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미경 소장(한국성폭력상담소) “단톡방 공개가 사생활 침해라면 가정폭력 문제도 사생활 침해입니까?” ②

입력 2016.07.1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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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16년 7월 13일(수요일)
□ 출연자 : 이미경 소장 (한국성폭력상담소)
 

“단톡방 공개가 사생활 침해라면 가정폭력 문제도 사생활 침해입니까?”

[홍지명] 최근 서울대 인문대학 소속 남학생들이 단체 채팅방, 이른바 단톡방에서 동기 여학생 등을 상대로 욕설과 성희롱, 여성혐오성의 대화, 성범죄를 뜻하는 발언을 일삼을 사실이 들어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달 고려대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었는데요.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교, 그 가운데서도 소위 명문대라는 곳에서 이런 일이 잇따르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 이 문제 짚어보려고 하는데요. 당초에는 '서울대 단톡방 성폭력' 내용을 최초로 고발한 서울대학 학생 소수자 인권위원회측의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이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측은 "피해자들이 인터뷰를 응하길 원하지 않는다. 언론 인터뷰 이후에 악플을 보고 상처를 받아서 간접적인 언론 노출 역시 꺼리고 있다"면서 인터뷰를 사양했습니다. 그 입장을 저희 KBS도 존중해드리고요. 이번에 전문가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을 연결해서 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지, 관련 대책은 무엇인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미경 소장님 안녕하세요"?

[이미경] 네, 안녕하세요?

[홍지명] 일단 사건 경위가 어떻게 되는지 간략하게 설명을 좀 해주시겠습니까?

[이미경] 이 사건은 서울대 인문대에서요 8명이 단체 카톡방을 열어서 작년 2월부터 8월까지 외모에 대한 비하라든지.......

[홍지명] 남학생들 여덟 명으로 만들어진 카톡방이죠?

[이미경] 그렇죠. 그래서 여학생들 외모에 대한 비하를 하고요, 또 몰래 카메라라든지, 또 여학우 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하는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성적 대상화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여성대상 성폭력을 미화하는 등 굉장히 심각한 수준의 대화가 오간 단톡방을 한 분이 이걸 문제제기해서 이 자체를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구성이 되었고요. 그리고 총학생회 산하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에서 지난 7월 11일에 이것을 교내에 대자보에 알렸습니다. 그리고 학교 본부에 고발도 했고요. 그래서 서울대인권센터에서는 진상조사위를 꾸려서 자체 조사에 착수를 했습니다.

[홍지명] 사실 학생들이 이성에 대한 어떤 호감이라든지 관심을 표시할 수는 있겠지만 이 단톡방에서 오간 내용들, 이걸 보면 저도 지금 그 내용을 보고있습니다마는 도저히 방송으로 옮기기는 물론이고 이게 참 입에 담기도 좀 어려운 말이 많은데 이 소장께서도 보셨죠?

[이미경] 네, 봤죠. 정말, 사실 이게 오늘 이게 갑자기 튀어나온 사건이 아니라 바로 한 달 전에 고려대학교에서도 있었고요 작년에 또 국민대에서도 있었습니다. 거의 내용이 비슷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것이 왜 우리 젊은 학생들이 진짜 미래를 이끌어나갈 우리나라의 주인공인 이 학생들이 여성에 대한 혐오나 인권의식이 굉장히 저급한 수준에 있는지 굉장히 마음이 아프고요, 앞으로 이 문제 매우 심각하게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홍지명] 앞서 잠깐 말씀드렸지만 오히려 피해자들이 고발 이후에 여러가지 악플에 시달리고 있어서 간접적인 언론 노출마저도 꺼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와의 인터뷰도 취소한 상황인데. 어떻습니까? 오히려 피해자들이 더 마음 고생하는 건,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합니까?

[이미경] 그러게요. 이게 성폭력 피해 특성인데요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고 피해자를 의심하기까지 하고 뭔가 피해자가 그런 일을 했지 않았느냐고 하는 이런 시선들이 문제인 거죠. 그리고 지금 서울대 학생들 같은 경우 자칫하면 학교의 명예에, 사실 학교의 명예에 먹칠을 한 것은 가해자들인데 이런 사실을 드러냈다고 하는, 들춰냈다는 그 사실 때문에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왜 부끄러움이나 이런 것은 다 가해자의 몫이어야 하는데 피해자들이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그 사실 자체가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고요. 더 이상 피해자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홍지명] 그렇군요. 이렇게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단톡방의 공개가 사생활 침해다, 개인적으로 서로 오고간 이야기를 왜 공개해서 문제로 삼나 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미경] 저는요, 단톡방이 진정 그들의 사생활이라면 왜 피해자들 뿐 아니라 온 국민이 충격과 분노를 느껴야 할지를 좀 물어보고 싶어요. 옛날에는 가정폭력 문제도 가정 내부의 일이라고 간섭하지 말라 이렇게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인권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또 국가가 개입도 하고 그러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들의 단톡방에서 나온 대화가 어떻게보면 그들의 일상의 반영이잖아요. 이게 따로따로, 이것은 단톡방 일이고 이것은 일상생활이고 이렇지 않다고 보거든요. 모두 연결되어서 서로한테 영향을 주는 것이고. 더군다나 요즘의 카카오톡이나 이런 것들은 굉장히 파급력도 강하고요. 그런 특성을 잘 봐야하겠죠.

[홍지명] 여덟 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는 단톡방, 단체라는 말도 들어가있는데. 이런 SNS 공간을 사적인 공간이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까? 어떻게 봐야합니까?

[이미경] 저는 거기에는 많은 논란이 있겠지만 성폭력 상담 현장에서 볼 때는 절대 그것이 사적인 공간에만 그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 영향력이라든지 파급력이라든지. 그리고 이것을 통해서 배출해내는 그들의 어떤 잘못된 용어나 사고의 반영, 이런 모든 것을 봤을 때 더 이상 이것을 사적인 공간으로 두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홍지명] 어쩌면 술자리에서 남자들끼리 하던 대화가 단톡방이라는 공간으로 옮겨졌을 뿐이다 이런 시각도 있는듯해요? 이런 시각은 이 소장님께서는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이미경] 저는 당연히 그렇다고 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거든요. 단톡방에서 이렇게 얘기했으면 술자리에서, 또는 학교 수업시간 중에도 자기가 아까 했던 얘기를 당연히 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이미 그것은 우리가 몸에 체화됐다고 하잖아요. 그런 인식과 사고체계가 체화되었기 때문에 행동에 다 나오게 되는 거죠. 그리고 그 행동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고요.

[홍지명] 아까 여러 대학이야기 해주셨지만 단톡방에서는 대화로만 오간다면 사실 그동안 여러번 뉴스에 나왔지만 MT나 이런데 가서는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대학이라는 어떤 특수한 공간에서 이런 일들이 자꾸 벌어지는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이미경] 저는 지금 이 대학도 지금 밝혀진 특정, 소위 명문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거든요. 문제가 이정도 심각하다면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이런 문화가 스며들어 있다고 보고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대학 내에서 이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라고 보는 것이 더 맞다고 봅니다. 그리고 예전 같으면 잘 알려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그들만의 어떤 문화로 정착될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이게 말해지고 있다는 점, 이게 저는 굉장히 오히려 희망적이라고 생각도 하고요. 어제도 제가 어느 회사에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심의하는 회의에 다녀왔는데 이제는 피해자들이 이런 사건에 대응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굉장히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흐름들이 읽혀졌어요. 그리고 고대 사건의 경우도 여덟 명 중에 한 분이 이렇게 더 이상 가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이것을 밝혔잖아요. 저는 그 분이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용기를 우리 사회가 높이 존중하고 또 혹여나 그 분이 그 일로 인해서 이차적인 피해를 받지 않을지 그것을 감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홍지명] 가해 학생이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동기 여학생들이 미워서 그런 건 아니고 장난으로 그랬다, 진심으로 사과하고싶다, 이런 얘기를 했다지만 정말 진정으로 사과하는 마음이 있는건지 정말 죄책감이 본인이 들었는지 아닌지 이것 여부는 좀 불투명하다, 의구심이 듭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이미경] 저도 그 기사를 봤는데요, 그리고 단지 장난이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 피해자 분들이 오히려 그 말을 듣고 더 분노스럽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도 보았습니다. 피해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이 사과는 진정한 사과냐, 제가 보기에도 진정한 사과라고 보여지지가 않아요. 만약에 이들이 진정으로 사과하고 싶었다면 사실은 고대 단톡방 사건이 났을 때 말했어야 되는 거고요. 그리고 이번 같은 경우도 지금 사건이 이렇게 크게 알려지게 되니까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아마 최선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그 방법도 이미 사건화 되면 피해자들이 또 염려하는 것은 오히려 가해자 개개인이 개별적으로 와서 이런 식의 사과를 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피해자들에게 이런 식으로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것도 2차 피해의 하나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학교측에서 굉ㅈ아히 신중하게 이들의 분리조치라든지 이런 것들이 필요하죠.

[홍지명] 대학생들의 왜곡된 성의식, 또 인식,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 이게 어떤 교육이 필요한 것인가, 인성교육이 그러면 어렸을 때부터 시작을 하는 것인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되는데. 이미경 소장께서는 이게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로 보십니까?

[이미경] 정말 어려운 질문이신데요. 저희도 상담 현장에서 수많은 사건들을 보고 가해자들을 보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분들이 이렇게 언뜻 보면 정말 좋은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피해자에게도 그동안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었거든요. 대부분 다 아는 사람들이고요. 그런데 이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보면, 사실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아주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인 그런 자세가 잘 안되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여성들은 일부 남성들의 경우겠지마는 굉장히 2차적인 존재로 보고 함부로 비하하고 자신의 스트레스를 푸는 대상으로, 이런 식으로 보는 게 문제더라고요.

[홍지명] 서울대 해당 과와 인권센터에서 조사 중이고 조사 결과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고 하니 일단 경과를 지켜보기로 하고. 오늘 대화도 사실 가해자들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마는 어떻습니까? 상처를 받은 피해자들, 이거 어떻게 좀 대처를 하면 좋을지 말씀을 해주시고 정리를 했으면 좋겠네요.

[이미경] 네, 피해자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그래서 피해자들이 좀 더 당당하고. 이 피해자들도 이런 얘기를 하셨는데 주위의 많은 분들이 응원과 지지를 해주는 것을 보고 굉장히 힘이 났다고 하셨거든요. 우리 사회는 피해자들에게 그런 역할을 해야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 편 마지막으로 가해 행위를 한 학생들이 영원히 어떻게 잘못되어야 한다든지 낙인찍는 일은 없었으면 싶어요. 이번에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을 하고 앞으로 변화해가는 것을 또 우리 사회가 다른 측면에서 응원해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홍지명] 가족들을 돌아봐도 어머니도 있고 또 여자 형제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이런 생각을 하면 함부로 얘기를 하면 안되겠죠. 오늘 설명 잘 들었습니다.

[이미경] 마지막으로요 이번에 학생들도 그런 얘기를 했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서 더 이상의 이런 언어폭력, 그리고 단톡에서 이런 일이 되지 않는 자정 작용, 그리고 성찰과 화합의 자리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홍지명] 네, 알겠습니다. 설명 감사합니다.

[이미경] 네, 감사합니다.

[홍지명]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이미경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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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이미경 소장(한국성폭력상담소) “단톡방 공개가 사생활 침해라면 가정폭력 문제도 사생활 침해입니까?” ②
    • 입력 2016-07-13 09:39:17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
□ 방송일시 : 2016년 7월 13일(수요일)
□ 출연자 : 이미경 소장 (한국성폭력상담소)
 

“단톡방 공개가 사생활 침해라면 가정폭력 문제도 사생활 침해입니까?”

[홍지명] 최근 서울대 인문대학 소속 남학생들이 단체 채팅방, 이른바 단톡방에서 동기 여학생 등을 상대로 욕설과 성희롱, 여성혐오성의 대화, 성범죄를 뜻하는 발언을 일삼을 사실이 들어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달 고려대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었는데요.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교, 그 가운데서도 소위 명문대라는 곳에서 이런 일이 잇따르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 이 문제 짚어보려고 하는데요. 당초에는 '서울대 단톡방 성폭력' 내용을 최초로 고발한 서울대학 학생 소수자 인권위원회측의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이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측은 "피해자들이 인터뷰를 응하길 원하지 않는다. 언론 인터뷰 이후에 악플을 보고 상처를 받아서 간접적인 언론 노출 역시 꺼리고 있다"면서 인터뷰를 사양했습니다. 그 입장을 저희 KBS도 존중해드리고요. 이번에 전문가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을 연결해서 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지, 관련 대책은 무엇인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미경 소장님 안녕하세요"?

[이미경] 네, 안녕하세요?

[홍지명] 일단 사건 경위가 어떻게 되는지 간략하게 설명을 좀 해주시겠습니까?

[이미경] 이 사건은 서울대 인문대에서요 8명이 단체 카톡방을 열어서 작년 2월부터 8월까지 외모에 대한 비하라든지.......

[홍지명] 남학생들 여덟 명으로 만들어진 카톡방이죠?

[이미경] 그렇죠. 그래서 여학생들 외모에 대한 비하를 하고요, 또 몰래 카메라라든지, 또 여학우 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하는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성적 대상화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여성대상 성폭력을 미화하는 등 굉장히 심각한 수준의 대화가 오간 단톡방을 한 분이 이걸 문제제기해서 이 자체를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구성이 되었고요. 그리고 총학생회 산하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에서 지난 7월 11일에 이것을 교내에 대자보에 알렸습니다. 그리고 학교 본부에 고발도 했고요. 그래서 서울대인권센터에서는 진상조사위를 꾸려서 자체 조사에 착수를 했습니다.

[홍지명] 사실 학생들이 이성에 대한 어떤 호감이라든지 관심을 표시할 수는 있겠지만 이 단톡방에서 오간 내용들, 이걸 보면 저도 지금 그 내용을 보고있습니다마는 도저히 방송으로 옮기기는 물론이고 이게 참 입에 담기도 좀 어려운 말이 많은데 이 소장께서도 보셨죠?

[이미경] 네, 봤죠. 정말, 사실 이게 오늘 이게 갑자기 튀어나온 사건이 아니라 바로 한 달 전에 고려대학교에서도 있었고요 작년에 또 국민대에서도 있었습니다. 거의 내용이 비슷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것이 왜 우리 젊은 학생들이 진짜 미래를 이끌어나갈 우리나라의 주인공인 이 학생들이 여성에 대한 혐오나 인권의식이 굉장히 저급한 수준에 있는지 굉장히 마음이 아프고요, 앞으로 이 문제 매우 심각하게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홍지명] 앞서 잠깐 말씀드렸지만 오히려 피해자들이 고발 이후에 여러가지 악플에 시달리고 있어서 간접적인 언론 노출마저도 꺼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와의 인터뷰도 취소한 상황인데. 어떻습니까? 오히려 피해자들이 더 마음 고생하는 건,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합니까?

[이미경] 그러게요. 이게 성폭력 피해 특성인데요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고 피해자를 의심하기까지 하고 뭔가 피해자가 그런 일을 했지 않았느냐고 하는 이런 시선들이 문제인 거죠. 그리고 지금 서울대 학생들 같은 경우 자칫하면 학교의 명예에, 사실 학교의 명예에 먹칠을 한 것은 가해자들인데 이런 사실을 드러냈다고 하는, 들춰냈다는 그 사실 때문에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왜 부끄러움이나 이런 것은 다 가해자의 몫이어야 하는데 피해자들이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그 사실 자체가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고요. 더 이상 피해자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홍지명] 그렇군요. 이렇게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단톡방의 공개가 사생활 침해다, 개인적으로 서로 오고간 이야기를 왜 공개해서 문제로 삼나 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미경] 저는요, 단톡방이 진정 그들의 사생활이라면 왜 피해자들 뿐 아니라 온 국민이 충격과 분노를 느껴야 할지를 좀 물어보고 싶어요. 옛날에는 가정폭력 문제도 가정 내부의 일이라고 간섭하지 말라 이렇게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인권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또 국가가 개입도 하고 그러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들의 단톡방에서 나온 대화가 어떻게보면 그들의 일상의 반영이잖아요. 이게 따로따로, 이것은 단톡방 일이고 이것은 일상생활이고 이렇지 않다고 보거든요. 모두 연결되어서 서로한테 영향을 주는 것이고. 더군다나 요즘의 카카오톡이나 이런 것들은 굉장히 파급력도 강하고요. 그런 특성을 잘 봐야하겠죠.

[홍지명] 여덟 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는 단톡방, 단체라는 말도 들어가있는데. 이런 SNS 공간을 사적인 공간이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까? 어떻게 봐야합니까?

[이미경] 저는 거기에는 많은 논란이 있겠지만 성폭력 상담 현장에서 볼 때는 절대 그것이 사적인 공간에만 그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 영향력이라든지 파급력이라든지. 그리고 이것을 통해서 배출해내는 그들의 어떤 잘못된 용어나 사고의 반영, 이런 모든 것을 봤을 때 더 이상 이것을 사적인 공간으로 두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홍지명] 어쩌면 술자리에서 남자들끼리 하던 대화가 단톡방이라는 공간으로 옮겨졌을 뿐이다 이런 시각도 있는듯해요? 이런 시각은 이 소장님께서는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이미경] 저는 당연히 그렇다고 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거든요. 단톡방에서 이렇게 얘기했으면 술자리에서, 또는 학교 수업시간 중에도 자기가 아까 했던 얘기를 당연히 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이미 그것은 우리가 몸에 체화됐다고 하잖아요. 그런 인식과 사고체계가 체화되었기 때문에 행동에 다 나오게 되는 거죠. 그리고 그 행동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고요.

[홍지명] 아까 여러 대학이야기 해주셨지만 단톡방에서는 대화로만 오간다면 사실 그동안 여러번 뉴스에 나왔지만 MT나 이런데 가서는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대학이라는 어떤 특수한 공간에서 이런 일들이 자꾸 벌어지는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이미경] 저는 지금 이 대학도 지금 밝혀진 특정, 소위 명문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거든요. 문제가 이정도 심각하다면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이런 문화가 스며들어 있다고 보고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대학 내에서 이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라고 보는 것이 더 맞다고 봅니다. 그리고 예전 같으면 잘 알려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그들만의 어떤 문화로 정착될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이게 말해지고 있다는 점, 이게 저는 굉장히 오히려 희망적이라고 생각도 하고요. 어제도 제가 어느 회사에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심의하는 회의에 다녀왔는데 이제는 피해자들이 이런 사건에 대응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굉장히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흐름들이 읽혀졌어요. 그리고 고대 사건의 경우도 여덟 명 중에 한 분이 이렇게 더 이상 가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이것을 밝혔잖아요. 저는 그 분이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용기를 우리 사회가 높이 존중하고 또 혹여나 그 분이 그 일로 인해서 이차적인 피해를 받지 않을지 그것을 감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홍지명] 가해 학생이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동기 여학생들이 미워서 그런 건 아니고 장난으로 그랬다, 진심으로 사과하고싶다, 이런 얘기를 했다지만 정말 진정으로 사과하는 마음이 있는건지 정말 죄책감이 본인이 들었는지 아닌지 이것 여부는 좀 불투명하다, 의구심이 듭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이미경] 저도 그 기사를 봤는데요, 그리고 단지 장난이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 피해자 분들이 오히려 그 말을 듣고 더 분노스럽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도 보았습니다. 피해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이 사과는 진정한 사과냐, 제가 보기에도 진정한 사과라고 보여지지가 않아요. 만약에 이들이 진정으로 사과하고 싶었다면 사실은 고대 단톡방 사건이 났을 때 말했어야 되는 거고요. 그리고 이번 같은 경우도 지금 사건이 이렇게 크게 알려지게 되니까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아마 최선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그 방법도 이미 사건화 되면 피해자들이 또 염려하는 것은 오히려 가해자 개개인이 개별적으로 와서 이런 식의 사과를 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피해자들에게 이런 식으로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것도 2차 피해의 하나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학교측에서 굉ㅈ아히 신중하게 이들의 분리조치라든지 이런 것들이 필요하죠.

[홍지명] 대학생들의 왜곡된 성의식, 또 인식,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 이게 어떤 교육이 필요한 것인가, 인성교육이 그러면 어렸을 때부터 시작을 하는 것인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되는데. 이미경 소장께서는 이게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로 보십니까?

[이미경] 정말 어려운 질문이신데요. 저희도 상담 현장에서 수많은 사건들을 보고 가해자들을 보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분들이 이렇게 언뜻 보면 정말 좋은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피해자에게도 그동안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었거든요. 대부분 다 아는 사람들이고요. 그런데 이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보면, 사실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아주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인 그런 자세가 잘 안되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여성들은 일부 남성들의 경우겠지마는 굉장히 2차적인 존재로 보고 함부로 비하하고 자신의 스트레스를 푸는 대상으로, 이런 식으로 보는 게 문제더라고요.

[홍지명] 서울대 해당 과와 인권센터에서 조사 중이고 조사 결과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고 하니 일단 경과를 지켜보기로 하고. 오늘 대화도 사실 가해자들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마는 어떻습니까? 상처를 받은 피해자들, 이거 어떻게 좀 대처를 하면 좋을지 말씀을 해주시고 정리를 했으면 좋겠네요.

[이미경] 네, 피해자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그래서 피해자들이 좀 더 당당하고. 이 피해자들도 이런 얘기를 하셨는데 주위의 많은 분들이 응원과 지지를 해주는 것을 보고 굉장히 힘이 났다고 하셨거든요. 우리 사회는 피해자들에게 그런 역할을 해야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 편 마지막으로 가해 행위를 한 학생들이 영원히 어떻게 잘못되어야 한다든지 낙인찍는 일은 없었으면 싶어요. 이번에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을 하고 앞으로 변화해가는 것을 또 우리 사회가 다른 측면에서 응원해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홍지명] 가족들을 돌아봐도 어머니도 있고 또 여자 형제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이런 생각을 하면 함부로 얘기를 하면 안되겠죠. 오늘 설명 잘 들었습니다.

[이미경] 마지막으로요 이번에 학생들도 그런 얘기를 했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서 더 이상의 이런 언어폭력, 그리고 단톡에서 이런 일이 되지 않는 자정 작용, 그리고 성찰과 화합의 자리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홍지명] 네, 알겠습니다. 설명 감사합니다.

[이미경] 네, 감사합니다.

[홍지명]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이미경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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