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해파리의 ‘역습’…피서객도 어민도 비상

입력 2016.08.13 (15:40) 수정 2016.08.1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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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의 기세가 갈수록 무섭다. 올 여름 들어 전국의 해파리 출현율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강독성인 노무라입깃해파리 출현율은 지난해 보다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대 해수욕장을 비롯한 부산지역 해수욕장에서 해파리 쏘임 사고가 지난해 보다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전국 해수욕장에 피서객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기선권현망을 비롯한 연안 어장도 해파리 때문에 어로작업에 큰 지장을 받는 것은 물론 어획량도 급감하고 있다.

동남해안에 노무라입깃해파리 주의경보

해양수산부는 지난 5일 경남 거제와 부산, 울산, 경북 포항 연안에 노무라입깃해파리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노무라입깃해파리 주의 경보는 지난 2013년 이후 3년 만이다.

최근 우리나라 남서해안에 자주 나타나는 노무라입깃해파리. 최대 크기는 180cm, 무게 200kg이고, 독성이 강하며, 주로 중국 해역에서 유입되는 종으로,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어업이나 해수욕객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최근 우리나라 남서해안에 자주 나타나는 노무라입깃해파리. 최대 크기는 180cm, 무게 200kg이고, 독성이 강하며, 주로 중국 해역에서 유입되는 종으로,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어업이나 해수욕객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경남과 전남 전 해역에 보름달물해파리 주의 경보가 발령됐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6월 2일 경남 고성군 고성만과 자란만에 보름달물해파리 주의 경보를 올해 최초로 발령한 데 이어 지난달 6일에는 전북 해역에 보름달물해파리 주의 경보을 내렸다.

보름달물해파리보름달물해파리

해파리 촉수에 독성 강한 자세포

해파리, 특히 노무라입깃해파리의 촉수에는 독성이 강한 자세포(刺細胞,쏘는 세포)가 있어 접촉할 경우 위험하다. 해파리는 근육 수축을 통해 물을 아래쪽으로 밀어내면서 그 반작용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이같은 반작용의 힘이 약해 대부분의 이동을 조류의 흐름에 맡긴다.


이 같은 수동적인 움직임이 독이 있는 자세포를 가진 해파리를 위험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앞에 사람이나 다른 물체가 나타나도 스스로 피해 갈 능력이 없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촉수를 휘두르며 자포(刺胞)를 쏘게 되는 것이다.

혈액순환 장애나 쇼크 일으키기도

이 때문에 매년 수백 명의 피서객이 해파리의 자포에 쏘여 상처를 입거나 쇼크를 일으키기도 한다. 해파리에 쏘이면 상처와 함께 심한 통증이 생긴다. 많은 양의 독이 인체에 들어가면 혈압을 떨어뜨리고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뜰채에 걸린 노무라입깃해파리뜰채에 걸린 노무라입깃해파리

더 심하면 호흡곤란이 오고 쇼크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2012년 8월에는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8살 난 어린이가 해파리에 쏘여 사망하기도 했다.

[연관기사] 해수욕장 해파리 3배 급증…‘독성’얼마나

해파리에 쏘였을 경우 즉시 바닷물이나 식염수로 씻고 바로 촉수를 제거해야 한다. 민간요법으로 사용되었던 식초나 알코올 소독은 자포의 독성을 더 활성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발열과 근육 마비 등 증상이 심하면 즉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해파리에 쏘였을 경우 응급 대처법을 마련했다. 약하게 쏘였을 경우와 심하게 증상이 나타났을 경우로 나누어 대처법을 소개하고 있다.

[바로가기] 독성해파리 접촉피해 응급대처법

우리나라 해안에는 보름달물해파리와 노무라입깃해파리, 작은부레관해파리, 입방해파리, 유령해파리, 커튼원양해파리 등 6종류가 5월에서 11월 사이에 주로 나타난다. 이 가운데 약독성인 보름달물해파리를 제외한 5종이 강독성 또는 맹독성을 지니고 있다.

어장 황폐화에 어로 작업 훼방꾼

해파리는 인체에만 피해를 주는데 그치지 않는다 양식장이나 어장의 어패류에도 독성 자포를 쏘아 집단폐사 시키기도 한다. 남해안 일대에서 멸치를 잡는 기선권현망 업계도 해파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멸치 어군을 발견해 투망을 하고 그물을 끌어 올리면 노무라입깃 해파리가 그물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남해안에서 멸치잡이에 나선 기선저인망어선이 끌어올린 그물 속에 해파리가 절반 쯤 들어있다.남해안에서 멸치잡이에 나선 기선저인망어선이 끌어올린 그물 속에 해파리가 절반 쯤 들어있다.

혼획된 해파리를 처리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물론 이 과정에서 폐사하는 멸치도 많아 어획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어선의 그물에 엉겨 붙어 그물을 망가뜨리는 경우도 많다.

해파리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울진 원전의 경우 최근 10년간 해파리가 취수구에 달라붙어 최근 10년간 14 차례나 가동이 중단되는 등 바닷가에 있는 발전소들이 해파리를 비롯한 해양생물 유입으로 가동 중단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14년 9월에는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 취수구에서 해파리 방지시설의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던 잠수부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해파리 방지·퇴치 시설 설치 부심

이처럼 해파리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자 해양수산부와 각 자치단체에서는 다양한 해파리 방지와 퇴치 방안을 내놓고 있다.

피서객들의 해파리 쏘임 사고를 막기 위해 주요 해수욕장에는 해파리 유입을 방지하기 위한 대형 그물을 바닷속에 설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는 지난 2014년 부터 여름철에 길이 1.4㎞, 높이 3~6m 크기로 백사장에서 80m 지점 떨어진 수영금지 부표와 수상 레저금지 부표 사이에 해파리 차단 망을 설치해 효과를 보고 있다.

해파리 차단용 그물이 해운대 해수욕장 앞바다에 설치돼 있다. 해파리 차단용 그물이 해운대 해수욕장 앞바다에 설치돼 있다.

하지만 덩치가 큰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차단 망에 걸리는 반면 크기가 작은 보름달물해파리 등은 파도에 차단 망을 넘어 해변으로 밀려와 피서객과 접촉하기도 한다. 어선을 투입해 차단 망을 넘어가는 해파리를 손 그물로 제거하거나 119수상 구조대와 해경 요원 등이 직접 포획해 제거하는 경우도 많다.

해운대 해수욕장 일대에서 해경 대원 등이 해파리 수거 작업을 펴고 있다.해운대 해수욕장 일대에서 해경 대원 등이 해파리 수거 작업을 펴고 있다.

해파리의 천적 말쥐치 이용하기도

바닷속에는 해파리를 먹는 물고기도 많다. 쥐치와 용치놀래기 등이 해파리를 포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말쥐치가 해파리의 천적으로 알려지다 보니 각 자치 단체에서 해파리 퇴치를 위해 쥐치 치어를 방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수조에 해파리와 연안에 사는 말쥐치를 함께 넣어 실험한 결과 말쥐치가 해파리를 공격해 잡아먹고 있다.(2004.6.11)수조에 해파리와 연안에 사는 말쥐치를 함께 넣어 실험한 결과 말쥐치가 해파리를 공격해 잡아먹고 있다.(2004.6.11)

그러나 쥐치 치어 방류 사업은 해파리 구제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치어가 방류 해역에서 얼마나 자랄지도 미지수기 때문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이른바 보여주기식 행정의 하나라는 비판을 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해운대 앞바다에서 해운대 구청 직원 등이 해파리의 천적인 말쥐치 치어를 방류하고 있다.해운대 앞바다에서 해운대 구청 직원 등이 해파리의 천적인 말쥐치 치어를 방류하고 있다.

해파리 자동 퇴지 로봇도 등장

해파리 퇴치에 로봇까지 등장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정부는 2년 전부터 마산만 일대를 중심으로 해파리 자동 퇴치 로봇을 이용한 퇴치 작업을 펴고 있다.초음파 감지기가 설치된 스마트 부표가 해파리 떼를 감지하면 로봇이 수면 아래에 있는 스크류로 해파리를 분쇄하는 원리다.

해파리 제거용 로봇 3대가 마산만 연안에서 해파리를 제거하고 있다. 해파리 제거용 로봇 3대가 마산만 연안에서 해파리를 제거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 로봇이 제대로 배치되면 수백억 원의 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스크류의 지름이 30cm 안팎에 불과해 노무라입깃해파리 등 대형 해파리는 물론 수심 1.5m 아래에 있는 해파리는 퇴치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파도에도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선에 그물 매달아 절단 제거로 효과

여러 가지 묘안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가 있는 제거 방법은 선박에 그물을 매달아 이동하는 방법이다. 실제 해파리 제거용 그물을 부착한 어선들이 해파리 밀집 해역을 지나면서 몸통을 절단하는 방식으로 대량 제거하기도 한다.

해파리 절단망을 활용한 해파리 방제 개념도 (출처=해양수산부 자료)해파리 절단망을 활용한 해파리 방제 개념도 (출처=해양수산부 자료)

해양수산부는 지난 6월 2일 해파리 주의 경보를 발령한 이후 해당 지역 어선을 동원해 이 같은 방식으로 1천 톤 이상의 해파리를 제거했다.

보다 근본적인 제거 대책은 해파리가 커서 이동하기 전인 폴립 상태에서 제거하는 것이다. 해파리는 번식력이 강한데다 천적이 적어 순식간에 대규모 무리를 짓게 된다.

폴립 제거로 성체 되기 전 퇴치

해파리는 부착 유생 폴립 한 마리당 성체 5,000마리로 성장한다. 최근 들어 테트라포트를 비롯한 방파제와 해양 인공구조물이 많아져 해파리 폴립의 번식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해파리 폴립은 화학 약품에도 강한데다 천적이 거의 없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환경에 처했다.

새만금 방조제 방파제 구조물에 붙어 있는 보름달물해파리 폴립을 고압 분무기 등을 이용해 제거하고 있다.(2015년 3월)새만금 방조제 방파제 구조물에 붙어 있는 보름달물해파리 폴립을 고압 분무기 등을 이용해 제거하고 있다.(2015년 3월)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해양환경관리공단은 지난 2007년부터 해파리 폴립 제거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시화호, 2014년 마산만에서 보름달물해파리 폴립 제거 사업을 실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새만금에서 해파리 폴립 제거 작업을 대규모로 실시했다.

해파리는 거대한 동물성 플랑크톤

자포(刺胞)동물에 속하는 해파리는 다세포동물 중에서 해면동물 다음으로 단순하다. 호흡이나 소화 등 생리작용이 몸 가운데 강장이라 불리는 빈 공간에서 일어난다. 강장동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조류의 흐름에 따라 주로 이동하는 수동적인 몸의 움직임으로 인해 해파리는 동물성 플랑크톤으로 분류된다. 부유 생물인 플랑크톤은 스스로 운동 능력이 없거나 약하고 수동적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선보인 해파리

"머리와 꼬리가 없다. 얼굴도 눈도 없다. 몸은 연하게 엉켜 있어 타락죽과 같고, 모양은 중이 삿갓을 쓴 것과 같다. 허리에는 치마를 달고 발을 늘어뜨린 채 물속을 떠다닌다. 삿갓 차양 안에는 매우 가늘게 생긴 머리털 같은 것이 무수히 달려 있다."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전이 '자산어보'(玆山魚譜,또는 '현산어보')에서 묘사한 해양생물은 바로 해파리다. 정약전은 해파리를 중국식 한자로 '해타(海鮀)'라 하고, 속명을 해팔어(海八魚)라 했다.

'자산어보'에 나타난 해파리는 노무라입깃해파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자산어보에는 '삶아서 먹거나 회를 만들어 먹는다'고 돼 있기도 하다.

식용 해파리, 어가 소득원으로 각광

대부분의 해파리가 여름철 해적 생물 취급을 받고 있지만 식용으로 어가의 소득원이 되는 해파리도 있다. 지금은 노무라입깃해파리는 거의 먹지 않지만 해파리냉채 등 식재료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해파리는 숲 뿌리해파리다.

숲뿌리해파리. 기수식용해파리라고도 불린다 숲뿌리해파리. 기수식용해파리라고도 불린다


숲뿌리해파리는 우산 모양의 푸른색으로 성체 길이는 30~60㎝가량이며, 발해만 서해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지에 분포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이후 서해안에서 어획량이 증가해 지난 2014년에는 전남 무안에서 염장 가공한 해파리 175t이 중국으로 수출됐다.

숲뿌리해파리는 특히 고혈압 기관지염에 효과가 있고 연골재생 기능이 있어 약품으로 활용될 뿐 아니라 중국과일본 등지에서는 고급 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노무라입깃해파리도 식용으로 개발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해 독성이 강한 노무라입깃해파리에 대한 식용 근거, 영양학적 자료, 안전성에 대한 자료를 확보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새로운 식품원료로 인정을 받았다. 수산과학원은 노무라입깃해파리를 이용한 장조림, 해물볶음, 파스타, 양갱 등을 선보였다.

[연관기사] 골칫거리 ‘노무라입깃 해파리’, 식탁에 오른다

식품위생법에는 식품원료로 등재된 소재만 가공유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노무라입깃해파리를 식품원료로 등재하면서 식품으로 가공유통이 가능해졌고 독성해파리의 처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을 끌고 있다. 또한 자산어보에 소개됐던 노무라입깃해파리의 식용이 200여 년 만에 재연된 셈이다.

생태계 불균형이 가져온 피해

노무라입깃해파리로 대변되는 유해 해파리가 우리나라에 대량으로 나타나서 피해를 주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이후 양식장과 연안 어장의 어획량도 크게 줄고 있다.

최근 들어 해파리가 급속히 늘어난 것은 인간의 해양생물 남획과 무분별한 해양구조물 건설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해양생물들이 경쟁하고 공생하던 바다의 생태계가 무너지고 인공 구조물들이 해파리 폴립이 자라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름달물해파리떼보름달물해파리떼

인간에게 유익한 어류보다는 해파리의 서식과 생존이 유리한 조건이 갖춰지면서 해파리의 대규모 역습이 시작된 것이다. 해파리는 수억 년 간 진화가 제대로 안된 원시생물이다. 6억 년 이상된 해파리 화석도 한반도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먹이를 찾아 움직일 때는 특별한 수학적 패턴을 따르기도 하고 먹이가 많은 곳을 탐지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해파리의 역습을 막기 위해서는 해양 생태계 복원과 함께 가장 원시적인 생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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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플러스] 해파리의 ‘역습’…피서객도 어민도 비상
    • 입력 2016-08-13 15:40:54
    • 수정2016-08-16 10: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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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의 기세가 갈수록 무섭다. 올 여름 들어 전국의 해파리 출현율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강독성인 노무라입깃해파리 출현율은 지난해 보다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대 해수욕장을 비롯한 부산지역 해수욕장에서 해파리 쏘임 사고가 지난해 보다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전국 해수욕장에 피서객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기선권현망을 비롯한 연안 어장도 해파리 때문에 어로작업에 큰 지장을 받는 것은 물론 어획량도 급감하고 있다.

동남해안에 노무라입깃해파리 주의경보

해양수산부는 지난 5일 경남 거제와 부산, 울산, 경북 포항 연안에 노무라입깃해파리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노무라입깃해파리 주의 경보는 지난 2013년 이후 3년 만이다.

최근 우리나라 남서해안에 자주 나타나는 노무라입깃해파리. 최대 크기는 180cm, 무게 200kg이고, 독성이 강하며, 주로 중국 해역에서 유입되는 종으로,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어업이나 해수욕객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경남과 전남 전 해역에 보름달물해파리 주의 경보가 발령됐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6월 2일 경남 고성군 고성만과 자란만에 보름달물해파리 주의 경보를 올해 최초로 발령한 데 이어 지난달 6일에는 전북 해역에 보름달물해파리 주의 경보을 내렸다.

보름달물해파리
해파리 촉수에 독성 강한 자세포

해파리, 특히 노무라입깃해파리의 촉수에는 독성이 강한 자세포(刺細胞,쏘는 세포)가 있어 접촉할 경우 위험하다. 해파리는 근육 수축을 통해 물을 아래쪽으로 밀어내면서 그 반작용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이같은 반작용의 힘이 약해 대부분의 이동을 조류의 흐름에 맡긴다.


이 같은 수동적인 움직임이 독이 있는 자세포를 가진 해파리를 위험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앞에 사람이나 다른 물체가 나타나도 스스로 피해 갈 능력이 없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촉수를 휘두르며 자포(刺胞)를 쏘게 되는 것이다.

혈액순환 장애나 쇼크 일으키기도

이 때문에 매년 수백 명의 피서객이 해파리의 자포에 쏘여 상처를 입거나 쇼크를 일으키기도 한다. 해파리에 쏘이면 상처와 함께 심한 통증이 생긴다. 많은 양의 독이 인체에 들어가면 혈압을 떨어뜨리고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뜰채에 걸린 노무라입깃해파리
더 심하면 호흡곤란이 오고 쇼크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2012년 8월에는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8살 난 어린이가 해파리에 쏘여 사망하기도 했다.

[연관기사] 해수욕장 해파리 3배 급증…‘독성’얼마나

해파리에 쏘였을 경우 즉시 바닷물이나 식염수로 씻고 바로 촉수를 제거해야 한다. 민간요법으로 사용되었던 식초나 알코올 소독은 자포의 독성을 더 활성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발열과 근육 마비 등 증상이 심하면 즉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해파리에 쏘였을 경우 응급 대처법을 마련했다. 약하게 쏘였을 경우와 심하게 증상이 나타났을 경우로 나누어 대처법을 소개하고 있다.

[바로가기] 독성해파리 접촉피해 응급대처법

우리나라 해안에는 보름달물해파리와 노무라입깃해파리, 작은부레관해파리, 입방해파리, 유령해파리, 커튼원양해파리 등 6종류가 5월에서 11월 사이에 주로 나타난다. 이 가운데 약독성인 보름달물해파리를 제외한 5종이 강독성 또는 맹독성을 지니고 있다.

어장 황폐화에 어로 작업 훼방꾼

해파리는 인체에만 피해를 주는데 그치지 않는다 양식장이나 어장의 어패류에도 독성 자포를 쏘아 집단폐사 시키기도 한다. 남해안 일대에서 멸치를 잡는 기선권현망 업계도 해파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멸치 어군을 발견해 투망을 하고 그물을 끌어 올리면 노무라입깃 해파리가 그물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남해안에서 멸치잡이에 나선 기선저인망어선이 끌어올린 그물 속에 해파리가 절반 쯤 들어있다.
혼획된 해파리를 처리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물론 이 과정에서 폐사하는 멸치도 많아 어획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어선의 그물에 엉겨 붙어 그물을 망가뜨리는 경우도 많다.

해파리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울진 원전의 경우 최근 10년간 해파리가 취수구에 달라붙어 최근 10년간 14 차례나 가동이 중단되는 등 바닷가에 있는 발전소들이 해파리를 비롯한 해양생물 유입으로 가동 중단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14년 9월에는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 취수구에서 해파리 방지시설의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던 잠수부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해파리 방지·퇴치 시설 설치 부심

이처럼 해파리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자 해양수산부와 각 자치단체에서는 다양한 해파리 방지와 퇴치 방안을 내놓고 있다.

피서객들의 해파리 쏘임 사고를 막기 위해 주요 해수욕장에는 해파리 유입을 방지하기 위한 대형 그물을 바닷속에 설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는 지난 2014년 부터 여름철에 길이 1.4㎞, 높이 3~6m 크기로 백사장에서 80m 지점 떨어진 수영금지 부표와 수상 레저금지 부표 사이에 해파리 차단 망을 설치해 효과를 보고 있다.

해파리 차단용 그물이 해운대 해수욕장 앞바다에 설치돼 있다.
하지만 덩치가 큰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차단 망에 걸리는 반면 크기가 작은 보름달물해파리 등은 파도에 차단 망을 넘어 해변으로 밀려와 피서객과 접촉하기도 한다. 어선을 투입해 차단 망을 넘어가는 해파리를 손 그물로 제거하거나 119수상 구조대와 해경 요원 등이 직접 포획해 제거하는 경우도 많다.

해운대 해수욕장 일대에서 해경 대원 등이 해파리 수거 작업을 펴고 있다.
해파리의 천적 말쥐치 이용하기도

바닷속에는 해파리를 먹는 물고기도 많다. 쥐치와 용치놀래기 등이 해파리를 포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말쥐치가 해파리의 천적으로 알려지다 보니 각 자치 단체에서 해파리 퇴치를 위해 쥐치 치어를 방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수조에 해파리와 연안에 사는 말쥐치를 함께 넣어 실험한 결과 말쥐치가 해파리를 공격해 잡아먹고 있다.(2004.6.11)
그러나 쥐치 치어 방류 사업은 해파리 구제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치어가 방류 해역에서 얼마나 자랄지도 미지수기 때문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이른바 보여주기식 행정의 하나라는 비판을 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해운대 앞바다에서 해운대 구청 직원 등이 해파리의 천적인 말쥐치 치어를 방류하고 있다.
해파리 자동 퇴지 로봇도 등장

해파리 퇴치에 로봇까지 등장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정부는 2년 전부터 마산만 일대를 중심으로 해파리 자동 퇴치 로봇을 이용한 퇴치 작업을 펴고 있다.초음파 감지기가 설치된 스마트 부표가 해파리 떼를 감지하면 로봇이 수면 아래에 있는 스크류로 해파리를 분쇄하는 원리다.

해파리 제거용 로봇 3대가 마산만 연안에서 해파리를 제거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 로봇이 제대로 배치되면 수백억 원의 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스크류의 지름이 30cm 안팎에 불과해 노무라입깃해파리 등 대형 해파리는 물론 수심 1.5m 아래에 있는 해파리는 퇴치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파도에도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선에 그물 매달아 절단 제거로 효과

여러 가지 묘안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가 있는 제거 방법은 선박에 그물을 매달아 이동하는 방법이다. 실제 해파리 제거용 그물을 부착한 어선들이 해파리 밀집 해역을 지나면서 몸통을 절단하는 방식으로 대량 제거하기도 한다.

해파리 절단망을 활용한 해파리 방제 개념도 (출처=해양수산부 자료)
해양수산부는 지난 6월 2일 해파리 주의 경보를 발령한 이후 해당 지역 어선을 동원해 이 같은 방식으로 1천 톤 이상의 해파리를 제거했다.

보다 근본적인 제거 대책은 해파리가 커서 이동하기 전인 폴립 상태에서 제거하는 것이다. 해파리는 번식력이 강한데다 천적이 적어 순식간에 대규모 무리를 짓게 된다.

폴립 제거로 성체 되기 전 퇴치

해파리는 부착 유생 폴립 한 마리당 성체 5,000마리로 성장한다. 최근 들어 테트라포트를 비롯한 방파제와 해양 인공구조물이 많아져 해파리 폴립의 번식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해파리 폴립은 화학 약품에도 강한데다 천적이 거의 없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환경에 처했다.

새만금 방조제 방파제 구조물에 붙어 있는 보름달물해파리 폴립을 고압 분무기 등을 이용해 제거하고 있다.(2015년 3월)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해양환경관리공단은 지난 2007년부터 해파리 폴립 제거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시화호, 2014년 마산만에서 보름달물해파리 폴립 제거 사업을 실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새만금에서 해파리 폴립 제거 작업을 대규모로 실시했다.

해파리는 거대한 동물성 플랑크톤

자포(刺胞)동물에 속하는 해파리는 다세포동물 중에서 해면동물 다음으로 단순하다. 호흡이나 소화 등 생리작용이 몸 가운데 강장이라 불리는 빈 공간에서 일어난다. 강장동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조류의 흐름에 따라 주로 이동하는 수동적인 몸의 움직임으로 인해 해파리는 동물성 플랑크톤으로 분류된다. 부유 생물인 플랑크톤은 스스로 운동 능력이 없거나 약하고 수동적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선보인 해파리

"머리와 꼬리가 없다. 얼굴도 눈도 없다. 몸은 연하게 엉켜 있어 타락죽과 같고, 모양은 중이 삿갓을 쓴 것과 같다. 허리에는 치마를 달고 발을 늘어뜨린 채 물속을 떠다닌다. 삿갓 차양 안에는 매우 가늘게 생긴 머리털 같은 것이 무수히 달려 있다."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전이 '자산어보'(玆山魚譜,또는 '현산어보')에서 묘사한 해양생물은 바로 해파리다. 정약전은 해파리를 중국식 한자로 '해타(海鮀)'라 하고, 속명을 해팔어(海八魚)라 했다.

'자산어보'에 나타난 해파리는 노무라입깃해파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자산어보에는 '삶아서 먹거나 회를 만들어 먹는다'고 돼 있기도 하다.

식용 해파리, 어가 소득원으로 각광

대부분의 해파리가 여름철 해적 생물 취급을 받고 있지만 식용으로 어가의 소득원이 되는 해파리도 있다. 지금은 노무라입깃해파리는 거의 먹지 않지만 해파리냉채 등 식재료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해파리는 숲 뿌리해파리다.

숲뿌리해파리. 기수식용해파리라고도 불린다

숲뿌리해파리는 우산 모양의 푸른색으로 성체 길이는 30~60㎝가량이며, 발해만 서해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지에 분포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이후 서해안에서 어획량이 증가해 지난 2014년에는 전남 무안에서 염장 가공한 해파리 175t이 중국으로 수출됐다.

숲뿌리해파리는 특히 고혈압 기관지염에 효과가 있고 연골재생 기능이 있어 약품으로 활용될 뿐 아니라 중국과일본 등지에서는 고급 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노무라입깃해파리도 식용으로 개발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해 독성이 강한 노무라입깃해파리에 대한 식용 근거, 영양학적 자료, 안전성에 대한 자료를 확보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새로운 식품원료로 인정을 받았다. 수산과학원은 노무라입깃해파리를 이용한 장조림, 해물볶음, 파스타, 양갱 등을 선보였다.

[연관기사] 골칫거리 ‘노무라입깃 해파리’, 식탁에 오른다

식품위생법에는 식품원료로 등재된 소재만 가공유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노무라입깃해파리를 식품원료로 등재하면서 식품으로 가공유통이 가능해졌고 독성해파리의 처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을 끌고 있다. 또한 자산어보에 소개됐던 노무라입깃해파리의 식용이 200여 년 만에 재연된 셈이다.

생태계 불균형이 가져온 피해

노무라입깃해파리로 대변되는 유해 해파리가 우리나라에 대량으로 나타나서 피해를 주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이후 양식장과 연안 어장의 어획량도 크게 줄고 있다.

최근 들어 해파리가 급속히 늘어난 것은 인간의 해양생물 남획과 무분별한 해양구조물 건설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해양생물들이 경쟁하고 공생하던 바다의 생태계가 무너지고 인공 구조물들이 해파리 폴립이 자라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름달물해파리떼
인간에게 유익한 어류보다는 해파리의 서식과 생존이 유리한 조건이 갖춰지면서 해파리의 대규모 역습이 시작된 것이다. 해파리는 수억 년 간 진화가 제대로 안된 원시생물이다. 6억 년 이상된 해파리 화석도 한반도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먹이를 찾아 움직일 때는 특별한 수학적 패턴을 따르기도 하고 먹이가 많은 곳을 탐지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해파리의 역습을 막기 위해서는 해양 생태계 복원과 함께 가장 원시적인 생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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