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리우가 아니라 미국이 비상

입력 2016.08.0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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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지카 바이러스 비상이 걸렸다. 우려했던 브라질 리우가 아니라 미국 마이애미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 한두 명이 아니라 벌써 14명으로 늘었다. 초기 확산의 징조다.

그동안 미국에서 보고된 지카 감염 사례는 모두 지카 창궐 지역인 중남미 국가를 방문하고 돌아온 사람에게서 발생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주 플로리다 주의 발표는 자생 모기를 통한 미국 내 첫 전파 사례라는 점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이애미에 사는 노인 가브리엘 진 씨는 최근 지카 바이러스에 걸렸다. 모기에 물려서 가벼운 열과 감기 증상이 있어서 의사를 찾아갔더니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그의 딸과 손녀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


지난달 29일에 감염된 남성 3명과 여성 1명 등 4명을 합치면 플로리다 주에서 자생하는 모기에 물려 지카에 감염된 사람은 모두 14명으로 늘었다. 현재까지 감염자 14명 가운데 여성은 4명이고 나머지 10명은 남성이다. 여성의 임신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새로 감염 사례가 보고된 장소 역시 기존 감염자가 거주하는 마이애미 시 북쪽 2.6㎢ 면적의 문화 예술 구역과 식당이 밀집된 윈우드 지역으로 알려졌다.

일단 플로리다 주 보건국은 현재 해당 지역에서만 모기를 통해 지카가 전파되고 있다고 추정했다. 로이터 통신은 새로 감염된 10명 가운데 6명에게서 지카 감염 증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 중인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주가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지카 바이러스가 확산 중인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주가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플로리다 주 보건국은 지난주 첫 모기를 통한 감염 사례 발표 직후 해당 지역의 주택을 일일이 방문해 200명을 대상으로 지카 검사를 거쳐 추가 감염자를 발견했다.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즉각 응급 대응팀을 투입해 플로리다 주의 지카 확산 저지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1일 임신부에게 플로리다 주 지카 전염 지역의 방문을 피하라는 내용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또 6월 15일 이후 해당 지역에 있거나 이미 다녀온 임신부에게도 반드시 의사를 찾아가 지카 감염 여부를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해당 지역민과 해당 지역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긴소매 옷을 입고 모기 방충제를 사용하라고 덧붙였다.

미국 백악관은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의 요청을 받아들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카 긴급 대응팀을 즉시 플로리다 주에 투입해 현지 보건 인력을 돕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질 보건당국은 1일 지카 바이러스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브라질 보건당국은 1일 지카 바이러스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정작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브라질은 걱정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니엘 소란즈 리우데자네이루주 보건국장은 1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들어 지카 바이러스 확진 건수가 거의 없다며 "지카 바이러스를 극복해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브라질 과학자들은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1일(현지시각) 브라질 일간지 폴랴 지 상파울루의 보도를 보면 과학자들은 리우올림픽 기간에 지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감염 위험성이 낮다고 해서 주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상파울루 대학의 에두아르두 마사드 교수(전염병학)는 리우올림픽 기간에 관광객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10만 명에 3∼4명 정도일 것이라면서 "그러나 우리는 지카 바이러스에 관해 아직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의 이런 발언은 리우데자네이루 주 보건당국이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지카 바이러스 극복을 선언한 직후 나온 것이다.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산모가 낳은 소두증 걸린 아기의 모습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산모가 낳은 소두증 걸린 아기의 모습

이 같은 우려를 반증이라도 하듯이, 브라질에선 지카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소두증 신생아 환자는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브라질 보건부의 조사 결과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 말까지 소두증 확진 판정을 받은 신생아는 1,749명으로 파악됐다.

소두증 확인 신생아는 6월 말 1,638명에서 한 달 만에 111명 늘어난 것이다. 소두증 의심 증세로 사망한 신생아는 371명이며, 이 가운데 106명은 확진 판정을 받았다. 65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고 200명은 조사 중이다.

지카 바이러스는 이집트숲 모기(Aedes aegypti)가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브라질 과학자들은 다른 종의 모기에서도 지카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브라질 오스바우두 크루스 재단(OCF)의 과학자들은 북동부 헤시피 시 일대에서 잡은 '열대집모기'(Culex quinquefasciatus)에서도 지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이집트 숲 모기보다 더 흔하고 열대에서 온대에 이르는 지역에 분포하는 열대집모기가 지카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사람에게도 옮기는 것이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에 물린 사람을 통해서도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모기를 매개로 한 직접 전파뿐만 아니라 감염자와의 성관계도 2차 감염 경로로 확인됐다. 남성이 여성에게, 그 반대로 여성이 남성에게도 전파가 가능하다.

만약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번지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가 그동안 알려진 이집트숲 모기가 아니라 온대지역까지 분포하는 모기라면 상황은 더 복잡해질 것이다.

미국은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에서 지카 대응자금 긴급 편성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미국은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에서 지카 대응자금 긴급 편성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보고된 지카 감염 사례는 1천650건을 넘었다.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 의회는 지난 2월 지카 대응 자금 19억 달러(약 2조 1천52억 원)를 긴급 편성해 달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요청을 지금껏 승인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보건 당국자들은 제때 자금이 투입되지 못한다면 지카 확산 저지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이제는 리우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이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될 공산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연관기사] ☞ [지금 세계는] 美 플로리다 지카 감염자 14명…‘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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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카, 리우가 아니라 미국이 비상
    • 입력 2016-08-02 11:58:38
    취재K
또다시 지카 바이러스 비상이 걸렸다. 우려했던 브라질 리우가 아니라 미국 마이애미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 한두 명이 아니라 벌써 14명으로 늘었다. 초기 확산의 징조다.

그동안 미국에서 보고된 지카 감염 사례는 모두 지카 창궐 지역인 중남미 국가를 방문하고 돌아온 사람에게서 발생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주 플로리다 주의 발표는 자생 모기를 통한 미국 내 첫 전파 사례라는 점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이애미에 사는 노인 가브리엘 진 씨는 최근 지카 바이러스에 걸렸다. 모기에 물려서 가벼운 열과 감기 증상이 있어서 의사를 찾아갔더니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그의 딸과 손녀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


지난달 29일에 감염된 남성 3명과 여성 1명 등 4명을 합치면 플로리다 주에서 자생하는 모기에 물려 지카에 감염된 사람은 모두 14명으로 늘었다. 현재까지 감염자 14명 가운데 여성은 4명이고 나머지 10명은 남성이다. 여성의 임신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새로 감염 사례가 보고된 장소 역시 기존 감염자가 거주하는 마이애미 시 북쪽 2.6㎢ 면적의 문화 예술 구역과 식당이 밀집된 윈우드 지역으로 알려졌다.

일단 플로리다 주 보건국은 현재 해당 지역에서만 모기를 통해 지카가 전파되고 있다고 추정했다. 로이터 통신은 새로 감염된 10명 가운데 6명에게서 지카 감염 증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 중인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주가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플로리다 주 보건국은 지난주 첫 모기를 통한 감염 사례 발표 직후 해당 지역의 주택을 일일이 방문해 200명을 대상으로 지카 검사를 거쳐 추가 감염자를 발견했다.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즉각 응급 대응팀을 투입해 플로리다 주의 지카 확산 저지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1일 임신부에게 플로리다 주 지카 전염 지역의 방문을 피하라는 내용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또 6월 15일 이후 해당 지역에 있거나 이미 다녀온 임신부에게도 반드시 의사를 찾아가 지카 감염 여부를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해당 지역민과 해당 지역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긴소매 옷을 입고 모기 방충제를 사용하라고 덧붙였다.

미국 백악관은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의 요청을 받아들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카 긴급 대응팀을 즉시 플로리다 주에 투입해 현지 보건 인력을 돕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질 보건당국은 1일 지카 바이러스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정작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브라질은 걱정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니엘 소란즈 리우데자네이루주 보건국장은 1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들어 지카 바이러스 확진 건수가 거의 없다며 "지카 바이러스를 극복해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브라질 과학자들은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1일(현지시각) 브라질 일간지 폴랴 지 상파울루의 보도를 보면 과학자들은 리우올림픽 기간에 지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감염 위험성이 낮다고 해서 주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상파울루 대학의 에두아르두 마사드 교수(전염병학)는 리우올림픽 기간에 관광객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10만 명에 3∼4명 정도일 것이라면서 "그러나 우리는 지카 바이러스에 관해 아직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의 이런 발언은 리우데자네이루 주 보건당국이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지카 바이러스 극복을 선언한 직후 나온 것이다.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산모가 낳은 소두증 걸린 아기의 모습
이 같은 우려를 반증이라도 하듯이, 브라질에선 지카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소두증 신생아 환자는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브라질 보건부의 조사 결과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 말까지 소두증 확진 판정을 받은 신생아는 1,749명으로 파악됐다.

소두증 확인 신생아는 6월 말 1,638명에서 한 달 만에 111명 늘어난 것이다. 소두증 의심 증세로 사망한 신생아는 371명이며, 이 가운데 106명은 확진 판정을 받았다. 65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고 200명은 조사 중이다.

지카 바이러스는 이집트숲 모기(Aedes aegypti)가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브라질 과학자들은 다른 종의 모기에서도 지카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브라질 오스바우두 크루스 재단(OCF)의 과학자들은 북동부 헤시피 시 일대에서 잡은 '열대집모기'(Culex quinquefasciatus)에서도 지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이집트 숲 모기보다 더 흔하고 열대에서 온대에 이르는 지역에 분포하는 열대집모기가 지카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사람에게도 옮기는 것이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에 물린 사람을 통해서도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모기를 매개로 한 직접 전파뿐만 아니라 감염자와의 성관계도 2차 감염 경로로 확인됐다. 남성이 여성에게, 그 반대로 여성이 남성에게도 전파가 가능하다.

만약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번지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가 그동안 알려진 이집트숲 모기가 아니라 온대지역까지 분포하는 모기라면 상황은 더 복잡해질 것이다.

미국은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에서 지카 대응자금 긴급 편성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보고된 지카 감염 사례는 1천650건을 넘었다.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 의회는 지난 2월 지카 대응 자금 19억 달러(약 2조 1천52억 원)를 긴급 편성해 달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요청을 지금껏 승인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보건 당국자들은 제때 자금이 투입되지 못한다면 지카 확산 저지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이제는 리우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이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될 공산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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