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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도 원칙을 깰 수는 없다’…한국 양궁 신화의 비결
입력 2016.08.07 (16:39) 수정 2016.08.08 (20:04) 취재K
‘불안해도 원칙을 깰 수는 없다’…한국 양궁 신화의 비결
남자 양궁 대표팀이 8년 만에 다시 왕좌에 올랐다. 김우진(24) 이승윤(21) 구본찬(23)으로 구성된 한국 양궁 남자 대표팀은 7일(한국시각)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미국에 세트스코어 6-0(60-57, 58-57, 59-56)으로 완승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이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에 그쳤던 아쉬움을 털어내는 순간이었다. 이 기세를 몰아 양궁 대표팀은 이번 대회서 남·여 개인전과 단체전 등 전 종목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대한민국 양궁 올림픽대표가 된다는 것

한국양궁은 최고의 올림픽 효자종목이다. 이번 금메달까지 포함하면 역대 하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20개)을 안겨줬다. 다른 종목에 비해 훨씬 촘촘하고 두꺼운 선수층과 탁월한 육성 시스템, 우리만의 기술과 노력으로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치열한 경쟁으로 유명한 대표 선발전 시스템은 한국 양궁의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하는 원동력이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보다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한국양궁은 매년 국가대표선수들을 새로 선발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탈락하고, 올림픽 쿼터 대회에서 성과를 낸 선수들이 올림픽 본선을 밟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다. 그만큼 힘겨운 경쟁을 통과하고 살아남아야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어느 누구의 불평불만도 없을 만큼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된다.

대전 LH연수원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한 선수들이 과녁을 향해 활 시위를 당기고 있다. (2016.4.1대전 LH연수원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한 선수들이 과녁을 향해 활 시위를 당기고 있다. (2016.4.1

국가대표 선발 과정은 상당히 길다. 최종 선발전 16명 엔트리에 들기 위한 재야 선발전이 연말부터 시작된다. 낙타 바늘귀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좁은 문을 뚫기 위한 고통스러운 시간이 수개월 지속된다. 최종 남녀 각 3인의 올림픽대표가 되려면 개인훈련을 제외하고도 공식 연습(3발)을 합쳐 총 4,055발을 쏘고, 표적지 확인 후 사선을 왕복하는 거리가 182km에 달한다. 대한양궁협회 김기찬 부회장은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경력이 쌓이고 나이를 먹어도 부담은 줄지 않는다"고 말했다.

투명, 공정, 원칙 그리고 시스템

4년 전 런던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양궁 대표팀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극심한 슬럼프에 빠진 최현주의 컨디션이 도무지 살아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자세에서 쏴도 한번은 10점 한번은 5점을 기록할 만큼 들쭉날쭉했다.


최현주의 부진이 장기화하자 대표선수 교체론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선발전을 거쳐 뽑은 선수를 컨디션 부진이라는 이유로 교체할 수는 없었다.

교체론과 원칙론이 팽팽히 맞섰지만 코칭 스탭은 시스템을 믿는 쪽으로 기울었다. 양창훈 당시 양궁 여자 대표팀 감독은 "선발전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문형철 당시 양궁 대표팀 총감독은 "교체는 절대 안 된다. 원칙을 지켜줘야 후배들도 선발전 시스템을 믿고 갈 수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양궁 대표팀은 결국 최현주를 밀고 가기로 결정했다.

2012런던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에 출전한 여자양궁팀. 최현주가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2012런던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에 출전한 여자양궁팀. 최현주가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운명의 결승전, 상대는 중국이었다. 그런데 에이스 기보배가 초반부터 흔들렸다. 최현주의 부진에 기보배마저 무너지면 희망이 없었다. 절체절명의 위기. 그때 최현주가 기적 같은 10점 행진을 계속했다. 8발 중에 무려 5발을 과녁 정중앙에 꽂았다. 극적인 한 점 차 승리의 주역은 어느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최현주였다. 최현주와 양궁 대표팀은 참고 참았던 눈물을 다 함께 쏟아냈다.

금메달의 진정한 가치

원칙과 시스템을 지킨 금메달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까? 양궁 협회와 코칭 스텝의 선택은 눈앞의 실패라는 위험을 감내하더라도 장기적인 성과를 위해 시스템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문 감독은 "올림픽은 한 번만 있는 게 아니다. 그다음 또 그다음 계속될 텐데 갈등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은 절대 안 된다. 그래서 그 당시에 원칙을 정말 잘 지켰다"고 설명했다.

6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모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미국을 꺾은 구본찬, 김우진, 이승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16.8.7)6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모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미국을 꺾은 구본찬, 김우진, 이승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16.8.7)

여자 양궁의 올림픽 7회 연속 우승 신화와 리우 올림픽에서 남자 양궁이 8년 만에 왕좌를 탈환한 진짜 비결은 '원칙과 시스템'이었다. 선수들은 오직 실력으로만 무한경쟁을 펼치고, 그 과정에서 투명성을 보장하는 선발전 시스템이야말로 한국 양궁의 지속적인 성과를 만들어 낸 디딤돌이 됐다. 제대로 작동하는, 그래서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 양궁 국가대표 선발 시스템, 여기에 한국 양궁의 경쟁력이 있다.

계속되는 양궁 신화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의미도 적지 않다. 원칙과 시스템을 지키고, 그에 대한 모두의 신뢰가 형성됐을 때 최상의 성과도 낼 수 있다. 남자 양궁 대표팀은 설령 한두 번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시스템을 믿고 따라가다 보면 다시 정상에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 ‘불안해도 원칙을 깰 수는 없다’…한국 양궁 신화의 비결
    • 입력 2016.08.07 (16:39)
    • 수정 2016.08.08 (20:04)
    취재K
‘불안해도 원칙을 깰 수는 없다’…한국 양궁 신화의 비결
남자 양궁 대표팀이 8년 만에 다시 왕좌에 올랐다. 김우진(24) 이승윤(21) 구본찬(23)으로 구성된 한국 양궁 남자 대표팀은 7일(한국시각)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미국에 세트스코어 6-0(60-57, 58-57, 59-56)으로 완승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이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에 그쳤던 아쉬움을 털어내는 순간이었다. 이 기세를 몰아 양궁 대표팀은 이번 대회서 남·여 개인전과 단체전 등 전 종목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대한민국 양궁 올림픽대표가 된다는 것

한국양궁은 최고의 올림픽 효자종목이다. 이번 금메달까지 포함하면 역대 하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20개)을 안겨줬다. 다른 종목에 비해 훨씬 촘촘하고 두꺼운 선수층과 탁월한 육성 시스템, 우리만의 기술과 노력으로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치열한 경쟁으로 유명한 대표 선발전 시스템은 한국 양궁의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하는 원동력이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보다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한국양궁은 매년 국가대표선수들을 새로 선발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탈락하고, 올림픽 쿼터 대회에서 성과를 낸 선수들이 올림픽 본선을 밟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다. 그만큼 힘겨운 경쟁을 통과하고 살아남아야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어느 누구의 불평불만도 없을 만큼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된다.

대전 LH연수원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한 선수들이 과녁을 향해 활 시위를 당기고 있다. (2016.4.1대전 LH연수원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한 선수들이 과녁을 향해 활 시위를 당기고 있다. (2016.4.1

국가대표 선발 과정은 상당히 길다. 최종 선발전 16명 엔트리에 들기 위한 재야 선발전이 연말부터 시작된다. 낙타 바늘귀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좁은 문을 뚫기 위한 고통스러운 시간이 수개월 지속된다. 최종 남녀 각 3인의 올림픽대표가 되려면 개인훈련을 제외하고도 공식 연습(3발)을 합쳐 총 4,055발을 쏘고, 표적지 확인 후 사선을 왕복하는 거리가 182km에 달한다. 대한양궁협회 김기찬 부회장은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경력이 쌓이고 나이를 먹어도 부담은 줄지 않는다"고 말했다.

투명, 공정, 원칙 그리고 시스템

4년 전 런던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양궁 대표팀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극심한 슬럼프에 빠진 최현주의 컨디션이 도무지 살아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자세에서 쏴도 한번은 10점 한번은 5점을 기록할 만큼 들쭉날쭉했다.


최현주의 부진이 장기화하자 대표선수 교체론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선발전을 거쳐 뽑은 선수를 컨디션 부진이라는 이유로 교체할 수는 없었다.

교체론과 원칙론이 팽팽히 맞섰지만 코칭 스탭은 시스템을 믿는 쪽으로 기울었다. 양창훈 당시 양궁 여자 대표팀 감독은 "선발전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문형철 당시 양궁 대표팀 총감독은 "교체는 절대 안 된다. 원칙을 지켜줘야 후배들도 선발전 시스템을 믿고 갈 수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양궁 대표팀은 결국 최현주를 밀고 가기로 결정했다.

2012런던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에 출전한 여자양궁팀. 최현주가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2012런던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에 출전한 여자양궁팀. 최현주가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운명의 결승전, 상대는 중국이었다. 그런데 에이스 기보배가 초반부터 흔들렸다. 최현주의 부진에 기보배마저 무너지면 희망이 없었다. 절체절명의 위기. 그때 최현주가 기적 같은 10점 행진을 계속했다. 8발 중에 무려 5발을 과녁 정중앙에 꽂았다. 극적인 한 점 차 승리의 주역은 어느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최현주였다. 최현주와 양궁 대표팀은 참고 참았던 눈물을 다 함께 쏟아냈다.

금메달의 진정한 가치

원칙과 시스템을 지킨 금메달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까? 양궁 협회와 코칭 스텝의 선택은 눈앞의 실패라는 위험을 감내하더라도 장기적인 성과를 위해 시스템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문 감독은 "올림픽은 한 번만 있는 게 아니다. 그다음 또 그다음 계속될 텐데 갈등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은 절대 안 된다. 그래서 그 당시에 원칙을 정말 잘 지켰다"고 설명했다.

6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모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미국을 꺾은 구본찬, 김우진, 이승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16.8.7)6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모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미국을 꺾은 구본찬, 김우진, 이승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16.8.7)

여자 양궁의 올림픽 7회 연속 우승 신화와 리우 올림픽에서 남자 양궁이 8년 만에 왕좌를 탈환한 진짜 비결은 '원칙과 시스템'이었다. 선수들은 오직 실력으로만 무한경쟁을 펼치고, 그 과정에서 투명성을 보장하는 선발전 시스템이야말로 한국 양궁의 지속적인 성과를 만들어 낸 디딤돌이 됐다. 제대로 작동하는, 그래서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 양궁 국가대표 선발 시스템, 여기에 한국 양궁의 경쟁력이 있다.

계속되는 양궁 신화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의미도 적지 않다. 원칙과 시스템을 지키고, 그에 대한 모두의 신뢰가 형성됐을 때 최상의 성과도 낼 수 있다. 남자 양궁 대표팀은 설령 한두 번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시스템을 믿고 따라가다 보면 다시 정상에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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