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과거를 금빛으로 밝힌 그들의 이야기!

입력 2016.08.0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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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은 시련의 크기에 비례한다. '올림픽'이란 무대는 평범한 명제를 다시 한 번 각인시켜주는 시간이다. 206개 국, 만 5천여 명의 선수가 보여주는 땀과 노력의 드라마에서 우리는 감동한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시련을 이겨내고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이 화제다.

꽃미남 수영스타의 몰락과 재기

"당신이 최고가 되는 것은 잠깐뿐이고 곧바로 과거가 된다"

최근 자서전에서 밝혔듯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그가 경찰서를 드나들기까지 2년도 걸리지 않았다. 미국 수영 최초 흑인 대표 '앤서니 어빈'의 이야기다.

엔서니 어빈 페이스북엔서니 어빈 페이스북

어빈은 19세의 나이에 2000년 시드니올림픽 자유형 5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꽃미남 수영스타' '미국 수영 최초 흑인 대표'라는 인생의 절정에 올라섰다. 게다가 팀동료 개리 홀 주니어와 동시에 21초98을 기록하며 올림픽 수영 종목 역사상 두번째로 공동 우승의 진기록도 남겼다. 이후 어빈은 이듬해 일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 50m·100m에서 2관왕까지 거머쥐었다.

유년시절 타고난 문제아였던 어빈은 투렛증후군(이유 없이 몸을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틱장애의 일종) 판정을 받았다. 어빈의 부모님은 그가 운동에 전념하면 공격성과 반항기가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며 수영을 권했다. 부모님의 기대는 정확했다. 어빈은 곧바로 두각을 나타냈다. 유년시절 코치는 그의 수영법을 보고 "물살을 미끄러지듯이 헤엄치는 창꼬치(barracuda) 같다"며 극찬하기도 했다.

엔서니 어빈 페이스북엔서니 어빈 페이스북

하지만 목표가 사라지자 그는 곧바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돌연 은퇴한 후 담배와 마약, 술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안정제 과다 복용으로 자살 시도까지 했다. 어빈은 "갖고 있던 약을 모두 입에 털어 넣고 자살을 시도했는데 아침에 깨어나 실망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시속 288㎞로 오토바이를 몰다가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던 중 어깨 골절까지 당하며 그는 과거의 영광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끊임없이 자신을 파괴하려 했던 어빈은 어느날 자살에 실패한 후 '죽지 못할 바엔 다시 태어나야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담배부터 끊었고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그를 지켜봐준 수영 코치의 도움을 받아 혹독한 훈련을 거쳐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복귀해 50m 5위에 올랐다. 이것을 시작으로 2013년 바르셀로나 세계선수권대회서 미국 대표로 남자 계영 400m 은메달을 차지해 부활의 신호탄을 쐈고 결국 이번 올림픽에 미국 수영대표팀의 최고령(35세) 선수로 출전한 어빈은 16년 만에 다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왼손에 새긴 문신의 의미

브라질의 첫 금메달리스트 실바는 갱단 출신이라는 어두운 과거를 딛고 세계 정상에 올랐다. 애초 예상하지 못했던 금메달이었다. 실바는 경기 시작 1분여 만에 절반을 따내며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브라질의 하파엘라 실바가 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리오카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유도 57㎏급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인 수미야 도르지수렌(몽골)에 절반승을 거두고 개최국 조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브라질의 하파엘라 실바가 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리오카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유도 57㎏급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인 수미야 도르지수렌(몽골)에 절반승을 거두고 개최국 조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실바는 인생역전의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그는 브라질 빈민가 파벨라(Favela) 출신이다. 파벨라는 언덕이나 산 밑에 있어 '신의 도시(City of God)'라고 불리지만 범죄자가 숨어 있는 빈민가다. 실바는 어린 시절 갱단과 어울리며 이들과 함께 싸움에 휘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뒷골목의 불량 소녀는 유도를 만나며 새로운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실바는 브라질의 유도 영웅 플라비우 칸투가 2003년부터 리우의 빈민가에 세운 '리액션 학교'에서 유도를 배웠다. 실바의 재능은 금세 눈에 띄었다. 실바는 올림픽이라는 삶의 목표를 발견했다.

실바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참가했지만 규정 위반으로 실격됐다. 돌아온 것은 고국의 비아냥이었다. 실바가 탈락한 뒤 SNS에는 "원숭이가 있어야 할 곳은 우리"라며 "너는 올림피언이 아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비난의 이유는 그녀의 검은 피부 때문이었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브라질에서 백인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피부가 검은 브라질인은 대부분 빈민가에 몰려 살며 극심한 가난을 겪고 있다.


실바의 오른팔 안쪽에는 올림픽 오륜기와 "하나님은 내가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알고 계신다"라는 포르투갈어 문신이 새겨져 있다. 그의 내적인 고민과 아픔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실바는 4년 만에 자국에서 다시 맞이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시상대에 오른 실바는 일제히 발을 구르는 방식으로 뜨거운 응원을 보내준 브라질 홈 관중 앞에서 끝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딸을 걱정해 예선전까지 경기장에 오지도 못했다는 실바의 아버지 루이즈 카를로스도 관중석 한편에서 박수를 보냈다.

실바는 "팬들, 특히 내가 자라난 '시티오브갓'의 아이들은 나의 힘"이라며 "내가 그곳의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면, 아이들이 나를 보고 스포츠를 통해 꿈을 찾고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감동은 시련의 크기에 비례한다

엔서니 어빈 페이스북엔서니 어빈 페이스북

틱장애를 이겨내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자살까지 시도했던 앤서니 어빈. 빈민가 갱단과 어울리던 과거와 단절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하파엘라 실바. 두 사람은 올림픽을 통해 새로운 삶을 개척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차별과 편견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그들은 올림픽 정신의 산물이다. 사람들이 그들의 평탄하지 않은 삶과 이를 이겨내려는 노력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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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두운 과거를 금빛으로 밝힌 그들의 이야기!
    • 입력 2016-08-09 19:01:53
    취재K
감동은 시련의 크기에 비례한다. '올림픽'이란 무대는 평범한 명제를 다시 한 번 각인시켜주는 시간이다. 206개 국, 만 5천여 명의 선수가 보여주는 땀과 노력의 드라마에서 우리는 감동한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시련을 이겨내고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이 화제다.

꽃미남 수영스타의 몰락과 재기

"당신이 최고가 되는 것은 잠깐뿐이고 곧바로 과거가 된다"

최근 자서전에서 밝혔듯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그가 경찰서를 드나들기까지 2년도 걸리지 않았다. 미국 수영 최초 흑인 대표 '앤서니 어빈'의 이야기다.

엔서니 어빈 페이스북
어빈은 19세의 나이에 2000년 시드니올림픽 자유형 5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꽃미남 수영스타' '미국 수영 최초 흑인 대표'라는 인생의 절정에 올라섰다. 게다가 팀동료 개리 홀 주니어와 동시에 21초98을 기록하며 올림픽 수영 종목 역사상 두번째로 공동 우승의 진기록도 남겼다. 이후 어빈은 이듬해 일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 50m·100m에서 2관왕까지 거머쥐었다.

유년시절 타고난 문제아였던 어빈은 투렛증후군(이유 없이 몸을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틱장애의 일종) 판정을 받았다. 어빈의 부모님은 그가 운동에 전념하면 공격성과 반항기가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며 수영을 권했다. 부모님의 기대는 정확했다. 어빈은 곧바로 두각을 나타냈다. 유년시절 코치는 그의 수영법을 보고 "물살을 미끄러지듯이 헤엄치는 창꼬치(barracuda) 같다"며 극찬하기도 했다.

엔서니 어빈 페이스북
하지만 목표가 사라지자 그는 곧바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돌연 은퇴한 후 담배와 마약, 술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안정제 과다 복용으로 자살 시도까지 했다. 어빈은 "갖고 있던 약을 모두 입에 털어 넣고 자살을 시도했는데 아침에 깨어나 실망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시속 288㎞로 오토바이를 몰다가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던 중 어깨 골절까지 당하며 그는 과거의 영광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끊임없이 자신을 파괴하려 했던 어빈은 어느날 자살에 실패한 후 '죽지 못할 바엔 다시 태어나야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담배부터 끊었고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그를 지켜봐준 수영 코치의 도움을 받아 혹독한 훈련을 거쳐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복귀해 50m 5위에 올랐다. 이것을 시작으로 2013년 바르셀로나 세계선수권대회서 미국 대표로 남자 계영 400m 은메달을 차지해 부활의 신호탄을 쐈고 결국 이번 올림픽에 미국 수영대표팀의 최고령(35세) 선수로 출전한 어빈은 16년 만에 다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왼손에 새긴 문신의 의미

브라질의 첫 금메달리스트 실바는 갱단 출신이라는 어두운 과거를 딛고 세계 정상에 올랐다. 애초 예상하지 못했던 금메달이었다. 실바는 경기 시작 1분여 만에 절반을 따내며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브라질의 하파엘라 실바가 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리오카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유도 57㎏급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인 수미야 도르지수렌(몽골)에 절반승을 거두고 개최국 조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실바는 인생역전의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그는 브라질 빈민가 파벨라(Favela) 출신이다. 파벨라는 언덕이나 산 밑에 있어 '신의 도시(City of God)'라고 불리지만 범죄자가 숨어 있는 빈민가다. 실바는 어린 시절 갱단과 어울리며 이들과 함께 싸움에 휘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뒷골목의 불량 소녀는 유도를 만나며 새로운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실바는 브라질의 유도 영웅 플라비우 칸투가 2003년부터 리우의 빈민가에 세운 '리액션 학교'에서 유도를 배웠다. 실바의 재능은 금세 눈에 띄었다. 실바는 올림픽이라는 삶의 목표를 발견했다.

실바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참가했지만 규정 위반으로 실격됐다. 돌아온 것은 고국의 비아냥이었다. 실바가 탈락한 뒤 SNS에는 "원숭이가 있어야 할 곳은 우리"라며 "너는 올림피언이 아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비난의 이유는 그녀의 검은 피부 때문이었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브라질에서 백인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피부가 검은 브라질인은 대부분 빈민가에 몰려 살며 극심한 가난을 겪고 있다.


실바의 오른팔 안쪽에는 올림픽 오륜기와 "하나님은 내가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알고 계신다"라는 포르투갈어 문신이 새겨져 있다. 그의 내적인 고민과 아픔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실바는 4년 만에 자국에서 다시 맞이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시상대에 오른 실바는 일제히 발을 구르는 방식으로 뜨거운 응원을 보내준 브라질 홈 관중 앞에서 끝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딸을 걱정해 예선전까지 경기장에 오지도 못했다는 실바의 아버지 루이즈 카를로스도 관중석 한편에서 박수를 보냈다.

실바는 "팬들, 특히 내가 자라난 '시티오브갓'의 아이들은 나의 힘"이라며 "내가 그곳의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면, 아이들이 나를 보고 스포츠를 통해 꿈을 찾고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감동은 시련의 크기에 비례한다

엔서니 어빈 페이스북
틱장애를 이겨내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자살까지 시도했던 앤서니 어빈. 빈민가 갱단과 어울리던 과거와 단절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하파엘라 실바. 두 사람은 올림픽을 통해 새로운 삶을 개척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차별과 편견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그들은 올림픽 정신의 산물이다. 사람들이 그들의 평탄하지 않은 삶과 이를 이겨내려는 노력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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