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십니까?…내년(2017년)은 365일 하고도 1초입니다

입력 2016.07.15 (17:27) 수정 2016.07.1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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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사람들 사이의 약속이다. 해가 뜨고 지거나, 계절이 변화하는 것은 자연 현상이지만 시간은 약속일 뿐이다. 하루를 24시간으로, 한 시간을 60분으로 측정하고 보통 사람들이 "지금은 오후 3시 15분이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기계식 시계가 발명 되고 보급된 17세기 후반 이후의 일이다. 그 전에는 그저 새벽, 아침, 한낮, 오후, 초저녁, 한밤중이 있었을 뿐이다.

세계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세계 협정시는 1972년에 확정됐다. 1967년에 파리에서 열린 제13회 세계도량형 총회에서는 세슘원자시계를 국제표준시계로 채택했다. 기계식 시계가 기본적으로 진자 운동의 규칙성에 기반한다면 세슘원자시계는 세슘원자의 진동을 이용해 시간을 측정한다. 세슘 원자는 초당 91억 번 진동하고, 오차는 3,000년에 1초 수준이다.

매우 정확한 기준으로 약속을 정하기는 했지만 실제 세계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지구의 운동을 기준으로 하는 천문시에서 하루는 지구가 자전하는 시간, 1년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기간이다.

자전과 공전 주기는 제한된 조건에서 진동하는 세슘 원자에 비해 불규칙하다. 달과 밀고 당기는 인력이 있고, 지구 내부의 대규모 지질 운동에도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천문시와 원자시는 오차가 생기고, 보정할 필요가 생긴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윤초다. 윤초는 인류가 시계를 발명한 뒤로도 한참 지난 1972년, 20세기 후반 들어 나타난 일종의 발명이다. 윤초의 목적은 국제 표준시와 천문시의 오차가 0.9초 이내로 유지되도록 관리하자는 것이다. 1초 이상 차이가 나면 1초를 추가하거나 뺀다. 언제 윤초를 적용할지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제도량형국(BIPM)에서 세계 각국에 알려준다.



1972년부터 현재까지 윤초는 모두 27차례 적용됐다. 세계협정시각 기준으로 자정에 적용되는데, 시차에 따라 한국에는 오전 8시 59분 59초와 9시 정각 사이에 1초가 추가되거나 빠진다. 윤초가 적용되는 날은 하루가 24시간 1초가 된다. 59초-60초-0초-1초가 되는 방식이다. 실제로 윤초는 모두 1초를 추가하는 방식으로만 적용됐다. 인간끼리 약속한 시간보다 지구가 아주조금 게으름을 피우며 자전하는 셈이다.

1초를 더하고 빼는 것이 별 일 아닐 것 같지만 뜻밖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컴퓨터 시스템이 1초가 더 늘어나 1분이 61초가 된 것을 인식하지 못하면 사고가 난다.

실제로 2012년 7월 1일 윤초 때 호주 콴타스 항공 전산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키면서 항공기 수백 편이 지연됐다. 포스퀘어 등 일부 소셜미디어도 접속 중단 사고를 겪었다. 2015년 윤초 당시 한국 증권거래소는 주식 시장 개장을 20분 미루고 시간 보정이 정확히 이뤄졌는지 점검했다.

윤초 때마다 초긴장하는 IT, 통신, 금융 업계를 중심으로 윤초 무용론, 폐지론도 나온다. 오차가 1년에 1초도 안 되는 수준이라면 보정 없이 그냥 표준시를 쓰는 게 경제적이지 않느냐는 문제제기다. 유엔 산하 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지난 1012년에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 했다.

다가오는 윤초는 내년 1월 1일에 시행된다. 1월 1일 오전 9시에 1초가 추가된다. 휴대전화는 이용자들이 따로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다. 기지국에서 GPS 정보를 이용해 시간을 파악하고 보정한다. 컴퓨터는 '시간 동기화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직접 윤초를 적용하는 게 좋다는 권고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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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십니까?…내년(2017년)은 365일 하고도 1초입니다
    • 입력 2016-07-15 17:27:03
    • 수정2016-07-15 17:27:45
    취재K
시간은 사람들 사이의 약속이다. 해가 뜨고 지거나, 계절이 변화하는 것은 자연 현상이지만 시간은 약속일 뿐이다. 하루를 24시간으로, 한 시간을 60분으로 측정하고 보통 사람들이 "지금은 오후 3시 15분이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기계식 시계가 발명 되고 보급된 17세기 후반 이후의 일이다. 그 전에는 그저 새벽, 아침, 한낮, 오후, 초저녁, 한밤중이 있었을 뿐이다.

세계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세계 협정시는 1972년에 확정됐다. 1967년에 파리에서 열린 제13회 세계도량형 총회에서는 세슘원자시계를 국제표준시계로 채택했다. 기계식 시계가 기본적으로 진자 운동의 규칙성에 기반한다면 세슘원자시계는 세슘원자의 진동을 이용해 시간을 측정한다. 세슘 원자는 초당 91억 번 진동하고, 오차는 3,000년에 1초 수준이다.

매우 정확한 기준으로 약속을 정하기는 했지만 실제 세계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지구의 운동을 기준으로 하는 천문시에서 하루는 지구가 자전하는 시간, 1년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기간이다.

자전과 공전 주기는 제한된 조건에서 진동하는 세슘 원자에 비해 불규칙하다. 달과 밀고 당기는 인력이 있고, 지구 내부의 대규모 지질 운동에도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천문시와 원자시는 오차가 생기고, 보정할 필요가 생긴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윤초다. 윤초는 인류가 시계를 발명한 뒤로도 한참 지난 1972년, 20세기 후반 들어 나타난 일종의 발명이다. 윤초의 목적은 국제 표준시와 천문시의 오차가 0.9초 이내로 유지되도록 관리하자는 것이다. 1초 이상 차이가 나면 1초를 추가하거나 뺀다. 언제 윤초를 적용할지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제도량형국(BIPM)에서 세계 각국에 알려준다.



1972년부터 현재까지 윤초는 모두 27차례 적용됐다. 세계협정시각 기준으로 자정에 적용되는데, 시차에 따라 한국에는 오전 8시 59분 59초와 9시 정각 사이에 1초가 추가되거나 빠진다. 윤초가 적용되는 날은 하루가 24시간 1초가 된다. 59초-60초-0초-1초가 되는 방식이다. 실제로 윤초는 모두 1초를 추가하는 방식으로만 적용됐다. 인간끼리 약속한 시간보다 지구가 아주조금 게으름을 피우며 자전하는 셈이다.

1초를 더하고 빼는 것이 별 일 아닐 것 같지만 뜻밖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컴퓨터 시스템이 1초가 더 늘어나 1분이 61초가 된 것을 인식하지 못하면 사고가 난다.

실제로 2012년 7월 1일 윤초 때 호주 콴타스 항공 전산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키면서 항공기 수백 편이 지연됐다. 포스퀘어 등 일부 소셜미디어도 접속 중단 사고를 겪었다. 2015년 윤초 당시 한국 증권거래소는 주식 시장 개장을 20분 미루고 시간 보정이 정확히 이뤄졌는지 점검했다.

윤초 때마다 초긴장하는 IT, 통신, 금융 업계를 중심으로 윤초 무용론, 폐지론도 나온다. 오차가 1년에 1초도 안 되는 수준이라면 보정 없이 그냥 표준시를 쓰는 게 경제적이지 않느냐는 문제제기다. 유엔 산하 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지난 1012년에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 했다.

다가오는 윤초는 내년 1월 1일에 시행된다. 1월 1일 오전 9시에 1초가 추가된다. 휴대전화는 이용자들이 따로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다. 기지국에서 GPS 정보를 이용해 시간을 파악하고 보정한다. 컴퓨터는 '시간 동기화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직접 윤초를 적용하는 게 좋다는 권고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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