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성 위원 직무정지…세가지 미스터리

입력 2016.07.28 (17:56) 수정 2016.07.2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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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성 IOC 선수위원이 IOC로부터 직무 정지를 받아 다음 달 초 열리는 IOC 총회는 물론 리우 올림픽 개막식에도 초청받지 못한다. 오늘 IOC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문대성 위원의 직무정지에 대해 발표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남는다. 논문 표절이 원인이라지만, 임기 만료를 한 달 앞둔 '왜 지금'인가에 대해서는 국제스포츠 전문가들도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스터리는 크게 세가지다.

①문대성 표절건, 집행위원회 상정됐나?

문대성 IOC 위원의 직무정지는 지난 24일 집행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 2013년 5월 IOC 집행위원회는 윤리위원회에서 제출한 보고서를 토대로 문대성 위원의 징계 건을 논의한 것이 확인된 적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난 24일 집행위원회는 국가적인 도핑을 주도한 러시아 참가에 대한 결정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여기에 상시 집행위원회가 아니라 긴급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화상으로 진행됐다. 러시아에 대한 처분을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졌을 정신없는 상황에, 문대성 위원의 징계를 논의했다?


② 2년전 박사학위 취소됐는데 왜 지금?

문대성 위원은 2012년 3월 표절 의혹을 받기 시작해 결국 국민대가 표절판정을 내린 뒤 지난 2014년 3월 박사학위가 취소됐다. 문대성 위원은 국민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1심에 이어 지난 4월에는 항소심에서도 졌다.

IOC는 지난 2013년 2월, 당시 로게 위원장이 "현재로써는 대학 측의 결정을 기다리는 단계"라고 말한 적이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다 하더라도 지난 2014년 박사학위가 취소된 뒤에는 징계논의를 다룰 수가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때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가 왜 지금에서야 직무정지를 내렸을까? 극히 이례적이다.

③공식 발표는 왜 늦어졌나?

IOC는 집행위원회 결과를 보도자료 형태로 현장에서는 A4용지로, 등록기자들에게는 이메일로 전송한다. 지난 2013년 12월 신임 바흐 위원장이 집행위원회에서 윤리위원회의 보고를 들은 뒤 문대성 위원의 표절조사를 일단락했다는 것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됐다.

그런데 이번엔 그보다 더 중요한 사안인 '직무정지' 처분이 내려졌는데도 아무런 보도자료가 없다가 이틀이 지난뒤인 오늘에서야 공개됐다.

IOC는 문대성 위원의 직무정지를 공식발표했다.IOC는 문대성 위원의 직무정지를 공식발표했다.

국제 스포츠계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문대성 위원에 대한 IOC의 이번 결정이 '러시아 도핑의 후폭풍'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전 세계는 지금 국가적인 도핑을 주도한 러시아에 대해 출전 금지 조치를 내리지 못하고 각 국제연맹의 자율의지에 맡긴 IOC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영혼을 팔았다" "푸틴에게 무릎을 꿇었다" "IOC는 5개의 링으로 이뤄진 상업집단"이라는 등등의 강력한 비난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IOC의 입지가 좁아진 가운데 조금이라도 흠집이 날 수 있는 '불안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 문대성 위원에 대한 직무정지를 긴급하게 처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성화봉송과 개막식에 문대성 위원이 참가한 것을 놓고 IOC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대성 위원에게 직접적으로 '자중하라'는 메시지까지 전해졌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유승민 코치가 선수위원에 당선되지 못한다면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IOC 위원은 단 한 명도 없게 된다.

IOC 위원은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IOC와 조직위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한국 스포츠 외교의 암흑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OC 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국제 스포츠계에 봉사하면서 '올림픽 무브먼트'에 동참해야 하는 만큼 현재로써는 그 후보군도 극히 드물다. 현재로써는 김재열 평창조직위원회 부위원장과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총재가 가장 가까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1년 내에 폐쇄적인 IOC 내부에 진입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IOC 위원은 개인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한국 스포츠의 영광이기도 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IOC 내에서 입지를 키워가고 있는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우리도 정부 차원의 지원과 전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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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대성 위원 직무정지…세가지 미스터리
    • 입력 2016-07-28 17:56:25
    • 수정2016-07-28 18:05:55
    취재K
문대성 IOC 선수위원이 IOC로부터 직무 정지를 받아 다음 달 초 열리는 IOC 총회는 물론 리우 올림픽 개막식에도 초청받지 못한다. 오늘 IOC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문대성 위원의 직무정지에 대해 발표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남는다. 논문 표절이 원인이라지만, 임기 만료를 한 달 앞둔 '왜 지금'인가에 대해서는 국제스포츠 전문가들도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스터리는 크게 세가지다.

①문대성 표절건, 집행위원회 상정됐나?

문대성 IOC 위원의 직무정지는 지난 24일 집행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 2013년 5월 IOC 집행위원회는 윤리위원회에서 제출한 보고서를 토대로 문대성 위원의 징계 건을 논의한 것이 확인된 적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난 24일 집행위원회는 국가적인 도핑을 주도한 러시아 참가에 대한 결정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여기에 상시 집행위원회가 아니라 긴급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화상으로 진행됐다. 러시아에 대한 처분을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졌을 정신없는 상황에, 문대성 위원의 징계를 논의했다?


② 2년전 박사학위 취소됐는데 왜 지금?

문대성 위원은 2012년 3월 표절 의혹을 받기 시작해 결국 국민대가 표절판정을 내린 뒤 지난 2014년 3월 박사학위가 취소됐다. 문대성 위원은 국민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1심에 이어 지난 4월에는 항소심에서도 졌다.

IOC는 지난 2013년 2월, 당시 로게 위원장이 "현재로써는 대학 측의 결정을 기다리는 단계"라고 말한 적이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다 하더라도 지난 2014년 박사학위가 취소된 뒤에는 징계논의를 다룰 수가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때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가 왜 지금에서야 직무정지를 내렸을까? 극히 이례적이다.

③공식 발표는 왜 늦어졌나?

IOC는 집행위원회 결과를 보도자료 형태로 현장에서는 A4용지로, 등록기자들에게는 이메일로 전송한다. 지난 2013년 12월 신임 바흐 위원장이 집행위원회에서 윤리위원회의 보고를 들은 뒤 문대성 위원의 표절조사를 일단락했다는 것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됐다.

그런데 이번엔 그보다 더 중요한 사안인 '직무정지' 처분이 내려졌는데도 아무런 보도자료가 없다가 이틀이 지난뒤인 오늘에서야 공개됐다.

IOC는 문대성 위원의 직무정지를 공식발표했다.
국제 스포츠계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문대성 위원에 대한 IOC의 이번 결정이 '러시아 도핑의 후폭풍'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전 세계는 지금 국가적인 도핑을 주도한 러시아에 대해 출전 금지 조치를 내리지 못하고 각 국제연맹의 자율의지에 맡긴 IOC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영혼을 팔았다" "푸틴에게 무릎을 꿇었다" "IOC는 5개의 링으로 이뤄진 상업집단"이라는 등등의 강력한 비난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IOC의 입지가 좁아진 가운데 조금이라도 흠집이 날 수 있는 '불안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 문대성 위원에 대한 직무정지를 긴급하게 처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성화봉송과 개막식에 문대성 위원이 참가한 것을 놓고 IOC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대성 위원에게 직접적으로 '자중하라'는 메시지까지 전해졌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유승민 코치가 선수위원에 당선되지 못한다면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IOC 위원은 단 한 명도 없게 된다.

IOC 위원은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IOC와 조직위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한국 스포츠 외교의 암흑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OC 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국제 스포츠계에 봉사하면서 '올림픽 무브먼트'에 동참해야 하는 만큼 현재로써는 그 후보군도 극히 드물다. 현재로써는 김재열 평창조직위원회 부위원장과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총재가 가장 가까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1년 내에 폐쇄적인 IOC 내부에 진입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IOC 위원은 개인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한국 스포츠의 영광이기도 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IOC 내에서 입지를 키워가고 있는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우리도 정부 차원의 지원과 전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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