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문제 유출’…교사·강사의 ‘검은 고리’

입력 2016.07.10 (22:41) 수정 2016.07.10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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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녹취> "출제 문제, 그 다음에 출제 경향 같은 정보들까지 포함해서 전달하기 때문에 그 비용이 포함됐다..."

<녹취> "어차피 답은 다 알려져 있을 수도 있는데 왜 굳이 열심히 해야되나."

<녹취> "수험생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를 한 사람들이 많은데 유출 때문에 쉽게 점수를 얻고 그러면 다른 사람한테 피해가 가니까.."

<오프닝>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넉 달 앞두고 수험생들이 공부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수험생들의 맥을 빠지게 하는 소식이 최근 있었는데요.

바로 수능 모의평가 문제 유출 사건입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공교육 교사와 사교육 강사 사이의 유착관계 이른바 검은 연결 고리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데요.

취재파일K 취재 결과 같은 모의 평가의 다른 영역에서도 문제 유출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교사와 강사의 부적절한 관계 의혹, 그리고 문제유출 사건의 배경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유명 학원 강사의 현장 강의 영상입니다.

수학능력시험과 수능 모의평가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한국 교육과정평가원의 출제 의도를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학원 강사(음성변조) : "이건 어떤 걸까. 평가원의 생각이란? (본인 문제집 출제진이) 전 평가원 출제위원들로만 구성됐습니다. 이 출제위원들이 '학생들한테 이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게끔 만들어주고 싶다.'라는 문항들을 선생님이 한 5백문항인가 만들어서."

그러면서 교육과정평가원의 출제위원의 출제 의도가 담긴 문제를 공개하겠다고 합니다.

<녹취> 학원 강사(음성변조) : "궁금하시죠. 자 시작하겠습니다. 바로 평가원의 생각은 X월 XX일 금요일 오픈됩니다."

수능 학원들의 인터넷 홈페이지 화면입니다.

수능이나 수능 모의 평가 문제를 예측해서 적중시켰다는 내용을 경쟁적으로 광고하고 있습니다.

수험생들도 학원이나 강사를 선택할 때 실제 출제되는 시험 문제를 미리 적중시키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따진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조성규(수험생) : "적중률이 높으신 분들은 확실히 끌리긴 하죠."

<인터뷰> 주성빈(수험생) : "가끔씩 보면 진짜로 (문제가) 딱 나오는 경우도 있고."

<인터뷰> 신재익(수험생) : "빠른 시간안에 더 좋은 점수를 따려면 족집게나 적중 그런 단어에 더 따라갈 수밖에 없겠죠."

학원 강사들은 어떤 시험 문제가 나올지를 어떻게 미리 예측해서 맞추는 것일까?

출제 유형과 추세를 분석해서 시험 문제를 예측했다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학원 강사들이 광고하는 시험 문제 적중에는 '문제 유출'이라는 공공연한 비밀이 있다고 교육계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녹취> 전직 학원장(음성변조) : "수강생이 제일 많이 모이는 건 적중률이죠.거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는 이해를 하지만 실제 거래는 일어났다고 보는 거죠. 많은 부분을 그렇게 적중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투자요?) 그게 좋은 말로 하면 투자."

<녹취> 평가원 출제 경험 교사(음성변조) : "문제들이 유출이 되고 있었어요. 그때 000 선생이나 000선생이 유출한 때가 있었어요. 지문들이 3개인가 유출이 됐었는데. 경쟁을 많이 하니까 결국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겠구나 생각했던 거죠."

지난 6월 수능 모의평가를 앞두고 일부 수험생들 사이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퍼진 학원 필기 노트입니다.

이 필기 노트에는 수능 모의평가에 나올 것이라는 국어 영역 지문들이 적혀 있습니다.

이 지문들이 실제 출제 됐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중세국어 문제가 비문학 지문으로 출제된다" => 실제 출제

"비문학 지문은 3개로 지문이 길고 사회분야 지문이 출제되지 않는다" => 실제로 비문학 출제

"현대시는 '우리가 물이되어'의 시어 '불'의 이미지가 나온다" => 실제 출제

"고전 시가의 '가시리' 현대 소설의 '삼대' 출제된다" => 실제 출제

많은 학원 강사들은 이렇게 구체적이고 정확한 문제 예측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학원 국어 강사(음성변조) : "'소설중에 이러이러한 중요한게 있는데 그중에 이게 나온다' 이렇게 얘기가 되면 되는데 꼭 집었다는 거죠. 고려가요가 나오고 삼대가 나오고. 지금까지 전혀 패턴을 보이지 않던 중세국어 문법이 비문학 독해지문과 묶여 나왔단 말이에요. 일관되게 그런 패턴을 보였던 문제라면 그게 가능하지만 그게 아니기 때문에 불가능한 거죠. 국어를 전공한 사람이라면 확신을 하지고 이야기하죠. 유출이다."

<녹취> 학원 국어 강사(음성변조) : "아예 '무슨 작품을 딱딱딱 찍는다'든가, 아니면 '비문학의 지문길이가 길어진다'라든가 이런 식의 판단은 시험문제를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보지 않고서는 얘기하기가 어렵다는 거죠."

문제가 된 필기노트는 학원 강사 이 모씨의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 입니다.

시험 문제 유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 씨가 현직 교사인 박 모씨로부터 모의 평가 출제 정보를 받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모 강사가 박 모 교사에게 문제 출제를 의뢰하며 수년 간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고, 박 교사가 역시 교사인 교육과정평가원의 한 검토위원에게 들은 시험 문제 내용을 이 모 강사게 알려줬을 가능성입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이씨의 과거 강의 영상입니다.

<녹취> 이 모 학원 강사(음성변조) : "이 소설은 '우리' 교수님이 냈어요. 출제할 때. 00 대학교. 교수님과 대화를 하는 것도 지금 나까지 이정도 올라와야 대화가 됩니다. 장학금도 막 쾌척하고 교수님 만나서 밥도 먹고."

시험 문제 정보를 입수했을 때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녹취> 이 모 학원 강사(음성변조) : "만약에 내가 어떤 교수한테 정보를 들었다. 이번에 '메밀꽃 필 무렵'은 100%야. 분명히 나와. 그러면 이러이런거 조심해야 해. 근데 정말 나왔다고 합시다. 그럼 일이 이제 커졌죠. 검찰이 압니다. 그 다음에 교수는 파직되겠죠."

취재진은 해명을 듣기 위해 이씨가 강의하는 학원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나타나지 않았고 예정됐던 수업은 돌연 중단됐습니다.

<녹취> □□ 학원 관계자(음성변조) : "(선생님 좀 뵈러 왔는데 안 나오셨어요?) 수업 오늘 못하세요."

다른 날, 이씨가 강의하는 다른 학원을 찾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녹취> ○○ 학원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도 선생님이 어떻게 하실지 정확히 모르겠고.. (대답은 안해주시니까 저희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수 밖에 없는것 아닙니까.) 제가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는 거고."

취재진은 수소문 끝에 이 씨의 학원 운영을 도왔던 한 남성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남성은 강사 이씨가 현직 교사 15명 가량을 수년간 관리해 왔다고 주장합니다.

학연 등을 통해 현직 교사들과 친분을 맺고 문제 출제를 맡기며 돈을 줬다는 겁니다.

<녹취> 김○○('동업자' 주장/음성변조) : "'단순한 문제 (출제)수당만이 아니라 출제위원들의 정보, 출제 내는 문제, 그다음에 출제 경향같은 정보들까지 포함해서 전달하기 때문에 그 비용이 포함됐다'라고 얘기를 했죠. (돈을 전달할 때) 여러 단계를 거쳤고, 돈을 요구한 사람. 그걸 또 전달한 사람은 따로 있고. 그걸 갖다가 선생한테 직접 전달한 사람은 따로 그러니까 각각 역할이 구분되어 있어서."

이 남성이 제시한 명단입니다.

현직 교사와 교수 15명의 이름과 주소, 그리고 선물 내역이 적혀 있습니다.

심지어 교사를 상대로 성접대까지 했다며 유흥업소 종업원에게 수백만 원이 이체된 계좌 기록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녹취> 김○○('동업자' 주장/음성변조) : "그 사람을 통해서 어쨌든 실제로 돈이 지출되거나 아니면 성접대라든가 이런 부분이 있었다고.."

취재진의 거듭된 해명 요청에도 응하지 않던 강사 이씨는 나중에 이메일을 통해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이 씨는 수사 기관의 수사에 장애나 오해를 초래할 것을 우려해 수사 중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행을 삼가고 있다면서, 기소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는 어떠한 입장 표명도 곤란하다고 밝혔습니다.

강사 이 씨에게 수능 모의평가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 모 교사는 현재 구속된 상태입니다.

<녹취> 박 교사 고등학교 관계자 : "(학원강사에게) 문제 만들어 준 부분에 대한 것에 대해 학교에서 허락한 사실도 없고, (박교사가) 학교에 허락받으려고 한 적도 없어요. 이번 사안은 학교와 무관하고 아는 바도 없는 상태예요."

수능 모의 평가의 시험 정보가 유출된 것은 이 사건이 유일한 것일까.

6월 모의 평가를 나흘 앞둔 지난 5월 28일, 경기도의 한 학원에서 한 강사가 학생들에게 시험에 나올 수학 문제에 대한 정보를 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수학 30번 주관식 문제의 답이 11이 아니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녹취> 학원 관계자(음성변조) : "수업시간에 30번 문제 답이 11이 아니야 이런말을 했대요. 그게 객관식도 아니고 서술형 문제인데, 계산을 어떻게 하면 11이 답으로 나올 수 있는 그런 문제래요."

해당 강사는 수학 30번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수업에서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자신도 전해들은 이야기라고 해명했습니다.

<녹취> 해당 수학강사(음성대역) : "(평가원) 검토위원이 들어가서 문제를 풀었는데 자기가 푼게 11이었는데 답이 11이 아닌 것 같다.. 저도 들은 얘기에요. 소문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수능 모의평가는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합니다.

평가원은 시험을 앞두고 현직 고교 교사와 대학교수로 이뤄진 출제진 후보 명단 가운데 출제진을 추려냅니다.

실제로 문제 출제를 위해 합숙에 들어가는 출제진은 모두 5백여 명,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으로 구성됩니다.

일부 학원 강사들은 이 출제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교사나 교수들과 평소 친분관계를 쌓으며 문제 출제 등을 대가로 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들을 관리한다고 사교육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녹취> 전직 학원장(음성변조) : "87학번부터 89학번 정도의 00대학교 출신 중에서 또 사대출신들이 많이 출제하는 걸로 알고 있고.."

<녹취> 학원 강사(음셩변조) : "선생님들을 제안해서 사교육 시장으로 끌여들이고 이런 것들을 보면 (공교육) 선생님들도 결국 금전적인 문제에선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죠."

이에 대해 한국 교육과정 평가원 측은 문제 유출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교육부 시행령 개정안 등 후속조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보안이 강화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정학준(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홍보출판실장) : "수능 인력풀(출제진)은 협소하지 않습니다. 매년 인력풀 확충을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러가지 제약이 있습니다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직 교사가 학원 강사에게 문제를 출제해주고 돈을 받는 등 교사와 강사의 유착을 막을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녹취> 교육부 관계자 : "(현직 교사의 문제 판매가) 영리행위라고도 볼 수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문제출제와 관련해서는 이게 (규정이) 안 되어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그래서 법리적으로 검토가 좀 필요하다고.."

한번 치를 때마다 5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60만 명의 수험생이 응시하는 수능 모의 평가는 그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방향과 난이도를 알려주고 수험생의 능력을 검증하는 역할을 합니다.

시험 문제 정보가 유출된다면 수험생들은 혼란을 느끼고 시험의 공정성도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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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험 문제 유출’…교사·강사의 ‘검은 고리’
    • 입력 2016-07-10 23:00:14
    • 수정2016-07-10 23:45:46
    취재파일K
<프롤로그>

<녹취> "출제 문제, 그 다음에 출제 경향 같은 정보들까지 포함해서 전달하기 때문에 그 비용이 포함됐다..."

<녹취> "어차피 답은 다 알려져 있을 수도 있는데 왜 굳이 열심히 해야되나."

<녹취> "수험생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를 한 사람들이 많은데 유출 때문에 쉽게 점수를 얻고 그러면 다른 사람한테 피해가 가니까.."

<오프닝>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넉 달 앞두고 수험생들이 공부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수험생들의 맥을 빠지게 하는 소식이 최근 있었는데요.

바로 수능 모의평가 문제 유출 사건입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공교육 교사와 사교육 강사 사이의 유착관계 이른바 검은 연결 고리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데요.

취재파일K 취재 결과 같은 모의 평가의 다른 영역에서도 문제 유출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교사와 강사의 부적절한 관계 의혹, 그리고 문제유출 사건의 배경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유명 학원 강사의 현장 강의 영상입니다.

수학능력시험과 수능 모의평가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한국 교육과정평가원의 출제 의도를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학원 강사(음성변조) : "이건 어떤 걸까. 평가원의 생각이란? (본인 문제집 출제진이) 전 평가원 출제위원들로만 구성됐습니다. 이 출제위원들이 '학생들한테 이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게끔 만들어주고 싶다.'라는 문항들을 선생님이 한 5백문항인가 만들어서."

그러면서 교육과정평가원의 출제위원의 출제 의도가 담긴 문제를 공개하겠다고 합니다.

<녹취> 학원 강사(음성변조) : "궁금하시죠. 자 시작하겠습니다. 바로 평가원의 생각은 X월 XX일 금요일 오픈됩니다."

수능 학원들의 인터넷 홈페이지 화면입니다.

수능이나 수능 모의 평가 문제를 예측해서 적중시켰다는 내용을 경쟁적으로 광고하고 있습니다.

수험생들도 학원이나 강사를 선택할 때 실제 출제되는 시험 문제를 미리 적중시키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따진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조성규(수험생) : "적중률이 높으신 분들은 확실히 끌리긴 하죠."

<인터뷰> 주성빈(수험생) : "가끔씩 보면 진짜로 (문제가) 딱 나오는 경우도 있고."

<인터뷰> 신재익(수험생) : "빠른 시간안에 더 좋은 점수를 따려면 족집게나 적중 그런 단어에 더 따라갈 수밖에 없겠죠."

학원 강사들은 어떤 시험 문제가 나올지를 어떻게 미리 예측해서 맞추는 것일까?

출제 유형과 추세를 분석해서 시험 문제를 예측했다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학원 강사들이 광고하는 시험 문제 적중에는 '문제 유출'이라는 공공연한 비밀이 있다고 교육계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녹취> 전직 학원장(음성변조) : "수강생이 제일 많이 모이는 건 적중률이죠.거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는 이해를 하지만 실제 거래는 일어났다고 보는 거죠. 많은 부분을 그렇게 적중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투자요?) 그게 좋은 말로 하면 투자."

<녹취> 평가원 출제 경험 교사(음성변조) : "문제들이 유출이 되고 있었어요. 그때 000 선생이나 000선생이 유출한 때가 있었어요. 지문들이 3개인가 유출이 됐었는데. 경쟁을 많이 하니까 결국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겠구나 생각했던 거죠."

지난 6월 수능 모의평가를 앞두고 일부 수험생들 사이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퍼진 학원 필기 노트입니다.

이 필기 노트에는 수능 모의평가에 나올 것이라는 국어 영역 지문들이 적혀 있습니다.

이 지문들이 실제 출제 됐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중세국어 문제가 비문학 지문으로 출제된다" => 실제 출제

"비문학 지문은 3개로 지문이 길고 사회분야 지문이 출제되지 않는다" => 실제로 비문학 출제

"현대시는 '우리가 물이되어'의 시어 '불'의 이미지가 나온다" => 실제 출제

"고전 시가의 '가시리' 현대 소설의 '삼대' 출제된다" => 실제 출제

많은 학원 강사들은 이렇게 구체적이고 정확한 문제 예측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학원 국어 강사(음성변조) : "'소설중에 이러이러한 중요한게 있는데 그중에 이게 나온다' 이렇게 얘기가 되면 되는데 꼭 집었다는 거죠. 고려가요가 나오고 삼대가 나오고. 지금까지 전혀 패턴을 보이지 않던 중세국어 문법이 비문학 독해지문과 묶여 나왔단 말이에요. 일관되게 그런 패턴을 보였던 문제라면 그게 가능하지만 그게 아니기 때문에 불가능한 거죠. 국어를 전공한 사람이라면 확신을 하지고 이야기하죠. 유출이다."

<녹취> 학원 국어 강사(음성변조) : "아예 '무슨 작품을 딱딱딱 찍는다'든가, 아니면 '비문학의 지문길이가 길어진다'라든가 이런 식의 판단은 시험문제를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보지 않고서는 얘기하기가 어렵다는 거죠."

문제가 된 필기노트는 학원 강사 이 모씨의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 입니다.

시험 문제 유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 씨가 현직 교사인 박 모씨로부터 모의 평가 출제 정보를 받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모 강사가 박 모 교사에게 문제 출제를 의뢰하며 수년 간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고, 박 교사가 역시 교사인 교육과정평가원의 한 검토위원에게 들은 시험 문제 내용을 이 모 강사게 알려줬을 가능성입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이씨의 과거 강의 영상입니다.

<녹취> 이 모 학원 강사(음성변조) : "이 소설은 '우리' 교수님이 냈어요. 출제할 때. 00 대학교. 교수님과 대화를 하는 것도 지금 나까지 이정도 올라와야 대화가 됩니다. 장학금도 막 쾌척하고 교수님 만나서 밥도 먹고."

시험 문제 정보를 입수했을 때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녹취> 이 모 학원 강사(음성변조) : "만약에 내가 어떤 교수한테 정보를 들었다. 이번에 '메밀꽃 필 무렵'은 100%야. 분명히 나와. 그러면 이러이런거 조심해야 해. 근데 정말 나왔다고 합시다. 그럼 일이 이제 커졌죠. 검찰이 압니다. 그 다음에 교수는 파직되겠죠."

취재진은 해명을 듣기 위해 이씨가 강의하는 학원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나타나지 않았고 예정됐던 수업은 돌연 중단됐습니다.

<녹취> □□ 학원 관계자(음성변조) : "(선생님 좀 뵈러 왔는데 안 나오셨어요?) 수업 오늘 못하세요."

다른 날, 이씨가 강의하는 다른 학원을 찾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녹취> ○○ 학원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도 선생님이 어떻게 하실지 정확히 모르겠고.. (대답은 안해주시니까 저희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수 밖에 없는것 아닙니까.) 제가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는 거고."

취재진은 수소문 끝에 이 씨의 학원 운영을 도왔던 한 남성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남성은 강사 이씨가 현직 교사 15명 가량을 수년간 관리해 왔다고 주장합니다.

학연 등을 통해 현직 교사들과 친분을 맺고 문제 출제를 맡기며 돈을 줬다는 겁니다.

<녹취> 김○○('동업자' 주장/음성변조) : "'단순한 문제 (출제)수당만이 아니라 출제위원들의 정보, 출제 내는 문제, 그다음에 출제 경향같은 정보들까지 포함해서 전달하기 때문에 그 비용이 포함됐다'라고 얘기를 했죠. (돈을 전달할 때) 여러 단계를 거쳤고, 돈을 요구한 사람. 그걸 또 전달한 사람은 따로 있고. 그걸 갖다가 선생한테 직접 전달한 사람은 따로 그러니까 각각 역할이 구분되어 있어서."

이 남성이 제시한 명단입니다.

현직 교사와 교수 15명의 이름과 주소, 그리고 선물 내역이 적혀 있습니다.

심지어 교사를 상대로 성접대까지 했다며 유흥업소 종업원에게 수백만 원이 이체된 계좌 기록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녹취> 김○○('동업자' 주장/음성변조) : "그 사람을 통해서 어쨌든 실제로 돈이 지출되거나 아니면 성접대라든가 이런 부분이 있었다고.."

취재진의 거듭된 해명 요청에도 응하지 않던 강사 이씨는 나중에 이메일을 통해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이 씨는 수사 기관의 수사에 장애나 오해를 초래할 것을 우려해 수사 중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행을 삼가고 있다면서, 기소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는 어떠한 입장 표명도 곤란하다고 밝혔습니다.

강사 이 씨에게 수능 모의평가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 모 교사는 현재 구속된 상태입니다.

<녹취> 박 교사 고등학교 관계자 : "(학원강사에게) 문제 만들어 준 부분에 대한 것에 대해 학교에서 허락한 사실도 없고, (박교사가) 학교에 허락받으려고 한 적도 없어요. 이번 사안은 학교와 무관하고 아는 바도 없는 상태예요."

수능 모의 평가의 시험 정보가 유출된 것은 이 사건이 유일한 것일까.

6월 모의 평가를 나흘 앞둔 지난 5월 28일, 경기도의 한 학원에서 한 강사가 학생들에게 시험에 나올 수학 문제에 대한 정보를 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수학 30번 주관식 문제의 답이 11이 아니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녹취> 학원 관계자(음성변조) : "수업시간에 30번 문제 답이 11이 아니야 이런말을 했대요. 그게 객관식도 아니고 서술형 문제인데, 계산을 어떻게 하면 11이 답으로 나올 수 있는 그런 문제래요."

해당 강사는 수학 30번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수업에서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자신도 전해들은 이야기라고 해명했습니다.

<녹취> 해당 수학강사(음성대역) : "(평가원) 검토위원이 들어가서 문제를 풀었는데 자기가 푼게 11이었는데 답이 11이 아닌 것 같다.. 저도 들은 얘기에요. 소문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수능 모의평가는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합니다.

평가원은 시험을 앞두고 현직 고교 교사와 대학교수로 이뤄진 출제진 후보 명단 가운데 출제진을 추려냅니다.

실제로 문제 출제를 위해 합숙에 들어가는 출제진은 모두 5백여 명,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으로 구성됩니다.

일부 학원 강사들은 이 출제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교사나 교수들과 평소 친분관계를 쌓으며 문제 출제 등을 대가로 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들을 관리한다고 사교육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녹취> 전직 학원장(음성변조) : "87학번부터 89학번 정도의 00대학교 출신 중에서 또 사대출신들이 많이 출제하는 걸로 알고 있고.."

<녹취> 학원 강사(음셩변조) : "선생님들을 제안해서 사교육 시장으로 끌여들이고 이런 것들을 보면 (공교육) 선생님들도 결국 금전적인 문제에선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죠."

이에 대해 한국 교육과정 평가원 측은 문제 유출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교육부 시행령 개정안 등 후속조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보안이 강화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정학준(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홍보출판실장) : "수능 인력풀(출제진)은 협소하지 않습니다. 매년 인력풀 확충을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러가지 제약이 있습니다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직 교사가 학원 강사에게 문제를 출제해주고 돈을 받는 등 교사와 강사의 유착을 막을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녹취> 교육부 관계자 : "(현직 교사의 문제 판매가) 영리행위라고도 볼 수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문제출제와 관련해서는 이게 (규정이) 안 되어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그래서 법리적으로 검토가 좀 필요하다고.."

한번 치를 때마다 5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60만 명의 수험생이 응시하는 수능 모의 평가는 그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방향과 난이도를 알려주고 수험생의 능력을 검증하는 역할을 합니다.

시험 문제 정보가 유출된다면 수험생들은 혼란을 느끼고 시험의 공정성도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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