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선 선수 치료를 잘 받아서…” 말문 막힌 北 리세광

입력 2016.08.16 (11:33) 수정 2016.08.1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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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치료를 잘 받아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북한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긴 리세광(31)은 시상식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양학선과의 '남북 도마 대결'이 불발된 것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호적수가 없었던 것에 대한 허전함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리세광은 "(양)학선 선수가 부상으로 못 나왔는데, 체조를 학선 선수가 대표하는 게 아닙니다"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양학선이 출전했더라도 자신의 금메달 획득은 문제없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양학선 없는 도마, 리세광 천하

리세광은 16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리우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5.691점을 획득, 1위에 올랐다. 자신의 첫 올림픽 메달이다.

최대 맞수인 '도마의 신' 양학선(24·수원시청)이 부상으로 빠진 리우 올림픽 도마 무대는 리세광 천하였다. 첫 번째 시기에 드라굴레스쿠 파이크(도마를 앞으로 짚은 뒤 몸을 접어 2바퀴 돌고 반 바퀴 비트는 기술)를 시도할 때는 착지 과정에서 한 발이 밀려나갔다.


하지만 두 번째 도전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딴 리세광 기술을 착지까지 완벽하게 성공해내며 환호했다. 난도 6.4짜리 고난도 기술을 연이어 소화한 리세광은 세계 정상에 올랐다.

4.25체육단 소속의 리세광은 시상대에 올라 인공기를 바라보며 거수경례를 했다. 스스로 감격한 듯 눈가가 붉어지며 울먹였다. 북한은 마치 리세광의 금메달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장웅(78)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시상자로 나서 리세광에게 직접 금메달을 걸어줬다.

15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이 끝난 뒤 열린 시상식에서 북한 장웅 IOC  위원이 리세광에게 금메달을 수여하고 있다.15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이 끝난 뒤 열린 시상식에서 북한 장웅 IOC 위원이 리세광에게 금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도마의 신(神)’을 향한 경쟁

양학선과 리세광은 최근 몇 년간 '도마의 신'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친 사이다. 양학선은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 최고의 선수다. 리세광도 만만치 않다. 도마 종목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세계 최고 난도(난도 6.4)의 기술을 보유한 것도, 최고 난도 기술을 두 가지나 구사할 수 있는 것도 양학선과 리세광 둘 뿐이다.

2014·2015년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를 달성한 리세광은 난도 6.4의 기술인 '드라굴레스쿠 파이크'와 '리세광 기술(도마를 옆으로 짚은 뒤 몸을 굽혀 2바퀴 돌며 1바퀴 비틀기)'을 완벽히 구사해 정상에 올랐다.

15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북한 리세광이 힘차게 도마를 딛고 도약하고 있다.15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북한 리세광이 힘차게 도마를 딛고 도약하고 있다.


지난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리세광은 사상 처음으로 도마종목 금메달을 북한에 안기며 북한의 체조영웅으로 떠올랐다. 2007년 세계선수권 동메달에 이어 2008년 아시아선수권에서는 또다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아 무대에서는 그를 따라올 자가 없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국제무대에서 그의 활약을 볼 수 없었다. 지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제체조연맹(FIG)이 나이를 허위기재한 북한 체조협회에 2년간 국제대회 출전금지라는 중징계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리세광은 런던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11 세계선수권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양학선이 2012런던올림픽 체조 도마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학선이 시상식에서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2012.8.7) 양학선이 2012런던올림픽 체조 도마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학선이 시상식에서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2012.8.7)

그 사이 양학선이 한 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2011년 세계선수권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양학선' 기술로 우승을 차지한 양학선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한국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2013년 세계선수권마저도 접수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두 선수의 라이벌전을 기대했다. 하지만 양학선이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양학선은 지난 3월 훈련 도중 오른 아킬레스건 파열로 수술대에 올랐다. 양학선은 지난달까지 치열한 재활 훈련을 견디며 리우 올림픽 출전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출전이 좌절됐다.

리세광, 리우 넘어 도쿄 갈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계체조 남자 뜀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북한 리세광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계체조 남자 뜀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북한 리세광

리세광은 도쿄 올림픽 출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취재진이 다음 올림픽 출전 여부를 묻자 "도쿄 말입니까? 아 글쎄, 고것까지는 생각 못 해봤습니다. 제 나이 서른한 살이니까 그때까지 힘주어 한 번 해보갔습니다"라고 말했다.

만약 그의 뜻대로 된다면, 올림픽 디펜딩챔피언 '리세광'과 도전자 '양학선'의 남북 도마 맞대결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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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선 선수 치료를 잘 받아서…” 말문 막힌 北 리세광
    • 입력 2016-08-16 11:33:33
    • 수정2016-08-16 11:38:44
    취재K
"그저 치료를 잘 받아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북한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긴 리세광(31)은 시상식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양학선과의 '남북 도마 대결'이 불발된 것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호적수가 없었던 것에 대한 허전함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리세광은 "(양)학선 선수가 부상으로 못 나왔는데, 체조를 학선 선수가 대표하는 게 아닙니다"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양학선이 출전했더라도 자신의 금메달 획득은 문제없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양학선 없는 도마, 리세광 천하 리세광은 16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리우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5.691점을 획득, 1위에 올랐다. 자신의 첫 올림픽 메달이다. 최대 맞수인 '도마의 신' 양학선(24·수원시청)이 부상으로 빠진 리우 올림픽 도마 무대는 리세광 천하였다. 첫 번째 시기에 드라굴레스쿠 파이크(도마를 앞으로 짚은 뒤 몸을 접어 2바퀴 돌고 반 바퀴 비트는 기술)를 시도할 때는 착지 과정에서 한 발이 밀려나갔다. 하지만 두 번째 도전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딴 리세광 기술을 착지까지 완벽하게 성공해내며 환호했다. 난도 6.4짜리 고난도 기술을 연이어 소화한 리세광은 세계 정상에 올랐다. 4.25체육단 소속의 리세광은 시상대에 올라 인공기를 바라보며 거수경례를 했다. 스스로 감격한 듯 눈가가 붉어지며 울먹였다. 북한은 마치 리세광의 금메달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장웅(78)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시상자로 나서 리세광에게 직접 금메달을 걸어줬다. 15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이 끝난 뒤 열린 시상식에서 북한 장웅 IOC  위원이 리세광에게 금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도마의 신(神)’을 향한 경쟁 양학선과 리세광은 최근 몇 년간 '도마의 신'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친 사이다. 양학선은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 최고의 선수다. 리세광도 만만치 않다. 도마 종목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세계 최고 난도(난도 6.4)의 기술을 보유한 것도, 최고 난도 기술을 두 가지나 구사할 수 있는 것도 양학선과 리세광 둘 뿐이다. 2014·2015년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를 달성한 리세광은 난도 6.4의 기술인 '드라굴레스쿠 파이크'와 '리세광 기술(도마를 옆으로 짚은 뒤 몸을 굽혀 2바퀴 돌며 1바퀴 비틀기)'을 완벽히 구사해 정상에 올랐다. 15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북한 리세광이 힘차게 도마를 딛고 도약하고 있다. 지난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리세광은 사상 처음으로 도마종목 금메달을 북한에 안기며 북한의 체조영웅으로 떠올랐다. 2007년 세계선수권 동메달에 이어 2008년 아시아선수권에서는 또다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아 무대에서는 그를 따라올 자가 없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국제무대에서 그의 활약을 볼 수 없었다. 지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제체조연맹(FIG)이 나이를 허위기재한 북한 체조협회에 2년간 국제대회 출전금지라는 중징계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리세광은 런던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11 세계선수권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양학선이 2012런던올림픽 체조 도마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학선이 시상식에서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2012.8.7) 그 사이 양학선이 한 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2011년 세계선수권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양학선' 기술로 우승을 차지한 양학선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한국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2013년 세계선수권마저도 접수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두 선수의 라이벌전을 기대했다. 하지만 양학선이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양학선은 지난 3월 훈련 도중 오른 아킬레스건 파열로 수술대에 올랐다. 양학선은 지난달까지 치열한 재활 훈련을 견디며 리우 올림픽 출전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출전이 좌절됐다. 리세광, 리우 넘어 도쿄 갈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계체조 남자 뜀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북한 리세광 리세광은 도쿄 올림픽 출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취재진이 다음 올림픽 출전 여부를 묻자 "도쿄 말입니까? 아 글쎄, 고것까지는 생각 못 해봤습니다. 제 나이 서른한 살이니까 그때까지 힘주어 한 번 해보갔습니다"라고 말했다. 만약 그의 뜻대로 된다면, 올림픽 디펜딩챔피언 '리세광'과 도전자 '양학선'의 남북 도마 맞대결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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