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구조, 층간소음의 비밀

입력 2016.07.21 (16:02) 수정 2016.07.2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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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가 늘어나고 공사비는 줄여야 되겠고 빨리 지어야 되겠고 막 지어 올려야 되니까 벽식 구조로 막 짓는 거죠"

공사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층간소음의 원인을 '공법'상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이유였습니다. 정말 그런지 실제 공사 현장을 찾았습니다.


경기도 파주시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18층에선 아파트 바닥을 만들기 위한 콘크리트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현장 관계자는 "철근 210mm 지점에 빨간색으로 선이 표시돼있는데 그곳까지 콘크리트를 채운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위에 층간 소음을 줄이기 위한 완충재를 깔고 다시 기포콘크리트, 마감모르터, 바닥 마감재까지 총 '5가지' 단면으로 층과 층을 나눕니다. 여기에 방과 방을 나누는 벽까지 콘크리트가 채워지면 비로소 한 층의 골격이 완성됩니다.


층간 소음 문제가 대두되면서 1999년 이전 120mm였던 바닥 슬래브 두께 규정은 210mm 이상으로 강화됐습니다. 이렇게 바닥 두께가 두텁게 지어진 아파트들에서 층간 소음도 줄었을까?

여전한 층간소음…고통받는 주민들

지난 2013년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로 이사 온 이 모 씨. 어렵게 찾은 보금자리지만 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윗집과의 층간 소음 분쟁 때문입니다.

이 씨는 "발소리가 너무 난다 쿵쿵댄다고 얘기를 하면 자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오늘 아침에도 마주쳤다. 이제 조용하냐고 눈을 부릅뜨고 얘기했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신경이 많이 쓰여 위장병이 생길 정도라고 말합니다. 이 씨는 "하루하루가 너무 괴롭다. 고문당하는 것 같다. 내 집인데 발을 뻗고 편안하게 잠을 잘 수가 없다"며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같은 아파트의 다른 동. 박 모 씨는 아랫집 항의 때문에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박 씨는 "경비실 통해서 연락이 왔다가, 인터폰으로도 왔다가, 나중에는 문자로도 항의해 왔다"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박 씨의 윗집도 조용한 건 아닙니다. 박 씨는 "주로 애들 쿵쾅거리고 뛰는 소리나 미끄럼틀 타고 내려왔을 때 쿵 소리가 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소음의 원인이 윗집도 아랫집도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박 씨는 "윗집 아니면 아랫집인가 싶었는데 확인해보니 아니었다. 옆집이나 그 윗집이나 시끄럽게 해도 다 연결되는 것 같다"고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지어진 지 5년이 채 안 된 또 다른 아파트를 찾았습니다. 한 주민은 "윗집에서 밤중에 물을 내리면 더 크게 들리고 적나라하게 들린다"고 말했습니다.

화장실 소음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해봤습니다. 평상시 화장실의 소음은 37.3㏈ 정도인데, 변기 물을 내리자 74㏈까지 치솟았습니다. 물을 내리고 아래층에서 소음을 측정하자 44.8㏈까지 나왔습니다. 환경부의 층간 소음 피해 인정 기준인 주간 43㏈, 야간 38㏈을 모두 넘는 수치입니다.

규정 지켜도 늘어나는 분쟁

아파트 바닥 두께 규정이 강화된 새 아파트들의 경우에도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2012년 환경부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만들었습니다. 2012년 8,700여 건 접수됐던 층간 소음 민원건수는 지난해 19,000여 건으로 급증했습니다. 하루 평균 71건 정도의 층간 소음 민원이 접수됩니다.


지난 2013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아파트 거주자 3,0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9%가 층간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9%는 잦은 항의를 받아 스트레스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88%가 층간 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주거 형태별로 나눈 상담 건수를 분석해봤습니다. 층간소음은 아파트의 80.4% 다세대 주택의 12.8% 연립주택의 6.1% 순으로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주상복합 아파트는 0.8%. 아파트와는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기둥식에서 벽식 구조로 변한 이유는?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분쟁이 가장 많고 주상복합에서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아파트 거주자가 가장 많고 주상복합에 사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직접적인 이유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른 원인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우리나라에 공동주택인 아파트가 보급된 건 1960년대. 이후 1970년대, 12층 규모로 지어진 첫 민간 고층아파트인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시작으로 1980년 대까지 아파트가 대중화됩니다.

이 시기의 아파트는 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보, 그 위에 천장과 바닥을 시공하는 이른바 '기둥식 구조'로 지어졌습니다.


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라멘(기둥식)구조에서는 보라는 게 있다. 그게 진동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보통 3~4㏈ 정도는 줄일 수 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견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80년대부터 목동과 상계, 과천 등에 대규모 신도시가 개발되는 과정에서 벽식 구조가 등장했습니다. 벽식 구조는 공사기간도 줄이고 층고를 낮춰 공사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한 연구원은 "집을 대량으로 막 찍어내고 빨리 지으려고 하다 보니까 86년 이후부터 점진적으로 벽식 구조로 바꿔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의 90% 이상은 벽식 구조로 지어집니다. 유현준 홍대 건축학과 교수는 "벽식 구조로 돼 있으면 벽이 바닥을 받치고 있어서 바닥이 떨렸을 때 그 모든 진동 에너지가 벽으로 전달된다. 그래서 더 많은 소리들이 아래층으로 더 전달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비해 건물 저층에 상가가 위치한 주상복합은 더 많은 하중을 견디기 위해 여전히 기둥식 구조를 주로 사용합니다.

층간의 소음을 보와 기둥이 흡수하고 보의 간격만큼 층고가 높은 기둥식 구조, 그리고 벽과 천장, 바닥이 일체형으로 붙어있어 벽을 통해 소리 에너지가 더 많이 전달되고 상대적으로 층고가 낮은 벽식 구조는 층간 소음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2009년 당시 국토해양부 조사에서 기둥식 구조는 벽식 구조에 비해 바닥 두께 기준은 60mm 얇은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뛰는 소음인 중량 충격음 만족 비중은 80%로 벽식의 65%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빨리빨리”…아파트의 민낯

2013년, 국회에서 열린 장수명 아파트 건설방안 공청회 자료를 확인해봤습니다. 첫 장에 있는 추진 배경부터 우리나라 아파트의 민낯이 드러났습니다.

새로 지어진 아파트가 재건축 시기에 도달하는 시기를 보니 미국이 55년, 영국이 77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0년 정도에 불과합니다. 소음엔 취약하고 배관에 문제가 생겨도 점검이나 관리가 어렵다는 문제점들이 지적됐습니다. 장수명 주택을 짓기 위한 조건으로 배관방식의 변화와 함께 기둥식 구조가 꼽혔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짓고 있는 서울의 한 행복주택을 찾았습니다. 올 12월 완공 목표로 362세대가 입주하는데, 드물게 기둥식 구조로 지어지고 있었습니다. 비교적 좁은 면적에 지어야 하고 철길 바로 옆에 있어 진동과 소음을 줄이기 위해 기둥식 구조를 택했습니다.

배관 방식을 바꿔 층간 소음을 줄이려는 노력도 있었습니다. 화장실에서 층간 소음이 유독 심한 이유는 대부분 아파트의 위층 화장실 배관이 아랫집 화장실 바로 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벽면 배관 공법 업체에서 근무하는 최재원 씨는 "안 보이는 걸로 해놨을 뿐이지 배관은 그대로 노출된 상태다. 90도 각도로 꺾이는 부분에서 물이 쭉 내려오면서 마찰되는 소음이 그대로 전달 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때문에 층간 소음을 줄이고 배관 관리를 쉽게 하기 위해 배관을 아래층으로 보내지 않고 자신의 집에 설치하는 방식이 도입됐습니다. 2019년까지 전국 아파트 10만 호에 공급될 예정입니다.

이처럼 층간 소음을 구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식이 있지만 여전히 2009년 이후 90% 넘는 아파트가 벽식 구조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비용입니다. 건설사들은 건설비 상승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한 관계자는 "경제적인 부분에서 분명히 손해 본다. 그 손해를 조용하게 사는 사람까지도 분담하게 되는 꼴"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빨리빨리 싸게 짓는 수명 20~30년 아파트에서 층간 소음에 시달리는 게 답이냐는 반문도 많습니다.

비용 절감이 우선시 되면서 요즘 지은 아파트 입주자들은 오히려 30여 년 전에 지어진 아파트보다 더 시끄러운 곳에서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은 분명 '비정상'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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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구조, 층간소음의 비밀
    • 입력 2016-07-21 16:02:29
    • 수정2016-07-21 16:23:17
    취재K
"수요가 늘어나고 공사비는 줄여야 되겠고 빨리 지어야 되겠고 막 지어 올려야 되니까 벽식 구조로 막 짓는 거죠" 공사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층간소음의 원인을 '공법'상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이유였습니다. 정말 그런지 실제 공사 현장을 찾았습니다. 경기도 파주시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18층에선 아파트 바닥을 만들기 위한 콘크리트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현장 관계자는 "철근 210mm 지점에 빨간색으로 선이 표시돼있는데 그곳까지 콘크리트를 채운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위에 층간 소음을 줄이기 위한 완충재를 깔고 다시 기포콘크리트, 마감모르터, 바닥 마감재까지 총 '5가지' 단면으로 층과 층을 나눕니다. 여기에 방과 방을 나누는 벽까지 콘크리트가 채워지면 비로소 한 층의 골격이 완성됩니다. 층간 소음 문제가 대두되면서 1999년 이전 120mm였던 바닥 슬래브 두께 규정은 210mm 이상으로 강화됐습니다. 이렇게 바닥 두께가 두텁게 지어진 아파트들에서 층간 소음도 줄었을까? 여전한 층간소음…고통받는 주민들 지난 2013년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로 이사 온 이 모 씨. 어렵게 찾은 보금자리지만 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윗집과의 층간 소음 분쟁 때문입니다. 이 씨는 "발소리가 너무 난다 쿵쿵댄다고 얘기를 하면 자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오늘 아침에도 마주쳤다. 이제 조용하냐고 눈을 부릅뜨고 얘기했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신경이 많이 쓰여 위장병이 생길 정도라고 말합니다. 이 씨는 "하루하루가 너무 괴롭다. 고문당하는 것 같다. 내 집인데 발을 뻗고 편안하게 잠을 잘 수가 없다"며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같은 아파트의 다른 동. 박 모 씨는 아랫집 항의 때문에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박 씨는 "경비실 통해서 연락이 왔다가, 인터폰으로도 왔다가, 나중에는 문자로도 항의해 왔다"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박 씨의 윗집도 조용한 건 아닙니다. 박 씨는 "주로 애들 쿵쾅거리고 뛰는 소리나 미끄럼틀 타고 내려왔을 때 쿵 소리가 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소음의 원인이 윗집도 아랫집도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박 씨는 "윗집 아니면 아랫집인가 싶었는데 확인해보니 아니었다. 옆집이나 그 윗집이나 시끄럽게 해도 다 연결되는 것 같다"고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지어진 지 5년이 채 안 된 또 다른 아파트를 찾았습니다. 한 주민은 "윗집에서 밤중에 물을 내리면 더 크게 들리고 적나라하게 들린다"고 말했습니다. 화장실 소음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해봤습니다. 평상시 화장실의 소음은 37.3㏈ 정도인데, 변기 물을 내리자 74㏈까지 치솟았습니다. 물을 내리고 아래층에서 소음을 측정하자 44.8㏈까지 나왔습니다. 환경부의 층간 소음 피해 인정 기준인 주간 43㏈, 야간 38㏈을 모두 넘는 수치입니다. 규정 지켜도 늘어나는 분쟁 아파트 바닥 두께 규정이 강화된 새 아파트들의 경우에도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2012년 환경부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만들었습니다. 2012년 8,700여 건 접수됐던 층간 소음 민원건수는 지난해 19,000여 건으로 급증했습니다. 하루 평균 71건 정도의 층간 소음 민원이 접수됩니다. 지난 2013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아파트 거주자 3,0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9%가 층간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9%는 잦은 항의를 받아 스트레스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88%가 층간 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주거 형태별로 나눈 상담 건수를 분석해봤습니다. 층간소음은 아파트의 80.4% 다세대 주택의 12.8% 연립주택의 6.1% 순으로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주상복합 아파트는 0.8%. 아파트와는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기둥식에서 벽식 구조로 변한 이유는?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분쟁이 가장 많고 주상복합에서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아파트 거주자가 가장 많고 주상복합에 사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직접적인 이유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른 원인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우리나라에 공동주택인 아파트가 보급된 건 1960년대. 이후 1970년대, 12층 규모로 지어진 첫 민간 고층아파트인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시작으로 1980년 대까지 아파트가 대중화됩니다. 이 시기의 아파트는 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보, 그 위에 천장과 바닥을 시공하는 이른바 '기둥식 구조'로 지어졌습니다. 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라멘(기둥식)구조에서는 보라는 게 있다. 그게 진동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보통 3~4㏈ 정도는 줄일 수 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견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80년대부터 목동과 상계, 과천 등에 대규모 신도시가 개발되는 과정에서 벽식 구조가 등장했습니다. 벽식 구조는 공사기간도 줄이고 층고를 낮춰 공사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한 연구원은 "집을 대량으로 막 찍어내고 빨리 지으려고 하다 보니까 86년 이후부터 점진적으로 벽식 구조로 바꿔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의 90% 이상은 벽식 구조로 지어집니다. 유현준 홍대 건축학과 교수는 "벽식 구조로 돼 있으면 벽이 바닥을 받치고 있어서 바닥이 떨렸을 때 그 모든 진동 에너지가 벽으로 전달된다. 그래서 더 많은 소리들이 아래층으로 더 전달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비해 건물 저층에 상가가 위치한 주상복합은 더 많은 하중을 견디기 위해 여전히 기둥식 구조를 주로 사용합니다. 층간의 소음을 보와 기둥이 흡수하고 보의 간격만큼 층고가 높은 기둥식 구조, 그리고 벽과 천장, 바닥이 일체형으로 붙어있어 벽을 통해 소리 에너지가 더 많이 전달되고 상대적으로 층고가 낮은 벽식 구조는 층간 소음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2009년 당시 국토해양부 조사에서 기둥식 구조는 벽식 구조에 비해 바닥 두께 기준은 60mm 얇은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뛰는 소음인 중량 충격음 만족 비중은 80%로 벽식의 65%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빨리빨리”…아파트의 민낯 2013년, 국회에서 열린 장수명 아파트 건설방안 공청회 자료를 확인해봤습니다. 첫 장에 있는 추진 배경부터 우리나라 아파트의 민낯이 드러났습니다. 새로 지어진 아파트가 재건축 시기에 도달하는 시기를 보니 미국이 55년, 영국이 77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0년 정도에 불과합니다. 소음엔 취약하고 배관에 문제가 생겨도 점검이나 관리가 어렵다는 문제점들이 지적됐습니다. 장수명 주택을 짓기 위한 조건으로 배관방식의 변화와 함께 기둥식 구조가 꼽혔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짓고 있는 서울의 한 행복주택을 찾았습니다. 올 12월 완공 목표로 362세대가 입주하는데, 드물게 기둥식 구조로 지어지고 있었습니다. 비교적 좁은 면적에 지어야 하고 철길 바로 옆에 있어 진동과 소음을 줄이기 위해 기둥식 구조를 택했습니다. 배관 방식을 바꿔 층간 소음을 줄이려는 노력도 있었습니다. 화장실에서 층간 소음이 유독 심한 이유는 대부분 아파트의 위층 화장실 배관이 아랫집 화장실 바로 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벽면 배관 공법 업체에서 근무하는 최재원 씨는 "안 보이는 걸로 해놨을 뿐이지 배관은 그대로 노출된 상태다. 90도 각도로 꺾이는 부분에서 물이 쭉 내려오면서 마찰되는 소음이 그대로 전달 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때문에 층간 소음을 줄이고 배관 관리를 쉽게 하기 위해 배관을 아래층으로 보내지 않고 자신의 집에 설치하는 방식이 도입됐습니다. 2019년까지 전국 아파트 10만 호에 공급될 예정입니다. 이처럼 층간 소음을 구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식이 있지만 여전히 2009년 이후 90% 넘는 아파트가 벽식 구조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비용입니다. 건설사들은 건설비 상승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한 관계자는 "경제적인 부분에서 분명히 손해 본다. 그 손해를 조용하게 사는 사람까지도 분담하게 되는 꼴"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빨리빨리 싸게 짓는 수명 20~30년 아파트에서 층간 소음에 시달리는 게 답이냐는 반문도 많습니다. 비용 절감이 우선시 되면서 요즘 지은 아파트 입주자들은 오히려 30여 년 전에 지어진 아파트보다 더 시끄러운 곳에서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은 분명 '비정상'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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