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또 기각…무엇을 의미하나?

입력 2016.08.18 (17:20) 수정 2016.08.1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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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또 기각 … 무슨 의미일까?

17일 배우 이진욱 씨에 대한 무고 혐의로 신청된 A 씨의 두 번째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誣告(무고) : 사실이 아닌 일을 거짓으로 꾸미어 해당 기관에 고소 또는 고발하는 일]


A 씨는 지난 7월 이진욱 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혐의 입증이 충분히 안 됐거나, 처벌받을 정도의 죄가 아니거나"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사유는 사실상 둘 중 하나라고 한다.

첫째, 혐의 입증이 불충분할 때. 둘째, 처벌될 가능성이 낮을 때.

 
자백했다더니... 경찰 무리수 뒀나?

혐의 입증을 자신해온 경찰은 난처하게 됐다.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A 씨가 자꾸 진술을 번복하고 있다며, 증거를 보강해 다시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강 제출된 증거에도 법원은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경찰이 A 씨의 '무고 혐의'에 대해 가장 중한 증거로 내세운 게 자백이다.

지난달 26일 조사 때, A 씨 스스로 무고 혐의를 시인했다고 경찰은 강조해왔다.

해당일의 조사가 끝난 직후 "이진욱 씨는 무죄며, A 씨는 무고죄가 인정된다"고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A 씨가 공개적으로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그렇게 자백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검찰 조사와 법정에서 사실 관계를 다투겠다고 했다. 알려지지 않은 여러 사실들이 드러날 것이라며 자신감도 보였다.


성폭행이 무혐의면 당연히 무고죄 아냐?

아직 공식적인 결론이나 발표는 없었지만, 경찰은 이진욱 씨에 대해 '성폭행 무혐의' 결론을 내려놓은 상태다.

그렇다면 피고소인에 혐의가 없으므로 고소인의 '무고'가 자동으로 성립되는 것이 아닐까?

아니다. 성폭행 사건의 경우 '무혐의 = 무고죄' 등식이 반드시 성립되지 않는다고 한다. 법조인들은 '성폭행'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어디서부터가 폭력적인 강요이고 어디까지가 자발적 동의나 합의에 의한 행위인지,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 박지훈 / 변호사>
"수치로 딱 정해진 기준이 있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나는 이 정도는 억지로 강요했다거나 힘으로 눌렀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상대는 다를 수 있거든요. 나는 원하지 않는데, 싫다는 표시를 했는데 상대가 밀어붙였다고 느낄 수 있는 거예요."

밀폐된 공간에서 행위 당사자 둘만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이런 특성을 강화시킨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주변인들의 반응을 통해 행동의 수위를 판단하고 조절하지만, 성 관련 사건에선 이런 사회적 상호작용이 단절된 경우가 태반이다.

또 원치 않는 상황이 벌어져도 3자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적극적인 대응에 제약을 가져온다. 대부분 목격자도 없다.

'성폭행 무혐의' & '무고 무혐의' 가능

이 같은 특성 때문에 당사자는 강요나 폭력에 의한 성관계라고 느껴 고소했지만, 판결은 다른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그런데 이런 경우 피고소인의 성폭행이나 성폭력이 무혐의로 판결나도, 고소인의 무고는 성립되지 않는다. 개인이 법적인 판단까지 예상하고 고려해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A 씨의 고소가 이처럼 악의적인 게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진욱 씨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믿고 고소했다는 진정성이 인정되는 상황일 수 있다는 얘기다.


법조인들은 A 씨가 초기대처를 잘 했다고 분석했다. A 씨는 사건 발생(7월14일 새벽) 당일 곧바로 해바라기 센터를 찾아가 성폭행 검사를 받고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소인의 진정성이 법정에서 충분히 인정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한다. 따라서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되면, 일단 지체하지 말고 성폭행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 있고, 후에 법적인 다툼을 벌이게 될 경우 '무고 혐의'를 받지 않을 수 있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서울해바라기센터 [바로가기]

풀리지 않는 의문들

법조계에선 변호인 측이 사임하며 "신뢰가 무너졌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미심쩍어 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 형식과 내용이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또 의뢰인의 신뢰도에 명백하게 상처를 낸 만큼 변호사의 '신의성실 의무'를 져버렸다는 주장도 있다.

 
그 즈음해서 '이진욱 성폭행 사건'이 '이진욱 고소녀 무고 사건'으로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언론에선 이진욱 씨 측의 초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드러났을 때보다도 훨씬 뜨거운 관심을 보이며, 단정적인 기사들을 쏟아냈다.






고소인 A 씨 측은 '무고 자백' 논란 이후, 언론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사건 내용이나 준비한 증거 자료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언론 보도에 대한 불신과 상처가 큰 것 같았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절차에 대한 입장은 확고했다.

 
과연 이 사건에 숨은 이야기는 무엇일지, 경찰과 법원의 판단은 어디서 왜 엇갈리는지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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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18 17:20:03
    • 수정2016-08-18 18:26:41
    취재K
영장 또 기각 … 무슨 의미일까? 17일 배우 이진욱 씨에 대한 무고 혐의로 신청된 A 씨의 두 번째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誣告(무고) : 사실이 아닌 일을 거짓으로 꾸미어 해당 기관에 고소 또는 고발하는 일]
A 씨는 지난 7월 이진욱 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혐의 입증이 충분히 안 됐거나, 처벌받을 정도의 죄가 아니거나"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사유는 사실상 둘 중 하나라고 한다. 첫째, 혐의 입증이 불충분할 때. 둘째, 처벌될 가능성이 낮을 때.   자백했다더니... 경찰 무리수 뒀나? 혐의 입증을 자신해온 경찰은 난처하게 됐다.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A 씨가 자꾸 진술을 번복하고 있다며, 증거를 보강해 다시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강 제출된 증거에도 법원은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경찰이 A 씨의 '무고 혐의'에 대해 가장 중한 증거로 내세운 게 자백이다. 지난달 26일 조사 때, A 씨 스스로 무고 혐의를 시인했다고 경찰은 강조해왔다. 해당일의 조사가 끝난 직후 "이진욱 씨는 무죄며, A 씨는 무고죄가 인정된다"고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A 씨가 공개적으로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그렇게 자백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검찰 조사와 법정에서 사실 관계를 다투겠다고 했다. 알려지지 않은 여러 사실들이 드러날 것이라며 자신감도 보였다. 성폭행이 무혐의면 당연히 무고죄 아냐? 아직 공식적인 결론이나 발표는 없었지만, 경찰은 이진욱 씨에 대해 '성폭행 무혐의' 결론을 내려놓은 상태다. 그렇다면 피고소인에 혐의가 없으므로 고소인의 '무고'가 자동으로 성립되는 것이 아닐까? 아니다. 성폭행 사건의 경우 '무혐의 = 무고죄' 등식이 반드시 성립되지 않는다고 한다. 법조인들은 '성폭행'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어디서부터가 폭력적인 강요이고 어디까지가 자발적 동의나 합의에 의한 행위인지,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 박지훈 / 변호사> "수치로 딱 정해진 기준이 있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나는 이 정도는 억지로 강요했다거나 힘으로 눌렀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상대는 다를 수 있거든요. 나는 원하지 않는데, 싫다는 표시를 했는데 상대가 밀어붙였다고 느낄 수 있는 거예요." 밀폐된 공간에서 행위 당사자 둘만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이런 특성을 강화시킨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주변인들의 반응을 통해 행동의 수위를 판단하고 조절하지만, 성 관련 사건에선 이런 사회적 상호작용이 단절된 경우가 태반이다. 또 원치 않는 상황이 벌어져도 3자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적극적인 대응에 제약을 가져온다. 대부분 목격자도 없다. '성폭행 무혐의' & '무고 무혐의' 가능 이 같은 특성 때문에 당사자는 강요나 폭력에 의한 성관계라고 느껴 고소했지만, 판결은 다른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그런데 이런 경우 피고소인의 성폭행이나 성폭력이 무혐의로 판결나도, 고소인의 무고는 성립되지 않는다. 개인이 법적인 판단까지 예상하고 고려해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A 씨의 고소가 이처럼 악의적인 게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진욱 씨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믿고 고소했다는 진정성이 인정되는 상황일 수 있다는 얘기다. 법조인들은 A 씨가 초기대처를 잘 했다고 분석했다. A 씨는 사건 발생(7월14일 새벽) 당일 곧바로 해바라기 센터를 찾아가 성폭행 검사를 받고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소인의 진정성이 법정에서 충분히 인정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한다. 따라서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되면, 일단 지체하지 말고 성폭행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 있고, 후에 법적인 다툼을 벌이게 될 경우 '무고 혐의'를 받지 않을 수 있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서울해바라기센터 [바로가기] 풀리지 않는 의문들 법조계에선 변호인 측이 사임하며 "신뢰가 무너졌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미심쩍어 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 형식과 내용이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또 의뢰인의 신뢰도에 명백하게 상처를 낸 만큼 변호사의 '신의성실 의무'를 져버렸다는 주장도 있다.   그 즈음해서 '이진욱 성폭행 사건'이 '이진욱 고소녀 무고 사건'으로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언론에선 이진욱 씨 측의 초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드러났을 때보다도 훨씬 뜨거운 관심을 보이며, 단정적인 기사들을 쏟아냈다. 고소인 A 씨 측은 '무고 자백' 논란 이후, 언론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사건 내용이나 준비한 증거 자료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언론 보도에 대한 불신과 상처가 큰 것 같았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절차에 대한 입장은 확고했다.   과연 이 사건에 숨은 이야기는 무엇일지, 경찰과 법원의 판단은 어디서 왜 엇갈리는지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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