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9, 17년 뛰어넘는 육상 전설들의 대화

입력 2016.08.16 (19: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웨이드 판 니커크(24·남아프리카공화국)가 15일 브라질 리우 마라카낭 올림픽 주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400m 결승에서 43초 03의 세계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따냈다. 17년 전, 1999년 세비야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마이클 존슨이 세운 43초 18보다 0.15초 빠른 기록이다.

마이클 존슨은 BBC 해설자로 자신의 기록이 깨지는 순간을 직접 중계했다. 존슨은 "니커크가 다른 선수들을 압도적으로 '학살'했다"며 니커크의 독보적인 질주를 전했다.

1999년 세비야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43초 18의 기록을 세운 마이클 존슨 1999년 세비야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43초 18의 기록을 세운 마이클 존슨

이어 존슨은 "나는 43초의 벽을 깰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니커크는 아직 젊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라며 "우사인 볼트가 은퇴한 후 니커크가 차기 스타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1999년의 기록 vs 2016년의 기록


17년 전, 마이클 존슨은 자신의 신체적 약점을 보완하는 주법을 개발해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업라이트 쇼트피치'였다. 허리를 곧추세운 채 좁은 보폭으로 질주하는 일명 '오리 궁둥이 주법'이라고 불린다.

존슨은 183cm의 키에도 불구하고 상체에 비해 하체 길이가 평균보다 12cm가량 짧아 큰 보폭이 필요한 단거리에 어울리지 않자, 보폭을 짧게 해 빨리 옮기는 방법을 택했다. 1999년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서 존슨은 28초대부터 다른 선수들을 치고 나온다.

니커크의 전략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력 질주'였다. 100m에 출전한 선수처럼 처음부터 무섭게 치고 나갔다. '단거리 중 최장 거리'인 400m는 초반에 힘 조절이 필요하다는 상식을 뒤엎고 매섭게 달렸다.

페이스도 떨어지지 않았다. 200m를 넘긴 중반 이후부터 오히려 더욱 가속을 붙여 달아났다. 마지막 곡선 주로를 지나 35초 후반, 직선으로 나왔을 때 니커크는 키러니 제임스(그라나다, 2012년 런던올림픽 우승자)와 라숀 메릿(미국,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을 10m 이상 따돌렸다.

8번 레인에서 만들어 낸 기적

트랙의 가장 바깥쪽, 8번 레인에서 달린 니커크 트랙의 가장 바깥쪽, 8번 레인에서 달린 니커크

니커크의 이번 기록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우선 8번 레인에서 만들어진 기적이라는 것이다. 8번 레인은 트랙의 가장 바깥쪽으로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불리한 자리다. 올림픽 400m 경기 8번 레인에서 금메달이 나온 것은 사상 최초다.

이전 세계 신기록 보유자 마이클 존슨 역시 "8번 레인에서 세계 기록이 나오다니 믿을 수 없다. 200m와 400m 모두 본적이 없다"며 감탄했다.

니커크는 육상 단거리에서 '꿈의 기록'을 이루기도 했다. 육상의 꿈의 기록이란 100m, 200m, 400m를 각각 10초, 20초, 44초 미만으로 주파하는 것을 말한다. 100m와 200m, 200m와 400m에서 각각 기준을 충족하는 선수는 많지만 400m에 주력하는 선수가 100m에서, 100m 스프린터가 400m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록을 갖기란 매우 어렵다. 꿈의 기록이 육상 선수들에게 정말 꿈만 같은 성취인 이유다.

100m(9초58)와 200m(19초19) 세계기록 보유자인 볼트도 400m 개인 최고 기록은 45초28에 불과하다. 이런 꿈의 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니커크가 유일하다.

이번 올림픽에선 100m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올해 3월 고국에서 열린 프리스테이트 챔피언십에서 니커크는 9초98을 기록, 종전 200m(19초94)와 400m(43초48) 기록을 더해 대기록을 완성했다.

니커크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7일부터 열리는 200m 경기에서 볼트와 맞대결을 펼친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응답하라 1999, 17년 뛰어넘는 육상 전설들의 대화
    • 입력 2016-08-16 19:01:45
    취재K
웨이드 판 니커크(24·남아프리카공화국)가 15일 브라질 리우 마라카낭 올림픽 주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400m 결승에서 43초 03의 세계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따냈다. 17년 전, 1999년 세비야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마이클 존슨이 세운 43초 18보다 0.15초 빠른 기록이다.

마이클 존슨은 BBC 해설자로 자신의 기록이 깨지는 순간을 직접 중계했다. 존슨은 "니커크가 다른 선수들을 압도적으로 '학살'했다"며 니커크의 독보적인 질주를 전했다.

1999년 세비야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43초 18의 기록을 세운 마이클 존슨
이어 존슨은 "나는 43초의 벽을 깰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니커크는 아직 젊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라며 "우사인 볼트가 은퇴한 후 니커크가 차기 스타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1999년의 기록 vs 2016년의 기록


17년 전, 마이클 존슨은 자신의 신체적 약점을 보완하는 주법을 개발해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업라이트 쇼트피치'였다. 허리를 곧추세운 채 좁은 보폭으로 질주하는 일명 '오리 궁둥이 주법'이라고 불린다.

존슨은 183cm의 키에도 불구하고 상체에 비해 하체 길이가 평균보다 12cm가량 짧아 큰 보폭이 필요한 단거리에 어울리지 않자, 보폭을 짧게 해 빨리 옮기는 방법을 택했다. 1999년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서 존슨은 28초대부터 다른 선수들을 치고 나온다.

니커크의 전략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력 질주'였다. 100m에 출전한 선수처럼 처음부터 무섭게 치고 나갔다. '단거리 중 최장 거리'인 400m는 초반에 힘 조절이 필요하다는 상식을 뒤엎고 매섭게 달렸다.

페이스도 떨어지지 않았다. 200m를 넘긴 중반 이후부터 오히려 더욱 가속을 붙여 달아났다. 마지막 곡선 주로를 지나 35초 후반, 직선으로 나왔을 때 니커크는 키러니 제임스(그라나다, 2012년 런던올림픽 우승자)와 라숀 메릿(미국,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을 10m 이상 따돌렸다.

8번 레인에서 만들어 낸 기적

트랙의 가장 바깥쪽, 8번 레인에서 달린 니커크
니커크의 이번 기록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우선 8번 레인에서 만들어진 기적이라는 것이다. 8번 레인은 트랙의 가장 바깥쪽으로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불리한 자리다. 올림픽 400m 경기 8번 레인에서 금메달이 나온 것은 사상 최초다.

이전 세계 신기록 보유자 마이클 존슨 역시 "8번 레인에서 세계 기록이 나오다니 믿을 수 없다. 200m와 400m 모두 본적이 없다"며 감탄했다.

니커크는 육상 단거리에서 '꿈의 기록'을 이루기도 했다. 육상의 꿈의 기록이란 100m, 200m, 400m를 각각 10초, 20초, 44초 미만으로 주파하는 것을 말한다. 100m와 200m, 200m와 400m에서 각각 기준을 충족하는 선수는 많지만 400m에 주력하는 선수가 100m에서, 100m 스프린터가 400m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록을 갖기란 매우 어렵다. 꿈의 기록이 육상 선수들에게 정말 꿈만 같은 성취인 이유다.

100m(9초58)와 200m(19초19) 세계기록 보유자인 볼트도 400m 개인 최고 기록은 45초28에 불과하다. 이런 꿈의 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니커크가 유일하다.

이번 올림픽에선 100m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올해 3월 고국에서 열린 프리스테이트 챔피언십에서 니커크는 9초98을 기록, 종전 200m(19초94)와 400m(43초48) 기록을 더해 대기록을 완성했다.

니커크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7일부터 열리는 200m 경기에서 볼트와 맞대결을 펼친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