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전세금은 이건희 회장 개인 돈 추정”…부동산실명법 등 위반?

입력 2016.07.25 (15:49) 수정 2016.07.2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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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성매매 의혹에 대한 수사 착수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동영상에 등장하는 논현동 빌라의 전세보증금 13억 원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가 "회장님 개인 돈으로 추정된다"고 밝혀 전세금에 대한 수사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오늘(25일) KBS 기자와의 통화에서 논현동 빌라의 전세보증금에 대해 "회사 돈이 아니다. (이건희) 회장님 개인 돈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는 성매매 의혹 건을 보도한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김인 삼성SDS 고문이 "개인적으로 전세 계약한 게 맞다"고 최종적으로 진술한 것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전세금은 이건희 회장 ‘개인 돈’?…“부동산·금융 실명법 위반”

법조계에서는 삼성 측 '추정'대로 김 고문이 이건희 회장의 개인 돈을 이용해 자신의 명의로 전세 계약을 한 게 사실이라면, 이는 부동산실명법과 금융실명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법은 전세권 설정과 송금 등 부동산 거래와 금융 거래에서 실제 권리자가 타인의 명의를 빌리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징역 또는 벌금형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권영국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논현동 빌라를 이건희 씨 개인의 안가로 사용하면서 김인 고문의 이름을 빌려 전세권 등기를 한 것이라면 부동산실명법 위반죄, 비서실에서 김인 고문 몰래 김인 이름으로 전세금을 송금했다면 금융실명법 위반죄도 성립될 수 있다"며 "만일 김인 고문이, 최초 답변과 달리, 알고서 이름을 빌려주었더라도 부동산실명법과 금융실명법 위반죄의 성립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도 모르는 내 전세 계약”…김인 고문은 왜 말을 바꿨나?

삼성 측 추정대로 빌라 전세금이 이건희 회장의 개인 돈이라 해도, 이 회장의 돈으로 김인 고문이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삼성 측이 개입한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가 필요하다는 게 법조계의 인식이다.

김인 고문은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문제의 논현동 빌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고 밝혔다가, 취재진이 삼성 측에 질의하고 난 뒤에 개인적으로 전세 계약을 맺었다며 말을 바꿨다. 김 고문이 이건희 회장의 부탁을 받고 이름을 빌려준 게 아니라, 삼성 측이 김인 고문 모르게 명의를 '도용'해 전세 계약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권영국 변호사는 앞서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전혀 몰랐다는 김인 고문의 최초 답변이 진실이라면) 이건희 회장 비서실에서 김인 고문의 이름을 도용해 전세 계약을 체결한 것이 되고, 이에 관여한 임직원들은 사문서 위조와 행사죄가 성립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삼성은 임원들의 명의를 빌리거나 도용해 수조 원대의 자금을 관리해온 전력이 있다. 특검을 통해 처벌까지 받고도 여전히 그런 행태가 남아있다면 심각한 문제인 만큼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도 모르는 내 계좌”…2008년 삼성 특검에서는?

"나도 모르는 내 계좌에 50억 원이 들어있었다." 8년 전인 2007년 10월 김용철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은 자신이 모르고 있던 본인 명의의 계좌번호를 공개하며 삼성그룹이 임직원 천여 명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수조 원대의 비자금을 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삼성은 "그 돈은 삼성그룹의 회사 자금이나 총수 일가의 돈이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하지만, 삼성 특검의 수사를 통해 삼성그룹이 전현직 임원 명의로 1,199개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4조 5천억 원을 관리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방대한 차명계좌의 개설과 관리는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을 통해 이뤄졌다. 특검은 '실무담당자(상무급) - 재무팀장 - 구조본 차장 - 구조본부장 - 회장'으로 이어지는 결재 라인에 따라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2008년 4월 4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서울 한남동 삼성 특검 사무실로 출두하고 있다.2008년 4월 4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서울 한남동 삼성 특검 사무실로 출두하고 있다.

당시 특검은 명의를 빌려주거나 도용당한 전현직 삼성 임원들의 비협조로 수사에 애를 먹었다.이들은 연락을 받지 않고 잠적하거나 배가 아프다는 핑계 등을 대며 출석 날짜를 늦춰 수사를 지연시켰다. 특검에 나가서는 하나같이 자신의 계좌에 들어있는 돈이 자신의 재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다가, 자금 출처 조사 등을 통해 수사가 일정 정도 진전되자, 이건희 회장이 물려받은 상속 재산이었다며 일제히 말을 바꿨다. 삼성그룹이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도 관련된 임원들과 치밀하게 조율을 해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관 기사] ☞ 짜 맞췄나?…“차명 아닌 내 계좌”

“삼성그룹 임직원 개입·회사 자금 동원 여부 수사해야”

뉴스타파가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을 보도한 뒤 삼성그룹이 '사생활 문제'라며 선을 그었지만, 시민단체와 정치권 등에서는 그룹 차원의 개입 여부에 대한 수사를 잇달아 촉구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성매매라는 범죄도 문제이지만, 범행에 비서실 및 계열회사 임직원과 회사 자금 등이 동원됐는지를 밝히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와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성명을 통해 "성매매 알선, 성매매 장소 및 자금제공, 묵인, 방조 등 조직적으로 진행이 의심돼 관련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의당도 논평을 통해 삼성그룹의 관여 의혹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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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라 전세금은 이건희 회장 개인 돈 추정”…부동산실명법 등 위반?
    • 입력 2016-07-25 15:49:21
    • 수정2016-07-26 18:28:25
    취재K
검찰과 경찰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성매매 의혹에 대한 수사 착수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동영상에 등장하는 논현동 빌라의 전세보증금 13억 원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가 "회장님 개인 돈으로 추정된다"고 밝혀 전세금에 대한 수사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오늘(25일) KBS 기자와의 통화에서 논현동 빌라의 전세보증금에 대해 "회사 돈이 아니다. (이건희) 회장님 개인 돈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는 성매매 의혹 건을 보도한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김인 삼성SDS 고문이 "개인적으로 전세 계약한 게 맞다"고 최종적으로 진술한 것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전세금은 이건희 회장 ‘개인 돈’?…“부동산·금융 실명법 위반”

법조계에서는 삼성 측 '추정'대로 김 고문이 이건희 회장의 개인 돈을 이용해 자신의 명의로 전세 계약을 한 게 사실이라면, 이는 부동산실명법과 금융실명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법은 전세권 설정과 송금 등 부동산 거래와 금융 거래에서 실제 권리자가 타인의 명의를 빌리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징역 또는 벌금형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권영국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논현동 빌라를 이건희 씨 개인의 안가로 사용하면서 김인 고문의 이름을 빌려 전세권 등기를 한 것이라면 부동산실명법 위반죄, 비서실에서 김인 고문 몰래 김인 이름으로 전세금을 송금했다면 금융실명법 위반죄도 성립될 수 있다"며 "만일 김인 고문이, 최초 답변과 달리, 알고서 이름을 빌려주었더라도 부동산실명법과 금융실명법 위반죄의 성립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도 모르는 내 전세 계약”…김인 고문은 왜 말을 바꿨나?

삼성 측 추정대로 빌라 전세금이 이건희 회장의 개인 돈이라 해도, 이 회장의 돈으로 김인 고문이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삼성 측이 개입한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가 필요하다는 게 법조계의 인식이다.

김인 고문은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문제의 논현동 빌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고 밝혔다가, 취재진이 삼성 측에 질의하고 난 뒤에 개인적으로 전세 계약을 맺었다며 말을 바꿨다. 김 고문이 이건희 회장의 부탁을 받고 이름을 빌려준 게 아니라, 삼성 측이 김인 고문 모르게 명의를 '도용'해 전세 계약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권영국 변호사는 앞서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전혀 몰랐다는 김인 고문의 최초 답변이 진실이라면) 이건희 회장 비서실에서 김인 고문의 이름을 도용해 전세 계약을 체결한 것이 되고, 이에 관여한 임직원들은 사문서 위조와 행사죄가 성립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삼성은 임원들의 명의를 빌리거나 도용해 수조 원대의 자금을 관리해온 전력이 있다. 특검을 통해 처벌까지 받고도 여전히 그런 행태가 남아있다면 심각한 문제인 만큼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도 모르는 내 계좌”…2008년 삼성 특검에서는?

"나도 모르는 내 계좌에 50억 원이 들어있었다." 8년 전인 2007년 10월 김용철 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은 자신이 모르고 있던 본인 명의의 계좌번호를 공개하며 삼성그룹이 임직원 천여 명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수조 원대의 비자금을 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삼성은 "그 돈은 삼성그룹의 회사 자금이나 총수 일가의 돈이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하지만, 삼성 특검의 수사를 통해 삼성그룹이 전현직 임원 명의로 1,199개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4조 5천억 원을 관리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방대한 차명계좌의 개설과 관리는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을 통해 이뤄졌다. 특검은 '실무담당자(상무급) - 재무팀장 - 구조본 차장 - 구조본부장 - 회장'으로 이어지는 결재 라인에 따라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2008년 4월 4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서울 한남동 삼성 특검 사무실로 출두하고 있다.
당시 특검은 명의를 빌려주거나 도용당한 전현직 삼성 임원들의 비협조로 수사에 애를 먹었다.이들은 연락을 받지 않고 잠적하거나 배가 아프다는 핑계 등을 대며 출석 날짜를 늦춰 수사를 지연시켰다. 특검에 나가서는 하나같이 자신의 계좌에 들어있는 돈이 자신의 재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다가, 자금 출처 조사 등을 통해 수사가 일정 정도 진전되자, 이건희 회장이 물려받은 상속 재산이었다며 일제히 말을 바꿨다. 삼성그룹이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도 관련된 임원들과 치밀하게 조율을 해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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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임직원 개입·회사 자금 동원 여부 수사해야”

뉴스타파가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을 보도한 뒤 삼성그룹이 '사생활 문제'라며 선을 그었지만, 시민단체와 정치권 등에서는 그룹 차원의 개입 여부에 대한 수사를 잇달아 촉구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성매매라는 범죄도 문제이지만, 범행에 비서실 및 계열회사 임직원과 회사 자금 등이 동원됐는지를 밝히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와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성명을 통해 "성매매 알선, 성매매 장소 및 자금제공, 묵인, 방조 등 조직적으로 진행이 의심돼 관련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의당도 논평을 통해 삼성그룹의 관여 의혹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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