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OECD 2위가 불러 온 한국경제의 함정

입력 2016.08.18 (14:3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취업자의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두번째로 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15일 나온 OECD의 '2016 고용동향'을 보면 2015년 기준 국내 취업자의 1인당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 회원국 평균보다 347시간이나 많았다.

이처럼 긴 노동시간은 근로자들의 생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첫째 시간당 실질 임금이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한국 취업자의 연간 평균 임금은 구매력 평가기준으로 3만 3,110달러로 OECD평균 4만 1,253달러의 80% 수준이었다. 그런데 연간 임금을 노동 시간으로 나눈 한국 취업자의 시간당 실질 임금은 15.67달러로 OECD 회원국 평균의 3분의 2에 불과하였다.

이처럼 시간당 임금이 낮으면 결국 근로자들은 부족한 임금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장시간 근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근로시간을 늘리는 악순환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둘째 노동시간이 길어지면 노동생산성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OECD 회원국 중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는 멕시코로 무려 2,246시간이나 되었다. 하지만 연간 실질임금은 고작 1만 4,867달러로 OECD회원국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반복적인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는 2,042시간으로 한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근로시간이 길어지면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근로자가 집중해서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근로자들의 시간당 임금이 낮으면 기업 입장에서 자본축적으로 노동 생산성을 끌어올리기보다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는 편이 이득이기 때문에 노동생산성이 낮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근로자들이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는 나라가 더 빨리 성장할 것이라는 우리의 선입견과 달리 근로시간이 과도하게 긴 나라들 중에는 멕시코나 그리스처럼 근로자들이 낮은 임금에 시달리거나 반복적인 경제위기를 겪는 나라가 적지 않다. 다른 나라보다 오랜 시간 열심히 일한 대가가 오히려 고통이 된 셈이다.

셋째 노동시간과 청년들의 일자리는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다. 유럽국가 중에서 청년 실업 문제에 가장 잘 대처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독일이다. 그런데 독일의 연간 평균노동시간은 고작 1,371시간에 불과해 우리나라의 3분의 2도 되지 않는다. 더구나 독일 정부와 기업, 그리고 근로자들은 불황이 시작되면 근로시간을 더욱 줄여서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경제 성장 초기에는 무조건 열심히 일하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경제 성숙 수준에 걸맞지 않게 노동시간이 과도하게 길면 오히려 경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각 경제주체들이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합심하기보다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면서 남탓만 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청년세대의 일자리 확보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OECD 회원국 중에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과도하게 긴 노동시간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대처를 해나가야 한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노동시간 OECD 2위가 불러 온 한국경제의 함정
    • 입력 2016-08-18 14:30:22
    취재K
우리나라 취업자의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두번째로 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15일 나온 OECD의 '2016 고용동향'을 보면 2015년 기준 국내 취업자의 1인당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 회원국 평균보다 347시간이나 많았다.

이처럼 긴 노동시간은 근로자들의 생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첫째 시간당 실질 임금이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한국 취업자의 연간 평균 임금은 구매력 평가기준으로 3만 3,110달러로 OECD평균 4만 1,253달러의 80% 수준이었다. 그런데 연간 임금을 노동 시간으로 나눈 한국 취업자의 시간당 실질 임금은 15.67달러로 OECD 회원국 평균의 3분의 2에 불과하였다.

이처럼 시간당 임금이 낮으면 결국 근로자들은 부족한 임금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장시간 근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근로시간을 늘리는 악순환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둘째 노동시간이 길어지면 노동생산성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OECD 회원국 중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는 멕시코로 무려 2,246시간이나 되었다. 하지만 연간 실질임금은 고작 1만 4,867달러로 OECD회원국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반복적인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는 2,042시간으로 한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근로시간이 길어지면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근로자가 집중해서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근로자들의 시간당 임금이 낮으면 기업 입장에서 자본축적으로 노동 생산성을 끌어올리기보다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는 편이 이득이기 때문에 노동생산성이 낮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근로자들이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는 나라가 더 빨리 성장할 것이라는 우리의 선입견과 달리 근로시간이 과도하게 긴 나라들 중에는 멕시코나 그리스처럼 근로자들이 낮은 임금에 시달리거나 반복적인 경제위기를 겪는 나라가 적지 않다. 다른 나라보다 오랜 시간 열심히 일한 대가가 오히려 고통이 된 셈이다.

셋째 노동시간과 청년들의 일자리는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다. 유럽국가 중에서 청년 실업 문제에 가장 잘 대처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독일이다. 그런데 독일의 연간 평균노동시간은 고작 1,371시간에 불과해 우리나라의 3분의 2도 되지 않는다. 더구나 독일 정부와 기업, 그리고 근로자들은 불황이 시작되면 근로시간을 더욱 줄여서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경제 성장 초기에는 무조건 열심히 일하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경제 성숙 수준에 걸맞지 않게 노동시간이 과도하게 길면 오히려 경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각 경제주체들이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합심하기보다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면서 남탓만 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청년세대의 일자리 확보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OECD 회원국 중에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과도하게 긴 노동시간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대처를 해나가야 한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