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우리 부처님, 아프리카 간다

입력 2016.06.27 (06:07) 수정 2016.07.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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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4일 조계종 총무원 한국불교역사문화 기념관. 비로자나부처님과 석가모니 부처님, 그리고 석가모니 탄생 부처님에 대한 점안식이 열렸다. 점안식은 불상을 만들거나 불화를 그리고 나서,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려 넣는 의식이다.

불상은 이 의식을 가진 뒤에야 비로소 부처님으로서의 생명력을 갖게 된다. 이 부처님 안에는 오대양 육대주를 상징하는 복장물과 중국 최초의 사찰 백마사에서 신라 최초의 사찰 백련사로 모셨던 진신 사리 3과도 들어있다.

비로자나 부처님(좌)과 부처님 안에 들어간 복장물 (우)비로자나 부처님(좌)과 부처님 안에 들어간 복장물 (우)


한국 부처님 아프리카에 모셔진다

이 부처님들이 모셔질 곳은 동중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옛 수도 다르에스살람에 오는9월 초 개교 예정인 보리가람농업기술고등학교다. 이 학교는 조계종단 불교 공익재단인 '아름다운동행'이 아프리카 포교, 특히 청소년 포교를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짓고 있는 농업기술 고등학교다.

이날 점안식 참석자들은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의 위신력이 국경을 초월해 멀리 아프리카까지 전해져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리카인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고, 특히 아프리카 청소년들이 지혜의 싹을 틔워 미래의 희망을 키워나가길 기원했다.

대전 광제사 경원스님대전 광제사 경원스님


이 부처님들이 아프리카로 가게된 것은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불심을 전하겠다는 원력으로 불상을 기증한 대전 광제사 경원스님의 덕분이다. 경원스님은 지난해 10월 '화엄경' 1000일 사경 기도회향을 기념하는 고승유묵특별전인 '유심전'에서 까맣게 옻칠한 부처님을 관람했고, 그 때 불현듯 머릿속에 검은 피부의 아이들 생각이 떠올랐다고 한다.



아프리카는 불교 불모지

아프리카에는 기독교가 1세기경, 이슬람교가 7세기경에 전파된 곳으로 두 종교의 신자는 4억 명에 이르고 있으나 불교 신자는 아직 통계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숫자다. 한마디로 불교의 불모지다. 이런 곳이기에 우리 장인이 만든 부처님이 아프리카로 가기는 탄자니아 보리가람 농업기술고등학교에 모셔지는 부처님이 처음이다.

그만큼 우리 불교의 아프리카 포교는 이제 첫 걸음마 수준이다. 이 같은 사정은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 우리 이외에 아프리카 포교에 나선 것은 대만과 스리랑카뿐이고 이들도 우리보다 빨랐지만 2000년 대에 들어서야 포교를 시작했고 두 나라가 세운 사찰도 5개에 불과하다.

올 9월 초에 개교 예정인 보리가람농업기술고등학교. 농업 기술을 가르치며 우리 불교 전파할 계획이다.올 9월 초에 개교 예정인 보리가람농업기술고등학교. 농업 기술을 가르치며 우리 불교 전파할 계획이다.


2013년 현지조사를 시작으로 공사에 들어간 보리가람 농업기술고등학교는 오는 9월 초 개교를 목표로 현재 95%의 공사 진척을 보이고 있다고 '아름다운 동행'은 전한다. 이 학교는 3만여 평 대지에 120명 정도의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교실과 도서관 교무실 화장실 등의 기본적인 학교 시설을 갖추게 된다.

현재 학교 운영을 책임질 스님을 확정한 가운데 탄자니아 청소년에게 농업기술을 전수하면서 부처님의 가르침도 전파할 직원 채용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완공을 앞둔 보리가람농업기술고 완공을 앞둔 보리가람농업기술고


글로벌 차원의 포교…우리 문화 전수도

1,600여 년 전 중국으로부터 불교를 전수한 우리나라가 불교의 불모지로 남아 있던 아프리카에까지 불법 전파에 나선 것은 불교 포교 역사상 글로벌 차원의 포교를 완수하고, 불교에 녹아 있는 우리 문화를 전한다는 의미를 가진 큰 사건이다.

경주 흥륜사에 있는 이차돈 영정(좌)과 이차돈 순교비(우)경주 흥륜사에 있는 이차돈 영정(좌)과 이차돈 순교비(우)


우리나라에 불교가 처음 들어온 것은 삼국시대 고구려 소수림왕 2년 서기 372년이다. 중국 주나라 때 제후국의 하나였다가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나라 왕 부견이 승려 순도를 보내 불상과 경전을 전하면서 우리 불교가 시작됐다.

백제의 불교는 고구려보다 12년 늦게 들어왔다. 침류왕 1년 서기 384년에 인도의 승려 마라난타가 동진으로부터 건너왔다. 지리적으로 중국에서 멀었던 신라에는 백제보다 수십 년 늦은 눌지왕 (재위 417- 458) 때 고구려로부터 불교가 들어왔으나 이차돈의 순교 이전까지는 은밀하게 전해졌다.

찬란한 문화유산 남긴 한국 불교



우리나라 불교는 자비와 지혜 광명이라는 부처님 가르침을 민족의 정신 자산으로 배양하고, 화두 참선으로 고양하는 한편, 나라 안으로는 불국사와 석굴암, 팔만대장경이라는 인류문화유산을 남겼다.

조선 시대에는 숭유억불 정책의 억압 속에서도 승병을 조직해 외적과 싸우는 호국불교의 전통을 세웠다. 밖으로는 고구려 승려 담징이 일본으로 건너가 법륭사 벽화를 남겼고, 백제는 고구려보다 일찍 일본에 많은 승려를 보내 일본 불교의 기반을 닦았다.

최근에는 우리 불교의 전통 수행 방법인 화두 참선이 복잡한 문명 생활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체험이 널리 알려지면서 명상의 한 방법으로 세계적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점안식을 마친 세분의 부처님은 온화한 미소와 구족한 얼굴로 자비와 지혜의 광명을 전할 아프리카 탄자니아로 출발했다.

예정대로 보리가람 농업기술고등학교 개교가 이뤄진다면 오는 9월 초 우리 부처님을 모시고 탄자니아 학생과 주민들이 우리 스님의 집전으로 예불을 할 수 있게 된다.
원효대사 제향대제 원효대사 제향대제


시간이 지나면 탄자니아 학생들도 우리말 예불문 반야심경 천수경 금강경을 염송하면서 연기법과 사성제 팔정도를 화두로 들고 진리 탐구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더 시간이 흐르면 이들 가운데 아프리카의 원효와 의천, 만해, 성철 같은 큰 스님도 나올 것이다. 어쩌면 구도승을 모델로 한 단편 소설 '등신불'을 쓴 김동리 같은 작가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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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플러스] 우리 부처님, 아프리카 간다
    • 입력 2016-06-27 06:07:08
    • 수정2016-07-20 16: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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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4일 조계종 총무원 한국불교역사문화 기념관. 비로자나부처님과 석가모니 부처님, 그리고 석가모니 탄생 부처님에 대한 점안식이 열렸다. 점안식은 불상을 만들거나 불화를 그리고 나서,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려 넣는 의식이다.

불상은 이 의식을 가진 뒤에야 비로소 부처님으로서의 생명력을 갖게 된다. 이 부처님 안에는 오대양 육대주를 상징하는 복장물과 중국 최초의 사찰 백마사에서 신라 최초의 사찰 백련사로 모셨던 진신 사리 3과도 들어있다.

비로자나 부처님(좌)과 부처님 안에 들어간 복장물 (우)

한국 부처님 아프리카에 모셔진다

이 부처님들이 모셔질 곳은 동중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옛 수도 다르에스살람에 오는9월 초 개교 예정인 보리가람농업기술고등학교다. 이 학교는 조계종단 불교 공익재단인 '아름다운동행'이 아프리카 포교, 특히 청소년 포교를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짓고 있는 농업기술 고등학교다.

이날 점안식 참석자들은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의 위신력이 국경을 초월해 멀리 아프리카까지 전해져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리카인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고, 특히 아프리카 청소년들이 지혜의 싹을 틔워 미래의 희망을 키워나가길 기원했다.

대전 광제사 경원스님

이 부처님들이 아프리카로 가게된 것은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불심을 전하겠다는 원력으로 불상을 기증한 대전 광제사 경원스님의 덕분이다. 경원스님은 지난해 10월 '화엄경' 1000일 사경 기도회향을 기념하는 고승유묵특별전인 '유심전'에서 까맣게 옻칠한 부처님을 관람했고, 그 때 불현듯 머릿속에 검은 피부의 아이들 생각이 떠올랐다고 한다.



아프리카는 불교 불모지

아프리카에는 기독교가 1세기경, 이슬람교가 7세기경에 전파된 곳으로 두 종교의 신자는 4억 명에 이르고 있으나 불교 신자는 아직 통계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숫자다. 한마디로 불교의 불모지다. 이런 곳이기에 우리 장인이 만든 부처님이 아프리카로 가기는 탄자니아 보리가람 농업기술고등학교에 모셔지는 부처님이 처음이다.

그만큼 우리 불교의 아프리카 포교는 이제 첫 걸음마 수준이다. 이 같은 사정은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 우리 이외에 아프리카 포교에 나선 것은 대만과 스리랑카뿐이고 이들도 우리보다 빨랐지만 2000년 대에 들어서야 포교를 시작했고 두 나라가 세운 사찰도 5개에 불과하다.

올 9월 초에 개교 예정인 보리가람농업기술고등학교. 농업 기술을 가르치며 우리 불교 전파할 계획이다.

2013년 현지조사를 시작으로 공사에 들어간 보리가람 농업기술고등학교는 오는 9월 초 개교를 목표로 현재 95%의 공사 진척을 보이고 있다고 '아름다운 동행'은 전한다. 이 학교는 3만여 평 대지에 120명 정도의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교실과 도서관 교무실 화장실 등의 기본적인 학교 시설을 갖추게 된다.

현재 학교 운영을 책임질 스님을 확정한 가운데 탄자니아 청소년에게 농업기술을 전수하면서 부처님의 가르침도 전파할 직원 채용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완공을 앞둔 보리가람농업기술고

글로벌 차원의 포교…우리 문화 전수도

1,600여 년 전 중국으로부터 불교를 전수한 우리나라가 불교의 불모지로 남아 있던 아프리카에까지 불법 전파에 나선 것은 불교 포교 역사상 글로벌 차원의 포교를 완수하고, 불교에 녹아 있는 우리 문화를 전한다는 의미를 가진 큰 사건이다.

경주 흥륜사에 있는 이차돈 영정(좌)과 이차돈 순교비(우)

우리나라에 불교가 처음 들어온 것은 삼국시대 고구려 소수림왕 2년 서기 372년이다. 중국 주나라 때 제후국의 하나였다가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나라 왕 부견이 승려 순도를 보내 불상과 경전을 전하면서 우리 불교가 시작됐다.

백제의 불교는 고구려보다 12년 늦게 들어왔다. 침류왕 1년 서기 384년에 인도의 승려 마라난타가 동진으로부터 건너왔다. 지리적으로 중국에서 멀었던 신라에는 백제보다 수십 년 늦은 눌지왕 (재위 417- 458) 때 고구려로부터 불교가 들어왔으나 이차돈의 순교 이전까지는 은밀하게 전해졌다.

찬란한 문화유산 남긴 한국 불교



우리나라 불교는 자비와 지혜 광명이라는 부처님 가르침을 민족의 정신 자산으로 배양하고, 화두 참선으로 고양하는 한편, 나라 안으로는 불국사와 석굴암, 팔만대장경이라는 인류문화유산을 남겼다.

조선 시대에는 숭유억불 정책의 억압 속에서도 승병을 조직해 외적과 싸우는 호국불교의 전통을 세웠다. 밖으로는 고구려 승려 담징이 일본으로 건너가 법륭사 벽화를 남겼고, 백제는 고구려보다 일찍 일본에 많은 승려를 보내 일본 불교의 기반을 닦았다.

최근에는 우리 불교의 전통 수행 방법인 화두 참선이 복잡한 문명 생활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체험이 널리 알려지면서 명상의 한 방법으로 세계적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점안식을 마친 세분의 부처님은 온화한 미소와 구족한 얼굴로 자비와 지혜의 광명을 전할 아프리카 탄자니아로 출발했다.

예정대로 보리가람 농업기술고등학교 개교가 이뤄진다면 오는 9월 초 우리 부처님을 모시고 탄자니아 학생과 주민들이 우리 스님의 집전으로 예불을 할 수 있게 된다.
원효대사 제향대제

시간이 지나면 탄자니아 학생들도 우리말 예불문 반야심경 천수경 금강경을 염송하면서 연기법과 사성제 팔정도를 화두로 들고 진리 탐구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더 시간이 흐르면 이들 가운데 아프리카의 원효와 의천, 만해, 성철 같은 큰 스님도 나올 것이다. 어쩌면 구도승을 모델로 한 단편 소설 '등신불'을 쓴 김동리 같은 작가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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