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톡] ⑥ ‘폭군’형 리더십과 직장내 공포 문화

입력 2016.08.0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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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출근할 때 공포감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동료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는가? 맡은 일을 잘하려다가 상사가 두려워 포기하지는 않는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이른바 "petty tyrant" 체제 아래서 일하고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공포문화 만드는 ‘지질한 폭군’

"petty tyrant".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의 블레이크 애쉬포스(Blake Ashforth)교수가 그의 논문 '조직 내 치졸한 폭정'에서 잘못된 리더십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제시한 어휘이다.

우리 말로 하면 작은 폭군, 옹졸한 폭군, 지질한 폭군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데, 왕이나 전제 군주와는 다르지만, 기업체 등 조직에서 독단적이고 위협적인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통제하고 조종하는 리더를 일컫는다.


이런 폭군 형 리더들은 그들만의 가혹한 경영 스타일로 조직 내부에 공포의 문화를 만들어 간다. 이들의 행동 특성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6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애쉬포스 교수는 설명한다.

1) 독단과 자기 권력 강화
팀 전체보다는 자기 이익만을 위해서 권력을 사용해 다른 사람의 분노를 산다. 물론 존중받지 못한다.
2) 부하 직원 비하
늘 부하 직원의 아이디어를 무시하고, 하는 일을 깎아내려 업무에 대한 자부심을 잃도록 한다. 직원들은 리더가 원하는 최소한의 일만 하게 된다.
3) 타인에 대한 배려 결핍
직원들이 부딪칠 위험을 줄이기보다 직원들의 안전과 복리를 위협하는 일을 자주 시킨다.
4) 갈등해결 강제
어떤 문제이든 자신의 방식만을 고집한다. 직원들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 직원들은 상사가 원하는 것만 보여준다. 진실은 실종되고 갈등은 본질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5) 진취성 방해
진취성은 사업 성공의 필수요소이다. 그러나 직원들이 의사 결정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스스로 행동하지 못할 때 성장이 저해되고, 결국 조직 발전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6) 자의적인 처벌 사용
벌을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적인 행동 본능이다. 그러나 이를 일을 시키는 수단으로 사용할 때 부정적인 풍조만을 만들 뿐이다.

폭군형 리더들은 긍정적인 조직 문화에서는 자리 잡기가 어려워진다고 한다. 그래서 구성원들이 서로를 견제하고, 적대하고, 시기하도록 유도한다. 앞서 언급한 6가지 특성을 통해
공포감을 기반으로 하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슈퍼 갑질’ 검경 간부, 재벌 3세는 ‘폭군형’ 리더

이런 폭군형 리더로 꼽힐만한 인물들이 있다.
먼저 후배검사를 자살에 이르게 한 남부지검의 부장검사이다. 장기미제 사건을 미리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하 검사에게 폭언을 퍼붓고, 술자리에서 온갖 질책을 해대다 손바닥으로 등을 쳐대고, 결혼식장에서 술 먹을 방을 구해오라며 횡포를 부리고…. 대검의 감찰로 드러난 그의 인격모독 행위들은 전형적인 '지질한 폭군'의 특성이다.


[바로가기] ☞ [KBS 뉴스] 감찰로 드러난 김 부장검사의 지독한 폭행·폭언

다리가 불편한 부하 직원에게 욕설과 폭언 등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가하고, 심지어 개인 심부름까지 시켜가며 지속해서 괴롭힌 경찰 간부. 결국 부서원 한 명은 숨지고, 나머지 구성원은 다른 곳으로 쫓겨나도록 해 조직을 파탄으로 몰아넣은 이 경찰 간부도 역시 폭군형 리더이다.

[바로가기] ☞ [KBS 뉴스] 부하 직원 괴롭혀 자살 내몬 경기남부경찰 간부 파면

운전기사 '갑질 매뉴얼'도 논란에 휘말렸다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정일선 현대 BNG스틸 사장도 마찬가지이다. 현대가 재벌 3세인 정 사장은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운전기사 61명을 초과근무시키고, 이 가운데 한 명을 폭행한 혐의가 밝혀져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정 사장의 수행기사로 일했던 직원들이 익명으로 폭로한 내용을 보면 그의 갑질은 정말 가관이다. 터무니없는 내용의 갑질 매뉴얼을 지키지 못하면 욕설과 폭행 등 온갖 횡포와 인격모독이 이뤄졌다.


[바로가기] ☞ [KBS 뉴스] “정일선, 3년간 기사 12명 교체”…검찰 송치

상명하복 조직문화가 ‘폭군’ 만든다

이들의 횡포, 갑질은 조직 내부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져 왔는데도 조직 구성원들은 대부분 침묵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지검 부장검사만 하더라도 그렇다. 그는 소속 검사를 비롯해 공익법무관과 직원 등에게도 잦은 폭언과 인격 모독적 언행을 해온 사실이 감찰결과 밝혀졌다. 피해자가 여러 명이다. 그런데도 모두 침묵해왔다.

참다못한 부하 검사가 동료와 지인들에게 지속해서 '갑질'을 호소했지만 그뿐이었다. 결국, 부하 검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까지 구성원들은 광범위한 유·무형의 폭력, 지속적인 인격모독 행위를 알리거나 제지하지 않았다.

경찰 간부가 후배에게 온갖 학대를 가했던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동료의 죽음으로 사건이 알려질 때까지 9명의 소속 직원들은 한결같이 입을 닫았다. 과연 이들은 괜찮았을까?

갑질에 대한 조직의 침묵은 일차적으로 폭군형 리더가 조성한 공포감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공포감은 검찰과 경찰 조직 내부에 굳어져 온 상명하복의 군대식 문화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번져갔을 것이다. 상사가 부당한 지시를 하더라도 지도라는 명목으로 정당화해 무조건 따르도록 하는 조직 문화가 구성원들을 침묵하게 한 배경인 셈이다.

이런 강압적 문화가 검경 조직 전반에 만연해 있다면 심각한 문제이다. 사기업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그 폐해가 구성원만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 미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사법기관 내 갑질 문화의 폐해를 연구해온 미국의 한 전문가는 이런 경고를 하고 있다.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재벌가의 직원 대상 '슈퍼 갑질'도 삐뚤어진 특권의식과 수직적인 조직문화에서 비롯된다. 회사 직원을 마치 왕조시대의 하인처럼 부리려는 오너, 그가 만들어 놓은 위계 문화가 결합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반 기업에도 만연한 ‘갑질 문화’


국내 기업에서 일했던 외국인들은 한국 기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군대식 서열구조로 이뤄진 상명하복 문화를 지적한다. 불합리한 지시가 내려와도 무조건 따르고 복종하며 고객이 아닌 상사를 만족시키기 위해 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사의 갑질이 위계가 뚜렷한 검찰과 경찰 조직만이 아니라 일반 기업, 특히 국내 대기업에도 광범위하게 퍼져있음을 말해준다. 실제로 한 취업포털의 설문조사를 보면 직장인 10명 중 9명이 욕설 등 갑질을 당했다며 그 주역으로 상사와 CEO·임원을 꼽고 있다. 물론 10명 중 1명은 오너 일가로부터 갑질을 당했다고 호소한다.

심지어 직장인의 15%는 신체적 폭력을 당했다고 답변한다. 물론 익명성이 보장돼는 설문조사이다 보니 폭력 사실을 언급하고 있을 뿐 공개적으로 문제 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불이익이 두려워 그냥 참고 있다고 한다. 상명하복식 기업문화가 '갑질 문화'로, 나아가 '공포 문화'로까지 번져 있기 때문이다.

[바로가기] ☞ [직장인 톡] ④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 상사’

절대적인 복종을 강조하고, 공포문화를 만들어 조직이 아닌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폭군형 리더들, 왕조시대에나 통했던 전근대적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기업 오너들은 대부분 극단적인 나르시시스트 성향을 갖고 있다.

늘 자기만을 생각하고, 주변의 관심에 목말라하고, 칭송받기를 원하며, 자기조절과 통제에 취약한 심리적 특성이 강하다는 게 미국 UCLA 심리학과 교수 주디스 올로프 박사의 설명이다.

이런 리더들은 구성원 몇 명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조직이나 기업을 최악의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적대감과 공포문화가 조직 전반에 질병처럼 번져가기 때문이다.

데일리 메일 관련 기사 사진 캡처.데일리 메일 관련 기사 사진 캡처.

[바로가기] ☞ [데일리 메일] ‘상사의 무례함을 목격하면 적대감이 질병처럼 번진다’

하버드 비지니스 리뷰가 올해 초 전한 연구결과도 흥미롭다. 리더의 정서와 행동, 그가 만들어 놓은 사회적 환경이 전염된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주변에 행복한 친구가 있는 사람은 행복해질 가능성이 25% 늘어난다는 점이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주변에 비만한 친구가 있는 사람은 비만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담배를 끊는 친구가 있으면 함께 끊을 가능성도 역시 높아진다. 심지어 친한 친구가 이혼하면 이혼하게 될 가능성이 33%나 높아진다는 점도 연구결과로 확인됐다.

주변 사람의 정서와 행동을 따라 하는 '사회적 전염'과정을 통해 훌륭한 리더는 조직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게 되고, 반대로 폭군형 리더는 조직을 마비시켜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일종의 '낙수 효과'이다.

[바로가기] ☞ [하버드 비지니스 리뷰] ‘좋은(나쁜)상사의 낙수효과’

우리는 왜 ‘폭군형’ 리더에 열광하는가?

이런 온갖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는 이런 폭군형 리더들이 즐비하다. 일반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이나 정치 영역에서도 자주 보게 된다. 이들이 그 자리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진 립먼-블루먼 교수는 리더가 아닌 지지자의 특성을 통해 원인을 설명한다. 사람들이 치명적인 독성을 가진 리더를 비난하면서도 한편으론 그들을 따르고 순응하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 본성에 내재한 권위와 명령, 안전과 소속감에 대한 갈망이 독성 리더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위기의 시대에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커져 그런 갈망도 강해지게 된다.

진 립먼-블루먼 교수의 저서. 국내에서도 ‘부도덕한 카리스마의 매혹’이라는 제목으로 2005년에 출간됨. 저자는 리더가 아닌 지지자에게로 리더십의 초점을 옮겨 설명한다. 리더가 조성한 공포문화는 물론 그런 리더들을 따르고 침묵하는 사람들의 특성, 상호관계를 분석한 것이다.진 립먼-블루먼 교수의 저서. 국내에서도 ‘부도덕한 카리스마의 매혹’이라는 제목으로 2005년에 출간됨. 저자는 리더가 아닌 지지자에게로 리더십의 초점을 옮겨 설명한다. 리더가 조성한 공포문화는 물론 그런 리더들을 따르고 침묵하는 사람들의 특성, 상호관계를 분석한 것이다.

저자는 특히 리더들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한 대중의 침묵을 지적한다. 나쁜 리더와 맞설 경우 받게 되는 어려움, 즉 '직업적·사회적 자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많은 이들이 침묵하거나 방관하게 되고 이는 결국 독성 리더십의 온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만행에 침묵했던 한 목사의 탄식을 전하고 있다.


만약 이 목사가 폭군형 리더와 갑질 상사의 횡포에 시달리는 우리 직장인들을 보게 된다면
어떤 말을 하게 될까? 우리는 어떻게 못된 상사의 횡포에 대응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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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인 톡] ⑥ ‘폭군’형 리더십과 직장내 공포 문화
    • 입력 2016-08-06 09:12:39
    김종명의 직장인 톡
직장에 출근할 때 공포감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동료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는가? 맡은 일을 잘하려다가 상사가 두려워 포기하지는 않는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이른바 "petty tyrant" 체제 아래서 일하고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공포문화 만드는 ‘지질한 폭군’

"petty tyrant".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의 블레이크 애쉬포스(Blake Ashforth)교수가 그의 논문 '조직 내 치졸한 폭정'에서 잘못된 리더십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제시한 어휘이다.

우리 말로 하면 작은 폭군, 옹졸한 폭군, 지질한 폭군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데, 왕이나 전제 군주와는 다르지만, 기업체 등 조직에서 독단적이고 위협적인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통제하고 조종하는 리더를 일컫는다.


이런 폭군 형 리더들은 그들만의 가혹한 경영 스타일로 조직 내부에 공포의 문화를 만들어 간다. 이들의 행동 특성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6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애쉬포스 교수는 설명한다.

1) 독단과 자기 권력 강화
팀 전체보다는 자기 이익만을 위해서 권력을 사용해 다른 사람의 분노를 산다. 물론 존중받지 못한다.
2) 부하 직원 비하
늘 부하 직원의 아이디어를 무시하고, 하는 일을 깎아내려 업무에 대한 자부심을 잃도록 한다. 직원들은 리더가 원하는 최소한의 일만 하게 된다.
3) 타인에 대한 배려 결핍
직원들이 부딪칠 위험을 줄이기보다 직원들의 안전과 복리를 위협하는 일을 자주 시킨다.
4) 갈등해결 강제
어떤 문제이든 자신의 방식만을 고집한다. 직원들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 직원들은 상사가 원하는 것만 보여준다. 진실은 실종되고 갈등은 본질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5) 진취성 방해
진취성은 사업 성공의 필수요소이다. 그러나 직원들이 의사 결정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스스로 행동하지 못할 때 성장이 저해되고, 결국 조직 발전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6) 자의적인 처벌 사용
벌을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적인 행동 본능이다. 그러나 이를 일을 시키는 수단으로 사용할 때 부정적인 풍조만을 만들 뿐이다.

폭군형 리더들은 긍정적인 조직 문화에서는 자리 잡기가 어려워진다고 한다. 그래서 구성원들이 서로를 견제하고, 적대하고, 시기하도록 유도한다. 앞서 언급한 6가지 특성을 통해
공포감을 기반으로 하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슈퍼 갑질’ 검경 간부, 재벌 3세는 ‘폭군형’ 리더

이런 폭군형 리더로 꼽힐만한 인물들이 있다.
먼저 후배검사를 자살에 이르게 한 남부지검의 부장검사이다. 장기미제 사건을 미리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하 검사에게 폭언을 퍼붓고, 술자리에서 온갖 질책을 해대다 손바닥으로 등을 쳐대고, 결혼식장에서 술 먹을 방을 구해오라며 횡포를 부리고…. 대검의 감찰로 드러난 그의 인격모독 행위들은 전형적인 '지질한 폭군'의 특성이다.


[바로가기] ☞ [KBS 뉴스] 감찰로 드러난 김 부장검사의 지독한 폭행·폭언

다리가 불편한 부하 직원에게 욕설과 폭언 등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가하고, 심지어 개인 심부름까지 시켜가며 지속해서 괴롭힌 경찰 간부. 결국 부서원 한 명은 숨지고, 나머지 구성원은 다른 곳으로 쫓겨나도록 해 조직을 파탄으로 몰아넣은 이 경찰 간부도 역시 폭군형 리더이다.

[바로가기] ☞ [KBS 뉴스] 부하 직원 괴롭혀 자살 내몬 경기남부경찰 간부 파면

운전기사 '갑질 매뉴얼'도 논란에 휘말렸다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정일선 현대 BNG스틸 사장도 마찬가지이다. 현대가 재벌 3세인 정 사장은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운전기사 61명을 초과근무시키고, 이 가운데 한 명을 폭행한 혐의가 밝혀져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정 사장의 수행기사로 일했던 직원들이 익명으로 폭로한 내용을 보면 그의 갑질은 정말 가관이다. 터무니없는 내용의 갑질 매뉴얼을 지키지 못하면 욕설과 폭행 등 온갖 횡포와 인격모독이 이뤄졌다.


[바로가기] ☞ [KBS 뉴스] “정일선, 3년간 기사 12명 교체”…검찰 송치

상명하복 조직문화가 ‘폭군’ 만든다

이들의 횡포, 갑질은 조직 내부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져 왔는데도 조직 구성원들은 대부분 침묵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지검 부장검사만 하더라도 그렇다. 그는 소속 검사를 비롯해 공익법무관과 직원 등에게도 잦은 폭언과 인격 모독적 언행을 해온 사실이 감찰결과 밝혀졌다. 피해자가 여러 명이다. 그런데도 모두 침묵해왔다.

참다못한 부하 검사가 동료와 지인들에게 지속해서 '갑질'을 호소했지만 그뿐이었다. 결국, 부하 검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까지 구성원들은 광범위한 유·무형의 폭력, 지속적인 인격모독 행위를 알리거나 제지하지 않았다.

경찰 간부가 후배에게 온갖 학대를 가했던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동료의 죽음으로 사건이 알려질 때까지 9명의 소속 직원들은 한결같이 입을 닫았다. 과연 이들은 괜찮았을까?

갑질에 대한 조직의 침묵은 일차적으로 폭군형 리더가 조성한 공포감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공포감은 검찰과 경찰 조직 내부에 굳어져 온 상명하복의 군대식 문화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번져갔을 것이다. 상사가 부당한 지시를 하더라도 지도라는 명목으로 정당화해 무조건 따르도록 하는 조직 문화가 구성원들을 침묵하게 한 배경인 셈이다.

이런 강압적 문화가 검경 조직 전반에 만연해 있다면 심각한 문제이다. 사기업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그 폐해가 구성원만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 미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사법기관 내 갑질 문화의 폐해를 연구해온 미국의 한 전문가는 이런 경고를 하고 있다.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재벌가의 직원 대상 '슈퍼 갑질'도 삐뚤어진 특권의식과 수직적인 조직문화에서 비롯된다. 회사 직원을 마치 왕조시대의 하인처럼 부리려는 오너, 그가 만들어 놓은 위계 문화가 결합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반 기업에도 만연한 ‘갑질 문화’


국내 기업에서 일했던 외국인들은 한국 기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군대식 서열구조로 이뤄진 상명하복 문화를 지적한다. 불합리한 지시가 내려와도 무조건 따르고 복종하며 고객이 아닌 상사를 만족시키기 위해 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사의 갑질이 위계가 뚜렷한 검찰과 경찰 조직만이 아니라 일반 기업, 특히 국내 대기업에도 광범위하게 퍼져있음을 말해준다. 실제로 한 취업포털의 설문조사를 보면 직장인 10명 중 9명이 욕설 등 갑질을 당했다며 그 주역으로 상사와 CEO·임원을 꼽고 있다. 물론 10명 중 1명은 오너 일가로부터 갑질을 당했다고 호소한다.

심지어 직장인의 15%는 신체적 폭력을 당했다고 답변한다. 물론 익명성이 보장돼는 설문조사이다 보니 폭력 사실을 언급하고 있을 뿐 공개적으로 문제 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불이익이 두려워 그냥 참고 있다고 한다. 상명하복식 기업문화가 '갑질 문화'로, 나아가 '공포 문화'로까지 번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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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인 복종을 강조하고, 공포문화를 만들어 조직이 아닌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폭군형 리더들, 왕조시대에나 통했던 전근대적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기업 오너들은 대부분 극단적인 나르시시스트 성향을 갖고 있다.

늘 자기만을 생각하고, 주변의 관심에 목말라하고, 칭송받기를 원하며, 자기조절과 통제에 취약한 심리적 특성이 강하다는 게 미국 UCLA 심리학과 교수 주디스 올로프 박사의 설명이다.

이런 리더들은 구성원 몇 명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조직이나 기업을 최악의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적대감과 공포문화가 조직 전반에 질병처럼 번져가기 때문이다.

데일리 메일 관련 기사 사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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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비지니스 리뷰가 올해 초 전한 연구결과도 흥미롭다. 리더의 정서와 행동, 그가 만들어 놓은 사회적 환경이 전염된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주변에 행복한 친구가 있는 사람은 행복해질 가능성이 25% 늘어난다는 점이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주변에 비만한 친구가 있는 사람은 비만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담배를 끊는 친구가 있으면 함께 끊을 가능성도 역시 높아진다. 심지어 친한 친구가 이혼하면 이혼하게 될 가능성이 33%나 높아진다는 점도 연구결과로 확인됐다.

주변 사람의 정서와 행동을 따라 하는 '사회적 전염'과정을 통해 훌륭한 리더는 조직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게 되고, 반대로 폭군형 리더는 조직을 마비시켜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일종의 '낙수 효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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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폭군형’ 리더에 열광하는가?

이런 온갖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는 이런 폭군형 리더들이 즐비하다. 일반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이나 정치 영역에서도 자주 보게 된다. 이들이 그 자리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진 립먼-블루먼 교수는 리더가 아닌 지지자의 특성을 통해 원인을 설명한다. 사람들이 치명적인 독성을 가진 리더를 비난하면서도 한편으론 그들을 따르고 순응하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 본성에 내재한 권위와 명령, 안전과 소속감에 대한 갈망이 독성 리더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위기의 시대에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커져 그런 갈망도 강해지게 된다.

진 립먼-블루먼 교수의 저서. 국내에서도 ‘부도덕한 카리스마의 매혹’이라는 제목으로 2005년에 출간됨. 저자는 리더가 아닌 지지자에게로 리더십의 초점을 옮겨 설명한다. 리더가 조성한 공포문화는 물론 그런 리더들을 따르고 침묵하는 사람들의 특성, 상호관계를 분석한 것이다.
저자는 특히 리더들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한 대중의 침묵을 지적한다. 나쁜 리더와 맞설 경우 받게 되는 어려움, 즉 '직업적·사회적 자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많은 이들이 침묵하거나 방관하게 되고 이는 결국 독성 리더십의 온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만행에 침묵했던 한 목사의 탄식을 전하고 있다.


만약 이 목사가 폭군형 리더와 갑질 상사의 횡포에 시달리는 우리 직장인들을 보게 된다면
어떤 말을 하게 될까? 우리는 어떻게 못된 상사의 횡포에 대응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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