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취업’ 절도범…출근 첫날 금고 ‘싹쓸이’

입력 2016.07.29 (08:52) 수정 2016.07.2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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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자정 무렵, 편의점주인 김 모 씨는 집에 돌아와 편의점 매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모니터를 켰습니다.

직원이 근무를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는데요.

그런데 매장 안에 한창 근무 중이여야 할 직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직원이 돌아오지 않자 김 씨는 다른 곳에 있던 매니저를 직접 매장으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녹취> 김00(피해 편의점주인/음성변조) : “매니저 전화가 왔어요. 사장님 돈 통에 돈이 하나도 없네요.”

편의점 계산대에 달린 금고가 텅 비었다는 말.

부랴부랴 달려온 매장엔 정말 야간 근무를 하던 아르바이트생도 금고에 든 돈도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심지어 사라진 아르바이트생은 사건 당일 채용해 업무를 처음 시작했던 상황

<녹취> 김00(피해 편의점주인/음성변조) : “제가 면접 본 시간이 7시고요. 7시에 만나고 면접 보고 들어가서 쉬었다가 10시까지 나오라고 했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사건은 그날 저녁 새 아르바이트생 면접을 보던 시각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며칠째 일손이 없어 주인 부부가 직접 교대근무를 하던 참에 반가운 구직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녹취> 김00(피해 편의점주인/음성변조) : “사람을 빨리 구해야 하잖아요. 근데 이제 그날 공고를 올렸더니 바로 전화가 왔더라고요. 왔는데 바로 그날 밤에 일할 수 있느냐고요. 면접 보고 나서 …….”

면접을 위해 찾아온 구직자는 20살 청년 이 모 씨였는데요.

<녹취> 김00(피해 편의점주인/음성변조) : “자기 집에 사정도 있고 그래서 바로 일을 해야겠다고 해서 그럼 그것도 괜찮다고 그럼 자기 바로 일을 하겠다고…….”

이 씨는 급히 쓴 이력서 한 장을 내밀며 당장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빨간 펜으로 급히 쓴 이력서에서 눈에 띈 건 바로 편의점 근무 경력이었습니다.

새롭게 일을 가르칠 필요도 없던 겁니다.

주인은 안심하고 가게를 맡긴 뒤, 퇴근했는데, 2시간 뒤 아르바이트생이 돈과 함께 사라졌다는 전화를 받은 겁니다.

CCTV 속에는 문제의 아르바이트생이 사라지기 전까지 두 시간 남짓한 시간에 벌어진 일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출근하자마자 계산대 앞에 선 아르바이트생.

무언가를 꺼내 놓더니 바쁘게 손을 움직입니다.

<녹취> 김00(피해 편의점주인/음성변조) : “이거는 지금 교통카드 충전하는 거. 여기 올려져 있죠? 충전하는 중이에요.”

교통카드 충전을 끝내고는, 이번엔 현금을 챙깁니다.

교통카드 충전. 기프트 카드, 문화상품권까지.

돈이 될 만한 건 그야말로 싹쓸이하고는 밖으로 사라집니다.

<녹취> 김00(피해 편의점주인/음성변조) : “현금 48만 원 그다음에 교통 카드 87만 원, 프리패스 38만 원, 기프트 카드 150만 원.”

이력서에 고용계약서까지 쓰고 채용됐던 아르바이트생 이 씨.

그런데 금방 잡힐 줄 알았던 이 씨의 꼬리가 좀처럼 잡히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석기동(형사과장/경기광주경찰서) : “이력서가 전혀 가짜예요. 자기 지인의 인적사항, 전화번호를 입력해서 그 이력서를 제출해가지고……. 이력서에 자기 자료는 하나도 남지 않은 거죠. 다른 사람 자료로 남아있어서 수사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죠. 처음에.”

이력서에 쓰인 이름과 연락처는 물론, 가족들 정보까지 모두 가짜였습니다.

그렇게 추적에 애를 먹고 있던 경찰.

그런데 며칠 뒤. 인근 편의점에서 비슷한 절도 사건이 또다시 일어났습니다.

편의점에 처음 출근한 아르바이트생이 280만 원어치의 돈과 상품권을 훔쳐 달아난 겁니다.

<인터뷰> 석기동(형사과장/경기 광주경찰서) : “현금이 없어진 걸 먼저 확인하고 그다음 보니까 상품권 없고. 처음엔 누가 훔쳐갔는지 모르다가 이놈이 출근을 안 하니까…….”

이번에 사라진 아르바이트생의 이력서 역시 가짜였습니다.

두 건의 절도사건에 쓰인 연락처를 추적해 절도범을 붙잡은 경찰.

그런데 절도 행각은 아르바이트생 혼자서 즉흥적으로 벌인 일이 아니었습니다.

범행에 가담한 사람은 무려 6명으로 철저한 계획에 따라 이뤄졌던 겁니다.

이들 6명은 범행 전 일면식도 없던 사이로 SNS를 통해 처음 만나 범행을 모의했습니다.

<인터뷰> 정창호(수사관/경기광주경찰서) : “SNS에서 서로 모의해가지고 이런 아이템이 있다 이렇게 주도적으로 한 친구가 제의를 하면 거기에서 동의해서 만나서 피해 점포에 대한 물색 그다음에 역할 분담을 서로 해서…….”

범행 대상 물색은 물론 도주로 확보 등 치밀하게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한 명이 위장취업에 성공하면 나머지 일당은 편의점 근처에 차를 대기하고 있다가 범행 후 바로 도주해 추적을 피했습니다.

<인터뷰> 정창호(수사관/경기 광주경찰서) : “신분증을 가져오는 친구, 타인 인적사항을 가져오는 친구, 도주로 확보, 피해 업체 물색. 이렇게 분담을 했습니다. 미리 차량까지 준비했습니다.”

이렇게 훔친 돈은 모두 1,400여 만 원.

이들 일당에 당한 편의점만 다섯 군데입니다.

<인터뷰> 석기동(형사과장/경기광주경찰서) : “6월 1일부터 7월 9일까지 편의점 다섯 군데. 성남 세 군데 광주 관내 두 군데 총 다섯 군데. 약1,500만 원 정확하게 1,449만 원 상당을 털었는데 종류는 현금, 기프트 상품권, 문화 상품권, 교통카드 등등입니다.”

닮은꼴 사건은 심지어 서울과 부산 등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 경찰은 허술한 채용과정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석기동(형사과장/경기 광주경찰서) : “소기업, 구멍가게나 이런 곳은 본인이 찾아와서 이력서를 제출하기 때문에 그 사람에 대한 검증자료가 없기 때문에 전화를 해서 확인해야 할 방법도 있고 집도 확인해보고 정말 믿을 수 있는지 좀 조심을 해서 취업을 시킬 때 그렇게 해줬으면…….”

경찰은 특수절도 혐의로 20살 이 모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21살 장 모 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또한, 공범과 여죄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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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장 취업’ 절도범…출근 첫날 금고 ‘싹쓸이’
    • 입력 2016-07-29 08:52:44
    • 수정2016-07-29 09:08:22
    사회
지난달 26일 자정 무렵, 편의점주인 김 모 씨는 집에 돌아와 편의점 매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모니터를 켰습니다.

직원이 근무를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는데요.

그런데 매장 안에 한창 근무 중이여야 할 직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직원이 돌아오지 않자 김 씨는 다른 곳에 있던 매니저를 직접 매장으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녹취> 김00(피해 편의점주인/음성변조) : “매니저 전화가 왔어요. 사장님 돈 통에 돈이 하나도 없네요.”

편의점 계산대에 달린 금고가 텅 비었다는 말.

부랴부랴 달려온 매장엔 정말 야간 근무를 하던 아르바이트생도 금고에 든 돈도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심지어 사라진 아르바이트생은 사건 당일 채용해 업무를 처음 시작했던 상황

<녹취> 김00(피해 편의점주인/음성변조) : “제가 면접 본 시간이 7시고요. 7시에 만나고 면접 보고 들어가서 쉬었다가 10시까지 나오라고 했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사건은 그날 저녁 새 아르바이트생 면접을 보던 시각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며칠째 일손이 없어 주인 부부가 직접 교대근무를 하던 참에 반가운 구직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녹취> 김00(피해 편의점주인/음성변조) : “사람을 빨리 구해야 하잖아요. 근데 이제 그날 공고를 올렸더니 바로 전화가 왔더라고요. 왔는데 바로 그날 밤에 일할 수 있느냐고요. 면접 보고 나서 …….”

면접을 위해 찾아온 구직자는 20살 청년 이 모 씨였는데요.

<녹취> 김00(피해 편의점주인/음성변조) : “자기 집에 사정도 있고 그래서 바로 일을 해야겠다고 해서 그럼 그것도 괜찮다고 그럼 자기 바로 일을 하겠다고…….”

이 씨는 급히 쓴 이력서 한 장을 내밀며 당장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빨간 펜으로 급히 쓴 이력서에서 눈에 띈 건 바로 편의점 근무 경력이었습니다.

새롭게 일을 가르칠 필요도 없던 겁니다.

주인은 안심하고 가게를 맡긴 뒤, 퇴근했는데, 2시간 뒤 아르바이트생이 돈과 함께 사라졌다는 전화를 받은 겁니다.

CCTV 속에는 문제의 아르바이트생이 사라지기 전까지 두 시간 남짓한 시간에 벌어진 일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출근하자마자 계산대 앞에 선 아르바이트생.

무언가를 꺼내 놓더니 바쁘게 손을 움직입니다.

<녹취> 김00(피해 편의점주인/음성변조) : “이거는 지금 교통카드 충전하는 거. 여기 올려져 있죠? 충전하는 중이에요.”

교통카드 충전을 끝내고는, 이번엔 현금을 챙깁니다.

교통카드 충전. 기프트 카드, 문화상품권까지.

돈이 될 만한 건 그야말로 싹쓸이하고는 밖으로 사라집니다.

<녹취> 김00(피해 편의점주인/음성변조) : “현금 48만 원 그다음에 교통 카드 87만 원, 프리패스 38만 원, 기프트 카드 150만 원.”

이력서에 고용계약서까지 쓰고 채용됐던 아르바이트생 이 씨.

그런데 금방 잡힐 줄 알았던 이 씨의 꼬리가 좀처럼 잡히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석기동(형사과장/경기광주경찰서) : “이력서가 전혀 가짜예요. 자기 지인의 인적사항, 전화번호를 입력해서 그 이력서를 제출해가지고……. 이력서에 자기 자료는 하나도 남지 않은 거죠. 다른 사람 자료로 남아있어서 수사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죠. 처음에.”

이력서에 쓰인 이름과 연락처는 물론, 가족들 정보까지 모두 가짜였습니다.

그렇게 추적에 애를 먹고 있던 경찰.

그런데 며칠 뒤. 인근 편의점에서 비슷한 절도 사건이 또다시 일어났습니다.

편의점에 처음 출근한 아르바이트생이 280만 원어치의 돈과 상품권을 훔쳐 달아난 겁니다.

<인터뷰> 석기동(형사과장/경기 광주경찰서) : “현금이 없어진 걸 먼저 확인하고 그다음 보니까 상품권 없고. 처음엔 누가 훔쳐갔는지 모르다가 이놈이 출근을 안 하니까…….”

이번에 사라진 아르바이트생의 이력서 역시 가짜였습니다.

두 건의 절도사건에 쓰인 연락처를 추적해 절도범을 붙잡은 경찰.

그런데 절도 행각은 아르바이트생 혼자서 즉흥적으로 벌인 일이 아니었습니다.

범행에 가담한 사람은 무려 6명으로 철저한 계획에 따라 이뤄졌던 겁니다.

이들 6명은 범행 전 일면식도 없던 사이로 SNS를 통해 처음 만나 범행을 모의했습니다.

<인터뷰> 정창호(수사관/경기광주경찰서) : “SNS에서 서로 모의해가지고 이런 아이템이 있다 이렇게 주도적으로 한 친구가 제의를 하면 거기에서 동의해서 만나서 피해 점포에 대한 물색 그다음에 역할 분담을 서로 해서…….”

범행 대상 물색은 물론 도주로 확보 등 치밀하게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한 명이 위장취업에 성공하면 나머지 일당은 편의점 근처에 차를 대기하고 있다가 범행 후 바로 도주해 추적을 피했습니다.

<인터뷰> 정창호(수사관/경기 광주경찰서) : “신분증을 가져오는 친구, 타인 인적사항을 가져오는 친구, 도주로 확보, 피해 업체 물색. 이렇게 분담을 했습니다. 미리 차량까지 준비했습니다.”

이렇게 훔친 돈은 모두 1,400여 만 원.

이들 일당에 당한 편의점만 다섯 군데입니다.

<인터뷰> 석기동(형사과장/경기광주경찰서) : “6월 1일부터 7월 9일까지 편의점 다섯 군데. 성남 세 군데 광주 관내 두 군데 총 다섯 군데. 약1,500만 원 정확하게 1,449만 원 상당을 털었는데 종류는 현금, 기프트 상품권, 문화 상품권, 교통카드 등등입니다.”

닮은꼴 사건은 심지어 서울과 부산 등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 경찰은 허술한 채용과정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석기동(형사과장/경기 광주경찰서) : “소기업, 구멍가게나 이런 곳은 본인이 찾아와서 이력서를 제출하기 때문에 그 사람에 대한 검증자료가 없기 때문에 전화를 해서 확인해야 할 방법도 있고 집도 확인해보고 정말 믿을 수 있는지 좀 조심을 해서 취업을 시킬 때 그렇게 해줬으면…….”

경찰은 특수절도 혐의로 20살 이 모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21살 장 모 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또한, 공범과 여죄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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