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금메달 5개 이상 따오라!”

입력 2016.08.09 (19:55) 수정 2016.08.09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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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 제재의 어려움 속에서도 '스포츠 강국'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다목적 포석이 깔려있다. 우선 경쟁과 흥미를 통해 주민들의 충성심을 이끌어 내고 정치적 관심을 스포츠로 돌려 내부 결속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또 국제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둠으로써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고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해보려는 목적도 있다. 김정은이 이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선수단을 출전시키고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을 보내 적극적인 '스포츠 외교'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北 목표 '금메달 5개'는 김정은 지시

리우올림픽 출전 북한 선수단이 브라질행 항공기로 환승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했다.리우올림픽 출전 북한 선수단이 브라질행 항공기로 환승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했다.

북한이 금메달 5개를 목표로 세운 것은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달 최측근인 최룡해 부위원장 겸 국가체육지도위원장에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얼마나 딸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최룡해는 이종무 체육상과 손광호 체육성 부상과 함께 김정은을 찾아가 '금메달 3개, 은메달 6개, 동메달 6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김정은은 "금메달 3개는 적다"며 "적어도 금메달 5, 6개는 따서 돌아와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는 것이다.(도쿄신문 8월 2일 보도)

북한은 이번 올림픽에서 9개 종목에 선수 31명이 출전했다. 금메달 5개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따 20위를 차지한 것 보다 한층 강화된 목표다. 올림픽에 대비해 그동안 쏟은 훈련 강도와 훈련 양은 알 수 없지만 김정은의 지시인만큼 선수들과 최룡해의 심적 부담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北 목표 달성 첫 단추부터 '빨간불'

북한의 첫 금메달을 기대했던 엄윤철이 중국선수 룽칭취안에 패해 은메달에 그쳤다.북한의 첫 금메달을 기대했던 엄윤철이 중국선수 룽칭취안에 패해 은메달에 그쳤다.


최룡해 부위원장이 엄윤철이 기대에 못 미친 은메달에 그치자 굳은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최룡해 부위원장이 엄윤철이 기대에 못 미친 은메달에 그치자 굳은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김정은의 지시가 큰 부담이었을까? 런던 올림픽에 이어 북한의 첫 금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했던 북한의 역도 영웅 엄윤철이 금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엄윤철은 역도 56kg급 결승에서 인상 134kg, 용상 169kg, 합계 303kg을 들어 올렸으나 합계 307kg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운 중국의 룽칭취안(龍淸泉)에게 무릎을 꿇었다. 첫 단추부터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엄윤철은 "금메달을 따지 못했으니 영웅이 아니다"라고 자책하며 "인민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는데 경기를 못해 이렇게 됐다. 정말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최룡해는 역도경기장에 직접 나와 엄윤철을 응원했으나 은메달에 그치자 굳은 표정을 지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림정심은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 역도 69kg급에서 금메달을 땄다.림정심은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 역도 69kg급에서 금메달을 땄다.


리세광은 ‘리세광 동작’으로도 유명하다. 라이벌인 양학선 선수가 부상해 출전하지 못함에 따라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이 유력시 되고 있다.리세광은 ‘리세광 동작’으로도 유명하다. 라이벌인 양학선 선수가 부상해 출전하지 못함에 따라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이 유력시 되고 있다.


홍은정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기계체조 여자 도마부문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홍은정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기계체조 여자 도마부문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정학진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자유형 57kg급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번 리우올림픽에 도전장을 냈다.정학진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자유형 57kg급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번 리우올림픽에 도전장을 냈다.

북한은 역도와 육상, 수영, 사격, 체조, 유도, 탁구, 양궁, 레슬링 등 9개 종목에 출전했다. 강세를 보이는 종목은 역도와 체조, 레슬링 등이다. 역도에서 엄윤철이 은메달에 그쳤으나 런던 올림픽 여자 역도 69kg급에서 금메달을 딴 림정심이 2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체조에서는 북한의 체조영웅 리세광과 홍은정이 금메달을 노린다. 레슬링에서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레슬링 자유형 57kg에서 금메달을 따 주목을 받았던 정학진이 이번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들에게 금메달 5개라는 북한의 막중한 목표가 달려 있다.

北 금메달리스트 어떤 대우 받나?

정성옥은 1999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에서 우승해 최고 수준인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았다.정성옥은 1999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에서 우승해 최고 수준인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았다.


계순희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여자유도 48kg급에서 금메달을 따 ‘인민체육인’ 칭호를 받았다.계순희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여자유도 48kg급에서 금메달을 따 ‘인민체육인’ 칭호를 받았다.

북한 선수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가면 무슨 상이 기다리고 있을까? 북한 당국은 공화국 영웅과 노력 영웅 등의 칭호를 주고 고급 아파트와 외제 승용차, 연금 등의 파격적인 대우를 해준다. 대표적인 사례로 마라톤의 정성옥과 유도의 계순희 등이다.

엄윤철은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역도 56kg급에서 금메달을 따 ‘노력 영웅’ 칭호를 받았다.엄윤철은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역도 56kg급에서 금메달을 따 ‘노력 영웅’ 칭호를 받았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는 역도선수 엄윤철이 있다. 2014년 9월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계란에 김정은 원수의 사상을 입히면 바위도 깰 수 있다"고 말해 김정은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양날의 칼 위'에 선 최룡해

최룡해 부위원장이 리우올림픽 참석을 위해 브라질 ‘갈레앙국제공항’에 도착했다.최룡해 부위원장이 리우올림픽 참석을 위해 브라질 ‘갈레앙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최룡해는 지난 4일 올림픽 참석을 위해 브라질에 도착한 뒤 각국 수반을 만나며 활발한 '스포츠 외교'에 나섰다.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을 만나 친선협조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스위스, 산마리노의 국가수반과 앙골라, 적도기니, 잠비아의 부대통령,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 카를로스 누즈만 리우올림픽 조직위원회위원장 등을 만났다.(8월7일, 조선중앙통신 보도)

최룡해가 리우올림픽을 계기로 다양한 해외인사와 교류를 하는 일을 북한 매체가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정상적인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제제를 받는 상황을 최대한 희석하기 위해 올림픽을 활용하고 있지만 핵 포기 등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이런 활동들은 실질적인 대외 관계나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룡해는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두 가지 임무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격려하고 감독하며, 고립된 북한의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스포츠 외교'를 활발히 펼치는 것이다. 최룡해는 잘하면 영웅 대접을 받겠지만 잘못하면 위기를 맞을 수 도 있는 양날의 칼 위에 서있는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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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금메달 5개 이상 따오라!”
    • 입력 2016-08-09 19:55:56
    • 수정2016-08-09 19: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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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 제재의 어려움 속에서도 '스포츠 강국'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다목적 포석이 깔려있다. 우선 경쟁과 흥미를 통해 주민들의 충성심을 이끌어 내고 정치적 관심을 스포츠로 돌려 내부 결속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또 국제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둠으로써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고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해보려는 목적도 있다. 김정은이 이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선수단을 출전시키고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을 보내 적극적인 '스포츠 외교'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北 목표 '금메달 5개'는 김정은 지시

리우올림픽 출전 북한 선수단이 브라질행 항공기로 환승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했다.
북한이 금메달 5개를 목표로 세운 것은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달 최측근인 최룡해 부위원장 겸 국가체육지도위원장에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얼마나 딸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최룡해는 이종무 체육상과 손광호 체육성 부상과 함께 김정은을 찾아가 '금메달 3개, 은메달 6개, 동메달 6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김정은은 "금메달 3개는 적다"며 "적어도 금메달 5, 6개는 따서 돌아와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는 것이다.(도쿄신문 8월 2일 보도)

북한은 이번 올림픽에서 9개 종목에 선수 31명이 출전했다. 금메달 5개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따 20위를 차지한 것 보다 한층 강화된 목표다. 올림픽에 대비해 그동안 쏟은 훈련 강도와 훈련 양은 알 수 없지만 김정은의 지시인만큼 선수들과 최룡해의 심적 부담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北 목표 달성 첫 단추부터 '빨간불'

북한의 첫 금메달을 기대했던 엄윤철이 중국선수 룽칭취안에 패해 은메달에 그쳤다.

최룡해 부위원장이 엄윤철이 기대에 못 미친 은메달에 그치자 굳은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김정은의 지시가 큰 부담이었을까? 런던 올림픽에 이어 북한의 첫 금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했던 북한의 역도 영웅 엄윤철이 금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엄윤철은 역도 56kg급 결승에서 인상 134kg, 용상 169kg, 합계 303kg을 들어 올렸으나 합계 307kg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운 중국의 룽칭취안(龍淸泉)에게 무릎을 꿇었다. 첫 단추부터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엄윤철은 "금메달을 따지 못했으니 영웅이 아니다"라고 자책하며 "인민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는데 경기를 못해 이렇게 됐다. 정말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최룡해는 역도경기장에 직접 나와 엄윤철을 응원했으나 은메달에 그치자 굳은 표정을 지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림정심은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 역도 69kg급에서 금메달을 땄다.

리세광은 ‘리세광 동작’으로도 유명하다. 라이벌인 양학선 선수가 부상해 출전하지 못함에 따라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이 유력시 되고 있다.

홍은정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기계체조 여자 도마부문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정학진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자유형 57kg급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번 리우올림픽에 도전장을 냈다.
북한은 역도와 육상, 수영, 사격, 체조, 유도, 탁구, 양궁, 레슬링 등 9개 종목에 출전했다. 강세를 보이는 종목은 역도와 체조, 레슬링 등이다. 역도에서 엄윤철이 은메달에 그쳤으나 런던 올림픽 여자 역도 69kg급에서 금메달을 딴 림정심이 2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체조에서는 북한의 체조영웅 리세광과 홍은정이 금메달을 노린다. 레슬링에서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레슬링 자유형 57kg에서 금메달을 따 주목을 받았던 정학진이 이번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들에게 금메달 5개라는 북한의 막중한 목표가 달려 있다.

北 금메달리스트 어떤 대우 받나?

정성옥은 1999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에서 우승해 최고 수준인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았다.

계순희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여자유도 48kg급에서 금메달을 따 ‘인민체육인’ 칭호를 받았다.
북한 선수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가면 무슨 상이 기다리고 있을까? 북한 당국은 공화국 영웅과 노력 영웅 등의 칭호를 주고 고급 아파트와 외제 승용차, 연금 등의 파격적인 대우를 해준다. 대표적인 사례로 마라톤의 정성옥과 유도의 계순희 등이다.

엄윤철은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역도 56kg급에서 금메달을 따 ‘노력 영웅’ 칭호를 받았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는 역도선수 엄윤철이 있다. 2014년 9월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계란에 김정은 원수의 사상을 입히면 바위도 깰 수 있다"고 말해 김정은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양날의 칼 위'에 선 최룡해

최룡해 부위원장이 리우올림픽 참석을 위해 브라질 ‘갈레앙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최룡해는 지난 4일 올림픽 참석을 위해 브라질에 도착한 뒤 각국 수반을 만나며 활발한 '스포츠 외교'에 나섰다.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을 만나 친선협조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스위스, 산마리노의 국가수반과 앙골라, 적도기니, 잠비아의 부대통령,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 카를로스 누즈만 리우올림픽 조직위원회위원장 등을 만났다.(8월7일, 조선중앙통신 보도)

최룡해가 리우올림픽을 계기로 다양한 해외인사와 교류를 하는 일을 북한 매체가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정상적인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제제를 받는 상황을 최대한 희석하기 위해 올림픽을 활용하고 있지만 핵 포기 등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이런 활동들은 실질적인 대외 관계나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룡해는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두 가지 임무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격려하고 감독하며, 고립된 북한의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스포츠 외교'를 활발히 펼치는 것이다. 최룡해는 잘하면 영웅 대접을 받겠지만 잘못하면 위기를 맞을 수 도 있는 양날의 칼 위에 서있는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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