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지방자치 21년…나눠먹거나 버리거나

입력 2016.06.30 (16:55) 수정 2016.07.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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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영남지역 자치 단체들의 힘겨루기가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제 3의 안으로 결정됐지만 아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김해공항 확장을 신공항으로 인정하는 문제부터 확장의 타당성 문제 등 난제가 여전히 가로 놓여있다.

학생들이 제 1회 지방선거 벽보를 보고 있다.학생들이 제 1회 지방선거 벽보를 보고 있다.


해당 지역 간의 갈등과 책임론 등 후폭풍도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역 발전을 내세운 지역 이기주의 한 모습이다. 이는 약관을 넘긴 지방자치제가 남긴 부작용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부산 김해공항부산 김해공항


7월 1일로 우리나라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된 지 21년째를 맞았다. 1995년 7월 1일자로 기초단체장까지 주민들의 손으로 뽑는 지방 자치제가 시행된 이후 풀뿌리 민주주의는 한 단계 발전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지역 이기주의 또한 강력해졌다. 많은 숙원 사업들이 상처만 남긴 채 서로 나눠먹기 식으로 결론이 나거나 아예 누구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지방자치제 이후 부작용도 속출

부산 강서구에 있는 김해공항에서 가까운 곳에 부산경남경마공원이라는 곳이 있다. 공식 명칭은 '렛츠런 파크 부산·경남'이다. 지방세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경마장이 핵심 시설이다. 그런데 이곳의 경주마들은 경주할 때마다 부산과 경남 경계를 반드시 넘나들어야 한다.

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 파크 부산경남) 경마 모습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 파크 부산경남) 경마 모습


말들이야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두 광역 자치단체 사이에 수년간에 걸친 치열한 힘겨루기 끝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경마장이 생기면서 행정구역이 인위적으로 조정됐기 때문이다. 두 시도는 경마장에서 나오는 연간 수백억 원의 마권세 등을 반반씩 나누어 거둔다.

마권세 나눠먹기 위한 기형 행정구역

어처구니없는 경계 조정으로 인해 산속에 있는 부산시 강서구 범방동의 행정구역이 바닷가에 있는 섬을 포함한 지역처럼 생겼다. 부두나 방파제가 있는 육지와 옆에 작은 섬이 속해 있는 것처럼 두 곳으로 나누어진 곳이 범방동의 행정구역 지도다.

포털 지도에서 확인한 부산 범방동의 기형적인 행정 구역(붉은 선 안쪽이 범방동 구역)  포털 지도에서 확인한 부산 범방동의 기형적인 행정 구역(붉은 선 안쪽이 범방동 구역)


2005년 9월 30일 개장된 이 경마 공원은 경주로 가운데를 경계로 부산과 경남으로 행정구역이 나뉜다. 당초 행정구역 상에는 경마장 전체가 부산시 강서구 범방동 쪽에 속하도록 설계됐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 승마장 설치를 명목으로 부산시가 경마장 유치를 추진했다. 이어 경상남도도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두 시도 간 치열한 경쟁 끝에 부산·경남공동경마장을 만드는 쪽으로 결론나게 된다.

산속의 섬... 최고의 게리맨더링 탄생

논란 속에 1999년 5월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가 경계조정 안에 최종 합의했다. 양측이 100만 제곱미터 가량의 땅을 주고 받는 쪽으로 타결됐다. 그나마 같은 여당 소속 자치단체장이어서 이 정도 선에서 합의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의 힘이 어느 정도 작용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동경마장 면적 약 125만 제곱미터를 절반씩 차지하고 경주로도 두 지역의 땅을 절반씩 사용하게 됐다. 경마장 경주로를 가로질러 시도 경계가 생기면서 행정구역이 기형적으로 변해버렸다. 유례를 찾기 힘든 나눠먹기다. 선거구 조정을 위한 '게리맨더링'은 비교 대상이 안될 정도이다.

'부산신항'이 '신항'이 된 이유

부산경남경마장에서 10km도 채 안 되는 거리에 부산 신항이 있다. 공식 명칭은 '신항'이다. 지역 명이 없는 보통 명사 '신항'이 부산신항의 국문 명칭이 된 것이다. 물론 영문명과 통상 명칭은 부산 신항으로 쓰기도 하지만 명칭을 둘러싼 수년간에 걸친 두 시도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벌어졌다.

부산과 경남 진해 사이에 걸친 ‘신항’을 ‘진해신항’ 또는 ‘부산. 진해신항’으로 정할 것을 요구하는 당시 진해시민들의 궐기대회 모습  2005.4.27. 부산과 경남 진해 사이에 걸친 ‘신항’을 ‘진해신항’ 또는 ‘부산. 진해신항’으로 정할 것을 요구하는 당시 진해시민들의 궐기대회 모습 2005.4.27.


부산신항은 부두와 배후도시의 경계도 기형적으로 나누어져 있다. 바다를 매립한 신항 땅을 놓고 부산시 강서구와 경남 창원시 진해구가 10년 가까이 소유권 분쟁을 벌였다.

결국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까지 가게 됐고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0년 6월 공유수면 매립전 해상 경계선을 기준으로 관할 구역 경계선을 설정하도록 했다.

부산 신항 관할 구역 나눠져 불편

이에 따라 같은 필지에 입주한 기업의 관할 행정기관이 부산 강서구와 경남 창원시로 분리돼 건축물 인·허가, 공과금 납부, 상하수도 연결 등에 있어 큰 불편이 잇따랐다. 특히 배후용지에 입주한 4개 업체와 부두에 입주한 1개업체의 사업장이 두 시도에 걸치게 됐고 부두의 선석도 두 시도가 공유하는 형태가 됐다.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2013년 4월 또다시 두 시도 간 주고받기 식으로 사선형이던 경계를 입주 기업의 위치에 따라 계단형으로 바꾸어 행정구역을 조정했다. 관할구역 조정으로 기존 2개 지자체로 관할구역이 나뉘어 있던 신항만 부두 1-2단계 3선석은 경남 창원시로, 1단계 3선석은 부산 강서구로 관할구역이 일원화됐다.

배후지역 입주기업들에 대해서도 각각 업체 땅의 생김새에 따라 관할 구역을 한쪽으로 정리했다. 나눠먹기식 조정은 마무리됐지만 여전히 행정 구역은 기형적이다. 업무상 불편과 관리의 비효율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았다.

지방자치단체들과 지역 주민들의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 자기 지역에 도움이 되는 시설을 기를 쓰고 유치하려는 움직임) 현상은 광역시에 속한 도청 이전을 둘러싸고 절정을 이루게 된다. 경북과 전남 충남은 도청 이전 전까지 옛 도청 소재지였던 대구광역시와 광주광역시, 대전광역시에 청사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지방자치제가 전면 시행 이후 관할 지역으로 이전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지역 간 유치전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충남도청사, 남쪽은 홍성 북쪽은 예산

충남도청은 여러 시군의 유치 경쟁 끝에 공동 유치 작전을 벌인 홍성과 예산이 승리하면서 두 군의 경계에 내포 신도시를 조성해 이전했다. 지난 2013년 초 이전된 충남도청은 도청 울타리 안에서도 두 군의 경계가 나누어져 있다. 본청동과 별관동은 홍성군에, 의회동과 문예회관은 예산군에 속해 있다.



내포신도시 충남도청 신청사의 도로명 주소도 본청동은 '홍성군 홍북면 충남대로 21'으로, 의회동은 '예산군 삽교읍 도청대로 600'으로 돼 있다.

홍성과 예산 접경의 내포 신도시에 들어선 충남도청홍성과 예산 접경의 내포 신도시에 들어선 충남도청


길 하나를 두고 인접한 충남경찰청과 충남교육청도 각각 예산군과 홍성군으로 나뉘어 있다. 내포 신도시의 대표적인 공원 이름도 홍성과 예산의 앞 글자를 딴 홍예공원이라고 지었다. 역시 두 군의 땅을 6 대 4 정도로 포함한 경계에 조성됐다.

경북도청도 공동 유치로 이전 성공

경북도청 개청식 2016.3.10.경북도청 개청식 2016.3.10.


지난 3월 개청식을 열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 경북도청도 비슷하다. 12개 시군에서 11곳의 후보지 신청을 내는 등 어느 곳보다 치열한 경쟁 끝에 공동으로 신청한 안동과 예천의 경계 지역으로 신청사가 결정됐다.

경북도청신도시는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 경계 지점에 있다. 본청 등 주요 기관은 안동시 관할에 들어섰지만 제2행정 타운 등 상당수 시설과 배후 도시는 예천군 지역에 들어올 예정이다.



경북도청이 대구에서 경상북도 관할 지역으로 이전했지만 문제는 경북 북서지역에 위치한 신청사의 접근성 문제로 또다시 지역 간 갈등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포항과 경주, 영덕 등 동남권 지역 자치단체들이 경북도청의 동남권에 제2청사의 설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또한 해당 시군들이 서로 최적지라며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이전 이후에도 갈등과 부작용 계속

경북 제2청사 경주 유치위원회 발족 2016.1.21경북 제2청사 경주 유치위원회 발족 2016.1.21


경상북도에서는 동남권 지역에 해양 수산, 관광 등과 관련한 일부 부서를 운영하는 동해안 발전본부를 설치할 예정으로 있다. 개청 1년도 되지 않아 또 다른 부작용과 지역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효율성 논란과 예산 낭비도 뒤따른다.

치열한 유치 경쟁 속에 지난 2005년 무안으로 이전된 전남 도청도 상황은 비슷하다. 도청은 무안군에 속해있지만 도청 이전 지역인 남악 신도시가 목포와 경계에 조성됐다. 주요 배후 도시는 목포시에 속해 있다. 도청에서 무안 군청보다 목포 시청이 훨씬 가깝고 생활권도 목포다.

무안과 목포 접경인 남악신도시에 들어선 전남도청무안과 목포 접경인 남악신도시에 들어선 전남도청


전남 도민들의 숙원 사업이던 도청 이전이 이루어진 이후 도청이 광주광역시에 있을 때 보다 불편해하는 지역이 훨씬 많아졌다. 전라남도의 서남 쪽에 치우쳐 있는 탓에 동부와 북부 지역 자치 단체들은 불만이다.

효율성과 지속발전가능성 우선돼야

이처럼 도청을 이전한 지역이 모두 해당 도의 중심부에서는 벗어난 곳에 위치해 있다. 도내로 이전은 했지만 오히려 많은 시군이 이전하기 전보다 접근성이 더 나빠졌다. 기존의 도청 소재지였던 광역시들이 해당 도의 중심부에 가깝거나 교통 요지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 균형 발전과 사회 간접 자본 확충 등에서 기대 효과가 클 수 있지만 신청사 건립과 이전 등에 따른 예산 낭비 요인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많다. 자치 단체 별로 또 다른 불만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갈등 조정과 균형 발전 위한 대안 필요

21년을 맞은 지방자치제는 민주주의의 발달과 지역 균형 발전, 주민 권익 향상 등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그에 비례해서 행정의 비효율성과 지역 이기주의의 확산도 불러왔다. 부자 자치단체와 가난한 자치단체 간 교부금을 비롯한 정부 예산 배분을 둘러싼 갈등도 심해졌다. 님비 현상과 핌피 현상이 많아졌고 자치단체장들의 치적 쌓기와 정치적 목적의 정책 결정이나 과도한 사업 추진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영남권 신공항 사태도 자치단체장들의 욕심과 정치권의 지역 이기주의 편승, 정부의 무원칙한 정책 결정으로 10년 이상이나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고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만 키운 꼴이 됐다.

이제 중앙 정치권과 중앙 정부도 지역간 갈등 조정과 균형 발전을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할 때다.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나 행정 편의주의 정책 또한 국민들의 수준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미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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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플러스] 지방자치 21년…나눠먹거나 버리거나
    • 입력 2016-06-30 16:55:29
    • 수정2016-07-20 16:00:22
    뉴스플러스
영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영남지역 자치 단체들의 힘겨루기가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제 3의 안으로 결정됐지만 아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김해공항 확장을 신공항으로 인정하는 문제부터 확장의 타당성 문제 등 난제가 여전히 가로 놓여있다.

학생들이 제 1회 지방선거 벽보를 보고 있다.

해당 지역 간의 갈등과 책임론 등 후폭풍도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역 발전을 내세운 지역 이기주의 한 모습이다. 이는 약관을 넘긴 지방자치제가 남긴 부작용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부산 김해공항

7월 1일로 우리나라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된 지 21년째를 맞았다. 1995년 7월 1일자로 기초단체장까지 주민들의 손으로 뽑는 지방 자치제가 시행된 이후 풀뿌리 민주주의는 한 단계 발전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지역 이기주의 또한 강력해졌다. 많은 숙원 사업들이 상처만 남긴 채 서로 나눠먹기 식으로 결론이 나거나 아예 누구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지방자치제 이후 부작용도 속출

부산 강서구에 있는 김해공항에서 가까운 곳에 부산경남경마공원이라는 곳이 있다. 공식 명칭은 '렛츠런 파크 부산·경남'이다. 지방세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경마장이 핵심 시설이다. 그런데 이곳의 경주마들은 경주할 때마다 부산과 경남 경계를 반드시 넘나들어야 한다.

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 파크 부산경남) 경마 모습

말들이야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두 광역 자치단체 사이에 수년간에 걸친 치열한 힘겨루기 끝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경마장이 생기면서 행정구역이 인위적으로 조정됐기 때문이다. 두 시도는 경마장에서 나오는 연간 수백억 원의 마권세 등을 반반씩 나누어 거둔다.

마권세 나눠먹기 위한 기형 행정구역

어처구니없는 경계 조정으로 인해 산속에 있는 부산시 강서구 범방동의 행정구역이 바닷가에 있는 섬을 포함한 지역처럼 생겼다. 부두나 방파제가 있는 육지와 옆에 작은 섬이 속해 있는 것처럼 두 곳으로 나누어진 곳이 범방동의 행정구역 지도다.

포털 지도에서 확인한 부산 범방동의 기형적인 행정 구역(붉은 선 안쪽이 범방동 구역)

2005년 9월 30일 개장된 이 경마 공원은 경주로 가운데를 경계로 부산과 경남으로 행정구역이 나뉜다. 당초 행정구역 상에는 경마장 전체가 부산시 강서구 범방동 쪽에 속하도록 설계됐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 승마장 설치를 명목으로 부산시가 경마장 유치를 추진했다. 이어 경상남도도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두 시도 간 치열한 경쟁 끝에 부산·경남공동경마장을 만드는 쪽으로 결론나게 된다.

산속의 섬... 최고의 게리맨더링 탄생

논란 속에 1999년 5월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가 경계조정 안에 최종 합의했다. 양측이 100만 제곱미터 가량의 땅을 주고 받는 쪽으로 타결됐다. 그나마 같은 여당 소속 자치단체장이어서 이 정도 선에서 합의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의 힘이 어느 정도 작용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동경마장 면적 약 125만 제곱미터를 절반씩 차지하고 경주로도 두 지역의 땅을 절반씩 사용하게 됐다. 경마장 경주로를 가로질러 시도 경계가 생기면서 행정구역이 기형적으로 변해버렸다. 유례를 찾기 힘든 나눠먹기다. 선거구 조정을 위한 '게리맨더링'은 비교 대상이 안될 정도이다.

'부산신항'이 '신항'이 된 이유

부산경남경마장에서 10km도 채 안 되는 거리에 부산 신항이 있다. 공식 명칭은 '신항'이다. 지역 명이 없는 보통 명사 '신항'이 부산신항의 국문 명칭이 된 것이다. 물론 영문명과 통상 명칭은 부산 신항으로 쓰기도 하지만 명칭을 둘러싼 수년간에 걸친 두 시도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벌어졌다.

부산과 경남 진해 사이에 걸친 ‘신항’을 ‘진해신항’ 또는 ‘부산. 진해신항’으로 정할 것을 요구하는 당시 진해시민들의 궐기대회 모습  2005.4.27.

부산신항은 부두와 배후도시의 경계도 기형적으로 나누어져 있다. 바다를 매립한 신항 땅을 놓고 부산시 강서구와 경남 창원시 진해구가 10년 가까이 소유권 분쟁을 벌였다.

결국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까지 가게 됐고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0년 6월 공유수면 매립전 해상 경계선을 기준으로 관할 구역 경계선을 설정하도록 했다.

부산 신항 관할 구역 나눠져 불편

이에 따라 같은 필지에 입주한 기업의 관할 행정기관이 부산 강서구와 경남 창원시로 분리돼 건축물 인·허가, 공과금 납부, 상하수도 연결 등에 있어 큰 불편이 잇따랐다. 특히 배후용지에 입주한 4개 업체와 부두에 입주한 1개업체의 사업장이 두 시도에 걸치게 됐고 부두의 선석도 두 시도가 공유하는 형태가 됐다.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2013년 4월 또다시 두 시도 간 주고받기 식으로 사선형이던 경계를 입주 기업의 위치에 따라 계단형으로 바꾸어 행정구역을 조정했다. 관할구역 조정으로 기존 2개 지자체로 관할구역이 나뉘어 있던 신항만 부두 1-2단계 3선석은 경남 창원시로, 1단계 3선석은 부산 강서구로 관할구역이 일원화됐다.

배후지역 입주기업들에 대해서도 각각 업체 땅의 생김새에 따라 관할 구역을 한쪽으로 정리했다. 나눠먹기식 조정은 마무리됐지만 여전히 행정 구역은 기형적이다. 업무상 불편과 관리의 비효율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았다.

지방자치단체들과 지역 주민들의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 자기 지역에 도움이 되는 시설을 기를 쓰고 유치하려는 움직임) 현상은 광역시에 속한 도청 이전을 둘러싸고 절정을 이루게 된다. 경북과 전남 충남은 도청 이전 전까지 옛 도청 소재지였던 대구광역시와 광주광역시, 대전광역시에 청사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지방자치제가 전면 시행 이후 관할 지역으로 이전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지역 간 유치전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충남도청사, 남쪽은 홍성 북쪽은 예산

충남도청은 여러 시군의 유치 경쟁 끝에 공동 유치 작전을 벌인 홍성과 예산이 승리하면서 두 군의 경계에 내포 신도시를 조성해 이전했다. 지난 2013년 초 이전된 충남도청은 도청 울타리 안에서도 두 군의 경계가 나누어져 있다. 본청동과 별관동은 홍성군에, 의회동과 문예회관은 예산군에 속해 있다.



내포신도시 충남도청 신청사의 도로명 주소도 본청동은 '홍성군 홍북면 충남대로 21'으로, 의회동은 '예산군 삽교읍 도청대로 600'으로 돼 있다.

홍성과 예산 접경의 내포 신도시에 들어선 충남도청

길 하나를 두고 인접한 충남경찰청과 충남교육청도 각각 예산군과 홍성군으로 나뉘어 있다. 내포 신도시의 대표적인 공원 이름도 홍성과 예산의 앞 글자를 딴 홍예공원이라고 지었다. 역시 두 군의 땅을 6 대 4 정도로 포함한 경계에 조성됐다.

경북도청도 공동 유치로 이전 성공

경북도청 개청식 2016.3.10.

지난 3월 개청식을 열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 경북도청도 비슷하다. 12개 시군에서 11곳의 후보지 신청을 내는 등 어느 곳보다 치열한 경쟁 끝에 공동으로 신청한 안동과 예천의 경계 지역으로 신청사가 결정됐다.

경북도청신도시는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 경계 지점에 있다. 본청 등 주요 기관은 안동시 관할에 들어섰지만 제2행정 타운 등 상당수 시설과 배후 도시는 예천군 지역에 들어올 예정이다.



경북도청이 대구에서 경상북도 관할 지역으로 이전했지만 문제는 경북 북서지역에 위치한 신청사의 접근성 문제로 또다시 지역 간 갈등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포항과 경주, 영덕 등 동남권 지역 자치단체들이 경북도청의 동남권에 제2청사의 설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또한 해당 시군들이 서로 최적지라며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이전 이후에도 갈등과 부작용 계속

경북 제2청사 경주 유치위원회 발족 2016.1.21

경상북도에서는 동남권 지역에 해양 수산, 관광 등과 관련한 일부 부서를 운영하는 동해안 발전본부를 설치할 예정으로 있다. 개청 1년도 되지 않아 또 다른 부작용과 지역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효율성 논란과 예산 낭비도 뒤따른다.

치열한 유치 경쟁 속에 지난 2005년 무안으로 이전된 전남 도청도 상황은 비슷하다. 도청은 무안군에 속해있지만 도청 이전 지역인 남악 신도시가 목포와 경계에 조성됐다. 주요 배후 도시는 목포시에 속해 있다. 도청에서 무안 군청보다 목포 시청이 훨씬 가깝고 생활권도 목포다.

무안과 목포 접경인 남악신도시에 들어선 전남도청

전남 도민들의 숙원 사업이던 도청 이전이 이루어진 이후 도청이 광주광역시에 있을 때 보다 불편해하는 지역이 훨씬 많아졌다. 전라남도의 서남 쪽에 치우쳐 있는 탓에 동부와 북부 지역 자치 단체들은 불만이다.

효율성과 지속발전가능성 우선돼야

이처럼 도청을 이전한 지역이 모두 해당 도의 중심부에서는 벗어난 곳에 위치해 있다. 도내로 이전은 했지만 오히려 많은 시군이 이전하기 전보다 접근성이 더 나빠졌다. 기존의 도청 소재지였던 광역시들이 해당 도의 중심부에 가깝거나 교통 요지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 균형 발전과 사회 간접 자본 확충 등에서 기대 효과가 클 수 있지만 신청사 건립과 이전 등에 따른 예산 낭비 요인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많다. 자치 단체 별로 또 다른 불만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갈등 조정과 균형 발전 위한 대안 필요

21년을 맞은 지방자치제는 민주주의의 발달과 지역 균형 발전, 주민 권익 향상 등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그에 비례해서 행정의 비효율성과 지역 이기주의의 확산도 불러왔다. 부자 자치단체와 가난한 자치단체 간 교부금을 비롯한 정부 예산 배분을 둘러싼 갈등도 심해졌다. 님비 현상과 핌피 현상이 많아졌고 자치단체장들의 치적 쌓기와 정치적 목적의 정책 결정이나 과도한 사업 추진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영남권 신공항 사태도 자치단체장들의 욕심과 정치권의 지역 이기주의 편승, 정부의 무원칙한 정책 결정으로 10년 이상이나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고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만 키운 꼴이 됐다.

이제 중앙 정치권과 중앙 정부도 지역간 갈등 조정과 균형 발전을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할 때다.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나 행정 편의주의 정책 또한 국민들의 수준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미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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