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억 원 들여 ‘양성화’…인권침해는 속출

입력 2016.07.03 (22:43) 수정 2016.07.04 (18: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프롤로그>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애가 밥을 천천히 먹어서 밥을 빨리 먹으라고 그랬는데 밥을 빨리 먹다가 흘리니까 그냥..거기 있는 애들 다.. 계속 때리더라고요. 진짜.."

<인터뷰> 김정하(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 활동가) : "(미신고시설) 양성화 정책은 정확히 실패다. 사설화를 초래했고, 인권문제 해결 못했고, 복지의 공공성도 강화하지 못했다."

<인터뷰> 김순애(탈시설 장애인) : "눈치도 안 주고, 무시도 안 하는 그런 자유? 너무너무 잘 한 선택이었다...두려움만 없다면 할 수 있습니다."

<오프닝>

장애인과 요양이 필요한 노인의 상당수가 자신의 집을 떠나 복지시설이라고 불리는 공간에서 집단생활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시설에선 잊을만하면 폭행이나 성추행, 괴롭힘 같은 인권문제가 불거집니다.

내 가족이, 혹은 내 이웃이 생활하는 시설은 안전한걸까요.

복지 수요자들을 동네와 이웃에서 분리시키는 복지정책, 격리된 시설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그 실상을 파헤칩니다.

<리포트>

덩치 큰 남성이 아이를 붙잡더니 폭행이 이어집니다.

아무도 저항하지 못하고, 누구도 말리지 않습니다.

저항못하는 이는 중증장애인, 가해자는 사회복지사, 그리고 아무도 말리지 않는 이곳은 장애인 시설입니다.

경찰은 이 시설에서 생활하는 발달장애인 31명 가운데 23명이 이런 학대를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CCTV로 확인된 폭행만 넉 달 동안 백 이십 차례를 넘습니다.

<녹취> 시설 관리인(음성변조) : "저희는 직원들을 믿었고요. 기존에 이런 (학대) 사실은 정말 몰랐습니다."

<인터뷰> 김정하(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 활동가) : "(가족들의 증언에 따르면) 어떤 분들은 입소전 사진하고 입소후의 사진을 보면 너무 대비될 정도로 바짝 마르셨어요. 폭행 뿐만 아니라 의식주나 여러가지 것들이 (적절히)제공되지 않고 있었다라는 것을 반증하는.."

이곳 뿐만이 아닙니다.

서울의 한 복지법인.

<녹취> 국가인원위원회 조사관 : "(팔을 그렇게 위로 올려서 내려쳤어? 그렇게 몇 대를 때렸어?) 스무대"

경기도 안양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복지시설에서도.

가혹한 인권침해 사건이 계속 불거졌습니다.

<인터뷰> 김정하(장애와 인권 발바닥행동 활동가) : "폭행, 성폭력, 징벌방에 감금하거나 이런 식의 사건들은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있는 상황이고요. 최근에는 CCTV가 설치돼서 잘 드러나게 됐다.(시설은)한 명의 직원이 여러 사람의 발달장애인을 좁은 공간 안에서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다 보니까..."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전남 신안군에 있는 한 장애인시설.

지난해 강제 폐쇄돼 지금은 텅 비어있습니다.

<녹취> 시설 관리인(음성변조) : "(여기 있던 장애인들은 다 어디로 갔어요?) 사방으로 다 분리돼서 다 갔죠. 다른데서 다 데리고 갔죠"

지적장애인을 쇠사슬로 묶어 감금하고, 폭행한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녹취> 마을주민(음성변조) : "(장애인들을) 개 있는 데다가 매어놔서.. 그래서 (운영을)못하게 했지..."

이 곳은 당초 시설이 법적 기준에 맞지 않는 불법 미신고 시설이었습니다.

하지만 10년 전 이른바 '조건부' 합법 시설이 됐습니다.

당시 정부는 예산을 지원해 미인가 복지 시설을 개선하고 합법화했습니다.

<녹취> 고 모 씨(음성변조/당시 시설장) : "복권기금으로 해서 그 조건을 맞추도록 하라고 위에서 내려왔기 때문에 저희가 그걸 한거죠. 개.보수 쪽으로는 그 당시에 1억 원 밖에 지원이 안된다고..."

미신고 시설에서 안전사고와 인권침해가 잇따르자 내놓은 대책이었습니다.

<인터뷰> 염형국(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 "바로 폐쇄를 하게되면 그 시설에 거주하던 생활자들이 갑자기 오갈데가 없어지는 상황이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걸 우려해서 (정부가)양성화, 가급적 양성화 하는 방향으로 추진을 했던 것 같은데요 ..."

장애인과 노인 등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불법 미신고 복지시설 가운데 이런 식으로 합법화 된 곳은 전국 적으로 799 곳.

전국 미신고 시설의 62%였습니다.

이 시설들에 천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그리고 이 돈은 복권을 팔아 조성된 복권기금 등 에서 조달했습니다.

<인터뷰> 염형국(변호사) : "국가에서 불법시설, 현행법상 법에 위반되는 시설에 대해 국가 예산으로 지원하는 건 적법행정의 원칙에 부합되지 않는 측면이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불가피하에 복권기금으로 지원을 했던 것 같고요..."

미신고 복지시설의 양성화 정책이 실시된 지 10년, 이렇게 합법화 된 조건부 시설들은 제대로 관리됐을까.

당시 정부는 해당 시설에 지원된 액수의 150%를 근저당권으로 설정해,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관리하도록 했습니다.

만약, 인권침해 등 문제를 일으키면 이자를 붙여 지원 금액을 돌려받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인권침해로 강제폐쇄된 한 시설의 등기부 등본을 보니 애초에 근저당권이 설정됐던 흔적이 없습니다.

또 지난해 시설이 폐쇄된 뒤에도 해당 지자체는 취재가 시작될 때까지 지원금을 환수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신안군청 관계자(음성변조) : "(당시)근저당권 설정 미사유에 대해서는 저희는 파악하지 못했고요. (지원금은) 회수를 하는게 맞다고 판단을 하고 있죠. 현재는.."

<인터뷰> 조한진(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이 양성화 정책이 시행될 때 많은 문제점을 제기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행이 됐고, 그 때의 문제점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는거죠. 시설이 좋아지면, 외양이 좋아지면 인권침해는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말도 안되는..."

정부의 지원 조건이 도리어 시설의 원활한 운영을 방해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경기도 고양에 있는 정원 10명의 노인요양시설.

최홍균 목사는 10년 전 정부로부터 2억5천만 원을 지원받아 건물을 매입하고 이 복지시설을 운영해 왔습니다.

<인터뷰> 최홍균(시설장) : "(당시엔)40명을 모시고 있었습니다. 신고시설로 전환하지 않으면 강제 폐쇄시킨다. 내가 돈이 그렇게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 했더니 복권기금을 2억5천을 지원해줄테니 (신고전환하라고...)"

지난해 시설평가에선 A등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운영이 어려워져 최근 직원 8명 가운데 3명을 권고사직시켜야 했습니다.

<녹취> 권고사직 요양보호사(음성변조) : "(지난달부터)직원보다 어르신이 좀 모자라서 공단에서 입금한 돈보다 급여가 많이 나갔어요. 원장님께서 원장님 월급으로 우리 급여를 먼저 해결해주시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보일러도 고치고, 손 봐야할 곳이 곳곳에 있지만 건물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어 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최홍균(시설장) : "은행에서는 대출이 안됐어요. (지원금이)2억 5천인데 150% 하다보니까 3억7천5백만원에 근저당권이 설정이 되서..."

이 시설을 포함해 10년 전 복권기금을 지원받은 시설장들은 근저당권을 풀어달라며 행정 소송을 준비하는 등 집단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녹취> 송 모 씨(복권기금 지원 시설장/음성변조) : "10년 이내에 개인 사유화를 하게되면 (지원금의)1.5배를 물어내라 이런 조건이었거든요. 10년 동안 잘 했잖아요. 그럼 풀어줘야 되잖아요. 그런데 영원히 이것을 개인 사유화 때문에 안된다고 하면 건물 지은 거 이거 20% 자부담 들였으니까 그냥 뜯어 가라는 얘기에요. 나 자유스럽게 살게.. "

정부로서도 천억 원 가까이 투입된 예산을 그냥 시설에 넘겨줄 수는 없는 상황.

보건복지부는 이들의 근저당권 해지요구에 대해 법령이나 계약서에도 근거가 없다며 시설을 계속 운영할 경우 계약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복지 시설 운영자도 복지시설 이용자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런 결과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염형국(변호사) : "복지부 차원에서의 시설 양성화 정책이 사실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이 됐었고, 또 원칙대로 집행이 안 된 측면들이 많아서 사실 비판받을 지점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당시 미신고시설의 합법화는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필요했다며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추진됐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제 장애인 복지 정책 자체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35살 김순애씨.

근육병을 앓는 근육장애인입니다.

지난해 신안군의 장애인 시설이 폐쇄되기 전, 30여 명의 장애인이 다른 시설로 옮겨질 때 순애씨는 유일하게 시설을 떠나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기, 이른바 '자립'을 선택했습니다.

뇌졸중으로 장애를 얻은 아버지와 함께였습니다.

<인터뷰> 김순애(근육장애인) : "퇴보가 되버린다고 하죠. 내가 할 수 있는 데도 안하게 되고 못하게 되고 그렇게 돼버리죠. 네가 여기를 나가서 어떻게 살거냐 그 말을 해도 그 말이 안 들렸어요. 시설이 싫으니까 여기보다 더한데가 있겠냐 싶어서.."

김씨가 장애인 복지 시설에서 보낸 시간은 6년.

시설을 벗어난지 1년여 만에 순애씨는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으며 자립생활을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지금은 자립센터에 출근하며 동료 장애인들을 상담하고, 강의를 나가기도 합니다.

<인터뷰> 김순애(탈시설 근육장애인) :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거, 내 마음대로 자고 일어나고, 누군가 나한테 간섭도 안 하고, 눈치도 안 주고, 무시도 안 하는 그런 자유? 너무너무 잘 한 선택이었다...마음만 먹으면.. 의지만 있다면 두려움만 없다면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박대희(여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 "(처음에는)성인임에도 불구하고 결정권과 추진력이 전혀 없었어요. (지금은)지역에서 자립생활을 실천을 하고 있는데 본인이 혼자서 자신의 삶에 대해서 계획하고 결정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가장 달라진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전문가들은 기존에 시설 위주였던 복지 정책을 자립과 공생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조한진(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세계적 추세에서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겁니다. 유엔에서 권로를 할때 우리나라 사회복지 정책이 특히 장애인정책이 너무 시설 위주 정책으로 되어있다라고 경고와함께 권고를 했어요. 시정을 하라고...."

아픈 노인과 장애인,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

이 복지 수요자들을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공간을 나누며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고민할 때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천억 원 들여 ‘양성화’…인권침해는 속출
    • 입력 2016-07-03 23:22:29
    • 수정2016-07-04 18:00:27
    취재파일K
<프롤로그>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애가 밥을 천천히 먹어서 밥을 빨리 먹으라고 그랬는데 밥을 빨리 먹다가 흘리니까 그냥..거기 있는 애들 다.. 계속 때리더라고요. 진짜.."

<인터뷰> 김정하(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 활동가) : "(미신고시설) 양성화 정책은 정확히 실패다. 사설화를 초래했고, 인권문제 해결 못했고, 복지의 공공성도 강화하지 못했다."

<인터뷰> 김순애(탈시설 장애인) : "눈치도 안 주고, 무시도 안 하는 그런 자유? 너무너무 잘 한 선택이었다...두려움만 없다면 할 수 있습니다."

<오프닝>

장애인과 요양이 필요한 노인의 상당수가 자신의 집을 떠나 복지시설이라고 불리는 공간에서 집단생활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시설에선 잊을만하면 폭행이나 성추행, 괴롭힘 같은 인권문제가 불거집니다.

내 가족이, 혹은 내 이웃이 생활하는 시설은 안전한걸까요.

복지 수요자들을 동네와 이웃에서 분리시키는 복지정책, 격리된 시설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그 실상을 파헤칩니다.

<리포트>

덩치 큰 남성이 아이를 붙잡더니 폭행이 이어집니다.

아무도 저항하지 못하고, 누구도 말리지 않습니다.

저항못하는 이는 중증장애인, 가해자는 사회복지사, 그리고 아무도 말리지 않는 이곳은 장애인 시설입니다.

경찰은 이 시설에서 생활하는 발달장애인 31명 가운데 23명이 이런 학대를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CCTV로 확인된 폭행만 넉 달 동안 백 이십 차례를 넘습니다.

<녹취> 시설 관리인(음성변조) : "저희는 직원들을 믿었고요. 기존에 이런 (학대) 사실은 정말 몰랐습니다."

<인터뷰> 김정하(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 활동가) : "(가족들의 증언에 따르면) 어떤 분들은 입소전 사진하고 입소후의 사진을 보면 너무 대비될 정도로 바짝 마르셨어요. 폭행 뿐만 아니라 의식주나 여러가지 것들이 (적절히)제공되지 않고 있었다라는 것을 반증하는.."

이곳 뿐만이 아닙니다.

서울의 한 복지법인.

<녹취> 국가인원위원회 조사관 : "(팔을 그렇게 위로 올려서 내려쳤어? 그렇게 몇 대를 때렸어?) 스무대"

경기도 안양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복지시설에서도.

가혹한 인권침해 사건이 계속 불거졌습니다.

<인터뷰> 김정하(장애와 인권 발바닥행동 활동가) : "폭행, 성폭력, 징벌방에 감금하거나 이런 식의 사건들은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있는 상황이고요. 최근에는 CCTV가 설치돼서 잘 드러나게 됐다.(시설은)한 명의 직원이 여러 사람의 발달장애인을 좁은 공간 안에서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다 보니까..."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전남 신안군에 있는 한 장애인시설.

지난해 강제 폐쇄돼 지금은 텅 비어있습니다.

<녹취> 시설 관리인(음성변조) : "(여기 있던 장애인들은 다 어디로 갔어요?) 사방으로 다 분리돼서 다 갔죠. 다른데서 다 데리고 갔죠"

지적장애인을 쇠사슬로 묶어 감금하고, 폭행한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녹취> 마을주민(음성변조) : "(장애인들을) 개 있는 데다가 매어놔서.. 그래서 (운영을)못하게 했지..."

이 곳은 당초 시설이 법적 기준에 맞지 않는 불법 미신고 시설이었습니다.

하지만 10년 전 이른바 '조건부' 합법 시설이 됐습니다.

당시 정부는 예산을 지원해 미인가 복지 시설을 개선하고 합법화했습니다.

<녹취> 고 모 씨(음성변조/당시 시설장) : "복권기금으로 해서 그 조건을 맞추도록 하라고 위에서 내려왔기 때문에 저희가 그걸 한거죠. 개.보수 쪽으로는 그 당시에 1억 원 밖에 지원이 안된다고..."

미신고 시설에서 안전사고와 인권침해가 잇따르자 내놓은 대책이었습니다.

<인터뷰> 염형국(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 "바로 폐쇄를 하게되면 그 시설에 거주하던 생활자들이 갑자기 오갈데가 없어지는 상황이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걸 우려해서 (정부가)양성화, 가급적 양성화 하는 방향으로 추진을 했던 것 같은데요 ..."

장애인과 노인 등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불법 미신고 복지시설 가운데 이런 식으로 합법화 된 곳은 전국 적으로 799 곳.

전국 미신고 시설의 62%였습니다.

이 시설들에 천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그리고 이 돈은 복권을 팔아 조성된 복권기금 등 에서 조달했습니다.

<인터뷰> 염형국(변호사) : "국가에서 불법시설, 현행법상 법에 위반되는 시설에 대해 국가 예산으로 지원하는 건 적법행정의 원칙에 부합되지 않는 측면이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불가피하에 복권기금으로 지원을 했던 것 같고요..."

미신고 복지시설의 양성화 정책이 실시된 지 10년, 이렇게 합법화 된 조건부 시설들은 제대로 관리됐을까.

당시 정부는 해당 시설에 지원된 액수의 150%를 근저당권으로 설정해,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관리하도록 했습니다.

만약, 인권침해 등 문제를 일으키면 이자를 붙여 지원 금액을 돌려받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인권침해로 강제폐쇄된 한 시설의 등기부 등본을 보니 애초에 근저당권이 설정됐던 흔적이 없습니다.

또 지난해 시설이 폐쇄된 뒤에도 해당 지자체는 취재가 시작될 때까지 지원금을 환수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신안군청 관계자(음성변조) : "(당시)근저당권 설정 미사유에 대해서는 저희는 파악하지 못했고요. (지원금은) 회수를 하는게 맞다고 판단을 하고 있죠. 현재는.."

<인터뷰> 조한진(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이 양성화 정책이 시행될 때 많은 문제점을 제기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행이 됐고, 그 때의 문제점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는거죠. 시설이 좋아지면, 외양이 좋아지면 인권침해는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말도 안되는..."

정부의 지원 조건이 도리어 시설의 원활한 운영을 방해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경기도 고양에 있는 정원 10명의 노인요양시설.

최홍균 목사는 10년 전 정부로부터 2억5천만 원을 지원받아 건물을 매입하고 이 복지시설을 운영해 왔습니다.

<인터뷰> 최홍균(시설장) : "(당시엔)40명을 모시고 있었습니다. 신고시설로 전환하지 않으면 강제 폐쇄시킨다. 내가 돈이 그렇게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 했더니 복권기금을 2억5천을 지원해줄테니 (신고전환하라고...)"

지난해 시설평가에선 A등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운영이 어려워져 최근 직원 8명 가운데 3명을 권고사직시켜야 했습니다.

<녹취> 권고사직 요양보호사(음성변조) : "(지난달부터)직원보다 어르신이 좀 모자라서 공단에서 입금한 돈보다 급여가 많이 나갔어요. 원장님께서 원장님 월급으로 우리 급여를 먼저 해결해주시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보일러도 고치고, 손 봐야할 곳이 곳곳에 있지만 건물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어 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최홍균(시설장) : "은행에서는 대출이 안됐어요. (지원금이)2억 5천인데 150% 하다보니까 3억7천5백만원에 근저당권이 설정이 되서..."

이 시설을 포함해 10년 전 복권기금을 지원받은 시설장들은 근저당권을 풀어달라며 행정 소송을 준비하는 등 집단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녹취> 송 모 씨(복권기금 지원 시설장/음성변조) : "10년 이내에 개인 사유화를 하게되면 (지원금의)1.5배를 물어내라 이런 조건이었거든요. 10년 동안 잘 했잖아요. 그럼 풀어줘야 되잖아요. 그런데 영원히 이것을 개인 사유화 때문에 안된다고 하면 건물 지은 거 이거 20% 자부담 들였으니까 그냥 뜯어 가라는 얘기에요. 나 자유스럽게 살게.. "

정부로서도 천억 원 가까이 투입된 예산을 그냥 시설에 넘겨줄 수는 없는 상황.

보건복지부는 이들의 근저당권 해지요구에 대해 법령이나 계약서에도 근거가 없다며 시설을 계속 운영할 경우 계약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복지 시설 운영자도 복지시설 이용자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런 결과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염형국(변호사) : "복지부 차원에서의 시설 양성화 정책이 사실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이 됐었고, 또 원칙대로 집행이 안 된 측면들이 많아서 사실 비판받을 지점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당시 미신고시설의 합법화는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필요했다며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추진됐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제 장애인 복지 정책 자체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35살 김순애씨.

근육병을 앓는 근육장애인입니다.

지난해 신안군의 장애인 시설이 폐쇄되기 전, 30여 명의 장애인이 다른 시설로 옮겨질 때 순애씨는 유일하게 시설을 떠나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기, 이른바 '자립'을 선택했습니다.

뇌졸중으로 장애를 얻은 아버지와 함께였습니다.

<인터뷰> 김순애(근육장애인) : "퇴보가 되버린다고 하죠. 내가 할 수 있는 데도 안하게 되고 못하게 되고 그렇게 돼버리죠. 네가 여기를 나가서 어떻게 살거냐 그 말을 해도 그 말이 안 들렸어요. 시설이 싫으니까 여기보다 더한데가 있겠냐 싶어서.."

김씨가 장애인 복지 시설에서 보낸 시간은 6년.

시설을 벗어난지 1년여 만에 순애씨는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으며 자립생활을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지금은 자립센터에 출근하며 동료 장애인들을 상담하고, 강의를 나가기도 합니다.

<인터뷰> 김순애(탈시설 근육장애인) :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거, 내 마음대로 자고 일어나고, 누군가 나한테 간섭도 안 하고, 눈치도 안 주고, 무시도 안 하는 그런 자유? 너무너무 잘 한 선택이었다...마음만 먹으면.. 의지만 있다면 두려움만 없다면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박대희(여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 "(처음에는)성인임에도 불구하고 결정권과 추진력이 전혀 없었어요. (지금은)지역에서 자립생활을 실천을 하고 있는데 본인이 혼자서 자신의 삶에 대해서 계획하고 결정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가장 달라진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전문가들은 기존에 시설 위주였던 복지 정책을 자립과 공생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조한진(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세계적 추세에서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겁니다. 유엔에서 권로를 할때 우리나라 사회복지 정책이 특히 장애인정책이 너무 시설 위주 정책으로 되어있다라고 경고와함께 권고를 했어요. 시정을 하라고...."

아픈 노인과 장애인,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

이 복지 수요자들을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공간을 나누며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고민할 때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