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사드’, 레이더보다는 MD가 문제?

입력 2016.07.15 (18:39) 수정 2016.07.1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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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한반도에 배치하기로 한 사드는 포대로서는 미국 외 지역에 처음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미국은 2008년 텍사스주 포트블리스 32육군항공미사일방어사령부 육군기지에 사드 포대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이 지역에 4개 포대를 설치했고, 2013년에는 미국령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1개 포대를 배치했다.

미국은 그간 당장 미사일 공격을 받지는 않더라도 타국의 미사일 관련 움직임을 정밀하게 살펴볼만한 나라에 사드 구성요소 중 하나인 조기경보 레이더(AN/TPY-2)를 배치한 바 있다. 이라크와 이란의 미사일 움직임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에, 러시아에 대비해서는 터키에 조기경보레이더가 설치됐다. 일본 교토의 교가미사키(経ヶ岬)와 아오모리 샤리키(車力) 기지에 설치된 조기경보레이더는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 움직임을 감시하려는 목적으로 설치됐다.



이들 나라에 배치된 조기경보레이더의 탐지거리는 2,000km에 이른다. 이에 비해 주한미군에 배치될 레이더는 요격미사일과 연동되는 '사격통제용'이다. '사격통제용' 레이더의 경우 타국 감시 목적이 아닌 유사시 실제 핵 미사일 요격을 위한 용도로 운영된다. 적의 미사일이 목표물을 향해 하강할 때 조준해 요격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한 목적이어서 탐지거리가 다소 짧은 600~800km이다. 사격통제용을 조기경보용으로 단시간에 전환한 전례나 절차도 없고, 이런 변환은 전문기술자와 장비, 부품 등을 갖춘 미국 정비창에서나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일본에 배치된 레이더처럼 중국이나 러시아를 감시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러 반발하는 이유는?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좀처럼 반발을 삭히지 않고 있다. 사드 배치에 관한 한국과 미국의 설명 조차도 듣지 않으려는 태도다. 당초 후보지 중 하나로 거론됐던 경기 평택 미군 기지 등에 비해 다소 자국과 멀리 떨어진 경북 성주에 사드가 배치됐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 프로세스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환구시보>는 지난 8일 사설에서 "사드 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한국 정계 인사의 중국 입국을 제한하고 그들과 관련된 기업을 제재해야 한다"고 한 데 이어, 12일에는 "성주군 제재를 준비하라"고도 썼다. 어제(14일) 중국을 방문한 남경필 경기지사와 만남을 갖기로 약속했던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갑자기 면담을 취소한 것 역시 사드 배치로 인한 불만 표출의 연장선 상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도 "아주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러시아 상원국방위원회가 "사정거리가 한국 내 미군 사드 기지까지 이르는 미사일 부대를 극동지역에 배치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경계하는 점이 단순히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아닌 한국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Missile Defense)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한국의 MD 참여를 지속적으로 언급해왔기 때문이다. 

2014년 3월,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 미사일방어시스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2014년 3월,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 미사일방어시스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당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사일방어시스템(MD)을 통해 공동군사작전을 어떻게 더 심화시킬 수 있는지 논의하겠다"고 협의 내용을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2015년 2월에는 프리드 미 국무부 차관보가 "한미일 3국의 지역MD 개발이 북한 핵 미사일 측면에서 중요하며, 두 달 전 체결한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을 그런 측면에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2월에는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미사일방어능력 향상에 대해 한국과 처음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한미 양국의 MD협력을 처음으로 공식화한 바 있다.



이에 반해, 우리 정부는 그간 여러 차례 미국의 MD 편입을 부인하며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에 신경을 써왔다. 2009년만 해도 한국형 미사일방어(MD)체계의 핵심이 될 '조기경보 레이더'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사드 'X밴드 레이더'를 탈락시켰다. "우리 군의 작전 요구 성능에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명분을 밝혔지만 실제로는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반발을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대신 군이 들여온 것이 이스라엘제 '그린파인 레이더'다. 그린파인 레이더의 탐지거리는 800~1000km로 사드 '사격통제용' X밴드 레이더보다도 탐지거리가 길지만 당시 중국과 러시아는 별다른 반발을 하지 않았다.

어제(14일) 그린파인 레이더를 운영하는 충청 지역의 한 부대에서 국방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레이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측정 참관이 진행된 가운데 공군 관계자가 레이더 30m 거리에서 광대역 전자파 측정기를 활용해 전자파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어제(14일) 그린파인 레이더를 운영하는 충청 지역의 한 부대에서 국방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레이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측정 참관이 진행된 가운데 공군 관계자가 레이더 30m 거리에서 광대역 전자파 측정기를 활용해 전자파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하지만,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를 전격 결정하면서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설정에도 다시 한 번 숙제가 던져지게 됐다. 지난달 정상회담을 가진 시진핑 중국 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드를 직접 거론하며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계획을 구실로 동북아지역에 새로운 미사일방어(MD) 거점 배치를 추진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사드 배치가 미국 MD 참여 차원이 아닌 자위적 방어조치라는 논리로 양국을 설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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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15 18:39:54
    • 수정2016-07-15 18:40:14
    취재K
한미 양국이 한반도에 배치하기로 한 사드는 포대로서는 미국 외 지역에 처음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미국은 2008년 텍사스주 포트블리스 32육군항공미사일방어사령부 육군기지에 사드 포대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이 지역에 4개 포대를 설치했고, 2013년에는 미국령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1개 포대를 배치했다. 미국은 그간 당장 미사일 공격을 받지는 않더라도 타국의 미사일 관련 움직임을 정밀하게 살펴볼만한 나라에 사드 구성요소 중 하나인 조기경보 레이더(AN/TPY-2)를 배치한 바 있다. 이라크와 이란의 미사일 움직임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에, 러시아에 대비해서는 터키에 조기경보레이더가 설치됐다. 일본 교토의 교가미사키(経ヶ岬)와 아오모리 샤리키(車力) 기지에 설치된 조기경보레이더는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 움직임을 감시하려는 목적으로 설치됐다. 이들 나라에 배치된 조기경보레이더의 탐지거리는 2,000km에 이른다. 이에 비해 주한미군에 배치될 레이더는 요격미사일과 연동되는 '사격통제용'이다. '사격통제용' 레이더의 경우 타국 감시 목적이 아닌 유사시 실제 핵 미사일 요격을 위한 용도로 운영된다. 적의 미사일이 목표물을 향해 하강할 때 조준해 요격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한 목적이어서 탐지거리가 다소 짧은 600~800km이다. 사격통제용을 조기경보용으로 단시간에 전환한 전례나 절차도 없고, 이런 변환은 전문기술자와 장비, 부품 등을 갖춘 미국 정비창에서나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일본에 배치된 레이더처럼 중국이나 러시아를 감시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러 반발하는 이유는?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좀처럼 반발을 삭히지 않고 있다. 사드 배치에 관한 한국과 미국의 설명 조차도 듣지 않으려는 태도다. 당초 후보지 중 하나로 거론됐던 경기 평택 미군 기지 등에 비해 다소 자국과 멀리 떨어진 경북 성주에 사드가 배치됐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 프로세스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환구시보>는 지난 8일 사설에서 "사드 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한국 정계 인사의 중국 입국을 제한하고 그들과 관련된 기업을 제재해야 한다"고 한 데 이어, 12일에는 "성주군 제재를 준비하라"고도 썼다. 어제(14일) 중국을 방문한 남경필 경기지사와 만남을 갖기로 약속했던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갑자기 면담을 취소한 것 역시 사드 배치로 인한 불만 표출의 연장선 상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도 "아주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러시아 상원국방위원회가 "사정거리가 한국 내 미군 사드 기지까지 이르는 미사일 부대를 극동지역에 배치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경계하는 점이 단순히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아닌 한국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Missile Defense)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한국의 MD 참여를 지속적으로 언급해왔기 때문이다.  2014년 3월,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 미사일방어시스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당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사일방어시스템(MD)을 통해 공동군사작전을 어떻게 더 심화시킬 수 있는지 논의하겠다"고 협의 내용을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2015년 2월에는 프리드 미 국무부 차관보가 "한미일 3국의 지역MD 개발이 북한 핵 미사일 측면에서 중요하며, 두 달 전 체결한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을 그런 측면에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2월에는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미사일방어능력 향상에 대해 한국과 처음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한미 양국의 MD협력을 처음으로 공식화한 바 있다. 이에 반해, 우리 정부는 그간 여러 차례 미국의 MD 편입을 부인하며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에 신경을 써왔다. 2009년만 해도 한국형 미사일방어(MD)체계의 핵심이 될 '조기경보 레이더'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사드 'X밴드 레이더'를 탈락시켰다. "우리 군의 작전 요구 성능에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명분을 밝혔지만 실제로는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반발을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대신 군이 들여온 것이 이스라엘제 '그린파인 레이더'다. 그린파인 레이더의 탐지거리는 800~1000km로 사드 '사격통제용' X밴드 레이더보다도 탐지거리가 길지만 당시 중국과 러시아는 별다른 반발을 하지 않았다. 어제(14일) 그린파인 레이더를 운영하는 충청 지역의 한 부대에서 국방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레이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측정 참관이 진행된 가운데 공군 관계자가 레이더 30m 거리에서 광대역 전자파 측정기를 활용해 전자파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하지만,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를 전격 결정하면서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설정에도 다시 한 번 숙제가 던져지게 됐다. 지난달 정상회담을 가진 시진핑 중국 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드를 직접 거론하며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계획을 구실로 동북아지역에 새로운 미사일방어(MD) 거점 배치를 추진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사드 배치가 미국 MD 참여 차원이 아닌 자위적 방어조치라는 논리로 양국을 설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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