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분위기 영 안 뜨네’

입력 2016.07.2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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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브라질은 축제 열기가 영 살아나지 않는 분위기다.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의 입장권조차 잘 팔리지 않고 있다. 브라질올림픽위원회는 지난 20일까지 팔리지 않은 입장권이 170만 장이라고 밝혀 입장권 판매율은 72%에 그치고 있다.

리우올림픽 입장권은 애초 700만 장이었으나, 경기장의 관중 수용 규모가 축소되고, 테러와 치안 불안, 지카 바이러스 등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610만 장으로 줄었다. 그런데도 판매율이 겨우 70%를 넘기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입장권 판매 수입은 9억 7천800만 헤알(약 3천430억 원)로, 목표액 10억 4천500만 헤알을 달성할지 의문이다. 브라질 올림픽위는 개막이 가까워지면서 입장권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리우올림픽 입장권의 판매율이 70%를 겨우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리우올림픽 입장권의 판매율이 70%를 겨우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8월 5일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개막식에 세계의 주요 정상들이 불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리우올림픽은 더욱 썰렁한 분위기에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언론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 등의 참석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개막식 참석을 확인한 각국의 정상이나 정부대표는 50여 명 정도로 알려졌다.

이는 2012년 런던올림픽의 절반에 못 미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보다도 적은 숫자다. 리우올림픽에 참가하는 국가가 206개국인 점을 고려하면 정상과 정부대표의 개막식 참석률은 20%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하다.

프랑스 니스테러 등으로 테러 공포가 확산한 가운데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 국가(IS) 브라질 지부를 자처한 조직이 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 충성을 맹세했다는 글이 SNS에 퍼지면서 테러에 대한 위험이 커지고 있다.

최근 테러 위험이 고조되면서 경찰특공대가 지하철역에서 모의훈련을 하고 있다.최근 테러 위험이 고조되면서 경찰특공대가 지하철역에서 모의훈련을 하고 있다.

또 브라질의 정치적 혼란도 한몫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브라질 전·현직 대통령을 모두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개막식에 초청한 것이다.

IOC는 탄핵심판으로 직무가 정지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과 룰라 시우바 등 전직 대통령들과 지우마 호세프를 탄핵한 현 대통령 권한대행 미셰우 테메르에게도 초청장을 보냈다.

호세프 대통령은 개막식에 참석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으나 실제로 참석할 것인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그런데 만약 그녀가 참석해서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이 개막 선언을 하고, 호세프 대통령은 외국 정상·정부대표들과 나란히 앉아 개막식을 지켜보는 상황이 연출된다면 볼썽사나운 모습이 될 수 밖에 없다.

각국 정상과 정부대표들의 참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브라질 정국의 불투명성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탄핵정국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막식에 참석해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을까 편치않은 데다가,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정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여기에 리우 대회가 남미대륙 최초의 올림픽이라는 점에서 남미 지역 정상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탄핵정국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 좌파 정상들은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쿠데타로 규정하고 있다. 외교관계 중단 가능성까지 시사한 남미의 정상들이 개막식에 참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탄핵당한 지우마대통령과 탄핵을 주도한 테메르 권한대행이 껄끄럽다.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탄핵당한 지우마대통령과 탄핵을 주도한 테메르 권한대행이 껄끄럽다.

남미대륙 최초의 올림픽이 열린다고 거창하게 홍보를 해왔는데 정작 개최국 브라질에선 리우올림픽에 대한 여론이 싸늘하기만 하다.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가 발표한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브라질 국민들의 생각은 리우올림픽 개최 반대가 50%, 찬성은 40%로 나왔다. 절반이 넘는 51%가 올림픽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답했고, 33%는 '약간 관심', 16%만 '매우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그래도 브라질올림픽위원회는 브라질 전역을 돌고 있는 리우올림픽 성화가 상파울루를 거쳐 리우시에 입성하면 올림픽 분위기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4월 22일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된 리우올림픽 성화는 5월 3일 브라질리아를 시작으로 2만㎞에 달하는 브라질 대장정을 벌이고 있다. 95일 동안 전국 327개 도시를 거친 성화는 다음 달 4일 리우시에 도착한다.

그런데 성화 봉송과정에서 악재도 발생했다. 브라질 올림픽 팀의 마스코트인 재규어가 성화봉송 행사 도중 사살된 것이다. 사고가 난 경위는 이렇다.

지난달 21일 브라질 북동부 아마조나스 주 마나우스 시에서 열린 성화 봉송 행사에 동원된 '주마'라는 이름의 재규어는 많은 사람이 참가한 가운데 벌어진 행사 분위기 때문에 흥분하고 말았다. 조용한 동물원에 있던 맹수가 갑자기 요란한 행사에 끌려 나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주마는 한 차례 탈출하려다 군인들에 의해 붙잡히고 말았다.

그러나 재규어는 잠시 후에 또다시 탈출을 시도했고, 사육사가 진정제를 주사하려고 하자 맹수의 본능을 드러내며 사육사를 공격하려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군인이 다급한 나머지 총을 쐈고 재규어 '주마'는 죽고 말았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는 강력히 비난했고, 브라질올림픽위원회는 공식으로 사과했다. 브라질군 당국은 "올림픽 성화행사에 평화와 단결의 상징으로 재규어를 투입한 것은 실수였다"며 사고경위를 해명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이번 비극이 브라질팀의 나쁜 징조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브라질 올림픽팀의 마스코트가 브라질 국기와 같은 노랑, 초록, 청색을 띤 '깅가'라고 불리는 '웃는 재규어'기 때문이다.

브라질팀의 마스코트인 재규어 ‘주마’가 사살되면서 나쁜 징조라는 우려도 나왔다.브라질팀의 마스코트인 재규어 ‘주마’가 사살되면서 나쁜 징조라는 우려도 나왔다.

그나마 지난 24일 성화가 상파울루에 들어오면서 관심거리가 생겼다. 5일 개막식이 열리는 리우의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과연 누가 성화대 점화를 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예상은 '축구황제' 펠레(75)다. 스포츠계와 브라질 언론이 가장 많이 거론하고 있다. 그리고 펠레는 리우올림픽 성화 봉송에 나서지 않았다. 지난 22일(현지시각) 상파울루 주 산투스 시에 있는 펠레 박물관 베란다에 잠시 나타나 주민들을 향해 성화를 들어 보인 것이 전부다.

리우올림픽의 성화 주자로 ‘축구 황제’ 펠레가 거론되고 있다.리우올림픽의 성화 주자로 ‘축구 황제’ 펠레가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펠레는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 펠레는 최근 몇 년 동안 신장 결석 수술과 전립선 요도 절제 수술, 척추 수술을 잇달아 받았다. 몸이 이런 상태에서 성화를 들고 뛰기에는 무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스포츠계에서 펠레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그가 어떤 형식으로든 리우올림픽 개막 행사에 참여할 것이며 성화대 점화가 유력하다고 브라질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펠레는 22년의 선수 생활 동안 1,363경기에 출전해 1,281골을 터트려 '축구 황제'로 불리는 브라질의 영웅이다. 브라질 국가대표로 A매치 91경기에 출전해 77골을 기록했고, 월드컵 14경기에 출전해 12골을 넣었다. 17세이던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 최연소 선수로 출전했으며 브라질의 월드컵 3회 우승을 이끌었다.

축구 황제 펠레가 리우 올림픽을 기념해 ‘희망’이란 노래를 발표했다.축구 황제 펠레가 리우 올림픽을 기념해 ‘희망’이란 노래를 발표했다.

이런 펠레가 관심이 부족한 올림픽을 홍보라도 하듯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념 노래를 발표했다. 노래 제목은 '희망'(Esperanca)으로 어린이들의 코러스와 함께 듣기 편한 선율로 만들어졌다. "리우올림픽이 세상을 행복하고 즐겁게 해줄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고 AFP 통신은 보도했다.

펠레는 이미 1960년에 처음 앨범을 냈고, 2006년에도 브라질의 대중음악의 거장 질베르토 질과도 함께 '펠레 징가'라는 앨범을 내놓기도 했다.

■ 축구엔 열광… 올림픽엔 무관심

브라질이 이렇게 올림픽에 관해 관심이 적은 이유는 뭘까?

평소 축구에 관한 한 세계 어느 누구보다 뜨거운 열기를 보이지만, 브라질 사람들은 종합 스포츠 대회인 올림픽에 대해서는 낯설게 느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국적인 규모로 1군, 2군, 3군, 4군에 이르는 축구 클럽을 운영하고, 막대한 돈을 들여 축구 스타를 발굴하고 매일같이 축구를 즐기는 나라이지만, 다른 스포츠 종목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것이 브라질 스포츠계다.

굳이 브라질의 올림픽 성적을 따진다면 그동안의 성과는 2억여 명의 국민이 가진 역량에는 크게 부족한 것도 그런 이유다.

최근의 정치·경제 상황도 원인

더구나 최근 브라질의 정치와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에 리우올림픽은 국민에게서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브라질 정부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6 리우올림픽을 명목으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정작 사회 인프라를 위한 투자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를 하면서 정치권과 기업이 부정부패를 저질러 막대한 돈이 정치인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국민을 위한 투자와 복지 등에는 소홀히 했다는 게 상당수 브라질 서민들의 인식인 것이다. 이 때문에 지우마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부정부패를 저지른 정치인에 대한 구속 등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분노로 터져 나왔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원자재에 주로 의존해온 브라질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면서 국민들의 심정은 싸늘해졌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경제 위기에 실업자가 넘치고 범죄가 급증하는 판에 이득이 날지 안 날지 모를 국제 스포츠행사가 브라질 서민들에겐 아니꼽게 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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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우올림픽…‘분위기 영 안 뜨네’
    • 입력 2016-07-26 11:18:13
    취재K
리우올림픽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브라질은 축제 열기가 영 살아나지 않는 분위기다.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의 입장권조차 잘 팔리지 않고 있다. 브라질올림픽위원회는 지난 20일까지 팔리지 않은 입장권이 170만 장이라고 밝혀 입장권 판매율은 72%에 그치고 있다.

리우올림픽 입장권은 애초 700만 장이었으나, 경기장의 관중 수용 규모가 축소되고, 테러와 치안 불안, 지카 바이러스 등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610만 장으로 줄었다. 그런데도 판매율이 겨우 70%를 넘기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입장권 판매 수입은 9억 7천800만 헤알(약 3천430억 원)로, 목표액 10억 4천500만 헤알을 달성할지 의문이다. 브라질 올림픽위는 개막이 가까워지면서 입장권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리우올림픽 입장권의 판매율이 70%를 겨우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8월 5일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개막식에 세계의 주요 정상들이 불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리우올림픽은 더욱 썰렁한 분위기에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언론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 등의 참석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개막식 참석을 확인한 각국의 정상이나 정부대표는 50여 명 정도로 알려졌다.

이는 2012년 런던올림픽의 절반에 못 미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보다도 적은 숫자다. 리우올림픽에 참가하는 국가가 206개국인 점을 고려하면 정상과 정부대표의 개막식 참석률은 20%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하다.

프랑스 니스테러 등으로 테러 공포가 확산한 가운데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 국가(IS) 브라질 지부를 자처한 조직이 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 충성을 맹세했다는 글이 SNS에 퍼지면서 테러에 대한 위험이 커지고 있다.

최근 테러 위험이 고조되면서 경찰특공대가 지하철역에서 모의훈련을 하고 있다.
또 브라질의 정치적 혼란도 한몫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브라질 전·현직 대통령을 모두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개막식에 초청한 것이다.

IOC는 탄핵심판으로 직무가 정지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과 룰라 시우바 등 전직 대통령들과 지우마 호세프를 탄핵한 현 대통령 권한대행 미셰우 테메르에게도 초청장을 보냈다.

호세프 대통령은 개막식에 참석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으나 실제로 참석할 것인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그런데 만약 그녀가 참석해서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이 개막 선언을 하고, 호세프 대통령은 외국 정상·정부대표들과 나란히 앉아 개막식을 지켜보는 상황이 연출된다면 볼썽사나운 모습이 될 수 밖에 없다.

각국 정상과 정부대표들의 참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브라질 정국의 불투명성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탄핵정국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막식에 참석해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을까 편치않은 데다가,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정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여기에 리우 대회가 남미대륙 최초의 올림픽이라는 점에서 남미 지역 정상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탄핵정국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 좌파 정상들은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쿠데타로 규정하고 있다. 외교관계 중단 가능성까지 시사한 남미의 정상들이 개막식에 참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탄핵당한 지우마대통령과 탄핵을 주도한 테메르 권한대행이 껄끄럽다.
남미대륙 최초의 올림픽이 열린다고 거창하게 홍보를 해왔는데 정작 개최국 브라질에선 리우올림픽에 대한 여론이 싸늘하기만 하다.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가 발표한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브라질 국민들의 생각은 리우올림픽 개최 반대가 50%, 찬성은 40%로 나왔다. 절반이 넘는 51%가 올림픽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답했고, 33%는 '약간 관심', 16%만 '매우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그래도 브라질올림픽위원회는 브라질 전역을 돌고 있는 리우올림픽 성화가 상파울루를 거쳐 리우시에 입성하면 올림픽 분위기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4월 22일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된 리우올림픽 성화는 5월 3일 브라질리아를 시작으로 2만㎞에 달하는 브라질 대장정을 벌이고 있다. 95일 동안 전국 327개 도시를 거친 성화는 다음 달 4일 리우시에 도착한다.

그런데 성화 봉송과정에서 악재도 발생했다. 브라질 올림픽 팀의 마스코트인 재규어가 성화봉송 행사 도중 사살된 것이다. 사고가 난 경위는 이렇다.

지난달 21일 브라질 북동부 아마조나스 주 마나우스 시에서 열린 성화 봉송 행사에 동원된 '주마'라는 이름의 재규어는 많은 사람이 참가한 가운데 벌어진 행사 분위기 때문에 흥분하고 말았다. 조용한 동물원에 있던 맹수가 갑자기 요란한 행사에 끌려 나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주마는 한 차례 탈출하려다 군인들에 의해 붙잡히고 말았다.

그러나 재규어는 잠시 후에 또다시 탈출을 시도했고, 사육사가 진정제를 주사하려고 하자 맹수의 본능을 드러내며 사육사를 공격하려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군인이 다급한 나머지 총을 쐈고 재규어 '주마'는 죽고 말았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는 강력히 비난했고, 브라질올림픽위원회는 공식으로 사과했다. 브라질군 당국은 "올림픽 성화행사에 평화와 단결의 상징으로 재규어를 투입한 것은 실수였다"며 사고경위를 해명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이번 비극이 브라질팀의 나쁜 징조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브라질 올림픽팀의 마스코트가 브라질 국기와 같은 노랑, 초록, 청색을 띤 '깅가'라고 불리는 '웃는 재규어'기 때문이다.

브라질팀의 마스코트인 재규어 ‘주마’가 사살되면서 나쁜 징조라는 우려도 나왔다.
그나마 지난 24일 성화가 상파울루에 들어오면서 관심거리가 생겼다. 5일 개막식이 열리는 리우의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과연 누가 성화대 점화를 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예상은 '축구황제' 펠레(75)다. 스포츠계와 브라질 언론이 가장 많이 거론하고 있다. 그리고 펠레는 리우올림픽 성화 봉송에 나서지 않았다. 지난 22일(현지시각) 상파울루 주 산투스 시에 있는 펠레 박물관 베란다에 잠시 나타나 주민들을 향해 성화를 들어 보인 것이 전부다.

리우올림픽의 성화 주자로 ‘축구 황제’ 펠레가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펠레는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 펠레는 최근 몇 년 동안 신장 결석 수술과 전립선 요도 절제 수술, 척추 수술을 잇달아 받았다. 몸이 이런 상태에서 성화를 들고 뛰기에는 무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스포츠계에서 펠레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그가 어떤 형식으로든 리우올림픽 개막 행사에 참여할 것이며 성화대 점화가 유력하다고 브라질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펠레는 22년의 선수 생활 동안 1,363경기에 출전해 1,281골을 터트려 '축구 황제'로 불리는 브라질의 영웅이다. 브라질 국가대표로 A매치 91경기에 출전해 77골을 기록했고, 월드컵 14경기에 출전해 12골을 넣었다. 17세이던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 최연소 선수로 출전했으며 브라질의 월드컵 3회 우승을 이끌었다.

축구 황제 펠레가 리우 올림픽을 기념해 ‘희망’이란 노래를 발표했다.
이런 펠레가 관심이 부족한 올림픽을 홍보라도 하듯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념 노래를 발표했다. 노래 제목은 '희망'(Esperanca)으로 어린이들의 코러스와 함께 듣기 편한 선율로 만들어졌다. "리우올림픽이 세상을 행복하고 즐겁게 해줄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고 AFP 통신은 보도했다.

펠레는 이미 1960년에 처음 앨범을 냈고, 2006년에도 브라질의 대중음악의 거장 질베르토 질과도 함께 '펠레 징가'라는 앨범을 내놓기도 했다.

■ 축구엔 열광… 올림픽엔 무관심

브라질이 이렇게 올림픽에 관해 관심이 적은 이유는 뭘까?

평소 축구에 관한 한 세계 어느 누구보다 뜨거운 열기를 보이지만, 브라질 사람들은 종합 스포츠 대회인 올림픽에 대해서는 낯설게 느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국적인 규모로 1군, 2군, 3군, 4군에 이르는 축구 클럽을 운영하고, 막대한 돈을 들여 축구 스타를 발굴하고 매일같이 축구를 즐기는 나라이지만, 다른 스포츠 종목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것이 브라질 스포츠계다.

굳이 브라질의 올림픽 성적을 따진다면 그동안의 성과는 2억여 명의 국민이 가진 역량에는 크게 부족한 것도 그런 이유다.

최근의 정치·경제 상황도 원인

더구나 최근 브라질의 정치와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에 리우올림픽은 국민에게서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브라질 정부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6 리우올림픽을 명목으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정작 사회 인프라를 위한 투자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를 하면서 정치권과 기업이 부정부패를 저질러 막대한 돈이 정치인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국민을 위한 투자와 복지 등에는 소홀히 했다는 게 상당수 브라질 서민들의 인식인 것이다. 이 때문에 지우마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부정부패를 저지른 정치인에 대한 구속 등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분노로 터져 나왔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원자재에 주로 의존해온 브라질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면서 국민들의 심정은 싸늘해졌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경제 위기에 실업자가 넘치고 범죄가 급증하는 판에 이득이 날지 안 날지 모를 국제 스포츠행사가 브라질 서민들에겐 아니꼽게 보일 수도 있다.

[연관 기사]☞ “지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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