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범인 맞아?’, 110kg 절도범 잡고보니 60kg

입력 2016.07.2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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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새벽(2시) 부산 남구 문현동의 한 자동차 정비공장.

이곳을 지나던 A(22)씨는 공장에 주차된 코란도 차량을 발견하고 몰래 몰고 나왔다. 당시 차량에는 열쇠가 꽂혀 있는 상태였다.

A 씨가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코란도 훔쳐 나오는 모습. 사진제공= 부산 남부서A 씨가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코란도 훔쳐 나오는 모습. 사진제공= 부산 남부서

차를 몰던 A 씨는 기름이 부족한 것을 발견하고 인근 주유소에서 9만 원 상당의 기름을 넣는다. 주유가 끝난 후 그는 계산하려고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종업원 머리 위로 던지고 달아난다. 이어 그는 훔친 차를 몰고 아는 지인이 사는 전남 진도로 이동한다. 진도에 도착한 그는 진도군 고군면의 한 휴양지 구석에 블랙박스를 떼어내고 차를 주차시킨다.

그는 이곳에서 약 일주일 동안 지인의 농사를 도우면서 생활하다 자신이 훔친 차를 보기 위해 주차된 곳에 갔다가 차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못 보던 차량이 며칠간 주차돼 있자 이곳 이장이 수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 도난 차량인걸 알고 우리가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경찰이 훔친 차를 압수하자 자신의 범행이 들통날 것을 우려해 지난 16일 오전 5시 진도 지인의 체어맨 승용차를 훔쳐 또다시 달아났다.

차를 몰고 경기도 수원으로 도주한 A 씨는 경찰이 자신의 차량을 검문하자 도로에 있던 차량 3대를 들이받고 도주한 뒤 수원의 한 빌라 골목에 차를 버리고 달아났다. 그는 수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모아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다가 지난 26일 남구 용호동의 한 피시방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훔친 체어맨 승용차 . 사진제공= 부산 남부서훔친 체어맨 승용차 . 사진제공= 부산 남부서

■ 몸무게 때문에 범인 검거에 혼선 빚어

주유소 직원의 신고로 수사에 나선 경찰은 A 씨가 던지고 간 카드를 조회, 카드 주인이 A 씨의 어머니인 것을 확인했다. A 씨 어머니는 경찰조사에서 이 카드를 두 달 전 잃어버렸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 어머니는 카드를 잃어버렸다고 주장했지만, 카드 회사에 카드 정지가 돼 있지 않는 등 이상한 점이 많았다”며 “그래서 가족관계등록부를 통해 아들인 A 씨의 존재를 확인했고 그가 사고를 여러 번 치는 등 문제가 많은 것을 인지 후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의 겉모습 때문에 수사에 혼선을 빚게 된다.

A 씨의 주민등록 사진 조회를 통해 경찰은 그의 몸무게가 110kg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주유소 종업원은 경찰 조사에서 A 씨에 대해 “마른 체형”이라고 진술했다.

수사에 혼란을 겪던 경찰은 진도에서 차량을 도난당했다고 신고한 A 씨 지인을 통해 “A 씨는 뚱뚱하지 않고 말랐다”는 진술을 확보, A 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는 뚱뚱한 줄 알고 있다가 진도 지인의 진술과 A 씨의 SNS를 통해 A 씨가 마른 것을 알았다"며 "우리가 수사에 어려움을 겪은건 A 씨가 몸무게를 무려 50kg 이상 뺏기 때문이었다. 같은 사람의 모습이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에 우리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A 씨가 이처럼 다이어트를 한 이유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사고를 많이 치자 A 씨 아버지는 A 씨가 군대에 갔다 오면 변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래서 살을 빼 A 씨가 군대에 입대하면 차를 사주겠다고 약속, A 씨는 50kg 이상을 감량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결과 A 씨는 운전면허를 딴 적이 없었고 2년 전에도 차량을 훔쳐 무면허로 운전한 혐의로 1년간 징역을 살았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절도 등의 혐의로 A 씨를 오늘(29일)구속하고 여죄를 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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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29 15:48:34
    취재후·사건후
지난 8일 새벽(2시) 부산 남구 문현동의 한 자동차 정비공장.

이곳을 지나던 A(22)씨는 공장에 주차된 코란도 차량을 발견하고 몰래 몰고 나왔다. 당시 차량에는 열쇠가 꽂혀 있는 상태였다.

A 씨가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코란도 훔쳐 나오는 모습. 사진제공= 부산 남부서
차를 몰던 A 씨는 기름이 부족한 것을 발견하고 인근 주유소에서 9만 원 상당의 기름을 넣는다. 주유가 끝난 후 그는 계산하려고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종업원 머리 위로 던지고 달아난다. 이어 그는 훔친 차를 몰고 아는 지인이 사는 전남 진도로 이동한다. 진도에 도착한 그는 진도군 고군면의 한 휴양지 구석에 블랙박스를 떼어내고 차를 주차시킨다.

그는 이곳에서 약 일주일 동안 지인의 농사를 도우면서 생활하다 자신이 훔친 차를 보기 위해 주차된 곳에 갔다가 차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못 보던 차량이 며칠간 주차돼 있자 이곳 이장이 수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 도난 차량인걸 알고 우리가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경찰이 훔친 차를 압수하자 자신의 범행이 들통날 것을 우려해 지난 16일 오전 5시 진도 지인의 체어맨 승용차를 훔쳐 또다시 달아났다.

차를 몰고 경기도 수원으로 도주한 A 씨는 경찰이 자신의 차량을 검문하자 도로에 있던 차량 3대를 들이받고 도주한 뒤 수원의 한 빌라 골목에 차를 버리고 달아났다. 그는 수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모아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다가 지난 26일 남구 용호동의 한 피시방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훔친 체어맨 승용차 . 사진제공= 부산 남부서
■ 몸무게 때문에 범인 검거에 혼선 빚어

주유소 직원의 신고로 수사에 나선 경찰은 A 씨가 던지고 간 카드를 조회, 카드 주인이 A 씨의 어머니인 것을 확인했다. A 씨 어머니는 경찰조사에서 이 카드를 두 달 전 잃어버렸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 어머니는 카드를 잃어버렸다고 주장했지만, 카드 회사에 카드 정지가 돼 있지 않는 등 이상한 점이 많았다”며 “그래서 가족관계등록부를 통해 아들인 A 씨의 존재를 확인했고 그가 사고를 여러 번 치는 등 문제가 많은 것을 인지 후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의 겉모습 때문에 수사에 혼선을 빚게 된다.

A 씨의 주민등록 사진 조회를 통해 경찰은 그의 몸무게가 110kg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주유소 종업원은 경찰 조사에서 A 씨에 대해 “마른 체형”이라고 진술했다.

수사에 혼란을 겪던 경찰은 진도에서 차량을 도난당했다고 신고한 A 씨 지인을 통해 “A 씨는 뚱뚱하지 않고 말랐다”는 진술을 확보, A 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는 뚱뚱한 줄 알고 있다가 진도 지인의 진술과 A 씨의 SNS를 통해 A 씨가 마른 것을 알았다"며 "우리가 수사에 어려움을 겪은건 A 씨가 몸무게를 무려 50kg 이상 뺏기 때문이었다. 같은 사람의 모습이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에 우리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A 씨가 이처럼 다이어트를 한 이유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사고를 많이 치자 A 씨 아버지는 A 씨가 군대에 갔다 오면 변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래서 살을 빼 A 씨가 군대에 입대하면 차를 사주겠다고 약속, A 씨는 50kg 이상을 감량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결과 A 씨는 운전면허를 딴 적이 없었고 2년 전에도 차량을 훔쳐 무면허로 운전한 혐의로 1년간 징역을 살았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절도 등의 혐의로 A 씨를 오늘(29일)구속하고 여죄를 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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