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어선, 한강까지 넘본다

입력 2016.06.26 (22:43) 수정 2016.06.27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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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녹취> "귀측은 군사정전위원회 통제구역에서 조업 중이다. 한강 하구에서 즉시 퇴거하지 않으면 이후 발생하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귀측에 있다."

<인터뷰> 배경수(볼음도 어민) : "중국 배 나타나기 전에는 꽃게 치어들이 많아가지고 그냥 바다에 놔주는 게 하루 일과고 그랬는데, 중국 배가 나타나면서부터는 치어 자체가 없어요."

<인터뷰> 문성묵(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북한이 간혹 중국 어선을 단속하기는 해요. 그런 단속을 빌미로 NLL을 침범하는데, 북한 함정이 단속하는 중국 배는 입어료를 안 낸 중국 배예요."

<오프닝>

여기 모여있는 배들은 우리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다 나포된 중국 어선들입니다.

이곳에 모두 20여 척의 배가 압류돼 있는데요, 배 안에는 꽃게나 조개를 잡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강화도 인근 한강 하구에까지 중국 어선들이 나타나 군 작전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 어선들은 우리 해역을 어떻게 침범하고 있고, 우리 어민들은 얼마나 피해를 받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연평도 부근 서해 해상, 중국 불법 조업 어선을 우리 해경 고속단정이 뒤쫓고 있습니다.

<녹취> "계속 도주 중에 있음! 중국 어선 거의 접근!"

시속 60km 속도로 계속되는 추격전.

도주하던 중국 어선이 가시권에 들어옵니다.

<녹취> "멈춰라. 우리는 한국 해양경찰이다. 멈추지 않으면 발포하겠다. 멈추지 않으면 발포하겠다."

중국 어선이 멈춰섰고 해경이 올라타 수색을 실시합니다.

배 뒤편에서 발견되는 젖은 그물.

북방한계선, NLL 남측 우리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어선 그물이 젖어있는 것으로 보아 조업을 한 흔적으로 사료됨.

과거 중국 어선들은 불법 조업을 단속하는 우리 해경에게 쇠창살 등 흉기를 휘두르며 격렬하게 저항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선원들이 휘두른 흉기에 우리 해경이 목숨을 잃기까지 했습니다.

해경은 최근 중국 어민들은 극렬한 저항보다는 북쪽으로 도주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습니다.

일단, NLL을 넘어 북한수역까지만 가면 더 이상 추적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은호(해경 해상특수기동대원) : "(선실) 문을 열다가 열다가 못해서 NLL이 너무 가까워졌으니까 포기하라 해서 바로 그냥 (중국 어선에서) 뛰어내린 적도 있었습니다."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에 올라탄 해경 대원이 잠긴 선실 문을 잘라내고 있습니다.

중국 어선이 해경 대원을 태운 채 문을 잠그고 NLL을 향해 도주를 시도하자 비상수단을 동원한 겁니다.

<인터뷰> 김은호(해경 해상특수기동대원) : "중국어선을 맞닥뜨리면 대충 거리는 NLL까지는 한 2마일(3.5km) 정도 남습니다. 짧으면 3분, 길면 10분 안에 등선해서부터 나포 완료까지 그 정도 시간밖에 없기 때문에."

NLL에서 1.4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연평도.

중국 어선들의 모습이 육안으로도 확인됩니다.

망원렌즈로 당겨 보면 그물을 당기는 선원의 모습까지 보입니다.

이 그물이 바로 바다 바닥을 쓸며 물고기를 싹쓸이하는 저인망입니다.

저인망은 자루 모양의 그물을 바다 밑바닥까지 내려 배로 끌면서 물고기를 잡는 방식으로 어장 훼손 우려 때문에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이달 들어 많게는 하루 300척이 넘는 중국 어선이 우리 서해로 들어와 제철을 맞은 꽃게와 조개 등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였습니다.

지난 5일 새벽 조업에 나선 우리 어선 5척이 직접 중국 어선 2척을 나포한 것도 이 같은 횡포를 참다 못해섭니다.

<녹취> "알배기까지 다 잡았어. 알배기, 까봐 까봐. 알배기도 다 잡았네. 뭐해 사진 찍어놔."

강화도에서 뱃길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작은 섬 볼음도.

김포에서 30㎞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지난해부터는 이곳 해역에서도 중국 어선들이 불법 조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내륙과 그리 멀지 않은 이곳까지 중국 어선들은 어떻게 들어오는 것일까?

군사분계선이 끝나는 임진강 하구.

다시 한강 하구를 따라 강화도와 교동도를 지나 볼음도 앞바다까지.

60여 킬로미터에 이르는 이 해역이 1953년 정전협정 당시 설정된 중립수역입니다.

남북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없도록 군사정전위원회가 관리하고 있는 곳입니다.

<인터뷰> 문성묵(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비무장지대나 다름없는 거죠. 왜냐면 거기는 제한된 인원의 민정 경찰만 다닐 수 있고, 민정 경찰의 무장도 개인화기에 한정시켜놨기 때문에 그만큼 군사적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그런 조치이고."

연평어장을 이미 점령하다시피 한 중국 어선들이 새로운 어장을 찾아 한강 하구까지 몰려든 것입니다.

남북한 모두 조업을 할 수 없는 중립수역이라는 점을 노린 겁니다.

<인터뷰> 임양재(서해수산연구소 연구관) : "(연평도 부근) 좁은 수역에서 경쟁적 조업을 하다 보니까 그쪽 지역을 피하는 어선들이 일부 어선들이 갈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상대적으로 그쪽 지역이 그동안 이용하지 않은 어장이기 때문에 어종의 양도 우리가 조업하는 지역보다는 많을 수 있을 것 같고."

중국 어선 수십 척이 한강 하구까지 몰려들자 우리 군과 해경으로 구성된 민정 경찰이 사상 첫 단속 작전을 벌였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 섬이 볼음도입니다.

지난 14일 중국어선이 두척이 민정 경찰에 나포된 곳이 바로 저 섬 너머 해역인데요, 우리 어선들은 어로한계선 때문에 지나다닐 수 없는 해역이지만 중국 어선들은 밤낮으로 불법 조업을 계속해왔습니다.

어선으로는 갈 수 없는 곳.

멀리 민정 경찰의 고속단정이 보이는 해역이 바다 위의 비무장지대, 중립수역입니다.

단속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볼음도에는 해군 대형 공기부양정이 급파돼 북한군 도발 등의 상황에 대비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한강 하구에까지 중국 어선이 나타난 것은 북한이 허가를 내줬기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문성묵(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북한 측에서 일정한 입어료, 일정한 대가를 받고 중국 어선이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을까 추정을 해보는데, 왜냐면 북한이 단속을 안 했으니까. 거기에 들어오는 중국 배들을 단속 안 했다는 말이죠."

북한이 우리 민정 경찰의 단속 작전을 군사 도발이라며 비난하면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은 언급하지 않은 점도 이 같은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문성묵(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북한이 간혹 중국 어선을 단속하기는 해요. 그런 단속을 빌미로 NLL을 침범하는데, 북한 함정이 단속하는 중국 배는 입어료를 안 낸 중국 배예요. 북한 군부에서 볼 때는 그게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이죠."

나포된 중국 어선은 해경이 민간 업체에 위탁해 보관합니다.

한 척에 최대 2억 원의 담보금을 내면 중국에 배를 돌려주지만 선주가 배를 포기하면 보관료와 폐선 비용에 한 척 당 5천여만 원의 예산이 들어갑니다.

군과 해경은 중국 어선이 우리 해역에서 물러날 때까지 단속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단속이 계속되고 봄철 성어기도 끝나가면서 현재는 연평도와 한강 하구의 중국 어선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민들로서는 이미 봄철 조업을 망친 셈이라고 말합니다.

동틀 무렵 볼음도 어민과 함께 어선을 타고 인근 어장으로 나가봤습니다.

예년 같으면 요즘은 꽃게가 그물을 뒤덮을 만큼 잡혀야 할 성어기입니다.

그러나, 300m 길이 그물에 걸린 꽃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인터뷰> 배경수(볼음도 어민) : "없다고 봐야죠, 이제. 이삭 줍는 거죠, 이삭. 여기서 알 가진 건 다 살려주고 수캐나숫놈이나 잡는 거죠. 작년엔 좀 치어들이 많았는데 이제 치어가 없어가지고 이제 참 걱정이죠."

볼음도 어민들은 봄 꽃게잡이를 사실상 포기했습니다.

요즘은 그나마 중국 저인망에 덜 걸리는 병어잡이가 주업이 되다시피 했습니다.

<인터뷰> 배경수(볼음도 어민) : "차라리 북한 어민들이 내려와서 잡는다고 그러면 같은 동포니까 이해가 가지만 외국 배들이 와가지고 다 잡아가는 건 내버려두고 우리는 굶어 죽으라고."

어민들은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배경수(볼음도 어민) : "야간에도 조업을, 철에 따라 새우젓, 가을에 두어 달 하고 병어 잡을 때 그때만이라도 풀어주든지 아니면 어로한계선을 좀 대폭 완화시켜 가지고."

자치단체에서는 북한 어민이 잡은 꽃게 등을 우리 어민이 구입하는 해상 시장, 이른바 '평화 파시'를 설치해줄 것을 중앙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정재덕(인천시 해양항공국장) : "북한 어민들이 잡은 수산물을 공동으로 판매함으로써 그 판매에 따른 이득금이 연평도 어민들과 북한 어민들한테 가고 또한 공동으로 판매함으로써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자국 어장이 황폐화된 중국 어선들은 우리 해역은 물론, 남미와 아프리카에서까지 불법 조업을 하며 국제적인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가을 성어기가 시작되는 9월, 중국 어선들은 다시 수백 척씩 떼를 지어 우리 해역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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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어선, 한강까지 넘본다
    • 입력 2016-06-26 23:14:22
    • 수정2016-06-27 01:49:40
    취재파일K
<프롤로그>

<녹취> "귀측은 군사정전위원회 통제구역에서 조업 중이다. 한강 하구에서 즉시 퇴거하지 않으면 이후 발생하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귀측에 있다."

<인터뷰> 배경수(볼음도 어민) : "중국 배 나타나기 전에는 꽃게 치어들이 많아가지고 그냥 바다에 놔주는 게 하루 일과고 그랬는데, 중국 배가 나타나면서부터는 치어 자체가 없어요."

<인터뷰> 문성묵(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북한이 간혹 중국 어선을 단속하기는 해요. 그런 단속을 빌미로 NLL을 침범하는데, 북한 함정이 단속하는 중국 배는 입어료를 안 낸 중국 배예요."

<오프닝>

여기 모여있는 배들은 우리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다 나포된 중국 어선들입니다.

이곳에 모두 20여 척의 배가 압류돼 있는데요, 배 안에는 꽃게나 조개를 잡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강화도 인근 한강 하구에까지 중국 어선들이 나타나 군 작전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 어선들은 우리 해역을 어떻게 침범하고 있고, 우리 어민들은 얼마나 피해를 받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연평도 부근 서해 해상, 중국 불법 조업 어선을 우리 해경 고속단정이 뒤쫓고 있습니다.

<녹취> "계속 도주 중에 있음! 중국 어선 거의 접근!"

시속 60km 속도로 계속되는 추격전.

도주하던 중국 어선이 가시권에 들어옵니다.

<녹취> "멈춰라. 우리는 한국 해양경찰이다. 멈추지 않으면 발포하겠다. 멈추지 않으면 발포하겠다."

중국 어선이 멈춰섰고 해경이 올라타 수색을 실시합니다.

배 뒤편에서 발견되는 젖은 그물.

북방한계선, NLL 남측 우리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어선 그물이 젖어있는 것으로 보아 조업을 한 흔적으로 사료됨.

과거 중국 어선들은 불법 조업을 단속하는 우리 해경에게 쇠창살 등 흉기를 휘두르며 격렬하게 저항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선원들이 휘두른 흉기에 우리 해경이 목숨을 잃기까지 했습니다.

해경은 최근 중국 어민들은 극렬한 저항보다는 북쪽으로 도주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습니다.

일단, NLL을 넘어 북한수역까지만 가면 더 이상 추적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은호(해경 해상특수기동대원) : "(선실) 문을 열다가 열다가 못해서 NLL이 너무 가까워졌으니까 포기하라 해서 바로 그냥 (중국 어선에서) 뛰어내린 적도 있었습니다."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에 올라탄 해경 대원이 잠긴 선실 문을 잘라내고 있습니다.

중국 어선이 해경 대원을 태운 채 문을 잠그고 NLL을 향해 도주를 시도하자 비상수단을 동원한 겁니다.

<인터뷰> 김은호(해경 해상특수기동대원) : "중국어선을 맞닥뜨리면 대충 거리는 NLL까지는 한 2마일(3.5km) 정도 남습니다. 짧으면 3분, 길면 10분 안에 등선해서부터 나포 완료까지 그 정도 시간밖에 없기 때문에."

NLL에서 1.4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연평도.

중국 어선들의 모습이 육안으로도 확인됩니다.

망원렌즈로 당겨 보면 그물을 당기는 선원의 모습까지 보입니다.

이 그물이 바로 바다 바닥을 쓸며 물고기를 싹쓸이하는 저인망입니다.

저인망은 자루 모양의 그물을 바다 밑바닥까지 내려 배로 끌면서 물고기를 잡는 방식으로 어장 훼손 우려 때문에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이달 들어 많게는 하루 300척이 넘는 중국 어선이 우리 서해로 들어와 제철을 맞은 꽃게와 조개 등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였습니다.

지난 5일 새벽 조업에 나선 우리 어선 5척이 직접 중국 어선 2척을 나포한 것도 이 같은 횡포를 참다 못해섭니다.

<녹취> "알배기까지 다 잡았어. 알배기, 까봐 까봐. 알배기도 다 잡았네. 뭐해 사진 찍어놔."

강화도에서 뱃길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작은 섬 볼음도.

김포에서 30㎞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지난해부터는 이곳 해역에서도 중국 어선들이 불법 조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내륙과 그리 멀지 않은 이곳까지 중국 어선들은 어떻게 들어오는 것일까?

군사분계선이 끝나는 임진강 하구.

다시 한강 하구를 따라 강화도와 교동도를 지나 볼음도 앞바다까지.

60여 킬로미터에 이르는 이 해역이 1953년 정전협정 당시 설정된 중립수역입니다.

남북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없도록 군사정전위원회가 관리하고 있는 곳입니다.

<인터뷰> 문성묵(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비무장지대나 다름없는 거죠. 왜냐면 거기는 제한된 인원의 민정 경찰만 다닐 수 있고, 민정 경찰의 무장도 개인화기에 한정시켜놨기 때문에 그만큼 군사적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그런 조치이고."

연평어장을 이미 점령하다시피 한 중국 어선들이 새로운 어장을 찾아 한강 하구까지 몰려든 것입니다.

남북한 모두 조업을 할 수 없는 중립수역이라는 점을 노린 겁니다.

<인터뷰> 임양재(서해수산연구소 연구관) : "(연평도 부근) 좁은 수역에서 경쟁적 조업을 하다 보니까 그쪽 지역을 피하는 어선들이 일부 어선들이 갈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상대적으로 그쪽 지역이 그동안 이용하지 않은 어장이기 때문에 어종의 양도 우리가 조업하는 지역보다는 많을 수 있을 것 같고."

중국 어선 수십 척이 한강 하구까지 몰려들자 우리 군과 해경으로 구성된 민정 경찰이 사상 첫 단속 작전을 벌였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 섬이 볼음도입니다.

지난 14일 중국어선이 두척이 민정 경찰에 나포된 곳이 바로 저 섬 너머 해역인데요, 우리 어선들은 어로한계선 때문에 지나다닐 수 없는 해역이지만 중국 어선들은 밤낮으로 불법 조업을 계속해왔습니다.

어선으로는 갈 수 없는 곳.

멀리 민정 경찰의 고속단정이 보이는 해역이 바다 위의 비무장지대, 중립수역입니다.

단속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볼음도에는 해군 대형 공기부양정이 급파돼 북한군 도발 등의 상황에 대비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한강 하구에까지 중국 어선이 나타난 것은 북한이 허가를 내줬기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문성묵(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북한 측에서 일정한 입어료, 일정한 대가를 받고 중국 어선이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을까 추정을 해보는데, 왜냐면 북한이 단속을 안 했으니까. 거기에 들어오는 중국 배들을 단속 안 했다는 말이죠."

북한이 우리 민정 경찰의 단속 작전을 군사 도발이라며 비난하면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은 언급하지 않은 점도 이 같은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문성묵(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북한이 간혹 중국 어선을 단속하기는 해요. 그런 단속을 빌미로 NLL을 침범하는데, 북한 함정이 단속하는 중국 배는 입어료를 안 낸 중국 배예요. 북한 군부에서 볼 때는 그게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이죠."

나포된 중국 어선은 해경이 민간 업체에 위탁해 보관합니다.

한 척에 최대 2억 원의 담보금을 내면 중국에 배를 돌려주지만 선주가 배를 포기하면 보관료와 폐선 비용에 한 척 당 5천여만 원의 예산이 들어갑니다.

군과 해경은 중국 어선이 우리 해역에서 물러날 때까지 단속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단속이 계속되고 봄철 성어기도 끝나가면서 현재는 연평도와 한강 하구의 중국 어선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민들로서는 이미 봄철 조업을 망친 셈이라고 말합니다.

동틀 무렵 볼음도 어민과 함께 어선을 타고 인근 어장으로 나가봤습니다.

예년 같으면 요즘은 꽃게가 그물을 뒤덮을 만큼 잡혀야 할 성어기입니다.

그러나, 300m 길이 그물에 걸린 꽃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인터뷰> 배경수(볼음도 어민) : "없다고 봐야죠, 이제. 이삭 줍는 거죠, 이삭. 여기서 알 가진 건 다 살려주고 수캐나숫놈이나 잡는 거죠. 작년엔 좀 치어들이 많았는데 이제 치어가 없어가지고 이제 참 걱정이죠."

볼음도 어민들은 봄 꽃게잡이를 사실상 포기했습니다.

요즘은 그나마 중국 저인망에 덜 걸리는 병어잡이가 주업이 되다시피 했습니다.

<인터뷰> 배경수(볼음도 어민) : "차라리 북한 어민들이 내려와서 잡는다고 그러면 같은 동포니까 이해가 가지만 외국 배들이 와가지고 다 잡아가는 건 내버려두고 우리는 굶어 죽으라고."

어민들은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배경수(볼음도 어민) : "야간에도 조업을, 철에 따라 새우젓, 가을에 두어 달 하고 병어 잡을 때 그때만이라도 풀어주든지 아니면 어로한계선을 좀 대폭 완화시켜 가지고."

자치단체에서는 북한 어민이 잡은 꽃게 등을 우리 어민이 구입하는 해상 시장, 이른바 '평화 파시'를 설치해줄 것을 중앙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정재덕(인천시 해양항공국장) : "북한 어민들이 잡은 수산물을 공동으로 판매함으로써 그 판매에 따른 이득금이 연평도 어민들과 북한 어민들한테 가고 또한 공동으로 판매함으로써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자국 어장이 황폐화된 중국 어선들은 우리 해역은 물론, 남미와 아프리카에서까지 불법 조업을 하며 국제적인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가을 성어기가 시작되는 9월, 중국 어선들은 다시 수백 척씩 떼를 지어 우리 해역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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