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 핵심 서식지 관통’…그래도 케이블카?

입력 2016.08.13 (13:16) 수정 2016.08.1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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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노선 아래 멸종위기종은?

오색에서 끝청까지, 산림을 가르며 철탑 지주와 케이블이 들어섭니다. 지난해 2015년 8월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설악산 케이블카 노선 조감도입니다. 이 지역에는 어떤 동식물들이 있을까요? 멸종위기종이나 보호종은 얼마나 있을까요? 케이블카가 설치돼도 무사할까요?

지난달 7월 원주지방환경청에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이 제출됐습니다. 케이블카 노선을 중심으로 무인카메라와 현장 조사를 통해 동물과 식물상을 비교적 상세하게 조사한 내용입니다. 케이블카 설치에 따른 멸종위기종 서식지 훼손 예측과 저감 방안도 담겨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케이블카 노선의 직접 영향권인 500m 거리 안에 다양한 멸종위기 포유류가 사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노선 전 구간에 걸쳐 멸종위기 1급 종인 산양이 포착됩니다. 노선 아래쪽 계곡에서는 역시 멸종위기 1급인 수달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육상 포유류 가운데 최상위 포식자인 담비(멸종위기 2급)도 3번 지주부터 상부 정류장 사이에서 관찰됐습니다. 삵(멸종위기 2급)과 하늘다람쥐(멸종위기 2급), 무산쇠족제비(멸종위기2급)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케이블카는 온갖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가로지르는 셈입니다. 국립공원위원회는 1년 전 이런 사실을 충분히 알고도 케이블카 사업을 승인했을까요?


위 도표는 2015년 국립공원위원회에 제출된 '자연환경영향검토서'의 멸종위기종 조사 내용입니다. 한눈에 봐도 이번 '환경영향평가서'와 차이가 납니다. 자연환경영향검토서는 산양 서식 확인 지점이 5곳에 불과했지만 환경영향평가서에서는 22곳이나 됩니다. 담비도 6곳에 불과했지만 14곳으로 늘었고 삵도 5곳이 43으로 늘었습니다. 무산쇠족제비는 '자연환경영향검토서'에서 아예 기록되지도 않았습니다.

케이블카 예정 지역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어린 산양과 성체케이블카 예정 지역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어린 산양과 성체

직접 영향권 내 어린 산양 5마리 포착... "산양 핵심 서식지"

양양군청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당시 케이블카 노선이 산양의 통과 지역일 뿐 주 서식지는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서 내용을 보면 양양군의 주장은 잘못임이 드러납니다. 케이블카 직접 영향권 500m 안에서 어린 산양이 5마리 발견됐고 1km 간접영향권에서 2마리가 발견됐습니다. 어린 산양이 있다는 것은 해당 지역을 산양 번식지인 '핵심 서식처'로 볼 수 있는 근거입니다.

무인 카메라에 포착된 산양의 이동 경로를 보면 좀 더 명확해집니다. 산양의 개별 특징을 근거로 개체별로 번호를 붙인 뒤 산양이 어떻게 이동했는지 분석한 겁니다.






산양 활동 영역은 1㎢... 어디로 가나?

무인카메라 관측 내용을 추적하면 일부 산양들이 케이블카 노선을 따라 활동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산양은 활동 영역이 약 1㎢로 덩치에 비해 좁습니다. 특정 지역을 자신의 영역으로 확보한 뒤 그곳에서 번식하고 생활합니다. 산양의 이동 경로가 이런 형태로 관찰됐다는 것은 케이블카 설치 지역이 산양의 주된 서식지라는 또 다른 증거입니다.

케이블카 예정지역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산양케이블카 예정지역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산양

산양은 전국에 약 700~800마리, 그 가운데 설악산에는 최대 251마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색 케이블카 설치 구간에서 무인 카메라에 포착된 산양은 24마리에 이릅니다. 설악산 전체 개체 수의 1/10가량이 케이블카 설치 구간에서 관찰된 겁니다.


위 도표를 보면 케이블카 예정지 곳곳에서 산양의 흔적인 배설물이 발견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산양은 자신의 휴식 공간이나 잠자리에서 배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예정대로 지주가 설치될 경우 몇몇 산양은 자신의 휴식 공간, 잠자리를 빼앗기게 됩니다. 특히 상부 정류장 예정지에서도 산양의 배설물 흔적이 다수 발견됐습니다. 그곳에서 살던 산양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케이블카 노선 아래의 산양도 예전처럼 살 수 있을까요?

케이블카 예정지역에서 발견된 산양 배설물케이블카 예정지역에서 발견된 산양 배설물

산양은 자신의 영역을 다른 개체에 빼앗기거나 상실하게 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경우 서식 환경은 기존의 서식지보다 열악한 곳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고 생존 확률도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알프스 산양을 대상으로 한 외국의 연구 조사에서는 기존의 케이블카를 개축한 뒤 산양 집단 크기가 줄어들고 어린 개체 수가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산양과 담비 등 멸종위기종일수록 서식 환경에 민감합니다. 그런 민감성 때문에 멸종위기에 이른 것입니다. 멸종위기종 보존을 위해서는 서식지의 인위적 간섭을 최소화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케이블카 예정지역에서 발견된 기생꽃. 멸종위기 2급 식물.케이블카 예정지역에서 발견된 기생꽃. 멸종위기 2급 식물.

자연환경영향검토서 멸종위기종 식물 조사 부실

'자연환경영향검토서'는 식생 조사에서도 '환경영향평가서'와 큰 차이를 보입니다.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이 1종에 불과하다고 보고했지만, 환경영향평가서에서는 118종으로 나타났습니다. 특산식물이나 특별산림보호대상 종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지만, 환경영향평가서에서 각각 54종과 16종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제자연보호연합(IUCN)이 정한 국가적색목록 식물도 25종이라고 보고했지만, 85종으로 늘었습니다.

자주솜대(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케이블카 지주 부지에서도 발견됐다.자주솜대(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케이블카 지주 부지에서도 발견됐다.

케이블카 사업으로 훼손되는 멸종위기 식물에 대해서도 자연환경영향검토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환영영향평가서는 6종의 보호종이 소실될 것으로 보고했습니다. 훼손되는 수목도 자연환경영향검토서는 352주라고 언급했지만, 환경영향평가서는 두 배가량인 603주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케이블카 사업비도 지난해 심의 상당시 460억 원이라고 보고했지만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는 587억 원으로 127억 원이 많아졌습니다.

환경단체, "부실 조사 근거한 사업 승인 취소해야"

결국, 국립공원위원회가 지난해 케이블카 사업을 심의할 당시 부실한 자연환경영향검토서와 경제성 분석을 근거로 사업 승인을 내준 만큼 다시 심의해야 한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주장입니다. 더구나 최근 양양군 공무원 2명이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된 만큼 사업 고시도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기소된 공무원 2명은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케이블카 관련 경제성 보고서를 조작해 환경부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끝청에서 바라본 케이블카 예정지. 오른쪽 오색지구에 하부정류장에서 능선을 따라 들어선다.끝청에서 바라본 케이블카 예정지. 오른쪽 오색지구에 하부정류장에서 능선을 따라 들어선다.

원주지방환경청은 현재 '환경영향평가서' 내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일반 개발 사업의 경우 사업 예정지에 멸종위기종이 다수 서식하면 환경영향평가서가 반려되거나 '부동의' 처리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는 것이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의 말입니다.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이미 멸종위기종의 서식에 대한 검토를 끝내고 사업 승인을 냈기 때문에 새삼스레 멸종위기종이 많다는 이유로 사업을 반려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단지 환경훼손 저감 방안 위주로 검토할 뿐이라는 겁니다.

환경부, "재심의 계획 없어... 재판 결과 따를 뿐"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 결정이 부실한 자료를 근거로 했기 때문에 다시 심의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에 대해 환경부는 재심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역시 지난해 공원위원회에서 이미 심의가 끝났다는 겁니다. 환경단체는 행정법원에 공원위원회의 위원 구성과 심의에 하자가 있다며 심의 자체가 무효라는 소송을 내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환경부는 이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다시 심의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케이블카를 반대하는 설악권 주민들의 양양군청 앞 집회. (사진 출처: 연합뉴스)케이블카를 반대하는 설악권 주민들의 양양군청 앞 집회. (사진 출처: 연합뉴스)

설악산 케이블카는 지금까지 세 차례 추진됐다가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80년대에 추진된 케이블카 사업은 문화재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도 두 차례 추진됐지만,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부결됐습니다. 그러다 현 정부 들어 이른바 '규제 완화'의 대표적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광화문 광장 앞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집회. (사진 출처: 연합뉴스)광화문 광장 앞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집회. (사진 출처: 연합뉴스)

설악산은 국립공원이자 천연보호구역 그리고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개발과 성장'보다는 '보전과 공존'의 가치를 내세운 곳입니다. 이런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들어선다는 것은 다른 곳과 달리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아무리 생태적으로 우수하고 보전가치가 큰 곳이라도 '경제 논리'가 앞설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는 겁니다. '개발'의 이익은 눈앞에 보이고 수혜자도 분명합니다. '보전'의 이익은 장기적이고 수혜자가 불분명합니다. 지금 이 시대, 자연과 생명을 대하는 우리의 의식이 어느 수준인지, 설악산 케이블카는 대표적인 잣대가 될 것입니다. 

(사진 자료 제공: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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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양 핵심 서식지 관통’…그래도 케이블카?
    • 입력 2016-08-13 13:16:18
    • 수정2016-08-13 13:43:07
    취재K
케이블카 노선 아래 멸종위기종은?

오색에서 끝청까지, 산림을 가르며 철탑 지주와 케이블이 들어섭니다. 지난해 2015년 8월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설악산 케이블카 노선 조감도입니다. 이 지역에는 어떤 동식물들이 있을까요? 멸종위기종이나 보호종은 얼마나 있을까요? 케이블카가 설치돼도 무사할까요?

지난달 7월 원주지방환경청에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이 제출됐습니다. 케이블카 노선을 중심으로 무인카메라와 현장 조사를 통해 동물과 식물상을 비교적 상세하게 조사한 내용입니다. 케이블카 설치에 따른 멸종위기종 서식지 훼손 예측과 저감 방안도 담겨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케이블카 노선의 직접 영향권인 500m 거리 안에 다양한 멸종위기 포유류가 사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노선 전 구간에 걸쳐 멸종위기 1급 종인 산양이 포착됩니다. 노선 아래쪽 계곡에서는 역시 멸종위기 1급인 수달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육상 포유류 가운데 최상위 포식자인 담비(멸종위기 2급)도 3번 지주부터 상부 정류장 사이에서 관찰됐습니다. 삵(멸종위기 2급)과 하늘다람쥐(멸종위기 2급), 무산쇠족제비(멸종위기2급)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케이블카는 온갖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가로지르는 셈입니다. 국립공원위원회는 1년 전 이런 사실을 충분히 알고도 케이블카 사업을 승인했을까요?


위 도표는 2015년 국립공원위원회에 제출된 '자연환경영향검토서'의 멸종위기종 조사 내용입니다. 한눈에 봐도 이번 '환경영향평가서'와 차이가 납니다. 자연환경영향검토서는 산양 서식 확인 지점이 5곳에 불과했지만 환경영향평가서에서는 22곳이나 됩니다. 담비도 6곳에 불과했지만 14곳으로 늘었고 삵도 5곳이 43으로 늘었습니다. 무산쇠족제비는 '자연환경영향검토서'에서 아예 기록되지도 않았습니다.

케이블카 예정 지역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어린 산양과 성체
직접 영향권 내 어린 산양 5마리 포착... "산양 핵심 서식지"

양양군청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당시 케이블카 노선이 산양의 통과 지역일 뿐 주 서식지는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서 내용을 보면 양양군의 주장은 잘못임이 드러납니다. 케이블카 직접 영향권 500m 안에서 어린 산양이 5마리 발견됐고 1km 간접영향권에서 2마리가 발견됐습니다. 어린 산양이 있다는 것은 해당 지역을 산양 번식지인 '핵심 서식처'로 볼 수 있는 근거입니다.

무인 카메라에 포착된 산양의 이동 경로를 보면 좀 더 명확해집니다. 산양의 개별 특징을 근거로 개체별로 번호를 붙인 뒤 산양이 어떻게 이동했는지 분석한 겁니다.






산양 활동 영역은 1㎢... 어디로 가나?

무인카메라 관측 내용을 추적하면 일부 산양들이 케이블카 노선을 따라 활동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산양은 활동 영역이 약 1㎢로 덩치에 비해 좁습니다. 특정 지역을 자신의 영역으로 확보한 뒤 그곳에서 번식하고 생활합니다. 산양의 이동 경로가 이런 형태로 관찰됐다는 것은 케이블카 설치 지역이 산양의 주된 서식지라는 또 다른 증거입니다.

케이블카 예정지역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산양
산양은 전국에 약 700~800마리, 그 가운데 설악산에는 최대 251마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색 케이블카 설치 구간에서 무인 카메라에 포착된 산양은 24마리에 이릅니다. 설악산 전체 개체 수의 1/10가량이 케이블카 설치 구간에서 관찰된 겁니다.


위 도표를 보면 케이블카 예정지 곳곳에서 산양의 흔적인 배설물이 발견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산양은 자신의 휴식 공간이나 잠자리에서 배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예정대로 지주가 설치될 경우 몇몇 산양은 자신의 휴식 공간, 잠자리를 빼앗기게 됩니다. 특히 상부 정류장 예정지에서도 산양의 배설물 흔적이 다수 발견됐습니다. 그곳에서 살던 산양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케이블카 노선 아래의 산양도 예전처럼 살 수 있을까요?

케이블카 예정지역에서 발견된 산양 배설물
산양은 자신의 영역을 다른 개체에 빼앗기거나 상실하게 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경우 서식 환경은 기존의 서식지보다 열악한 곳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고 생존 확률도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알프스 산양을 대상으로 한 외국의 연구 조사에서는 기존의 케이블카를 개축한 뒤 산양 집단 크기가 줄어들고 어린 개체 수가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산양과 담비 등 멸종위기종일수록 서식 환경에 민감합니다. 그런 민감성 때문에 멸종위기에 이른 것입니다. 멸종위기종 보존을 위해서는 서식지의 인위적 간섭을 최소화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케이블카 예정지역에서 발견된 기생꽃. 멸종위기 2급 식물.
자연환경영향검토서 멸종위기종 식물 조사 부실

'자연환경영향검토서'는 식생 조사에서도 '환경영향평가서'와 큰 차이를 보입니다.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이 1종에 불과하다고 보고했지만, 환경영향평가서에서는 118종으로 나타났습니다. 특산식물이나 특별산림보호대상 종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지만, 환경영향평가서에서 각각 54종과 16종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제자연보호연합(IUCN)이 정한 국가적색목록 식물도 25종이라고 보고했지만, 85종으로 늘었습니다.

자주솜대(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케이블카 지주 부지에서도 발견됐다.
케이블카 사업으로 훼손되는 멸종위기 식물에 대해서도 자연환경영향검토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환영영향평가서는 6종의 보호종이 소실될 것으로 보고했습니다. 훼손되는 수목도 자연환경영향검토서는 352주라고 언급했지만, 환경영향평가서는 두 배가량인 603주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케이블카 사업비도 지난해 심의 상당시 460억 원이라고 보고했지만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는 587억 원으로 127억 원이 많아졌습니다.

환경단체, "부실 조사 근거한 사업 승인 취소해야"

결국, 국립공원위원회가 지난해 케이블카 사업을 심의할 당시 부실한 자연환경영향검토서와 경제성 분석을 근거로 사업 승인을 내준 만큼 다시 심의해야 한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주장입니다. 더구나 최근 양양군 공무원 2명이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된 만큼 사업 고시도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기소된 공무원 2명은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케이블카 관련 경제성 보고서를 조작해 환경부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끝청에서 바라본 케이블카 예정지. 오른쪽 오색지구에 하부정류장에서 능선을 따라 들어선다.
원주지방환경청은 현재 '환경영향평가서' 내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일반 개발 사업의 경우 사업 예정지에 멸종위기종이 다수 서식하면 환경영향평가서가 반려되거나 '부동의' 처리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는 것이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의 말입니다.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이미 멸종위기종의 서식에 대한 검토를 끝내고 사업 승인을 냈기 때문에 새삼스레 멸종위기종이 많다는 이유로 사업을 반려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단지 환경훼손 저감 방안 위주로 검토할 뿐이라는 겁니다.

환경부, "재심의 계획 없어... 재판 결과 따를 뿐"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 결정이 부실한 자료를 근거로 했기 때문에 다시 심의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에 대해 환경부는 재심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역시 지난해 공원위원회에서 이미 심의가 끝났다는 겁니다. 환경단체는 행정법원에 공원위원회의 위원 구성과 심의에 하자가 있다며 심의 자체가 무효라는 소송을 내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환경부는 이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다시 심의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케이블카를 반대하는 설악권 주민들의 양양군청 앞 집회. (사진 출처: 연합뉴스)
설악산 케이블카는 지금까지 세 차례 추진됐다가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80년대에 추진된 케이블카 사업은 문화재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도 두 차례 추진됐지만,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부결됐습니다. 그러다 현 정부 들어 이른바 '규제 완화'의 대표적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광화문 광장 앞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집회. (사진 출처: 연합뉴스)
설악산은 국립공원이자 천연보호구역 그리고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개발과 성장'보다는 '보전과 공존'의 가치를 내세운 곳입니다. 이런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들어선다는 것은 다른 곳과 달리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아무리 생태적으로 우수하고 보전가치가 큰 곳이라도 '경제 논리'가 앞설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는 겁니다. '개발'의 이익은 눈앞에 보이고 수혜자도 분명합니다. '보전'의 이익은 장기적이고 수혜자가 불분명합니다. 지금 이 시대, 자연과 생명을 대하는 우리의 의식이 어느 수준인지, 설악산 케이블카는 대표적인 잣대가 될 것입니다. 

(사진 자료 제공: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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