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北 장마 대비 총력전…한계는?

입력 2016.07.02 (08:09) 수정 2016.07.0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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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됐는데요, 대비 잘 하고 계십니까?

북한은 요즘 장마 대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북한 TV를 보면, 우리 보다 훨씬 요란하게 장마 피해를 경고하고 있는데요...

벌써 수십 년째, 거의 해마다 장마와 태풍으로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입니다.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유난히 심각한 북한의 비 피해 실태와 원인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폭우가 휩쓸고 간 곳...

흙탕물이 차오른 거리는 거대한 저수지로 변했고, 아파트는 절반이 뚝 잘려나갔다.

뿌리째 뽑힌 가로수가 여기저기 쓰려져 있고, 도시 곳곳의 다리와 제방은 무너져 내렸다.

지난해 8월, 태풍 ‘고니’가 휩쓸고 간 함경북도 라선시의 모습이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해 8월) : “(라선시에는) 큰물로 인명피해가 나고 1070여동의 살림집이 파괴됐으며 5240여 세대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북한에선 지난해 여름 태풍과 집중호우로 함경도와 황해남도를 중심으로 118명이 숨졌다. 이재민도 만 4천여 명이나 발생했다.

<녹취> 조선중앙TV : “장마철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철저히 세우자!”

올해도 장마철을 앞두고 북한 당국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녹취> 리영남(기상수문국 부원) : “전국적인 지역들에서 (초속) 15m이상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고 일부 지역에서는 폭우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예년보다 많은 강수량이 예상되면서 지난주부턴 '장마 대비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탄광과 건설장에서는 양수기와 배수기 등 배수 체계를 정비하고...

강하천 주변에선 제방 쌓기와 강바닥 정리 등 방재 공사가 대대적으로 펼쳐졌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 “북청강 좌안 2호 제방 보수보강 공사를 비롯해서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13개 구간에서 막돌 처넣기와 장석 입히기를 진행함으로써 제방을 그 어떤 큰물에도 끄떡없게 해놓았습니다.”

특히, 장마철을 어떻게 견디느냐에 한 해 농사 수확량이 걸려있는 만큼 농작물 피해 방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모내기가 끝난 농장에선 대대적인 물길 확보 공사를 펼쳤고, 농작물이 비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새끼줄을 치는 등 호우 대비에 바빴다.

장마 대비에도 가장 유용하게 이용되는 수단은 역시 '주민 동원'이다.

북한 매체들은 연일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달) : “전당, 전국, 전민이 떨쳐나 그 어떤 큰물과 비바람에도 끄덕하지 않도록 장마철 피해막이 대책을 철저히 세우자!“

일반 노동자는 물론 군인과 가정주부, 어린 학생까지 동원된다.

<인터뷰> 채설향(2015년 탈북 ) : "다 동원에 나와야 되니까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 하는 거예요. 직장, 기관, 기업소 다 동원되거든요. 그때는 하루 종일 도시락 싸가지고 가서 강하천 정리랑 산사태가 많이 나는 구간에만 나무를 심는다든가 위험한 도로 구간에 돌 석축을 쌓는다든가...“

하지만, 전문 인력이나 자원이 부족하다 보니 방재 대책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게 탈북민들의 전언이다.

<인터뷰> 채설향(2015년 탈북) : “어떤 자재라든가 그게 보장되어야 사람들이 온전히 할 수 있는데 있는 것 가지고 하라고 하니까 그냥 형식적으로 대충 하는 거예요. 여기 것 여기다 옮겨 놓는 식으로 제대로 보수가 안 되죠. 그래서 장마 되면 또 그냥 그게 쳐들어오고 물이...”

북한이 수해를 겪은 것은 한두 해의 일이 아니다.

가장 심각했던 것은 90년대 중반, 연이어 발생한 홍수...

지난 1995년, 이른바 ‘100년만의 대홍수’로 북한은 우리 돈 17조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68명의 사망자와 520만 명의 이재민도 발생했다.

이어 1998년까지 태풍과 홍수 등의 자연재해가 4년 연속 북한 전역을 강타했다.

결국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이 대기근에 빠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2000년대 들어서도 이 같은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집중호우와 태풍 등의 수해로 발생한 사망자 수만 1300여명에 달했다.

더욱이 반복된 수해로 북한의 식량난은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졌다.

집중호우가 황해도와 평안도 등 곡창지역에 몰리는 데다, 연 강수량의 60%가 6월에서 9월 한창 벼가 영글 시기에 집중되는 것도 취약성을 키운다.

<인터뷰> 권태진(GS&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 “아무리 물자를 많이 투입하고 또 기술개발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자연재해가 한 번 일어나면 막을 수가 없거든요. 특히 이제 식량, 농작물이 피해를 보는 시기가 대개는 수확 직전이기 때문에 더 이상 수해를 받게 되면 회복할 길이 없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기후 조건을 가진 북한에서 수십 년간 대규모 수해 피해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3월, 식수절을 맞아 나무심기가 한창이던 북한의 산림지대.

숲이 우거져 있어야 할 산에 누런 맨땅이 훤히 드러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심각한 산림황폐화가 북한의 수해 피해를 증폭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인터뷰> 남성욱(기상청 남북관계 자문위원회 부위원장) : “북한의 산은 주로 경사지에 밭을 개간함으로써 이것이 장마가 졌을 때 일시적으로 토사를 낮은 지역으로 쏟아내고 이것이 강을 넘치게 함으로써 마을에 집중적인 피해를 가져옵니다. 결국은 산에 나무가 없다는 것이 1차 원인이고요.“

1990년대 이후 만성적인 식량난과 에너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마구잡이식 경작지 개간과 벌목이 계속되면서 ‘산림 황폐화’가 가속화됐다.

결국 이것이 수해 피해를 키운 것이다.

<인터뷰> 권태진(GS&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계기로 무분별하게 산에 나무를 베고 경작지를 만들었죠. 바로 그 원인은 식량부족이고 또 그 식량 부족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자연재해고 그래서 자연재해하고 식량부족이라고 하는 게 서로 어느 것이 먼저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면서 확대되어 왔죠.”

여기에 댐과 수로 등 관개시설이 낙후된 데다, 가뜩이나 연료와 자재도 부족한 상황에서 평양의 전시성 건설에 자원이 빨려 들어가 피해 대비와 복구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 점도 피해를 키우는 원인 중 하나다.

<녹취> 한용휘(소아리 협동농장원) : “현재 자체로 한다고 하지만 자재가 없어서 현재 이 건물을 완전히 복구를 못하고 있어 에로를 느끼고 있습니다.“

취약한 기상관측 시스템도 문제로 꼽힌다.

자연재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정확한 기상예보가 필수.

하지만, 슈퍼컴퓨터 등 최첨단 장비로 기상 예보의 정확성을 높이고 있는 선진국들과는 달리, 북한의 기상예보 시스템은 30~40년 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국의 기상관측소는 180여개 밖에 되지 않는 데다, 그나마도 전기 부족으로 측정이 안 되는 경우도 잦아 예보의 정확성과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터뷰> 남성욱(기상청 남북관계 자문위원회 부위원장) : “북한의 경우 180개 정도의 관측소 그리고 주요한 20개 지역을 중심으로 예보를 함으로써 그 예보 범위에 있지 않는 지역의 경우는 사실상 예보, 예측을 못하고 있죠. 그래서 갑자기 호우나 가뭄을 당함으로써 피해가 아주 급증하는 그런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함로써 북한은 자연재해에 취약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반복되는 자연 재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기반시설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20-30년의 장기적 계획 아래 산림을 복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주민들이 더 이상 산림을 개간한 뙈기밭에 매달리지 않도록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만성적인 에너지난을 해결하는 것이 필수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북한 정권은 연이은 도발로 지원의 통로를 스스로 막아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인터뷰> 남성욱(기상청 남북관계 자문위원회 부위원장) : “지난 95년부터 98년까지 장장 4년 동안에 자연 재해는 북한 정권을 휘청거리게 만들었습니다. 다만 국제 사회의 지원으로 당시의 위기를 모면했죠. 1809 금년도에 만약에 기상재해가 발생하고 이런 것이 몇 년 동안 계속된다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이 급감함으로서 북한의 기아가 발생하고, 이것은 또 대량 탈북으로 이어지면서 북한 정권에 위기를 초래할 수가 있습니다.”

최근 장마전선이 북상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임진강 상류 황강댐 수위를 만수위로 유지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2009년 기습 방류로 경기도 연천 임진강 하류에서 야영객 등 6명이 숨진 바로 그 댐이다.

때문에, 또다시 일종의 ‘수공’을 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인터뷰>권태진(GS&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 “장마 전에는 저수지 수위를 낮춰서 큰물에 대비를 해야 되는데, 지금 거의 만수위에 가깝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럼 언젠가는 물을 빼야되는데, 그렇게 되면 남쪽에 피해가 나고, 그것은 결국 지금 단절되고 있는 남북 간에 대화를 유도하기 위한 하나의 이런 의도로 활용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이렇게 봅니다.”

기본적인 장마 대비 댐 관리조차 일종의 전략적 카드로 고려하고 있는 듯한 모습에서 북한 정권이 반복되는 자연재해 문제를 과연 근본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올해 북한의 수해 위험이 예년보다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 지원의 전제 조건인 신뢰를 쌓지 못한 채, 군사력 증강에 재원을 우선 투자하는 북한 당국의 정책이 계속된다면 자연재해 대비는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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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02 08:47:27
    • 수정2016-07-02 09: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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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됐는데요, 대비 잘 하고 계십니까?

북한은 요즘 장마 대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북한 TV를 보면, 우리 보다 훨씬 요란하게 장마 피해를 경고하고 있는데요...

벌써 수십 년째, 거의 해마다 장마와 태풍으로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입니다.

<클로즈업 북한>, 오늘은 유난히 심각한 북한의 비 피해 실태와 원인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폭우가 휩쓸고 간 곳...

흙탕물이 차오른 거리는 거대한 저수지로 변했고, 아파트는 절반이 뚝 잘려나갔다.

뿌리째 뽑힌 가로수가 여기저기 쓰려져 있고, 도시 곳곳의 다리와 제방은 무너져 내렸다.

지난해 8월, 태풍 ‘고니’가 휩쓸고 간 함경북도 라선시의 모습이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해 8월) : “(라선시에는) 큰물로 인명피해가 나고 1070여동의 살림집이 파괴됐으며 5240여 세대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북한에선 지난해 여름 태풍과 집중호우로 함경도와 황해남도를 중심으로 118명이 숨졌다. 이재민도 만 4천여 명이나 발생했다.

<녹취> 조선중앙TV : “장마철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철저히 세우자!”

올해도 장마철을 앞두고 북한 당국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녹취> 리영남(기상수문국 부원) : “전국적인 지역들에서 (초속) 15m이상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고 일부 지역에서는 폭우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예년보다 많은 강수량이 예상되면서 지난주부턴 '장마 대비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탄광과 건설장에서는 양수기와 배수기 등 배수 체계를 정비하고...

강하천 주변에선 제방 쌓기와 강바닥 정리 등 방재 공사가 대대적으로 펼쳐졌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 “북청강 좌안 2호 제방 보수보강 공사를 비롯해서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13개 구간에서 막돌 처넣기와 장석 입히기를 진행함으로써 제방을 그 어떤 큰물에도 끄떡없게 해놓았습니다.”

특히, 장마철을 어떻게 견디느냐에 한 해 농사 수확량이 걸려있는 만큼 농작물 피해 방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모내기가 끝난 농장에선 대대적인 물길 확보 공사를 펼쳤고, 농작물이 비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새끼줄을 치는 등 호우 대비에 바빴다.

장마 대비에도 가장 유용하게 이용되는 수단은 역시 '주민 동원'이다.

북한 매체들은 연일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달) : “전당, 전국, 전민이 떨쳐나 그 어떤 큰물과 비바람에도 끄덕하지 않도록 장마철 피해막이 대책을 철저히 세우자!“

일반 노동자는 물론 군인과 가정주부, 어린 학생까지 동원된다.

<인터뷰> 채설향(2015년 탈북 ) : "다 동원에 나와야 되니까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 하는 거예요. 직장, 기관, 기업소 다 동원되거든요. 그때는 하루 종일 도시락 싸가지고 가서 강하천 정리랑 산사태가 많이 나는 구간에만 나무를 심는다든가 위험한 도로 구간에 돌 석축을 쌓는다든가...“

하지만, 전문 인력이나 자원이 부족하다 보니 방재 대책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게 탈북민들의 전언이다.

<인터뷰> 채설향(2015년 탈북) : “어떤 자재라든가 그게 보장되어야 사람들이 온전히 할 수 있는데 있는 것 가지고 하라고 하니까 그냥 형식적으로 대충 하는 거예요. 여기 것 여기다 옮겨 놓는 식으로 제대로 보수가 안 되죠. 그래서 장마 되면 또 그냥 그게 쳐들어오고 물이...”

북한이 수해를 겪은 것은 한두 해의 일이 아니다.

가장 심각했던 것은 90년대 중반, 연이어 발생한 홍수...

지난 1995년, 이른바 ‘100년만의 대홍수’로 북한은 우리 돈 17조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68명의 사망자와 520만 명의 이재민도 발생했다.

이어 1998년까지 태풍과 홍수 등의 자연재해가 4년 연속 북한 전역을 강타했다.

결국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이 대기근에 빠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2000년대 들어서도 이 같은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집중호우와 태풍 등의 수해로 발생한 사망자 수만 1300여명에 달했다.

더욱이 반복된 수해로 북한의 식량난은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졌다.

집중호우가 황해도와 평안도 등 곡창지역에 몰리는 데다, 연 강수량의 60%가 6월에서 9월 한창 벼가 영글 시기에 집중되는 것도 취약성을 키운다.

<인터뷰> 권태진(GS&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 “아무리 물자를 많이 투입하고 또 기술개발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자연재해가 한 번 일어나면 막을 수가 없거든요. 특히 이제 식량, 농작물이 피해를 보는 시기가 대개는 수확 직전이기 때문에 더 이상 수해를 받게 되면 회복할 길이 없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기후 조건을 가진 북한에서 수십 년간 대규모 수해 피해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3월, 식수절을 맞아 나무심기가 한창이던 북한의 산림지대.

숲이 우거져 있어야 할 산에 누런 맨땅이 훤히 드러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심각한 산림황폐화가 북한의 수해 피해를 증폭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인터뷰> 남성욱(기상청 남북관계 자문위원회 부위원장) : “북한의 산은 주로 경사지에 밭을 개간함으로써 이것이 장마가 졌을 때 일시적으로 토사를 낮은 지역으로 쏟아내고 이것이 강을 넘치게 함으로써 마을에 집중적인 피해를 가져옵니다. 결국은 산에 나무가 없다는 것이 1차 원인이고요.“

1990년대 이후 만성적인 식량난과 에너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마구잡이식 경작지 개간과 벌목이 계속되면서 ‘산림 황폐화’가 가속화됐다.

결국 이것이 수해 피해를 키운 것이다.

<인터뷰> 권태진(GS&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계기로 무분별하게 산에 나무를 베고 경작지를 만들었죠. 바로 그 원인은 식량부족이고 또 그 식량 부족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자연재해고 그래서 자연재해하고 식량부족이라고 하는 게 서로 어느 것이 먼저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면서 확대되어 왔죠.”

여기에 댐과 수로 등 관개시설이 낙후된 데다, 가뜩이나 연료와 자재도 부족한 상황에서 평양의 전시성 건설에 자원이 빨려 들어가 피해 대비와 복구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 점도 피해를 키우는 원인 중 하나다.

<녹취> 한용휘(소아리 협동농장원) : “현재 자체로 한다고 하지만 자재가 없어서 현재 이 건물을 완전히 복구를 못하고 있어 에로를 느끼고 있습니다.“

취약한 기상관측 시스템도 문제로 꼽힌다.

자연재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정확한 기상예보가 필수.

하지만, 슈퍼컴퓨터 등 최첨단 장비로 기상 예보의 정확성을 높이고 있는 선진국들과는 달리, 북한의 기상예보 시스템은 30~40년 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국의 기상관측소는 180여개 밖에 되지 않는 데다, 그나마도 전기 부족으로 측정이 안 되는 경우도 잦아 예보의 정확성과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터뷰> 남성욱(기상청 남북관계 자문위원회 부위원장) : “북한의 경우 180개 정도의 관측소 그리고 주요한 20개 지역을 중심으로 예보를 함으로써 그 예보 범위에 있지 않는 지역의 경우는 사실상 예보, 예측을 못하고 있죠. 그래서 갑자기 호우나 가뭄을 당함으로써 피해가 아주 급증하는 그런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함로써 북한은 자연재해에 취약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반복되는 자연 재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기반시설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20-30년의 장기적 계획 아래 산림을 복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주민들이 더 이상 산림을 개간한 뙈기밭에 매달리지 않도록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만성적인 에너지난을 해결하는 것이 필수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북한 정권은 연이은 도발로 지원의 통로를 스스로 막아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인터뷰> 남성욱(기상청 남북관계 자문위원회 부위원장) : “지난 95년부터 98년까지 장장 4년 동안에 자연 재해는 북한 정권을 휘청거리게 만들었습니다. 다만 국제 사회의 지원으로 당시의 위기를 모면했죠. 1809 금년도에 만약에 기상재해가 발생하고 이런 것이 몇 년 동안 계속된다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이 급감함으로서 북한의 기아가 발생하고, 이것은 또 대량 탈북으로 이어지면서 북한 정권에 위기를 초래할 수가 있습니다.”

최근 장마전선이 북상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임진강 상류 황강댐 수위를 만수위로 유지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2009년 기습 방류로 경기도 연천 임진강 하류에서 야영객 등 6명이 숨진 바로 그 댐이다.

때문에, 또다시 일종의 ‘수공’을 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인터뷰>권태진(GS&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 “장마 전에는 저수지 수위를 낮춰서 큰물에 대비를 해야 되는데, 지금 거의 만수위에 가깝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럼 언젠가는 물을 빼야되는데, 그렇게 되면 남쪽에 피해가 나고, 그것은 결국 지금 단절되고 있는 남북 간에 대화를 유도하기 위한 하나의 이런 의도로 활용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이렇게 봅니다.”

기본적인 장마 대비 댐 관리조차 일종의 전략적 카드로 고려하고 있는 듯한 모습에서 북한 정권이 반복되는 자연재해 문제를 과연 근본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올해 북한의 수해 위험이 예년보다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 지원의 전제 조건인 신뢰를 쌓지 못한 채, 군사력 증강에 재원을 우선 투자하는 북한 당국의 정책이 계속된다면 자연재해 대비는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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