자니아 정부의 추가 단속으로 폐쇄조치됐다.다르에스살람 외곽 음베지 해변의 북한 병원이다. 지난 5월 탄자니아 정부의 추가 단속으로 폐쇄조치됐다.


정문에 "5월 20일 영업을 종료한다"고 적어놓은 다르에스살람 외곽의 또 다른 북한병원이다. 지난달 탄자니아 정부에 의해 추가로 폐쇄조치 됐다. 그런데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입구가 살짝 열려있다.



내부로 들어갔더니 창문이 활짝 열려있다. 병원 문을 두드리니 30대 중후반 남짓의 여성 북한 의료진이 나온다. 처음 방문하는 환자에게 "지금 진료하지 않는다"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말한다. 하지만 다시 "정말 진료를 받을 수 없느냐"고 묻자, 환자의 전화번호를 물었다. "오후 4시에 전화할 테니 그때 오라"고 덧붙였다.

대북 제재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북한의 현재 사정을 고려할 때, 북한병원들이 탄자니아 정부의 '폐쇄명령'을 준수할 여건이 안 되는 건 분명했다. 그렇다면 아직 폐쇄 조치되지 않은 병원들은 얼마나 무리하게 영업을 하고 있을까.

"폐쇄 안 된 北 병원도 마찬가지"..'거짓진료'에 '탈세' 정황

현재 정상 영업 중인 북한 병원, Sun Dispensary(태양 진료소)현재 정상 영업 중인 북한 병원, Sun Dispensary(태양 진료소)


다르에스살람 외곽의 Sun Dispensary를 찾았다. 태양 진료소라는 뜻인데, 여기서 태양은 김일성을 뜻한다.

병원 마당에서 곧바로 상담이 진행된다. 상담 때 빠지지 않고 묻는 게 두 가지 있다. 하나, 어디가 아픈지. 둘, 돈은 있는지. 돈이 있는 환자들은 건물 내부의 진료소로 안내받는다. 앉자마자 기계와 연결된 금속 손잡이를 환자에게 건네준다. 건강검진 때나, 헬스장에서 체지방·몸무게 등을 젤 때 쓰는 기구와 비슷하게 생겼다.



2~3분이 넘지 않는 검사를 마친 뒤, 북한 의사는 "환자의 혈관이 거의 막혔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심장이 좋지 않으니 약을 사 먹어야 하고, 관절도 모조리 엉망"이라고 겁을 준다.

하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종합 진단을 할 수 있는 검사 기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혈관이 막힌 것을 확인하려면 초음파·CT 등 영상 기기가 필요하다.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고지혈증 검사도 해야 한다. 이런 검사 없이 진단하는 것은 의학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결국, 거짓 진단을 한 셈이다. 북한병원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환자 병을 부풀려, 값비싼 약을 사게 하거나 진료를 받게 한다. 취재진과 동행한 환자는 이 거짓 진료를 받는데 15달러, 우리 돈으로 1만 7천 원 돈을 썼다. 탄자니아 국민 평균 월수입 150달러의 1/10이다. 이런 식으로 북한병원이 탄자니아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한해 최소 100만 달러다.



진료를 마친 뒤 영수증을 요구했다. 그런데 다짜고짜 화를 낸다. 영수증을 발급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곧바로 다툼이 일어났고, 급기야 다른 의사가 와 중재에 나선다. "잠깐만 기다리라"고 환자를 달랜 뒤, 의료진끼리 한국말로 대화를 나눈다.

"영수증 발급 안 해줬다고 문제가 될 것 없잖아요?"
"문제가 되지 왜 안 돼, 안 되긴. 그냥 환자 이름 쓰지 말고 '검사받는 비용 얼마' 이렇게 하면 되지."

결국 "영수증을 받으려면 오늘 저녁이나 내일 오라"며 환자를 병원에서 쫓아낸다. 명백한 탈세다.

'오진'에 '협박'까지.."보건당국 추가 단속해야!"

 북한병원 의료사고 피해자. ‘결핵’ 오진으로 현재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병원 의료사고 피해자. ‘결핵’ 오진으로 현재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거짓진료와 처방이 잇따르면서 의료사고 피해자도 속출하고 있다. KBS는 북한병원으로부터 진료를 받은 뒤, 수년째 후유증을 앓고 있는 소년과 인터뷰했다.

올해 19살인 이 소년은 기침이 멈추지 않아, 2년 전 북한병원을 찾았다. 간단한 신체검사 뒤에 북한 의사는 "몸에 바이러스가 잔뜩 퍼져 있으니, 매일 병원을 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확한 병명 진단은 없었다. 침·부황·한약재 위주의 치료가 보름 넘게 이어졌다. 그리고 3주째가 되는 날 소년은 피를 토했다.

곧바로 탄자니아 공공병원으로 옮겨졌다. 탄자니아 병원은 소년이 결핵을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3주간 북한병원에서 시간을 허비한 탓에, 결핵은 3기까지 진행됐다.

치료 2년째가 되는 지금 소년의 몸 상태는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예전처럼 밖에서 활동하는 건 불가능하다. 소년은 "만약 그때 북한병원에서 치료받지 않았다면, 병이 이렇게까지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그런데 지난 6월 13일 소년의 아버지 사무실로 북한병원 관계자 5명이 들이닥쳤다. 소년 아버지가 북한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는 것을 북한병원에서 알게 됐기 때문이다.



북한병원 관계자들은 고압적인 자세로 30분 넘게 "당신이 의료 사고라는 걸 증명해 낼 자신 있느냐?"며 다그쳐 물었다. 소년의 아버지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면 내 아들의 진료 기록을 주면 해결될 일"이라며 맞받았다.

결국, 북한병원은 환자의 진료 기록을 내놓지 않았다. 진료 기록이 없거나, 환자의 정당한 정보제공에 응하지 않아도 불법이 된다.

소년의 아버지는 "5명이 함께 사무실로 찾아와 협박해 두려웠다"며 당시 심경을 밝혔다. 변호사인 이 아버지는 자신 아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의료사고 피해자들과 함께 북한병원들을 대상으로 공동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탄자니아 보건부는 북한병원을 단속하고, 행정처분을 내릴 책임이 있다.탄자니아 보건부는 북한병원을 단속하고, 행정처분을 내릴 책임이 있다.


북한병원의 무허가영업·거짓진료·탈세 정황을 포착한 KBS 보도 내용을 현재 탄자니아 보건당국도 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직 폐쇄명령을 받지 않은 Sun Dispensary의 경우 KBS의 영상이 단속의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탄자니아 현지 소식통은 전했다.

국토가 광범위한 데 비해 행정력이 부족한 탄자니아 국내 사정상, 폐쇄명령을 받은 북한병원이 불법영업을 할 가능성은 언제라도 열려있다. 자국민들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탄자니아 정부의 지속적인 단속이 가장 중요하다.

[연관기사]
☞ [뉴스9] “엉터리 처방까지”…비정한 北 의료진
☞ [뉴스9] 탄자니아 北 병원 ‘결핵 오진’에 ‘협박’까지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 탄자니아 北 병원, 폐쇄 조치에도 ‘나몰라라’
    • 입력 2016-06-26 16:07:26
    • 수정2016-06-27 08:42:49
    취재후·사건후
"'외화벌이'를 위해 외국에 파견된 북한 출신 노동자들은 보통 저임금의 고통에 허덕입니다. 북한 당국으로부터, 또 현지 고용주로부터 착취당하는 거죠. 하지만 탄자니아에 파견된 북한 의료진의 경우는 다릅니다. 전문 의학지식을 악용해, 반대로 탄자니아 시민들을 착취하고 있으니까요." -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탄자니아 내에 설립된 북한병원은 모두 13곳이다. 1991년 탄자니아 정부의 도움으로 인가를 받은 이래 꾸준히 규모를 늘려왔다. 그런데 최근 현지 보건 당국이 북한병원의 불법의료행위에 '철퇴'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달까지 다르에스살람 내 북한병원 3곳이 '폐쇄명령'을 받았고, KBS 취재 결과 이달 들어서도 지방 도시 아루샤에서 1곳이 더 폐쇄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으로 단속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탄자니아 보건부, "불시점검 계속..관용은 없다" 지난 4월 15일 하미시 키관갈라(Hamisi Kigwangalla) 탄자니아 보건부 차관이 현지 취재진들을 대동한 채 북한병원 2곳을 급습했다. 엉터리 진료와 가짜 약 판매 등으로 시민들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무허가 의료장비가 추가로 발견됐고, 북한 의료진 몇몇은 취업허가 없이 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의료진은 "이 병원은 탄자니아 여당(CCM)이 지분을 투자한 곳이다. 손댈 수 없다"며 적반하장 식 대응을 했다. 하지만 보건부 차관은 "당에 확인해 봤는데 더는 아니라더라. 즉시 폐쇄 조치한다"고 응답했다. 키관갈라 차관은 CCM 출신 정치인이다. KBS는 탄자니아 정부의 단속 시점으로부터 2달이 지난 뒤 북한병원 취재에 들어갔다. 최근 북한 핵무기 개발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 제재가 강화되는 시점에서 '자금줄'인 북한병원들이 실제 문을 닫았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폐쇄명령' 北 병원..'몰래 영업'으로 전환 탄자니아 최대도시 다르에스살람 중심가에는 폐쇄 조치된 북한병원이 있다. 근처에 이슬람 사원까지 있어 유동 인구가 특히 많다. 이미 '폐쇄됐어야 할' 이 병원으로 진입을 시도해봤다. 북한병원이 고용한 탄자니아인이 진료소 입구에서 환자의 신원을 철저히 확인했다. 단속 후 유일하게 달라진 풍경이다. 또다시 닥칠지 모르는 탄자니아 정부의 단속을 피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신원 확인을 마친 뒤 병원 내부로 들어서자, 휑한 공간에 북한 의료진이 진료를 계속하고 있었다. 병원 주변에서 일하는 한 상인 역시 "북한병원은 계속 영업 중이다. 나도 최근에 진료받은 적 있다"며 답했다. 다르에스살람 시내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2달간 배짱 좋게 영업을 계속하고 있었던 셈이다. 다르에스살람 외곽 음베지 해변의 북한 병원이다. 지난 5월 탄자니아 정부의 추가 단속으로 폐쇄조치됐다. 정문에 "5월 20일 영업을 종료한다"고 적어놓은 다르에스살람 외곽의 또 다른 북한병원이다. 지난달 탄자니아 정부에 의해 추가로 폐쇄조치 됐다. 그런데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입구가 살짝 열려있다. 내부로 들어갔더니 창문이 활짝 열려있다. 병원 문을 두드리니 30대 중후반 남짓의 여성 북한 의료진이 나온다. 처음 방문하는 환자에게 "지금 진료하지 않는다"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말한다. 하지만 다시 "정말 진료를 받을 수 없느냐"고 묻자, 환자의 전화번호를 물었다. "오후 4시에 전화할 테니 그때 오라"고 덧붙였다. 대북 제재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북한의 현재 사정을 고려할 때, 북한병원들이 탄자니아 정부의 '폐쇄명령'을 준수할 여건이 안 되는 건 분명했다. 그렇다면 아직 폐쇄 조치되지 않은 병원들은 얼마나 무리하게 영업을 하고 있을까. "폐쇄 안 된 北 병원도 마찬가지"..'거짓진료'에 '탈세' 정황 현재 정상 영업 중인 북한 병원, Sun Dispensary(태양 진료소) 다르에스살람 외곽의 Sun Dispensary를 찾았다. 태양 진료소라는 뜻인데, 여기서 태양은 김일성을 뜻한다. 병원 마당에서 곧바로 상담이 진행된다. 상담 때 빠지지 않고 묻는 게 두 가지 있다. 하나, 어디가 아픈지. 둘, 돈은 있는지. 돈이 있는 환자들은 건물 내부의 진료소로 안내받는다. 앉자마자 기계와 연결된 금속 손잡이를 환자에게 건네준다. 건강검진 때나, 헬스장에서 체지방·몸무게 등을 젤 때 쓰는 기구와 비슷하게 생겼다. 2~3분이 넘지 않는 검사를 마친 뒤, 북한 의사는 "환자의 혈관이 거의 막혔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심장이 좋지 않으니 약을 사 먹어야 하고, 관절도 모조리 엉망"이라고 겁을 준다. 하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종합 진단을 할 수 있는 검사 기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혈관이 막힌 것을 확인하려면 초음파·CT 등 영상 기기가 필요하다.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고지혈증 검사도 해야 한다. 이런 검사 없이 진단하는 것은 의학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결국, 거짓 진단을 한 셈이다. 북한병원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환자 병을 부풀려, 값비싼 약을 사게 하거나 진료를 받게 한다. 취재진과 동행한 환자는 이 거짓 진료를 받는데 15달러, 우리 돈으로 1만 7천 원 돈을 썼다. 탄자니아 국민 평균 월수입 150달러의 1/10이다. 이런 식으로 북한병원이 탄자니아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한해 최소 100만 달러다. 진료를 마친 뒤 영수증을 요구했다. 그런데 다짜고짜 화를 낸다. 영수증을 발급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곧바로 다툼이 일어났고, 급기야 다른 의사가 와 중재에 나선다. "잠깐만 기다리라"고 환자를 달랜 뒤, 의료진끼리 한국말로 대화를 나눈다. "영수증 발급 안 해줬다고 문제가 될 것 없잖아요?" "문제가 되지 왜 안 돼, 안 되긴. 그냥 환자 이름 쓰지 말고 '검사받는 비용 얼마' 이렇게 하면 되지." 결국 "영수증을 받으려면 오늘 저녁이나 내일 오라"며 환자를 병원에서 쫓아낸다. 명백한 탈세다. '오진'에 '협박'까지.."보건당국 추가 단속해야!"  북한병원 의료사고 피해자. ‘결핵’ 오진으로 현재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거짓진료와 처방이 잇따르면서 의료사고 피해자도 속출하고 있다. KBS는 북한병원으로부터 진료를 받은 뒤, 수년째 후유증을 앓고 있는 소년과 인터뷰했다. 올해 19살인 이 소년은 기침이 멈추지 않아, 2년 전 북한병원을 찾았다. 간단한 신체검사 뒤에 북한 의사는 "몸에 바이러스가 잔뜩 퍼져 있으니, 매일 병원을 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확한 병명 진단은 없었다. 침·부황·한약재 위주의 치료가 보름 넘게 이어졌다. 그리고 3주째가 되는 날 소년은 피를 토했다. 곧바로 탄자니아 공공병원으로 옮겨졌다. 탄자니아 병원은 소년이 결핵을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3주간 북한병원에서 시간을 허비한 탓에, 결핵은 3기까지 진행됐다. 치료 2년째가 되는 지금 소년의 몸 상태는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예전처럼 밖에서 활동하는 건 불가능하다. 소년은 "만약 그때 북한병원에서 치료받지 않았다면, 병이 이렇게까지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그런데 지난 6월 13일 소년의 아버지 사무실로 북한병원 관계자 5명이 들이닥쳤다. 소년 아버지가 북한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는 것을 북한병원에서 알게 됐기 때문이다. 북한병원 관계자들은 고압적인 자세로 30분 넘게 "당신이 의료 사고라는 걸 증명해 낼 자신 있느냐?"며 다그쳐 물었다. 소년의 아버지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면 내 아들의 진료 기록을 주면 해결될 일"이라며 맞받았다. 결국, 북한병원은 환자의 진료 기록을 내놓지 않았다. 진료 기록이 없거나, 환자의 정당한 정보제공에 응하지 않아도 불법이 된다. 소년의 아버지는 "5명이 함께 사무실로 찾아와 협박해 두려웠다"며 당시 심경을 밝혔다. 변호사인 이 아버지는 자신 아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의료사고 피해자들과 함께 북한병원들을 대상으로 공동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탄자니아 보건부는 북한병원을 단속하고, 행정처분을 내릴 책임이 있다. 북한병원의 무허가영업·거짓진료·탈세 정황을 포착한 KBS 보도 내용을 현재 탄자니아 보건당국도 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직 폐쇄명령을 받지 않은 Sun Dispensary의 경우 KBS의 영상이 단속의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탄자니아 현지 소식통은 전했다. 국토가 광범위한 데 비해 행정력이 부족한 탄자니아 국내 사정상, 폐쇄명령을 받은 북한병원이 불법영업을 할 가능성은 언제라도 열려있다. 자국민들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탄자니아 정부의 지속적인 단속이 가장 중요하다. [연관기사] ☞ [뉴스9] “엉터리 처방까지”…비정한 北 의료진 ☞ [뉴스9] 탄자니아 北 병원 ‘결핵 오진’에 ‘협박’까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