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현장을 가다

입력 2016.07.24 (07:00) 수정 2016.07.24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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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멘트>

인종차별, 종교 차별적 발언 등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됐습니다.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선출하는 공화당 전당대회, 당시 대회장 안팎의 분위기는 어땠을까요?

워싱턴 이재원 특파원이 공화당 전당대회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미국 오하이오 주 북부에 위치한 인구 39만 명의 도시, 클리블랜드.

한때 미 중동부의 번성한 상공업 도시였지만 제조업이 쇠퇴한 이후엔 이른바 러스트 벨트, 낙후된 공업 지대로 전락한 곳입니다.

공화당이 전당대회 장소로 이곳을 선택한 건 러스트 벨트 노동자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경합주 오하이오에서 승리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클리블랜드 농구팀 홈 경기장, 퀴큰론스 아레나.

공화당 대의원과 지지자 등 5천여 명이 모여 나흘간 전당대회를 연 곳입니다.

대회장 주변에는 24시간 철통 같은 경비가 펼쳐졌습니다.

자체 경찰만으로는 부족해 이웃 도시의 지원을 받아 5천 5백여 명의 경찰력이 투입됐습니다.

전당대회장에서 차로 약 5분 거리에 있는 프레스센터.

프레스센터 입장도 짐 검사와 몸수색을 받아야 가능합니다.

전당대회장과 프레스 센터 사이에는 24시간 셔틀버스가 운행되는데, 특이하게도 그 사이 도로 약 1.5킬로미터 구간 2개 차선을 2.5미터 높이의 철조망 담장으로 막았습니다.

여기 보이는 철조망 담장은 시위대와의 충돌 등 돌발 사태를 우려해 설치됐습니다.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철조망 담장까지 설치되면서 전당대회와 관계없는 일반 시민과 차량의 접근은 원천적으로 봉쇄됐습니다.

밖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대회장 안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전당대회 첫날의 주인공은 찬조 연사로 나선 모델 출신의 트럼프 부인, 멜라니아.

<녹취> 멜라니아(트럼프 부인) : "모두가 변화를 바랍니다. 도널드는 변화를 실행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멜라니아의 연설은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셸의 8년 전 연설 표절 논란이 빚어지면서 빛이 바랬습니다.

대회 둘째 날에는 트럼프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차녀 티파니도 찬조연설자로 나섰습니다.

셋째 날에는 차남 에릭이 연단에 올랐고 마지막 날에는 장녀 이방카까지 나서 아버지를 지원했습니다.

<녹취> 이방카 트럼프(장녀/트럼프 그룹 부회장) : "당신들이 선출한 전사이자 실천가입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미국 역사에서 바로 이 순간 임무가 정의되었고, 아주 특별한 사람에게 그 임무가 부여됐습니다."

반면 공화당 유력 정치인들의 면면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부시 전 대통령 가문이나 대선 후보 출신의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매케인 상원의원 등은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등이 민주당 클린턴 비난에 방점을 둔 연설한 정도입니다.

<녹취> 폴 라이언(미국 하원의장) : "힐러리 클린턴은 우리들이 신봉하는 원칙을 반대합니다. 이번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냐 힐러리 클린턴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선거입니다."

<녹취> 크리스 크리스티(미국 뉴저지 주지사) : "힐러리 클린턴은 국가 비밀을 취약하게 만든 끔찍한 결정에 대해 미국인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여러분의 평결은 유죄입니까, 무죄입니까?"

마침내 사달이 났습니다.

경선 상대였던 크루즈 상원의원이 찬조 연사로 나서 돌연 트럼프 지지를 거부하고 '대의원 자유 투표'를 주장하고 나선 겁니다.

<녹취> 테드 크루즈(미국 상원의원) : "일어나서 외치세요. 그리고 양심에 따라 투표하십시오. 우리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믿을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하십시오."

이내 야유 소리가 전당 대회장을 가득 메웠고.

<녹취> "우리는 트럼프를 원합니다!"

이때 어리둥절한 표정의 트럼프가 객석으로 등장하면서 장내엔 야유와 함성이 뒤섞였습니다.

과거 화합의 장이었던 공화당 전당대회는 경선 과정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심각한 파열음을 드러냈습니다.

같은 시각, 전당 대회장 주변.

많은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정치적 의견 등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있습니다.

일부 상인들은 트럼프 지지 문구를 담은 티셔츠와 배지 등을 가판대에 놓고 팔고 있습니다.

공화당 전당대회 중인 만큼 상당수는 공화당 지지자들입니다.

<녹취> 마크 오웬(애리조나 주민/트럼프 지지자) : "트럼프를 지지합니다. 여기 있는 모두가 트럼프를 지지할 겁니다. 왜냐하면, 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반대 피켓을 들고 민주당 지지 의사를 당당하게 표시하는 시민들도 있습니다.

<녹취> 탄지 에코스(오하이오 주민/클린턴 지지자) : "힐러리를 지지합니다. 그녀가 옹호하는 것이 뭔지 잘 압니다. 그녀는 제 관심 사항인 교육, 빈곤 등의 문제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트럼프의 러닝 메인트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는 공화당 출신 레이건 대통령을 거론하며 트럼프를 추켜세웠습니다.

<녹취> 마이크 펜스(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 : "트럼프는 레이건 대통령을 연상시킵니다. 레이건은 그의 인생에서 영화배우로서, 유명 인사로서,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으로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트럼프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강조하며 정권 탈환 의지를 다졌습니다.

<녹취> 트럼프(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 "우리는 다시 미국을 강하게 만들 겁니다. 우리는 다시 미국을 자랑스럽게 만들 겁니다. 우리는 미국을 다시 안전하게 만들 겁니다. 그래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겁니다."

공화당의 비주류, 아웃사이더 트럼프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출마 선언 당시 지지율이 5%도 안 되던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됐습니다.

지금은 민주당 클린턴과 엎치락뒤치락 지지율 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오는 11월 8일 미국 대선까지는 이제 약 110여 일 남았습니다.

클리블랜드에서 이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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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현장을 가다
    • 입력 2016-07-24 07:00:44
    • 수정2016-07-24 07:38:55
    국제
 <앵커 멘트>

인종차별, 종교 차별적 발언 등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됐습니다.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선출하는 공화당 전당대회, 당시 대회장 안팎의 분위기는 어땠을까요?

워싱턴 이재원 특파원이 공화당 전당대회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미국 오하이오 주 북부에 위치한 인구 39만 명의 도시, 클리블랜드.

한때 미 중동부의 번성한 상공업 도시였지만 제조업이 쇠퇴한 이후엔 이른바 러스트 벨트, 낙후된 공업 지대로 전락한 곳입니다.

공화당이 전당대회 장소로 이곳을 선택한 건 러스트 벨트 노동자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경합주 오하이오에서 승리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클리블랜드 농구팀 홈 경기장, 퀴큰론스 아레나.

공화당 대의원과 지지자 등 5천여 명이 모여 나흘간 전당대회를 연 곳입니다.

대회장 주변에는 24시간 철통 같은 경비가 펼쳐졌습니다.

자체 경찰만으로는 부족해 이웃 도시의 지원을 받아 5천 5백여 명의 경찰력이 투입됐습니다.

전당대회장에서 차로 약 5분 거리에 있는 프레스센터.

프레스센터 입장도 짐 검사와 몸수색을 받아야 가능합니다.

전당대회장과 프레스 센터 사이에는 24시간 셔틀버스가 운행되는데, 특이하게도 그 사이 도로 약 1.5킬로미터 구간 2개 차선을 2.5미터 높이의 철조망 담장으로 막았습니다.

여기 보이는 철조망 담장은 시위대와의 충돌 등 돌발 사태를 우려해 설치됐습니다.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철조망 담장까지 설치되면서 전당대회와 관계없는 일반 시민과 차량의 접근은 원천적으로 봉쇄됐습니다.

밖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대회장 안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전당대회 첫날의 주인공은 찬조 연사로 나선 모델 출신의 트럼프 부인, 멜라니아.

<녹취> 멜라니아(트럼프 부인) : "모두가 변화를 바랍니다. 도널드는 변화를 실행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멜라니아의 연설은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셸의 8년 전 연설 표절 논란이 빚어지면서 빛이 바랬습니다.

대회 둘째 날에는 트럼프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차녀 티파니도 찬조연설자로 나섰습니다.

셋째 날에는 차남 에릭이 연단에 올랐고 마지막 날에는 장녀 이방카까지 나서 아버지를 지원했습니다.

<녹취> 이방카 트럼프(장녀/트럼프 그룹 부회장) : "당신들이 선출한 전사이자 실천가입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미국 역사에서 바로 이 순간 임무가 정의되었고, 아주 특별한 사람에게 그 임무가 부여됐습니다."

반면 공화당 유력 정치인들의 면면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부시 전 대통령 가문이나 대선 후보 출신의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매케인 상원의원 등은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등이 민주당 클린턴 비난에 방점을 둔 연설한 정도입니다.

<녹취> 폴 라이언(미국 하원의장) : "힐러리 클린턴은 우리들이 신봉하는 원칙을 반대합니다. 이번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냐 힐러리 클린턴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선거입니다."

<녹취> 크리스 크리스티(미국 뉴저지 주지사) : "힐러리 클린턴은 국가 비밀을 취약하게 만든 끔찍한 결정에 대해 미국인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여러분의 평결은 유죄입니까, 무죄입니까?"

마침내 사달이 났습니다.

경선 상대였던 크루즈 상원의원이 찬조 연사로 나서 돌연 트럼프 지지를 거부하고 '대의원 자유 투표'를 주장하고 나선 겁니다.

<녹취> 테드 크루즈(미국 상원의원) : "일어나서 외치세요. 그리고 양심에 따라 투표하십시오. 우리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믿을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하십시오."

이내 야유 소리가 전당 대회장을 가득 메웠고.

<녹취> "우리는 트럼프를 원합니다!"

이때 어리둥절한 표정의 트럼프가 객석으로 등장하면서 장내엔 야유와 함성이 뒤섞였습니다.

과거 화합의 장이었던 공화당 전당대회는 경선 과정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심각한 파열음을 드러냈습니다.

같은 시각, 전당 대회장 주변.

많은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정치적 의견 등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있습니다.

일부 상인들은 트럼프 지지 문구를 담은 티셔츠와 배지 등을 가판대에 놓고 팔고 있습니다.

공화당 전당대회 중인 만큼 상당수는 공화당 지지자들입니다.

<녹취> 마크 오웬(애리조나 주민/트럼프 지지자) : "트럼프를 지지합니다. 여기 있는 모두가 트럼프를 지지할 겁니다. 왜냐하면, 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반대 피켓을 들고 민주당 지지 의사를 당당하게 표시하는 시민들도 있습니다.

<녹취> 탄지 에코스(오하이오 주민/클린턴 지지자) : "힐러리를 지지합니다. 그녀가 옹호하는 것이 뭔지 잘 압니다. 그녀는 제 관심 사항인 교육, 빈곤 등의 문제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트럼프의 러닝 메인트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는 공화당 출신 레이건 대통령을 거론하며 트럼프를 추켜세웠습니다.

<녹취> 마이크 펜스(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 : "트럼프는 레이건 대통령을 연상시킵니다. 레이건은 그의 인생에서 영화배우로서, 유명 인사로서,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으로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트럼프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강조하며 정권 탈환 의지를 다졌습니다.

<녹취> 트럼프(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 "우리는 다시 미국을 강하게 만들 겁니다. 우리는 다시 미국을 자랑스럽게 만들 겁니다. 우리는 미국을 다시 안전하게 만들 겁니다. 그래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겁니다."

공화당의 비주류, 아웃사이더 트럼프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출마 선언 당시 지지율이 5%도 안 되던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됐습니다.

지금은 민주당 클린턴과 엎치락뒤치락 지지율 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오는 11월 8일 미국 대선까지는 이제 약 110여 일 남았습니다.

클리블랜드에서 이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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