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선물’ 때문에 불명예 제대한 전 주한 美 8군 사령관

입력 2016.07.2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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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美 8군 사령관을 지낸 조셉 필 중장이 한국 근무 당시 '부적절한 선물'을 받은 사실이 국방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조셉 필 중장은 감사가 끝난 뒤 한 계급 강등된 소장으로 제대했다"

지난 2013년 8월 미국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 포스트가 정보자유법에 따라 국방부에 요청해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보도한 내용이다.

당시 워싱턴 포스트 보도를 보면 필 사령관은 한국 근무 당시 공무상 만난 한 지인으로부터 천5백 달러 상당의 고급 펜세트와 2천 달러짜리 가죽 가방을 선물 받았다. 또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 한국인으로부터 3천 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선물로 받았다. 받은 선물과 현금을 합하면 6천5백 달러, 우리 돈으로 7백28만 원 정도 된다.

조셉 필 전 주한 미 8군 사령관. 2008년 2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재직했다. (사진 =위키피디아)조셉 필 전 주한 미 8군 사령관. 2008년 2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재직했다. (사진 =위키피디아)

필 전 사령관은 한국 근무를 마친 직후인 2011년 초부터 시작된 연방수사국(FBI)과 육군 범죄 수사대의 공동 조사를 받으면서 개인적으로 오랜 기간 알고 있었던 친구로부터 좋은 의도로 선물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물을 준 한국인은 영어를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필 전 사령관은 가방과 펜 세트를 감사관들에게 건넸고 3천달러의 현금도 돌려줬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필 전 사령관은 조사가 마무리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2년 8월 주한 美 8군 사령관(중장) 때보다 한 단계 낮은 소장으로 강등돼 군을 떠났다.

‘한국의 관행적 선물’이 미국에선 심각한 규정 위반

조셉 필 전 사령관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한국에서 '미풍 양속'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집단에서 관행적으로 주고받은 선물도 미국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

미국은 1962년 '뇌물, 부당이득 및 이해충돌 방지법'(Bribery, Graft and Conflict of Interest Act)을 제정해 공직자들의 뇌물 수수 등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 법에는 공직자가 정부 급여 이외의 금품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징역 1년~5년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받게 돼 있다.

또 미국 공직자 윤리 기준은 공무원과 그 가족은 한 번에 20달러(약 2만 2천4백 원) 이하, 연간 최대 50달러(5만 6천백 원) 범위 안에서만 선물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범위를 벗어난 선물은 반드시 신고하게 돼 있다. 필 전 사령관은 신고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부터 문제가 됐다.

데이비드 패터슨 전 뉴욕 지사. 2006년 뉴욕 주지사 선거에서 엘리엇 스피처의 부지사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당선됐다. 2008년 3월 스피처가 불미스러운 추문으로 사임하여 주지사직을 승계했다. (사진=위키피디아) 데이비드 패터슨 전 뉴욕 지사. 2006년 뉴욕 주지사 선거에서 엘리엇 스피처의 부지사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당선됐다. 2008년 3월 스피처가 불미스러운 추문으로 사임하여 주지사직을 승계했다. (사진=위키피디아)

공짜 야구 표 5장 받았다가 벌금 6만여 달러 부과받은 뉴욕 주지사

시각 장애를 극복하고 미국 역사상 흑인으로는 네 번째로 주지사의 자리에 오른 데이비드 패터슨 전 뉴욕 주지사는 프로 야구 월드 시리즈 관람 표 5장을 공짜로 받았다가 벌금형의 처벌을 받았다.

지난 2010년 10월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를 보면 뉴욕주의 공공청렴위원회는 데이비드 패터슨 뉴욕 주지사가 2009년 월드시리즈 경기표 5장을 무료로 받아 공무원법을 위반한 혐의로 그에게 6만 2,125달러, 6천9백76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부과된 벌금에는 당시 월드시리즈 경기표 5장 값인 2,125달러가 포함돼 있다. 공짜로 받은 푯값의 30배 가까운 돈을 벌금으로 부과받은 셈이다.

공공청렴위원회는 주지사가 당시 열린 경기의 의식에 참여했지만, 그것만으로 그에게 자기 아들과 아들 친구를 위한 무료 경기표를 얻을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은 법과 윤리기준을 따라 공직자들의 엄격하게 감시하고 있다. 또한, 적발되면 예외 없이 이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받는다.


일본도 공무원은 원칙적으로 이해관계자로부터 금전 등의 이익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과장급 이상 공직자는 5천엔(약 5만 3천7백 원)을 넘게 받는 경우 소속기관장에게 받은 금액과 날짜, 증여한 사업자 등을 보고해야 한다.

영국은 일반 공무원의 경우 25파운드(약 3만 7천백 원 ) 이상의 선물과 접대에 대해 관리자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외무부 공무원은 30파운드(약 4만 4천5백 원) 이상의 선물과 접대가 금지된다.

독일은 대가성이 없더라고 직무수행과 관련한 금품 수수를 '이익수수죄'로 규정해 처벌하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25유로(약 3만 1천221원) 범위에서 기관별 실정을 고려해 선물 수수의 기준을 설정하고, 기준을 초과한 선물은 사전에 승인을 받도록 했다.

29일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에 합헌 판결로 앞으로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없더라도 일정액 (백만 원) 이상의 향응과 금품을 받으면 처벌을 받게 된다. 적용 대상에 공직자뿐만 아니라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까지 포함돼 있다. 청렴 사회를 위한 강력한 법적인 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9월 28일 이후에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접대 문화와 선물 문화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 시행 이전이라도 공직자 등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들이 스스로 물어봐야 할 질문이 있다.

"우리가 주고받는 선물이 '진짜 선물'일까?. 뇌물을 선물인 것처럼 포장해서 슬쩍 건네고, 뇌물인 줄 뻔히 알면서 '이건 선물이야'하며 태연히 받고 있는 건 아닐까?"

[다운로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해설집(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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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식 선물’ 때문에 불명예 제대한 전 주한 美 8군 사령관
    • 입력 2016-07-29 17:22:05
    취재K
"주한 美 8군 사령관을 지낸 조셉 필 중장이 한국 근무 당시 '부적절한 선물'을 받은 사실이 국방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조셉 필 중장은 감사가 끝난 뒤 한 계급 강등된 소장으로 제대했다"

지난 2013년 8월 미국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 포스트가 정보자유법에 따라 국방부에 요청해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보도한 내용이다.

당시 워싱턴 포스트 보도를 보면 필 사령관은 한국 근무 당시 공무상 만난 한 지인으로부터 천5백 달러 상당의 고급 펜세트와 2천 달러짜리 가죽 가방을 선물 받았다. 또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 한국인으로부터 3천 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선물로 받았다. 받은 선물과 현금을 합하면 6천5백 달러, 우리 돈으로 7백28만 원 정도 된다.

조셉 필 전 주한 미 8군 사령관. 2008년 2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재직했다. (사진 =위키피디아)
필 전 사령관은 한국 근무를 마친 직후인 2011년 초부터 시작된 연방수사국(FBI)과 육군 범죄 수사대의 공동 조사를 받으면서 개인적으로 오랜 기간 알고 있었던 친구로부터 좋은 의도로 선물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물을 준 한국인은 영어를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필 전 사령관은 가방과 펜 세트를 감사관들에게 건넸고 3천달러의 현금도 돌려줬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필 전 사령관은 조사가 마무리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2년 8월 주한 美 8군 사령관(중장) 때보다 한 단계 낮은 소장으로 강등돼 군을 떠났다.

‘한국의 관행적 선물’이 미국에선 심각한 규정 위반

조셉 필 전 사령관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한국에서 '미풍 양속'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집단에서 관행적으로 주고받은 선물도 미국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

미국은 1962년 '뇌물, 부당이득 및 이해충돌 방지법'(Bribery, Graft and Conflict of Interest Act)을 제정해 공직자들의 뇌물 수수 등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 법에는 공직자가 정부 급여 이외의 금품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징역 1년~5년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받게 돼 있다.

또 미국 공직자 윤리 기준은 공무원과 그 가족은 한 번에 20달러(약 2만 2천4백 원) 이하, 연간 최대 50달러(5만 6천백 원) 범위 안에서만 선물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범위를 벗어난 선물은 반드시 신고하게 돼 있다. 필 전 사령관은 신고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부터 문제가 됐다.

데이비드 패터슨 전 뉴욕 지사. 2006년 뉴욕 주지사 선거에서 엘리엇 스피처의 부지사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당선됐다. 2008년 3월 스피처가 불미스러운 추문으로 사임하여 주지사직을 승계했다. (사진=위키피디아)
공짜 야구 표 5장 받았다가 벌금 6만여 달러 부과받은 뉴욕 주지사

시각 장애를 극복하고 미국 역사상 흑인으로는 네 번째로 주지사의 자리에 오른 데이비드 패터슨 전 뉴욕 주지사는 프로 야구 월드 시리즈 관람 표 5장을 공짜로 받았다가 벌금형의 처벌을 받았다.

지난 2010년 10월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를 보면 뉴욕주의 공공청렴위원회는 데이비드 패터슨 뉴욕 주지사가 2009년 월드시리즈 경기표 5장을 무료로 받아 공무원법을 위반한 혐의로 그에게 6만 2,125달러, 6천9백76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부과된 벌금에는 당시 월드시리즈 경기표 5장 값인 2,125달러가 포함돼 있다. 공짜로 받은 푯값의 30배 가까운 돈을 벌금으로 부과받은 셈이다.

공공청렴위원회는 주지사가 당시 열린 경기의 의식에 참여했지만, 그것만으로 그에게 자기 아들과 아들 친구를 위한 무료 경기표를 얻을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은 법과 윤리기준을 따라 공직자들의 엄격하게 감시하고 있다. 또한, 적발되면 예외 없이 이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받는다.


일본도 공무원은 원칙적으로 이해관계자로부터 금전 등의 이익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과장급 이상 공직자는 5천엔(약 5만 3천7백 원)을 넘게 받는 경우 소속기관장에게 받은 금액과 날짜, 증여한 사업자 등을 보고해야 한다.

영국은 일반 공무원의 경우 25파운드(약 3만 7천백 원 ) 이상의 선물과 접대에 대해 관리자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외무부 공무원은 30파운드(약 4만 4천5백 원) 이상의 선물과 접대가 금지된다.

독일은 대가성이 없더라고 직무수행과 관련한 금품 수수를 '이익수수죄'로 규정해 처벌하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25유로(약 3만 1천221원) 범위에서 기관별 실정을 고려해 선물 수수의 기준을 설정하고, 기준을 초과한 선물은 사전에 승인을 받도록 했다.

29일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에 합헌 판결로 앞으로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없더라도 일정액 (백만 원) 이상의 향응과 금품을 받으면 처벌을 받게 된다. 적용 대상에 공직자뿐만 아니라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까지 포함돼 있다. 청렴 사회를 위한 강력한 법적인 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9월 28일 이후에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접대 문화와 선물 문화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 시행 이전이라도 공직자 등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들이 스스로 물어봐야 할 질문이 있다.

"우리가 주고받는 선물이 '진짜 선물'일까?. 뇌물을 선물인 것처럼 포장해서 슬쩍 건네고, 뇌물인 줄 뻔히 알면서 '이건 선물이야'하며 태연히 받고 있는 건 아닐까?"

[다운로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해설집(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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