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정보인가 악성 루머인가…‘찌라시’의 실체

입력 2016.07.26 (14:56) 수정 2016.07.26 (15:0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점심 무렵 서울 여의도 증권가. 스마트폰을 통해 소문 하나가 순식간에 퍼져나갔습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사망했고, 오후 3시 발표 예정이라는 내용! 바로 증권가 사설정보지, 소위 찌라시였습니다.


단 18글자에 불과한 내용이었지만 주식시장은 크게 출렁였습니다. 삼성그룹 승계 과정에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됐던 삼성물산 주식은 장중 8% 이상 급등했습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이사는 "장중에 나온 루머가 계속해서 확산이 됐었던 거고 제가 아는 지인들도 이게 사실이냐 아니냐를 저한테 물어봤어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급기야 한국거래소까지 나서서 삼성전자에 조회공시를 요구했습니다. 최대주주의 사망설을 확인하기 위해 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구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병률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본부장은 "평소와 다르게 삼성그룹의 대표주들이 굉장히 주가가 큰폭으로 오르는 사실을 인지하고 저희가 바로 대책회의를 해서 조회공시를 요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증권가에서 떠도는 정보지, 소위 찌라시를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도 있습니다.

영화 ‘찌라시:위험한 소문’의 한 장면영화 ‘찌라시:위험한 소문’의 한 장면

과거 글이나 말을 통해 일부 계층에서만 유통되던 찌라시가 요즘은 스마트폰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대부분 허위인 경우도 많아 잘못된 찌라시때문에 큰 피해를 겪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찌라시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드는 것일까요?

이건희 회장 사망설이 이른바, 찌라시를 통해 퍼진 날, 삼성 측은 곧바로 허위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날 삼성물산은 5% 가까이, 삼성전자는 2% 이상 상승하며 장을 마감했습니다.

주식 차익을 노린 작전 세력의 소행이라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 최초 유포자를 쫓고 있지만 누가 어떤 의도로 유포했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장흥식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은 "피의자를 검거해서 그 피의자가 어떤 목적으로 이와 같은 정보지를 유포했는지는 검거해봐야지 명확하게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른바 삼성 찌라시 파동 9일 전인 지난달 21일 신공항 입지 선정 발표를 불과 몇시간 앞둔 시점, 증권가와 sns를 중심으로 신공항 후보지로 경남 밀양이 선정됐다는 찌라시가 급속히 확산됐습니다.


관련 테마주들이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이사는 "내용이 전문가인 저희가 봐도 진짜같은, 항목도 아주 상세하고 점수에 대해서도 상당히 구분점들이 뚜렸해서 찌라시 정보라고 보기 힘들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거짓으로 판명났고, 찌라시를 믿고 투자한 사람들은 큰 손실을 봐야 했습니다.

최욱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장보는 "풍문이나 루머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니까 주가 변동으로 인해서 이익을 보거나 손해보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얘기들이 나오기도 하고 근거가 있는 얘기가 나오는가 하면, 근거가 없는 얘기가 돌기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찌라시에 단골로 등장하는 또 다른 내용은 연예가 소식입니다.

연예가 찌라시가 나돌기 시작한 것은 오래 됐지만 최근 들어 그 내용이 더욱 노골적이고 대담해졌습니다.


올해 초 군에 입대한 가수 이승기 씨는 최근 찌라시 속 허위소문으로 고통을 받다가 결국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송중기, 박보검 등 유명 연예인들 역시 허위 내용이 담긴 찌라시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 사이버수사팀 박종곤 경사는 "제가 볼 때는 그냥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전혀 허무맹랑한 걸로. 왜냐면 제가 연예인들 사건 해보면서 찌라시, 예를 들어 성매매나 스폰서 같은게 있다 하는데 전혀 아무런 근거도 없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찌라시의 확산 속도와 범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라지고 넓어졌습니다.

취업준비생 전민규 씨는 "친구가 재밌는 찌라시를 구했다고 해가지고 메일로 보내주거나 카카오톡으로 보내주거나 그런 적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대학생 박지애씨도 "장문의 카톡으로 오죠. A양, B양 이렇게 해가지고... A양이 누구래? B양이 누구래? 이렇게 해서 친구들끼리 단체 카톡방에서 말을 하는 정도는 몇 번 받아봤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은 최근 만들어졌다는 모 연예인에 관한 찌라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입수 시점은 지난 14일 오전 10시 59분, 하지만 불과 30분 후인 11시 30분쯤, 해당 찌라시 내용이 고스란히 한 언론사를 통해 기사화됐습니다.

해당 언론사는 기사에서 증권가 정보지를 통해 이 같은 소문이 돌았다고 밝혔습니다.

잠시 후 비슷한 기사가 인터넷을 통해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곧바로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에서도 해당 연예인 이름이 1위에 올랐습니다.

취재진이 찌라시를 받아보고 난 후 불과 두시간 반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김덕진 한국인사이트연구소 부소장은 "우리가 쓰는 모바일 메신저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분들이 친구 목록에 최소 수백 명이 있을 겁니다. 수백 명에게 내가 어떤 이슈를 보낸다라고 할 때 그 보내는 속도가 과거와 다르게 정말 짧게는 몇초안에 수백명에게 빠르게 보낼 수 있기 때문에 확산속도가 매우 빠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연예인 측은 경찰 조사 결과 혐의없음으로 결론난 사안이라면서 불미스러운 일에 거론돼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보다 전문적인 분석을 위해 이번에는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에 의뢰해 이건희 회장 사망 헛소문이 얼마나 빨리 확산됐는지 알아봤습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트위터와 블로그, 인터넷 기사를 분석해봤더니, 사망 소문이 담긴 찌라시가 유통되기 전에는 거의 0에 가깝던 관련 정보량이, 찌라시가 퍼졌던 6월 30일을 기점으로 갑자기 수직에 가깝게 치솟았습니다.

빅데이터솔루션 전문업체 직원인 김예슬 씨는 "전날과 비교만 하더라도 평균적으로 한 2건에서 많게는 5건 정도 이야기 됐었는데 그것보다 몇백 배에 달하는 천여 건 정도가 언급이 됐기 때문에 굉장히 높은 상승추이를 확인할 수 가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업체들이 요금을 주고 받아 보는 사설 정보지기업체들이 요금을 주고 받아 보는 사설 정보지

기업체들이 요금을 주고 받아 보는 한 사설 정보지입니다. 정치계와 재계, 관가 소식 등이 주요 내용인데 모두 20페이지에 달합니다.

표지에는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수신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했고 유출시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적혀 있습니다.

유출로 인한 법적책임은 회원에게 있다고도 돼 있습니다.

취재진이 제작업체를 찾아가봤더니 찌라시와는 달리 정식 등록된 인터넷 언론사였습니다.

해당 업체는 정식 기사로 다루기는 애매하지만 정보로서는 가치 있는 내용을 골라서 서비스 한다고 설명합니다.

한 사설 정보지 업체 관계자는 "기사 중에 낙수된 것들, 그런 것들 모아서 기업들이 이런 내용들은 더 알고 계시면 좋을 것 같다는 것들, 그런 것들을 모아서 기사를 스크랩해드리는 서비스"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식 구독 기업체는 20곳에 불과하다면서 종종 외부로 유포돼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고 털어놓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찌라시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사설 정보지 업체 관계자는 "보시는 기업들이 그걸 받아가지고 자기네만 보고 원래 그렇게 하기로 약속을 한 건데 자꾸 외부에 돌리니까 이게 자꾸 퍼져나간 것 뿐이지, 찌라시는 저희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죠"라고 잘라말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찌라시는 기업체 관계자와 언론사 기자, 경찰 등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참가하는 정보회의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실제는 어떨까? 취재진은 수소문 끝에 정보회의 고정 멤버라는 정보담당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10여년 째 정보회의에 참가하고 있다면서 영화 속 내용이 영 틀린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 전직 보좌관의 말입니다.

"조용한 식당의 방을 잡아놓고 한 7명 ~ 8명이서 1~2주에 한 번 모여서 밥 먹으면서 정보를 나눕니다. 그러면 옆에서 받아치는 사람이 있어요. 정리하는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 나중에 정리도 하고 사실여부도 확인해서 다시 알려줍니다. 참석자들은 기업체부터 정부기관 직원까지 정보가 필요한 곳이면 누구든지 참가해요"


참석자들은 누구일까요?

"정보기관에 계신 분들, 기업에서 대관하시는 분들, 언론사 기자. 또 증권가 등에서 정보하시는 분들, 그런 사람들이 들어옵니다. 제가 관련된 모임만 7개 정도 되는데 이런 모임이 얼마나 많은 지는 알 수도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수익을 노리는 수익을 노리는 증권가 찌라시와 가십성인 연예계 찌라시의 경우 허위 정보가 많아요. 증권가 찌라시를 제일 조심해야돼요. 얘네들은 시세 차익을 노리고 없었던 루머를 만들어 냅니다"

찌라시를 왜 만드냐는 질문에는 정보에 대한 욕망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욕망이 있는 겁니다. 내가 이런 얘기를 골프치러가서든, 저녁자리에서든 일반 사람들보다는 좀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는 욕망, 그리고 우리는 그런 윗분들에게 보고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죠"

이렇게 은밀한 모임을 통해 만들어내는 정보는 허위 정보라 하더라도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누구라도 손쉽게 대량으로 유포가 가능합니다.

문제는 한 번 뿌려진 소문은 주워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저희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대응을 해도, 이게 맞지않을까 믿어버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찌라시가 언급되는 것 자체가 큰 고통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찌라시로 인한 피해가 늘면서 정부도 찌라시 단속 의지를 여러차례 밝혔습니다. 악성루머를 막기 위한 관련법 제정도 논의됐습니다. 그러나 뚜렷한 효과는 없는 실정입니다.


장흥식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은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은 그것을 좀 뭔가 심리적으로 내가 뭔가를 자랑하고 싶어하는 것들이 기본적으로 있잖아요. 나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엄청난 비밀이에요. 도저히 참을 수가 없고, 그런게 좀 있지 않나 싶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찌라시, 광고로 뿌리는 전단지라는 일본어에서 유래된 말이지만 이제는 단순한 호기심 충족 차원을 넘어 특정인의 인격을 파괴하고 경제를 들썩거리게 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허위 정보 생산자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함께, 디지털 공간에서 허위 정보를 거를 수 있도록하는 시스템 마련이 절실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고급 정보인가 악성 루머인가…‘찌라시’의 실체
    • 입력 2016-07-26 14:56:22
    • 수정2016-07-26 15:03:22
    취재K
지난달 30일 점심 무렵 서울 여의도 증권가. 스마트폰을 통해 소문 하나가 순식간에 퍼져나갔습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사망했고, 오후 3시 발표 예정이라는 내용! 바로 증권가 사설정보지, 소위 찌라시였습니다.


단 18글자에 불과한 내용이었지만 주식시장은 크게 출렁였습니다. 삼성그룹 승계 과정에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됐던 삼성물산 주식은 장중 8% 이상 급등했습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이사는 "장중에 나온 루머가 계속해서 확산이 됐었던 거고 제가 아는 지인들도 이게 사실이냐 아니냐를 저한테 물어봤어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급기야 한국거래소까지 나서서 삼성전자에 조회공시를 요구했습니다. 최대주주의 사망설을 확인하기 위해 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구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병률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본부장은 "평소와 다르게 삼성그룹의 대표주들이 굉장히 주가가 큰폭으로 오르는 사실을 인지하고 저희가 바로 대책회의를 해서 조회공시를 요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증권가에서 떠도는 정보지, 소위 찌라시를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도 있습니다.

영화 ‘찌라시:위험한 소문’의 한 장면
과거 글이나 말을 통해 일부 계층에서만 유통되던 찌라시가 요즘은 스마트폰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대부분 허위인 경우도 많아 잘못된 찌라시때문에 큰 피해를 겪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찌라시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드는 것일까요?

이건희 회장 사망설이 이른바, 찌라시를 통해 퍼진 날, 삼성 측은 곧바로 허위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날 삼성물산은 5% 가까이, 삼성전자는 2% 이상 상승하며 장을 마감했습니다.

주식 차익을 노린 작전 세력의 소행이라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 최초 유포자를 쫓고 있지만 누가 어떤 의도로 유포했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장흥식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은 "피의자를 검거해서 그 피의자가 어떤 목적으로 이와 같은 정보지를 유포했는지는 검거해봐야지 명확하게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른바 삼성 찌라시 파동 9일 전인 지난달 21일 신공항 입지 선정 발표를 불과 몇시간 앞둔 시점, 증권가와 sns를 중심으로 신공항 후보지로 경남 밀양이 선정됐다는 찌라시가 급속히 확산됐습니다.


관련 테마주들이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이사는 "내용이 전문가인 저희가 봐도 진짜같은, 항목도 아주 상세하고 점수에 대해서도 상당히 구분점들이 뚜렸해서 찌라시 정보라고 보기 힘들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거짓으로 판명났고, 찌라시를 믿고 투자한 사람들은 큰 손실을 봐야 했습니다.

최욱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장보는 "풍문이나 루머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니까 주가 변동으로 인해서 이익을 보거나 손해보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얘기들이 나오기도 하고 근거가 있는 얘기가 나오는가 하면, 근거가 없는 얘기가 돌기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찌라시에 단골로 등장하는 또 다른 내용은 연예가 소식입니다.

연예가 찌라시가 나돌기 시작한 것은 오래 됐지만 최근 들어 그 내용이 더욱 노골적이고 대담해졌습니다.


올해 초 군에 입대한 가수 이승기 씨는 최근 찌라시 속 허위소문으로 고통을 받다가 결국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송중기, 박보검 등 유명 연예인들 역시 허위 내용이 담긴 찌라시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 사이버수사팀 박종곤 경사는 "제가 볼 때는 그냥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전혀 허무맹랑한 걸로. 왜냐면 제가 연예인들 사건 해보면서 찌라시, 예를 들어 성매매나 스폰서 같은게 있다 하는데 전혀 아무런 근거도 없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찌라시의 확산 속도와 범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라지고 넓어졌습니다.

취업준비생 전민규 씨는 "친구가 재밌는 찌라시를 구했다고 해가지고 메일로 보내주거나 카카오톡으로 보내주거나 그런 적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대학생 박지애씨도 "장문의 카톡으로 오죠. A양, B양 이렇게 해가지고... A양이 누구래? B양이 누구래? 이렇게 해서 친구들끼리 단체 카톡방에서 말을 하는 정도는 몇 번 받아봤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은 최근 만들어졌다는 모 연예인에 관한 찌라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입수 시점은 지난 14일 오전 10시 59분, 하지만 불과 30분 후인 11시 30분쯤, 해당 찌라시 내용이 고스란히 한 언론사를 통해 기사화됐습니다.

해당 언론사는 기사에서 증권가 정보지를 통해 이 같은 소문이 돌았다고 밝혔습니다.

잠시 후 비슷한 기사가 인터넷을 통해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곧바로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에서도 해당 연예인 이름이 1위에 올랐습니다.

취재진이 찌라시를 받아보고 난 후 불과 두시간 반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김덕진 한국인사이트연구소 부소장은 "우리가 쓰는 모바일 메신저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분들이 친구 목록에 최소 수백 명이 있을 겁니다. 수백 명에게 내가 어떤 이슈를 보낸다라고 할 때 그 보내는 속도가 과거와 다르게 정말 짧게는 몇초안에 수백명에게 빠르게 보낼 수 있기 때문에 확산속도가 매우 빠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연예인 측은 경찰 조사 결과 혐의없음으로 결론난 사안이라면서 불미스러운 일에 거론돼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보다 전문적인 분석을 위해 이번에는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에 의뢰해 이건희 회장 사망 헛소문이 얼마나 빨리 확산됐는지 알아봤습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트위터와 블로그, 인터넷 기사를 분석해봤더니, 사망 소문이 담긴 찌라시가 유통되기 전에는 거의 0에 가깝던 관련 정보량이, 찌라시가 퍼졌던 6월 30일을 기점으로 갑자기 수직에 가깝게 치솟았습니다.

빅데이터솔루션 전문업체 직원인 김예슬 씨는 "전날과 비교만 하더라도 평균적으로 한 2건에서 많게는 5건 정도 이야기 됐었는데 그것보다 몇백 배에 달하는 천여 건 정도가 언급이 됐기 때문에 굉장히 높은 상승추이를 확인할 수 가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업체들이 요금을 주고 받아 보는 사설 정보지
기업체들이 요금을 주고 받아 보는 한 사설 정보지입니다. 정치계와 재계, 관가 소식 등이 주요 내용인데 모두 20페이지에 달합니다.

표지에는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수신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했고 유출시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적혀 있습니다.

유출로 인한 법적책임은 회원에게 있다고도 돼 있습니다.

취재진이 제작업체를 찾아가봤더니 찌라시와는 달리 정식 등록된 인터넷 언론사였습니다.

해당 업체는 정식 기사로 다루기는 애매하지만 정보로서는 가치 있는 내용을 골라서 서비스 한다고 설명합니다.

한 사설 정보지 업체 관계자는 "기사 중에 낙수된 것들, 그런 것들 모아서 기업들이 이런 내용들은 더 알고 계시면 좋을 것 같다는 것들, 그런 것들을 모아서 기사를 스크랩해드리는 서비스"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식 구독 기업체는 20곳에 불과하다면서 종종 외부로 유포돼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고 털어놓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찌라시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사설 정보지 업체 관계자는 "보시는 기업들이 그걸 받아가지고 자기네만 보고 원래 그렇게 하기로 약속을 한 건데 자꾸 외부에 돌리니까 이게 자꾸 퍼져나간 것 뿐이지, 찌라시는 저희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죠"라고 잘라말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찌라시는 기업체 관계자와 언론사 기자, 경찰 등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참가하는 정보회의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실제는 어떨까? 취재진은 수소문 끝에 정보회의 고정 멤버라는 정보담당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10여년 째 정보회의에 참가하고 있다면서 영화 속 내용이 영 틀린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 전직 보좌관의 말입니다.

"조용한 식당의 방을 잡아놓고 한 7명 ~ 8명이서 1~2주에 한 번 모여서 밥 먹으면서 정보를 나눕니다. 그러면 옆에서 받아치는 사람이 있어요. 정리하는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 나중에 정리도 하고 사실여부도 확인해서 다시 알려줍니다. 참석자들은 기업체부터 정부기관 직원까지 정보가 필요한 곳이면 누구든지 참가해요"


참석자들은 누구일까요?

"정보기관에 계신 분들, 기업에서 대관하시는 분들, 언론사 기자. 또 증권가 등에서 정보하시는 분들, 그런 사람들이 들어옵니다. 제가 관련된 모임만 7개 정도 되는데 이런 모임이 얼마나 많은 지는 알 수도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수익을 노리는 수익을 노리는 증권가 찌라시와 가십성인 연예계 찌라시의 경우 허위 정보가 많아요. 증권가 찌라시를 제일 조심해야돼요. 얘네들은 시세 차익을 노리고 없었던 루머를 만들어 냅니다"

찌라시를 왜 만드냐는 질문에는 정보에 대한 욕망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욕망이 있는 겁니다. 내가 이런 얘기를 골프치러가서든, 저녁자리에서든 일반 사람들보다는 좀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는 욕망, 그리고 우리는 그런 윗분들에게 보고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죠"

이렇게 은밀한 모임을 통해 만들어내는 정보는 허위 정보라 하더라도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누구라도 손쉽게 대량으로 유포가 가능합니다.

문제는 한 번 뿌려진 소문은 주워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저희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대응을 해도, 이게 맞지않을까 믿어버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찌라시가 언급되는 것 자체가 큰 고통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찌라시로 인한 피해가 늘면서 정부도 찌라시 단속 의지를 여러차례 밝혔습니다. 악성루머를 막기 위한 관련법 제정도 논의됐습니다. 그러나 뚜렷한 효과는 없는 실정입니다.


장흥식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은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은 그것을 좀 뭔가 심리적으로 내가 뭔가를 자랑하고 싶어하는 것들이 기본적으로 있잖아요. 나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엄청난 비밀이에요. 도저히 참을 수가 없고, 그런게 좀 있지 않나 싶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찌라시, 광고로 뿌리는 전단지라는 일본어에서 유래된 말이지만 이제는 단순한 호기심 충족 차원을 넘어 특정인의 인격을 파괴하고 경제를 들썩거리게 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허위 정보 생산자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함께, 디지털 공간에서 허위 정보를 거를 수 있도록하는 시스템 마련이 절실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