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길고양이의 죽음…서울서만 매일 13마리 꼴

입력 2016.07.08 (16:48) 수정 2016.07.1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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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봉지인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물컹한 느낌에...” (오토바이 배달원)
“새벽에 청소하다 보면 차들이 여러 번 치고 지나갔는지 수거하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서울시 환경미화원)

하루 평균 16마리.
지난 4년 간 서울에서 수거된 동물 사체 수입니다.
대부분이 개와 고양이.
이들 죽음의 가장 큰 원인은 길을 건너다 차나 오토바이에 치어 죽는 도심 로드킬로 추정됩니다.











■ 4년 간 서울 도심 로드킬 2만 2851마리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이 농림축산식품부와 전국 지자체에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 2012년부터 2015년 까지 4년 간 서울시에서 로드킬 등으로 죽은 동물 사체 수는 2만 2,851마리로 나타났습니다. 개는 2,354마리인 반면 고양이는 만 8,425마리로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하루 평균, 고양이 13마리가 서울에서만 차에 치어 죽는 셈입니다.

서울시는 2009년부터 동물사체 수거 기동반을 운영하고, 로드킬에 대한 체계적 집계를 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대부분의 광역시도에서는 동물사체 전담반이 없거나 사체를 생활 쓰레기로 처리해 도심 속 로드킬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웠습니다.

■ 버려지는 개, 치어죽는 고양이

주로 고속도로나 국도에서 일어나는 야생동물 로드킬과 도심 속 로드킬은 다른 문제입니다. 야생동물 로드킬은 삶의 각종 개발로 서식지를 잃은 동물들이 당하지만, 도심 로드킬은 주로 주인에게 버림받아 어쩔 수 없이 길짐승이 된 반려동물들이 당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한해 전국에서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유기동물 숫자는 8만 2천 마리가 넘습니다(농림부 동물복지 실태조사 결과). 이 가운데 개가 5만 9천여 마리로 73%를 차지했고, 고양이가 2만 천여 마리로 나타났습니다.

버려지는 숫자는 개가 많지만, 로드킬로 오토바이나 차에 치어 목숨을 잃는 것은 고양이가 훨씬 많았습니다. 서울시만 놓고 봤을 때, 지난해 버려진 개는 6,060마리, 고양이는 2,541마리로 집계됐습니다. 반면, 도로에서 수거된 동물 사체 수는 개 461마리, 고양이는 4,883마리로 고양이가 10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양이가 주로 로드킬로 희생되는 이유에 대해 서울시 동물정책과장은 고양이는 밤에 주로 움직이는 습성이 있는데 작고 털빛이 짙어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개가 버려졌을 경우 유기동물센터에서 보호하거나 입양을 보내는 경우가 많지만, 고양이는 잘 구호되지 않고 길고양이로 숨어 살기 때문에 로드킬 당하는 개체 수가 많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서울 서초에서 도심 로드킬 가장 많아

구별로는 지난 4년 간 서울 서초구에서 모두 2,030마리의 동물 사체가 수거돼 가장 많은 도심 로드킬이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다음은 강동구, 송파구의 순서로 많았고, 중구와 은평구는 각각 319마리와 267마리를 기록해 도심 로드킬 등으로 인한 개, 고양이의 죽음이 가장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려동물 100만 시대...유기동물 71만 7천 마리

2015년 말 기준 전국에서 반려동물로 등록된 동물은 97만 9천여 마리로 반려동물 100만 마리 시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08년 동물등록제가 시행된 지 8년 동안 누적된 수치입니다.(동물 등록 대상은 현재 개만 한정돼 있음)
반려동물 수가 늘어난 만큼 그늘도 짙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부터 농림부 집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버려진 반려동물 수는 71만 7천여 마리입니다. 반려동물로 등록된 동물 숫자에 버금갑니다. 한쪽에서는 반려동물을 등록하고, 다른 쪽에서는 버려지고 있는 셈입니다.
유기동물의 수는 2010년 최고점을 기록한 뒤 다소 줄어들다 지난해 다시 늘었습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에서 20만 2천여 마리, 서울이 12만 9천여 마리, 부산이 4만 9천여 마리 순으로 유기 동물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서울 도로밀도 전국의 13배

버려진 고양이와 개들은 소위 길냥이와 들개로 전락합니다. 한때는 사랑받는 반려동물이었지만, 유기되는 순간부터 이들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찢어 먹이를 찾거나, 도심 속 거미줄처럼 깔린 도로를 건너다 목숨을 잃게 됩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도로 밀도는 1.07㎞/㎢로 평방 1km의 정사각형에 1.07㎞의 도로가 깔려있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대도시의 도로 밀도는 이보다 훨씬 높습니다. 서울의 도로 밀도는 13.62㎞/㎢. 가로 세로 1평방 ㎞의 땅에 13.62㎞의 도로가 놓여져 있고, 부산의 도로 밀도는 4.29㎞/㎢입니다. 대도시에서 도심 로드킬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유기동물 처리 비용 전국 100억 육박

로드킬은 운전자에게 2차 피해를 야기합니다. 길에 뛰어든 동물을 피하려다 더 큰 사고가 나기 때문입니다. 늘어나는 유기 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일어난 캣맘 사건이나 길냥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물론 전염병 감염 등 위생 문제도 골칫거리가 됩니다. 때문에 각 지자체마다 버려진 동물들을 위한 예산은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경기도가 유기동물 보호와 처리를 위해 사용한 예산은 24억 원이 넘습니다. 서울 등 전국의 지자체들이 지불한 비용은 97억 4천 5백여만 원으로 100억에 가까운 돈이 유기동물 보호 및 사체 처리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국로드킬예방협회 관계자는 도심에서 버려지거나 로드킬 당한 동물들을 그냥 수거하거나 처리할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에서 주로 일어나는 지 자료를 만들어야 예방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버려져도... 주인을 버리지 않는 동물들



최근 프랑스의 반려동물협회에서 올린 홍보영상이 전세계인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버리지 마세요.” 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키우던 반려견을 버리고 가는 이야기를 담습니다. 자신을 버리고 가던 주인이 교통사고를 당하자, 주인을 구해내고, 곁에 충성스럽게 머무는 개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상의 말미에 “그는 당신을 결코 버리지 않습니다.”는 자막이 뜹니다.

■도심 속 로드킬 신고는 지역번호+120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의 동물들이 받는 대우로 가늠 할 수 있다." 마하트마 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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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6-07-13 16: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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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청소하다 보면 차들이 여러 번 치고 지나갔는지 수거하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서울시 환경미화원)

하루 평균 16마리.
지난 4년 간 서울에서 수거된 동물 사체 수입니다.
대부분이 개와 고양이.
이들 죽음의 가장 큰 원인은 길을 건너다 차나 오토바이에 치어 죽는 도심 로드킬로 추정됩니다.











■ 4년 간 서울 도심 로드킬 2만 2851마리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이 농림축산식품부와 전국 지자체에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 2012년부터 2015년 까지 4년 간 서울시에서 로드킬 등으로 죽은 동물 사체 수는 2만 2,851마리로 나타났습니다. 개는 2,354마리인 반면 고양이는 만 8,425마리로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하루 평균, 고양이 13마리가 서울에서만 차에 치어 죽는 셈입니다.

서울시는 2009년부터 동물사체 수거 기동반을 운영하고, 로드킬에 대한 체계적 집계를 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대부분의 광역시도에서는 동물사체 전담반이 없거나 사체를 생활 쓰레기로 처리해 도심 속 로드킬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웠습니다.

■ 버려지는 개, 치어죽는 고양이

주로 고속도로나 국도에서 일어나는 야생동물 로드킬과 도심 속 로드킬은 다른 문제입니다. 야생동물 로드킬은 삶의 각종 개발로 서식지를 잃은 동물들이 당하지만, 도심 로드킬은 주로 주인에게 버림받아 어쩔 수 없이 길짐승이 된 반려동물들이 당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한해 전국에서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유기동물 숫자는 8만 2천 마리가 넘습니다(농림부 동물복지 실태조사 결과). 이 가운데 개가 5만 9천여 마리로 73%를 차지했고, 고양이가 2만 천여 마리로 나타났습니다.

버려지는 숫자는 개가 많지만, 로드킬로 오토바이나 차에 치어 목숨을 잃는 것은 고양이가 훨씬 많았습니다. 서울시만 놓고 봤을 때, 지난해 버려진 개는 6,060마리, 고양이는 2,541마리로 집계됐습니다. 반면, 도로에서 수거된 동물 사체 수는 개 461마리, 고양이는 4,883마리로 고양이가 10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양이가 주로 로드킬로 희생되는 이유에 대해 서울시 동물정책과장은 고양이는 밤에 주로 움직이는 습성이 있는데 작고 털빛이 짙어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개가 버려졌을 경우 유기동물센터에서 보호하거나 입양을 보내는 경우가 많지만, 고양이는 잘 구호되지 않고 길고양이로 숨어 살기 때문에 로드킬 당하는 개체 수가 많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서울 서초에서 도심 로드킬 가장 많아

구별로는 지난 4년 간 서울 서초구에서 모두 2,030마리의 동물 사체가 수거돼 가장 많은 도심 로드킬이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다음은 강동구, 송파구의 순서로 많았고, 중구와 은평구는 각각 319마리와 267마리를 기록해 도심 로드킬 등으로 인한 개, 고양이의 죽음이 가장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려동물 100만 시대...유기동물 71만 7천 마리

2015년 말 기준 전국에서 반려동물로 등록된 동물은 97만 9천여 마리로 반려동물 100만 마리 시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08년 동물등록제가 시행된 지 8년 동안 누적된 수치입니다.(동물 등록 대상은 현재 개만 한정돼 있음)
반려동물 수가 늘어난 만큼 그늘도 짙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부터 농림부 집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버려진 반려동물 수는 71만 7천여 마리입니다. 반려동물로 등록된 동물 숫자에 버금갑니다. 한쪽에서는 반려동물을 등록하고, 다른 쪽에서는 버려지고 있는 셈입니다.
유기동물의 수는 2010년 최고점을 기록한 뒤 다소 줄어들다 지난해 다시 늘었습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에서 20만 2천여 마리, 서울이 12만 9천여 마리, 부산이 4만 9천여 마리 순으로 유기 동물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서울 도로밀도 전국의 13배

버려진 고양이와 개들은 소위 길냥이와 들개로 전락합니다. 한때는 사랑받는 반려동물이었지만, 유기되는 순간부터 이들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찢어 먹이를 찾거나, 도심 속 거미줄처럼 깔린 도로를 건너다 목숨을 잃게 됩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도로 밀도는 1.07㎞/㎢로 평방 1km의 정사각형에 1.07㎞의 도로가 깔려있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대도시의 도로 밀도는 이보다 훨씬 높습니다. 서울의 도로 밀도는 13.62㎞/㎢. 가로 세로 1평방 ㎞의 땅에 13.62㎞의 도로가 놓여져 있고, 부산의 도로 밀도는 4.29㎞/㎢입니다. 대도시에서 도심 로드킬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유기동물 처리 비용 전국 100억 육박

로드킬은 운전자에게 2차 피해를 야기합니다. 길에 뛰어든 동물을 피하려다 더 큰 사고가 나기 때문입니다. 늘어나는 유기 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일어난 캣맘 사건이나 길냥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물론 전염병 감염 등 위생 문제도 골칫거리가 됩니다. 때문에 각 지자체마다 버려진 동물들을 위한 예산은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경기도가 유기동물 보호와 처리를 위해 사용한 예산은 24억 원이 넘습니다. 서울 등 전국의 지자체들이 지불한 비용은 97억 4천 5백여만 원으로 100억에 가까운 돈이 유기동물 보호 및 사체 처리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국로드킬예방협회 관계자는 도심에서 버려지거나 로드킬 당한 동물들을 그냥 수거하거나 처리할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에서 주로 일어나는 지 자료를 만들어야 예방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버려져도... 주인을 버리지 않는 동물들



최근 프랑스의 반려동물협회에서 올린 홍보영상이 전세계인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버리지 마세요.” 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키우던 반려견을 버리고 가는 이야기를 담습니다. 자신을 버리고 가던 주인이 교통사고를 당하자, 주인을 구해내고, 곁에 충성스럽게 머무는 개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상의 말미에 “그는 당신을 결코 버리지 않습니다.”는 자막이 뜹니다.

■도심 속 로드킬 신고는 지역번호+120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의 동물들이 받는 대우로 가늠 할 수 있다." 마하트마 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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