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 온도 34도…폭염에 힘겨운 쪽방촌 노인

입력 2016.07.26 (21:16) 수정 2016.07.2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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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연일 폭염이 계속되면서 빈곤층과 노년층이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더위를 피하기는 커녕 고스란히 무더위를 겪으며 여름을 힘겹게 보내고 있는 쪽방촌의 노인들을 이현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쪽방촌, 양철 지붕은 폭염을 그대로 방으로 전달합니다.

하루종일 선풍기를 틀어놔도 방 안 온도는 34도.

바깥보다 더 더운 방안은 노인이 견디기 힘든 환경입니다.

<녹취> 김기옥(쪽방촌 주민) : "나갔다가 문만 열면 숨이 턱 막혀요. 다리는 아픈데 여의도라도 가고 싶어도 역전에만 가면 지쳐버리고..."

인근의 한 낡은 건물로 연결된 복도.

한 사람만 지나가도 꽉 차는 좁은 공간에 열기가 가득합니다.

대낮에도 캄캄한 복도 양옆으로 방이 줄지어 있습니다.

한 방에 성인 두 명이 앉으면 더이상 옴짝달싹 못 하는 크기입니다.

몸을 쭉 펴기도 힘든 방에 창문도 없습니다.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티비와 냉장고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그대로 느껴집니다.

80대 노인이 견디기 힘든 환경입니다.

<녹취> 쪽방촌 주민 : "어디 갈 데는 없고. 답답하면 밖에서 몇 발짝 돌다 또 들어오고. 어디 야외로 나갈 수도 없는 입장이고."

요즘 같은 폭염에 몸이 불편한 노인들은 생활이 더욱 불편합니다.

반지하 방과 바깥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인 창문.

길가에 주차된 차량 바퀴가 막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명길(서울시 관악구) : "더워서 환장을 하겠더라고. (그래도) 그냥 이렇게 있는 거지. 뭐 어떻게 해? 할 수가 있어?"

노인들을 위한 무더위 쉼터가 곳곳에 있지만 요즘 같은 날씨에는 늘 사람들도 꽉 차있습니다.

<인터뷰> 80대 노인 : "콧구멍만 한 데라. 노인네들 사람이 많아가지고 질식 상태예요. 수용이 한계가 있어가지고."

에너지 빈곤층의 67%가 70대 이상 노인입니다.

이 가운데 90%가 선풍기를 주로 사용하고 10%는 아예 그마저도 없이 여름을 나고 있습니다.

절반 정도가 온열 질환을 겪습니다.

<인터뷰> 이선영(인제대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무기력증, 그다음에 약간의 증상이 더 심해진다면은 이게 정신이 조금 혼미한 상태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최근 두 달 사이 열사병이나 탈진, 경련 등 온열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70대 이상 환자는 2백 명이 넘었습니다.

KBS 뉴스 이현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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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 안 온도 34도…폭염에 힘겨운 쪽방촌 노인
    • 입력 2016-07-26 21:18:58
    • 수정2016-07-27 09: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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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연일 폭염이 계속되면서 빈곤층과 노년층이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더위를 피하기는 커녕 고스란히 무더위를 겪으며 여름을 힘겹게 보내고 있는 쪽방촌의 노인들을 이현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쪽방촌, 양철 지붕은 폭염을 그대로 방으로 전달합니다. 하루종일 선풍기를 틀어놔도 방 안 온도는 34도. 바깥보다 더 더운 방안은 노인이 견디기 힘든 환경입니다. <녹취> 김기옥(쪽방촌 주민) : "나갔다가 문만 열면 숨이 턱 막혀요. 다리는 아픈데 여의도라도 가고 싶어도 역전에만 가면 지쳐버리고..." 인근의 한 낡은 건물로 연결된 복도. 한 사람만 지나가도 꽉 차는 좁은 공간에 열기가 가득합니다. 대낮에도 캄캄한 복도 양옆으로 방이 줄지어 있습니다. 한 방에 성인 두 명이 앉으면 더이상 옴짝달싹 못 하는 크기입니다. 몸을 쭉 펴기도 힘든 방에 창문도 없습니다.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티비와 냉장고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그대로 느껴집니다. 80대 노인이 견디기 힘든 환경입니다. <녹취> 쪽방촌 주민 : "어디 갈 데는 없고. 답답하면 밖에서 몇 발짝 돌다 또 들어오고. 어디 야외로 나갈 수도 없는 입장이고." 요즘 같은 폭염에 몸이 불편한 노인들은 생활이 더욱 불편합니다. 반지하 방과 바깥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인 창문. 길가에 주차된 차량 바퀴가 막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명길(서울시 관악구) : "더워서 환장을 하겠더라고. (그래도) 그냥 이렇게 있는 거지. 뭐 어떻게 해? 할 수가 있어?" 노인들을 위한 무더위 쉼터가 곳곳에 있지만 요즘 같은 날씨에는 늘 사람들도 꽉 차있습니다. <인터뷰> 80대 노인 : "콧구멍만 한 데라. 노인네들 사람이 많아가지고 질식 상태예요. 수용이 한계가 있어가지고." 에너지 빈곤층의 67%가 70대 이상 노인입니다. 이 가운데 90%가 선풍기를 주로 사용하고 10%는 아예 그마저도 없이 여름을 나고 있습니다. 절반 정도가 온열 질환을 겪습니다. <인터뷰> 이선영(인제대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무기력증, 그다음에 약간의 증상이 더 심해진다면은 이게 정신이 조금 혼미한 상태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최근 두 달 사이 열사병이나 탈진, 경련 등 온열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70대 이상 환자는 2백 명이 넘었습니다. KBS 뉴스 이현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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