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이장석은 왜 위험한 게임에 빠졌나

입력 2016.08.0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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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단 넥센히어로즈의 경영권 분쟁이 점점 이장석 현 대표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넥센히어로즈 지분 40%를 홍성은 레이니어 그룹회장에게 넘기라는 법원 결정에 불복하고 있는 이 대표에 대해 검찰이 8일 그를 소환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이진동 부장검사)는 재미동포 사업가인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으로부터 20억원대 사기 등 혐의로 고소를 당한 이 대표를 이날 오전 피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를 상대로 홍 회장이 주장한 사기 혐의에 대한 진술을 듣고 회삿돈을 빼돌린 사실이 있는지, 해당 금액의 사용·처리 명목은 무엇인지 등을 확인했다.


두 사람의 분쟁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대표는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한 뒤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자 홍 회장으로부터 10억원씩 두 차례, 총 20억을 받게 된다. 이 때 받은 20억원이 어떤 성격이었는지 대해 두 사람의 말은 전혀 다르다.

이 대표는 단순 차입금이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홍 회장은 지분 양수를 전제로 한 투자였다고 맞서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두 사람의 말이 엇갈리고 있지만 대한 상사중재원의 중재와 서울 중앙지법 판결을 통해 드러난 진실은 홍 회장의 말에 무게가 실린다.

대한상사중재원과 법원이 근거로 삼은 것은 당시 둘이 오갔던 투자계약서다.

이 대표가 발송한 투자 계약서를 보면 ‘지분 20% 매각, 지분 매입가격은 지분 10%를 기준으로 30억원, 투자에 대한 메리트로 공동 구단주 대표 자격 부여’ 등의 구체적인 제안이 명시돼 있다. 즉 처음 제안은 60억원을 주면 지분 20%를 주겠다는 내용으로 보인다.

이후 투자계약서를 받은 홍 회장이 ‘지분 20%에 10억으로 수정해달라’고 값을 깎자 이 대표가 이를 수용한 정황이 있다”는 게 대한상사중재원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홍 대표는 처음에 10억원을 투자했다가 이후 10억원을 추가로 투자한 만큼 총 투자금 20억원에 따른 지분 40% 취득 권한이 홍 회장에게 있다는 게 대한상사중재원이 지난 2012년 내린 결정의 취지다.

이 대표가 이에 불복하자 홍 회장은 서울 중앙지법으로부터 주식을 구하는 집행판결까지 얻어냈고, 이 대표는 홍 회장에 대해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으로 맞섰다.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이 지난달 22일 기각되면서 이 문제에 대한 법적 판단은 사실상 끝난 상태다.


①그럼에도 이 대표는 왜 주식 양도를 거부하고 있을까.

이 대표 측 법률 대리인인 임상수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홍 회장이 계약서라고 주장하는 서류에 나오는 계약의 주체는 이 대표가 아닌 구단”이라면서 “구단은 현재 주식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지분을 넘겨줄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주식은 넘겨줄 방법이 없고, 대신 홍 회장에게 적정한 투자분을 보전해주겠다는 것이 이 대표 측 얘기다.

이에 대해 홍회장 측 대리인인 이정호 변호사(법무법인 천우)는 "이대표가 처음부터 주식 양도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원만한 합의를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형사 고소까지 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주식 40%를 넘기지 않는 한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②만일 주식 40% 인도 대신 투자금을 보전해 준다면 어느 정도가 타당할까.

현재 히어로즈 구단은 재무제표상 만성적자에 300억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다. 장부상 구단가치는 0원이다. 임 변호사는 “현재 (홍회장이 가졌다고 주장하는 ) 지분 40%의 평가액은 0원이지만, 2008년 투자액을 상회하는 28억원을 보전해주겠다고 홍 회장 측에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구계에서는 28억원을 주겠다는 이 대표의 제안을 홍 회장이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포브스 코리아가 매년 발표하는 프로야구단 가치 평가를 보면 넥센의 지난해 구단 가치는 1021억원에 달한다. 이는 넥센의 시장가치, 성적, 연봉 등을 종합해 평가한 것인데 전체 10개 구단 중 7위에 해당한다. 서울의 라이벌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가 1539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돼 전체 1위다.

야구계 관계자는 “넥센의 구단가치가 1000억원이라고 할 때 산술적으로 지분 40%의 가치는 400억원이 된다”면서 “양쪽의 평가가 크게 차이나는 만큼 좀처럼 이번 분쟁이 해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③그렇다면 이 대표는 왜 이렇게 위험한 ‘투자’를 유치했을까.

당시 이 대표의 자금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모기업 없이 독립구단으로 시작한 히어로즈는 당초 스폰서로 나서기로 한 우리담배의 스폰서 계약이 취소되면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내야할 가입금 120억원도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가입금을 내지 못하면 구단 인수 자체가 취소될 상황이었다.


공교롭게도 홍 회장이 20억원을 투자한 이후 히어로즈는 급성장했다. 2014년 코리안 시리즈 진출을 비롯해, 거의 매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강팀으로 성장했다. 박병호, 강정호 등 메이저 리그를 배출했으며, 올해도 시즌 성적이 3위로 상위권이다.

2008년 연 25만명 수준이던 동원 관람객수는 지난해 51만명 수준으로 2배 이상 많아졌다.


두 사람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결국 민사소송을 넘어 형사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검찰은 이번 고소 사건을 고소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 대표의 수십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단서를 포착해 이 대표를 출국금지하고 지난달 14일 넥센 구단 사무실과 이 대표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달 4일에는 남궁종환 넥센 단장을 불러 의혹 관련 내용을 캐물었다.

컨설팅 회사에 다녔던 이 대표는 거의 빈손으로 프로야구단을 인수하는 수완을 발휘해 성공했다. 하지만 사업 초기 급하게 유치한 투자에 발목이 잡혔다.

이 대표와 분쟁을 겪고 있는 홍성은 레이니어 그룹 회장은 충북 청원 출신으로 미국 시애틀에서 성공한 재미교포 실업인이다. 레이니어 그룹은 부동산을 관리하는 회사로 미국에서 골프장과 사우나 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KBO규약은 지배주주 변경은 총회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경영권 분쟁이 향후 신생 강호 넥센 히어로즈의 앞 길에 어떻게 작용할지 야구계와 팬들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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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넥센 이장석은 왜 위험한 게임에 빠졌나
    • 입력 2016-08-08 15:14:15
    취재K
프로야구단 넥센히어로즈의 경영권 분쟁이 점점 이장석 현 대표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넥센히어로즈 지분 40%를 홍성은 레이니어 그룹회장에게 넘기라는 법원 결정에 불복하고 있는 이 대표에 대해 검찰이 8일 그를 소환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이진동 부장검사)는 재미동포 사업가인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으로부터 20억원대 사기 등 혐의로 고소를 당한 이 대표를 이날 오전 피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를 상대로 홍 회장이 주장한 사기 혐의에 대한 진술을 듣고 회삿돈을 빼돌린 사실이 있는지, 해당 금액의 사용·처리 명목은 무엇인지 등을 확인했다.


두 사람의 분쟁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대표는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한 뒤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자 홍 회장으로부터 10억원씩 두 차례, 총 20억을 받게 된다. 이 때 받은 20억원이 어떤 성격이었는지 대해 두 사람의 말은 전혀 다르다.

이 대표는 단순 차입금이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홍 회장은 지분 양수를 전제로 한 투자였다고 맞서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두 사람의 말이 엇갈리고 있지만 대한 상사중재원의 중재와 서울 중앙지법 판결을 통해 드러난 진실은 홍 회장의 말에 무게가 실린다.

대한상사중재원과 법원이 근거로 삼은 것은 당시 둘이 오갔던 투자계약서다.

이 대표가 발송한 투자 계약서를 보면 ‘지분 20% 매각, 지분 매입가격은 지분 10%를 기준으로 30억원, 투자에 대한 메리트로 공동 구단주 대표 자격 부여’ 등의 구체적인 제안이 명시돼 있다. 즉 처음 제안은 60억원을 주면 지분 20%를 주겠다는 내용으로 보인다.

이후 투자계약서를 받은 홍 회장이 ‘지분 20%에 10억으로 수정해달라’고 값을 깎자 이 대표가 이를 수용한 정황이 있다”는 게 대한상사중재원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홍 대표는 처음에 10억원을 투자했다가 이후 10억원을 추가로 투자한 만큼 총 투자금 20억원에 따른 지분 40% 취득 권한이 홍 회장에게 있다는 게 대한상사중재원이 지난 2012년 내린 결정의 취지다.

이 대표가 이에 불복하자 홍 회장은 서울 중앙지법으로부터 주식을 구하는 집행판결까지 얻어냈고, 이 대표는 홍 회장에 대해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으로 맞섰다.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이 지난달 22일 기각되면서 이 문제에 대한 법적 판단은 사실상 끝난 상태다.


①그럼에도 이 대표는 왜 주식 양도를 거부하고 있을까.

이 대표 측 법률 대리인인 임상수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홍 회장이 계약서라고 주장하는 서류에 나오는 계약의 주체는 이 대표가 아닌 구단”이라면서 “구단은 현재 주식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지분을 넘겨줄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주식은 넘겨줄 방법이 없고, 대신 홍 회장에게 적정한 투자분을 보전해주겠다는 것이 이 대표 측 얘기다.

이에 대해 홍회장 측 대리인인 이정호 변호사(법무법인 천우)는 "이대표가 처음부터 주식 양도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원만한 합의를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형사 고소까지 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주식 40%를 넘기지 않는 한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②만일 주식 40% 인도 대신 투자금을 보전해 준다면 어느 정도가 타당할까.

현재 히어로즈 구단은 재무제표상 만성적자에 300억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다. 장부상 구단가치는 0원이다. 임 변호사는 “현재 (홍회장이 가졌다고 주장하는 ) 지분 40%의 평가액은 0원이지만, 2008년 투자액을 상회하는 28억원을 보전해주겠다고 홍 회장 측에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구계에서는 28억원을 주겠다는 이 대표의 제안을 홍 회장이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포브스 코리아가 매년 발표하는 프로야구단 가치 평가를 보면 넥센의 지난해 구단 가치는 1021억원에 달한다. 이는 넥센의 시장가치, 성적, 연봉 등을 종합해 평가한 것인데 전체 10개 구단 중 7위에 해당한다. 서울의 라이벌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가 1539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돼 전체 1위다.

야구계 관계자는 “넥센의 구단가치가 1000억원이라고 할 때 산술적으로 지분 40%의 가치는 400억원이 된다”면서 “양쪽의 평가가 크게 차이나는 만큼 좀처럼 이번 분쟁이 해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③그렇다면 이 대표는 왜 이렇게 위험한 ‘투자’를 유치했을까.

당시 이 대표의 자금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모기업 없이 독립구단으로 시작한 히어로즈는 당초 스폰서로 나서기로 한 우리담배의 스폰서 계약이 취소되면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내야할 가입금 120억원도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가입금을 내지 못하면 구단 인수 자체가 취소될 상황이었다.


공교롭게도 홍 회장이 20억원을 투자한 이후 히어로즈는 급성장했다. 2014년 코리안 시리즈 진출을 비롯해, 거의 매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강팀으로 성장했다. 박병호, 강정호 등 메이저 리그를 배출했으며, 올해도 시즌 성적이 3위로 상위권이다.

2008년 연 25만명 수준이던 동원 관람객수는 지난해 51만명 수준으로 2배 이상 많아졌다.


두 사람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결국 민사소송을 넘어 형사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검찰은 이번 고소 사건을 고소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 대표의 수십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단서를 포착해 이 대표를 출국금지하고 지난달 14일 넥센 구단 사무실과 이 대표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달 4일에는 남궁종환 넥센 단장을 불러 의혹 관련 내용을 캐물었다.

컨설팅 회사에 다녔던 이 대표는 거의 빈손으로 프로야구단을 인수하는 수완을 발휘해 성공했다. 하지만 사업 초기 급하게 유치한 투자에 발목이 잡혔다.

이 대표와 분쟁을 겪고 있는 홍성은 레이니어 그룹 회장은 충북 청원 출신으로 미국 시애틀에서 성공한 재미교포 실업인이다. 레이니어 그룹은 부동산을 관리하는 회사로 미국에서 골프장과 사우나 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KBO규약은 지배주주 변경은 총회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경영권 분쟁이 향후 신생 강호 넥센 히어로즈의 앞 길에 어떻게 작용할지 야구계와 팬들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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