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메기’ 양식에 매달리는 이유는?

입력 2016.07.02 (09:13) 수정 2016.07.0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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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를 떠올리면 1980년대 초 TV에 인기리에 방영됐던 추억의 애니메이션영화 '개구리 왕눈이'의 '투투'가 연상된다. 덩치가 큰 참개구리 '투투'는 무지개 연못의 지주(地主)이고 폭군이다. 하지만 '투투'는 숨은 권력자 '메기'의 하수인에 불과했다. 무지개 연못의 진짜 폭군은 '메기'였다. 메기는 수로와 저수지, 하천, 강 하구 등에 서식하면서 어린 물고기와 수서 곤충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포식자다. 김정은 위원장은 식량난 타개책의 하나로 메기 양식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개구리 왕눈이, 일본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영화로 1982년 KBS2 TV를 통해 방영)

■ 북한의 3대 메기 양식장

'5월9일 메기공장'과 '삼천 메기공장', '평양 메기공장' 등 3곳이 북한의 대표적인 메기 양식장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인민들의 식생활 문제를 해결한다."며 지난해에만 3차례 메기 양식장을 시찰하고 시설 현대화를 지시했다.

『5월9일 메기공장』
웃으면서 메기를 들어 보이는 김정은(5월9일 메기공장/2015년 12월)웃으면서 메기를 들어 보이는 김정은(5월9일 메기공장/2015년 12월)


'5월9일 메기공장'은 공식적인 북한의 첫 메기 양식장이다. 당초 명칭은 '열대 메기공장'이었다. 2000년 5월 9일 아버지 김정일이 방문한 날을 기념해 김정은이 '5월9일 메기공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컴퓨터를 이용한 종합 조정시스템을 갖춰 양식장의 수온과 ph농도, 산소량 등 시설 전반에 걸쳐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삼천 메기공장』
메기로 가득 찬 양어장(삼천 메기공장/2015년 12월)메기로 가득 찬 양어장(삼천 메기공장/2015년 12월)




'삼천 메기공장'은 북한에서 소문난 온천지대인 황해남도 삼천군에 위치하고 있다. 온천지역인 만큼 따뜻한 물을 이용해 온수성 어종인 메기를 기르는데 좋은 입지를 가지고 있다. 김정일과 김정은 부자가 함께 시찰한 곳이기도 하다.

『평양 메기공장』
평양 메기공장 전경(2015년 11월)평양 메기공장 전경(2015년 11월)


'평양 메기공장'은 가장 현대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컴퓨터를 이용한 통합생산시스템을 구축했다. 동평양화력발전소의 냉각수를 이용해 메기를 기른다. 지난 해 1,800여 톤을 생산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시찰에서 "물보다 물고기가 더 많은 희한한 풍경이다."라며 만족했다고 한다. 북한은 '평양 메기공장'을 메기양식의 본보기와 표준공장으로 선전하고 있다.

■ 양식어종 '열대 메기' 선정 ... 이유는?

사료를 먹기 위해 퍼덕이는 메기 떼 (평양 메기공장/2015년 11월)사료를 먹기 위해 퍼덕이는 메기 떼 (평양 메기공장/2015년 11월)


북한에서 양식하고 있는 메기는 열대 어종이다. 잡식성이고 병에 강한데다 번식력이 왕성해 다른 어종에 비해 기르기 쉽다고 한다. 4~5개월이면 500g 이상 성장해 상품화가 가능하다. 사료 투입량과 고기 생산량을 비교했을 때 다른 어종보다 생산성이 높다. 적은 비용으로 단기간에 먹을거리를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열대 메기를 주요 양식 어종으로 선택한 것은 당연하다.

[남북의 창] ☞ [요즘 북한은] 아카시아 꽃 튀김 드세요!...북한의 이색 음식

■ 北 양어(養魚)의 역사 ... 생산성 향상 총력

물고기 가공품을 살펴보는 김정일. 사망 3개월 전쯤으로 추정(1019호 자연과학연구소/2011년 9월)물고기 가공품을 살펴보는 김정일. 사망 3개월 전쯤으로 추정(1019호 자연과학연구소/2011년 9월)


북한의 양어 시작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 6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황해남도 용연군을 시찰하면서 "양어사업을 집중적으로 발전시킬 것"을 지시했다. 이후 양식 어종과 양식 어법 등이 개발되고 보급됐다.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연못이나 하천에 양어장을 만들었다. 메기와 철갑상어, 송어, 자라 등 다양한 어종의 양식이 시작됐다.

철갑상어 바다 가두리 양식장(서해바다/2013년 7월)철갑상어 바다 가두리 양식장(서해바다/2013년 7월)


가두리 양식장에서 유영(遊泳)하는 철갑상어가두리 양식장에서 유영(遊泳)하는 철갑상어


북한 매체는 주로 민물에 사는 '철갑상어'와 '칠색송어'(무지개송어의 북한 말)를 바다에서 양식하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육상 수조에서 단계적으로 바닷물에 적응을 시킨 뒤 바다에 설치된 가두리에 옮겨 양식을 하고 있다.

2004년 통일부 자료를 보면 북한 전역에 설치된 양어장은 약 4,500여 개에 이른다. 10여 년이 지나면서 얼마나 늘었거나 줄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김정은이 양어장의 현대화와 규모화를 강조하는 것을 보면 양어장을 늘리기보다 생산성 향상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동화되고 규모화 된 양식장 운영에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특히 열대 메기의 양식에는 따뜻한 물의 확보가 관건이다. 전력 사정이 여의치 않은 북한에서는 전력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양식장을 온천지대와 화력발전소 주변에 만들고 있다. 하지만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생산성 향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 메기 양식의 한계 ... "올해도 식량난 가중"

북한의 메기 양식은 식량문제 타개를 위한 방편이다. 메기는 영양에 결핍된 북한 주민들의 단백질원으로도 중요하다. 기름이 부족하고 어선까지 낡아, 잡는 어업은 한계에 부딪혔다. 메기 양식에 매달리는 이유다. 전력사정을 고려할 때 양어장의 규모화와 현대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정은이 공을 들이고 있는 '평양 메기공장' 등 3곳은 어느 정도 생산성을 이어갈 것이다. 대동강 자라 양식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지배인이 숙청당한 사례를 기억하고 있는 관계자들이 제시된 목표 달성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주식은 쌀과 옥수수 등 곡물이다. 올해도 식량이 걱정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북한의 부족한 식량은 69만 4,000톤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부족한 식량은 외부 지원이나 수입을 통해 충당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확보된 식량은 부족량의 3%인 2만 3,000톤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확철을 맞은 이모작 작물이 풍작을 이룬다 해도 전체 곡물 생산량의 10%정도에 그쳐 7~9월 사이 북한의 식량난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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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메기’ 양식에 매달리는 이유는?
    • 입력 2016-07-02 09:13:41
    • 수정2016-07-02 11:01:21
    취재K
메기를 떠올리면 1980년대 초 TV에 인기리에 방영됐던 추억의 애니메이션영화 '개구리 왕눈이'의 '투투'가 연상된다. 덩치가 큰 참개구리 '투투'는 무지개 연못의 지주(地主)이고 폭군이다. 하지만 '투투'는 숨은 권력자 '메기'의 하수인에 불과했다. 무지개 연못의 진짜 폭군은 '메기'였다. 메기는 수로와 저수지, 하천, 강 하구 등에 서식하면서 어린 물고기와 수서 곤충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포식자다. 김정은 위원장은 식량난 타개책의 하나로 메기 양식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개구리 왕눈이, 일본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영화로 1982년 KBS2 TV를 통해 방영)

■ 북한의 3대 메기 양식장

'5월9일 메기공장'과 '삼천 메기공장', '평양 메기공장' 등 3곳이 북한의 대표적인 메기 양식장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인민들의 식생활 문제를 해결한다."며 지난해에만 3차례 메기 양식장을 시찰하고 시설 현대화를 지시했다.

『5월9일 메기공장』
웃으면서 메기를 들어 보이는 김정은(5월9일 메기공장/2015년 12월)

'5월9일 메기공장'은 공식적인 북한의 첫 메기 양식장이다. 당초 명칭은 '열대 메기공장'이었다. 2000년 5월 9일 아버지 김정일이 방문한 날을 기념해 김정은이 '5월9일 메기공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컴퓨터를 이용한 종합 조정시스템을 갖춰 양식장의 수온과 ph농도, 산소량 등 시설 전반에 걸쳐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삼천 메기공장』
메기로 가득 찬 양어장(삼천 메기공장/2015년 12월)



'삼천 메기공장'은 북한에서 소문난 온천지대인 황해남도 삼천군에 위치하고 있다. 온천지역인 만큼 따뜻한 물을 이용해 온수성 어종인 메기를 기르는데 좋은 입지를 가지고 있다. 김정일과 김정은 부자가 함께 시찰한 곳이기도 하다.

『평양 메기공장』
평양 메기공장 전경(2015년 11월)

'평양 메기공장'은 가장 현대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컴퓨터를 이용한 통합생산시스템을 구축했다. 동평양화력발전소의 냉각수를 이용해 메기를 기른다. 지난 해 1,800여 톤을 생산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시찰에서 "물보다 물고기가 더 많은 희한한 풍경이다."라며 만족했다고 한다. 북한은 '평양 메기공장'을 메기양식의 본보기와 표준공장으로 선전하고 있다.

■ 양식어종 '열대 메기' 선정 ... 이유는?

사료를 먹기 위해 퍼덕이는 메기 떼 (평양 메기공장/2015년 11월)

북한에서 양식하고 있는 메기는 열대 어종이다. 잡식성이고 병에 강한데다 번식력이 왕성해 다른 어종에 비해 기르기 쉽다고 한다. 4~5개월이면 500g 이상 성장해 상품화가 가능하다. 사료 투입량과 고기 생산량을 비교했을 때 다른 어종보다 생산성이 높다. 적은 비용으로 단기간에 먹을거리를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열대 메기를 주요 양식 어종으로 선택한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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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양어(養魚)의 역사 ... 생산성 향상 총력

물고기 가공품을 살펴보는 김정일. 사망 3개월 전쯤으로 추정(1019호 자연과학연구소/2011년 9월)

북한의 양어 시작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 6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황해남도 용연군을 시찰하면서 "양어사업을 집중적으로 발전시킬 것"을 지시했다. 이후 양식 어종과 양식 어법 등이 개발되고 보급됐다.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연못이나 하천에 양어장을 만들었다. 메기와 철갑상어, 송어, 자라 등 다양한 어종의 양식이 시작됐다.

철갑상어 바다 가두리 양식장(서해바다/2013년 7월)

가두리 양식장에서 유영(遊泳)하는 철갑상어

북한 매체는 주로 민물에 사는 '철갑상어'와 '칠색송어'(무지개송어의 북한 말)를 바다에서 양식하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육상 수조에서 단계적으로 바닷물에 적응을 시킨 뒤 바다에 설치된 가두리에 옮겨 양식을 하고 있다.

2004년 통일부 자료를 보면 북한 전역에 설치된 양어장은 약 4,500여 개에 이른다. 10여 년이 지나면서 얼마나 늘었거나 줄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김정은이 양어장의 현대화와 규모화를 강조하는 것을 보면 양어장을 늘리기보다 생산성 향상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동화되고 규모화 된 양식장 운영에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특히 열대 메기의 양식에는 따뜻한 물의 확보가 관건이다. 전력 사정이 여의치 않은 북한에서는 전력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양식장을 온천지대와 화력발전소 주변에 만들고 있다. 하지만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생산성 향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 메기 양식의 한계 ... "올해도 식량난 가중"

북한의 메기 양식은 식량문제 타개를 위한 방편이다. 메기는 영양에 결핍된 북한 주민들의 단백질원으로도 중요하다. 기름이 부족하고 어선까지 낡아, 잡는 어업은 한계에 부딪혔다. 메기 양식에 매달리는 이유다. 전력사정을 고려할 때 양어장의 규모화와 현대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정은이 공을 들이고 있는 '평양 메기공장' 등 3곳은 어느 정도 생산성을 이어갈 것이다. 대동강 자라 양식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지배인이 숙청당한 사례를 기억하고 있는 관계자들이 제시된 목표 달성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주식은 쌀과 옥수수 등 곡물이다. 올해도 식량이 걱정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북한의 부족한 식량은 69만 4,000톤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부족한 식량은 외부 지원이나 수입을 통해 충당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확보된 식량은 부족량의 3%인 2만 3,000톤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확철을 맞은 이모작 작물이 풍작을 이룬다 해도 전체 곡물 생산량의 10%정도에 그쳐 7~9월 사이 북한의 식량난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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