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궁경부암 백신 후유증’ 집단소송 제기

입력 2016.07.28 (17:3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7일 도쿄 지방재판소에선 휠체어에 탄 젊은 여성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보기 드문 광경이 벌어졌다. 이들은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뒤 후유증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이었다. 15세에서 22세 사이 여성 63명이 도쿄와 오사카 등 4개 주요도시에서 이날 동시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들에게 접종을 받도록 권유한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하며, 국가와 제약회사를 상대로 치료비와 위자료 명목으로 1인당 1억 6천만원 이상의 배상을 요구했다.


일본에선 2010년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제품이 공식 승인을 받아 접종이 시작됐다. 일본 정부는 2013년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사이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국가부담의 정기 예방접종 항목에 자궁경부암 백신을 추가해 340만명이 접종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예방접종 후 원인 불명의 신체 통증 등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잇따라 일본정부는 일단 공식적인 접종권유를 중단한 채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백신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카이 씨백신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카이 씨

소송 원고 가운데 한사람으로 나선 21살 사카이씨는 5년 전 고등학교 1학년 때 백신을 접종한 뒤 후유증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그는 6개월간 3회로 예정된 예방접종 일정 가운데 두 번째 백신을 맞은 후 신체 오른쪽이 마비되고 기억력이 저하되는 증상을 겪었다. 지금도 걸음을 걸을 때는 보조기구와 지팡이를 사용해야 하고 손글씨를 쓰기도 불편한 상태이다. 사카이씨는 “정부와 제약회사, 피해자가 함께 만나서 문제 원인을 명확히 밝힘으로써 앞으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소송에 참가했다고”고 말했다.


집단소송 제기에 대해 제약회사 측은 예방백신 제품의 문제점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조사 가운데 한곳인 MSD는 “백신이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식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으며, 피해자들 주장에 근거가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본 후생성이 주관한 전문가 자문회의에선 예방 백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접종 시점의 심리 상태 등 개인의 신체상태에 따라 증상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또 당초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사업을 적극 추진했던 ‘일본 산부인과학회’는 질병예방을 위한 예방백신 효과가 확실하다며 일본정부에 접종권유를 재개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이 학회는 예방접종을 계속 미룰 경우, 일본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자궁경부암 환자가 줄지 않는 나라가 될 거라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일본에선 연간 3천명의 여성들이 자궁경부암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일본보다 3년 앞선 2007년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사용을 승인해 현재까지 접종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대상자 9백만 명을 대상으로 접종이력과 부작용 증상 등의 개별 자료를 모아 정기적인 분석을 실시해왔다. 지금까지 예방접종을 받은 대상자 가운데 특정 증상이 문제될 만한 수준으로 증가하는 현상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미국정부의 공식견해이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아직 예방접종 대상자 관리를 위한 포괄적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아, 현재 후생성이 의료기관에 개별 설문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장기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일본 정부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언제 공식적인 판단을 내놓을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일본 ‘자궁경부암 백신 후유증’ 집단소송 제기
    • 입력 2016-07-28 17:38:17
    취재K
27일 도쿄 지방재판소에선 휠체어에 탄 젊은 여성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보기 드문 광경이 벌어졌다. 이들은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뒤 후유증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이었다. 15세에서 22세 사이 여성 63명이 도쿄와 오사카 등 4개 주요도시에서 이날 동시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들에게 접종을 받도록 권유한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하며, 국가와 제약회사를 상대로 치료비와 위자료 명목으로 1인당 1억 6천만원 이상의 배상을 요구했다.


일본에선 2010년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제품이 공식 승인을 받아 접종이 시작됐다. 일본 정부는 2013년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사이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국가부담의 정기 예방접종 항목에 자궁경부암 백신을 추가해 340만명이 접종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예방접종 후 원인 불명의 신체 통증 등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잇따라 일본정부는 일단 공식적인 접종권유를 중단한 채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백신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카이 씨
소송 원고 가운데 한사람으로 나선 21살 사카이씨는 5년 전 고등학교 1학년 때 백신을 접종한 뒤 후유증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그는 6개월간 3회로 예정된 예방접종 일정 가운데 두 번째 백신을 맞은 후 신체 오른쪽이 마비되고 기억력이 저하되는 증상을 겪었다. 지금도 걸음을 걸을 때는 보조기구와 지팡이를 사용해야 하고 손글씨를 쓰기도 불편한 상태이다. 사카이씨는 “정부와 제약회사, 피해자가 함께 만나서 문제 원인을 명확히 밝힘으로써 앞으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소송에 참가했다고”고 말했다.


집단소송 제기에 대해 제약회사 측은 예방백신 제품의 문제점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조사 가운데 한곳인 MSD는 “백신이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식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으며, 피해자들 주장에 근거가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본 후생성이 주관한 전문가 자문회의에선 예방 백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접종 시점의 심리 상태 등 개인의 신체상태에 따라 증상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또 당초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사업을 적극 추진했던 ‘일본 산부인과학회’는 질병예방을 위한 예방백신 효과가 확실하다며 일본정부에 접종권유를 재개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이 학회는 예방접종을 계속 미룰 경우, 일본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자궁경부암 환자가 줄지 않는 나라가 될 거라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일본에선 연간 3천명의 여성들이 자궁경부암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일본보다 3년 앞선 2007년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사용을 승인해 현재까지 접종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대상자 9백만 명을 대상으로 접종이력과 부작용 증상 등의 개별 자료를 모아 정기적인 분석을 실시해왔다. 지금까지 예방접종을 받은 대상자 가운데 특정 증상이 문제될 만한 수준으로 증가하는 현상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미국정부의 공식견해이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아직 예방접종 대상자 관리를 위한 포괄적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아, 현재 후생성이 의료기관에 개별 설문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장기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일본 정부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언제 공식적인 판단을 내놓을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