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뒤집힌 국과수 감정…산모 사망 진실은?

입력 2016.08.03 (23:12) 수정 2016.08.0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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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4년 전,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 산모가 분만 도중 숨졌는데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의사의 과실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국과수가 최근 당시 결과를 뒤집은 재감정 결과를 내놨습니다.

진실은 뭘까요?

최형원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시내 한 산부인과 병원.

만삭의 30대 여성이 분만실 안으로 들어섭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병원에 들이닥칩니다.

34살 박지연 씨가 분만 도중 갑자기 숨진 겁니다.

<인터뷰> 현병철(고 박지연 씨 남편) : "지금 생각해도 믿을 수가 없었죠. 34살에 젊은, 건강한... 너무 건강했거든요."

박 씨의 사망 직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당시 진료기록 등을 토대로 작성한 부검 감정서입니다.

사인은 양수색전증, 즉 양수가 터지면서 심장과 폐혈관을 막아 결국 산모가 숨졌다는 겁니다.

때문에 의사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국과수 판단의 주요 근거였던 진료기록에서 석연치 않은 점들이 발견됐습니다.

사건 당일 작성된 1차 진료기록에는 숨진 박 씨가 9시 30분쯤 의식을 잃은 것으로 돼있지만, 같은 시간대, CCTV에 찍힌 화면에는 박 씨가 혼자 걸어다니고 있었습니다.

또 박 씨에게선 마취제인 프로포폴이 검출됐지만, 진료기록엔 마취 없이 진정제만 투여한 채 수술을 했다고 적혀있었습니다.

<인터뷰> 김덕경(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 "약(진정제와 프로포폴)을 병행해서 쓰게 되면 각각의 약이 가지고 있는 심혈관계나 호흡억제 부작용이 더 시너지가 생겨요. 2.5배, 3배 이렇게 위험해지는 게 있기 때문에…."

이런 의혹들이 제기되자 국과수는 이례적으로 박 씨 사망에 대한 재감정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기존 감정의 근거였던 진료기록과 의사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에, 박 씨 사인이 양수색전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터뷰> 홍영균(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위원/변호사) : "1차 부검 의견에서 토대가 됐던 객관적인 자료들이 신빙성이 없다, 잘못 됐을 수도 있다라는 걸 인정한 최초의 의견이거든요.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진료기록에 일부 착오가 있었다면서도 의료사고를 은폐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녹취> "나중에 우리 큰 딸이... 아빠... 엄마 어떻게 죽었어? 그러면... 제가 설명을 해야 되잖아요... 진실만을 얘기해주셨으면 좋겠어요."

KBS 뉴스 최형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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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03 23:13:42
    • 수정2016-08-04 10: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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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 산모가 분만 도중 숨졌는데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의사의 과실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국과수가 최근 당시 결과를 뒤집은 재감정 결과를 내놨습니다.

진실은 뭘까요?

최형원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시내 한 산부인과 병원.

만삭의 30대 여성이 분만실 안으로 들어섭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병원에 들이닥칩니다.

34살 박지연 씨가 분만 도중 갑자기 숨진 겁니다.

<인터뷰> 현병철(고 박지연 씨 남편) : "지금 생각해도 믿을 수가 없었죠. 34살에 젊은, 건강한... 너무 건강했거든요."

박 씨의 사망 직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당시 진료기록 등을 토대로 작성한 부검 감정서입니다.

사인은 양수색전증, 즉 양수가 터지면서 심장과 폐혈관을 막아 결국 산모가 숨졌다는 겁니다.

때문에 의사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국과수 판단의 주요 근거였던 진료기록에서 석연치 않은 점들이 발견됐습니다.

사건 당일 작성된 1차 진료기록에는 숨진 박 씨가 9시 30분쯤 의식을 잃은 것으로 돼있지만, 같은 시간대, CCTV에 찍힌 화면에는 박 씨가 혼자 걸어다니고 있었습니다.

또 박 씨에게선 마취제인 프로포폴이 검출됐지만, 진료기록엔 마취 없이 진정제만 투여한 채 수술을 했다고 적혀있었습니다.

<인터뷰> 김덕경(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 "약(진정제와 프로포폴)을 병행해서 쓰게 되면 각각의 약이 가지고 있는 심혈관계나 호흡억제 부작용이 더 시너지가 생겨요. 2.5배, 3배 이렇게 위험해지는 게 있기 때문에…."

이런 의혹들이 제기되자 국과수는 이례적으로 박 씨 사망에 대한 재감정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기존 감정의 근거였던 진료기록과 의사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에, 박 씨 사인이 양수색전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터뷰> 홍영균(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위원/변호사) : "1차 부검 의견에서 토대가 됐던 객관적인 자료들이 신빙성이 없다, 잘못 됐을 수도 있다라는 걸 인정한 최초의 의견이거든요.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진료기록에 일부 착오가 있었다면서도 의료사고를 은폐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녹취> "나중에 우리 큰 딸이... 아빠... 엄마 어떻게 죽었어? 그러면... 제가 설명을 해야 되잖아요... 진실만을 얘기해주셨으면 좋겠어요."

KBS 뉴스 최형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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