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톡] ⑧ 연봉 많은 CEO가 일도 더 잘 할까?

입력 2016.08.1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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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실적은 전적으로 제가 책임집니다. 이에 따라 저는 이번 회계연도에 저의 급여와 보너스를 1달러만 받겠습니다. 우리 회사의 성과는 앞으로 개선될 것이며 저를 포함한 주주들은 그에 따른 보상을 받게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미 IT업계, "연봉 1달러만 받겠다"

세계적 태양전지 전문업체인 선파워(SUNPOWER)사 CEO 톰 워너는 지난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자신의 연봉으로 1달러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파워플랜트 시장 축소 등 시장 환경의 변화로 올해 목표한 실적을 맞추기 어렵게 된 만큼 자발적으로 급여를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연봉 1달러 클럽’ CEO들. 좌로부터 썬파워사의 톰 워너, 구글의 래리 페이지,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연봉 1달러 클럽’ CEO들. 좌로부터 썬파워사의 톰 워너, 구글의 래리 페이지,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미국 IT업계에서는 이렇게 CEO가 연봉 1달러를 받는 관행이 이어져 오고 있다. 경영실적이 우수해 주가가 치솟아도 1달러만 받는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숨질 때까지 15년 동안 연봉 1달러를 받았고, 구글의 공동설립자인 래리 페이지와 에릭 슈미트,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도 '1달러 클럽'의 회원이다.

2013년 '1달러 클럽'에 가입한 저커버그는 그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경영실적 관계없이 치솟는 CEO 연봉

대부분의 CEO들은 이들 1달러 클럽 회원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경영 실적이 악화하면 악화한 대로 연봉을 인상하고, 호전되면 자신이 잘해 그렇게 됐다며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CEO들이 부지기수다.

기업 임원 보수 조사업체 에퀼라(Equilar)가 지난해 미국 내 매출액 상위 200개 기업 CEO들의 연봉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그 실상을 알 수 있다.

셰일가스 업체인 체사피크에너지사의 로버트 로울러 CEO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회사 주가는 무려 76%나 하락했는데도 연봉은 5% 올려 받았다. 천 5백4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70억 원이 넘는다. 화장품 회사 에이본프러덕츠의 셰릴린 멕코이도 주가는 반 토막이 났는데도 연봉을 28%나 더 받았다.

반대로 경영실적이 좋았던 글로벌 여행 사이트 익스피디아의 다라 코스로샤히로는 지난해 무려 9천4백60만 달러(천 48억 원)를 받아 미국 내 '연봉킹'이 됐다. 연봉 대부분이 스톡옵션인데 주가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천문학적인 보수를 거머쥐게 된 것이다.

지난해 연봉 인상과 초고액 연봉으로 논란에 오른 CEO들. 좌로부터 체사피크에너지의 로버트 로울러, 에이본프러덕츠의 셰릴린 멕코이, 익스피디아의 코스로샤히로.지난해 연봉 인상과 초고액 연봉으로 논란에 오른 CEO들. 좌로부터 체사피크에너지의 로버트 로울러, 에이본프러덕츠의 셰릴린 멕코이, 익스피디아의 코스로샤히로.

코스로샤히로 CEO의 연봉 인상률은 881%, 천문학적인 금액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자 익스피디아측은 '성과를 낸 CEO에게 보상하는 최고의 사례'라며 맞서고 있다.

실제로 미국 재계의 견해를 대변해온 월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선 CEO들이 연봉을 많이 받을수록 회사의 수익이 늘어난다는 논리로 CEO들의 고액연봉을 옹호하고 있다.

월가가 CEO들의 초고액 연봉을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우는 이런 논리는 30년 전에 시작됐다. 대부분 기업들이 CEO들에 대한 보상으로 성과금과 스톡옵션을 도입할 때이다. 핵심은 받은 만큼 더 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CEO 연봉 많아지면 실적도 좋아진다?

과연 그럴까?

한때 인터넷 시대를 선도했다 지난달 통신기업 버라이즌에 핵심 사업을 매각하고 몰락한 야후의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 CNBC 보도에 따르면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역대 야후 CEO들은 일 년에 평균 3천 6백만 달러(4백억 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집계된다.

이는 현재 CEO인 마리사 메이어의 지난해 연봉과 같은 금액이다. 지난해 메이어의 연봉이 미국 내 전체 CEO 중 11위, 여성 기업인중 1위를 차지했음을 감안하면 그동안 야후 CEO들의 연봉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알 수 있다.

CNBC 관련 기사 캡처CNBC 관련 기사 캡처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야후 CEO들의 연봉과 재임 중 경영성과는 관련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회사 사정이 나빠져 적자가 계속되는 와중에도 천문학적인 연봉이 지급됐다.

이런 상황은 야후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투자자문업체 MSCI ESG 리서치는 400여 개 미국 기업 8백여 명의 CEO들을 대상으로 연봉과 경영실적을 분석해 최근 발표했다. 결과는 상대적으로 연봉이 낮은 CEO들이 높은 연봉을 받는 CEO들보다 경영실적이 오히려 좋았다는 것이다.

특히 CEO 연봉 상위 20%에 든 회사들은 하위 20% 회사들보다 주가상승과 배당 수익이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두 해가 아니라 지난 10년에 걸쳐 장기간의 변화를 추적한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CEO 연봉 상위 회사에 100달러를 투자하면 10년 후 265달러를 받게 되지만 하위그룹 회사에서는 훨씬 많은 367달러를 받게 됐다고 MSCI는 강조한다.

연봉이 높아지면 회사 실적이 나아져, 모두가 좋아진다는 월가의 논리가 잘못된 주장임을 알 수 있다.

잘못된 신화와 심화하는 불평등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PI)가 지난해 말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미국 CEO들의 연봉은 지난 36년 동안 997%나 치솟았다.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한때 주춤하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다시 상승세가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높아진 CEO의 연봉은 다른 임원들의 연봉까지 덩달아 상승시켜 결국 근로자들에게 돌아갈 몫을 빨아들이게 된다고 EPI는 지적한다.

그럼에도 기업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오너나 CEO들은 여전히 연봉이 적다며 부실경영을 하든 실적이 좋아지든 온갖 수단을 동원해 보수를 올려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EPI는 비판한다.


국내에서도 대우조선해양 등 부실경영으로 회사를 위기에 빠뜨린 CEO들이 높은 연봉과 막대한 스톡옵션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그것도 국민 혈세인 공적자금이 수조 원이나 투입된 회사들에서 생긴 일이다.

한편으론 주요 기업들이 올 상반기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으며 올해 연간으론 상장기업 8백여 곳의 영업 이익이 최대 150조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바로 가기] ☞ 경기 침체라는데 기업 이익은 ‘사상 최대’…왜?

경기가 어렵다며 투자도, 고용도 늘리지 않는 주요 기업 CEO들이 성과급이 몰려 있는 올 연말에 어느 정도의 연봉과 보너스를 받게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혹 페이스북이나 구글의 CEO처럼 '1달러 연봉 클럽'에 가입하는 기업 오너나 CEO가 국내에서 탄생하지는 않을까?

"경영실적을 책임지겠다며…." 혹은 "이미 충분히 돈을 벌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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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인 톡] ⑧ 연봉 많은 CEO가 일도 더 잘 할까?
    • 입력 2016-08-19 07:02:37
    김종명의 직장인 톡
"회사 실적은 전적으로 제가 책임집니다. 이에 따라 저는 이번 회계연도에 저의 급여와 보너스를 1달러만 받겠습니다. 우리 회사의 성과는 앞으로 개선될 것이며 저를 포함한 주주들은 그에 따른 보상을 받게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미 IT업계, "연봉 1달러만 받겠다"

세계적 태양전지 전문업체인 선파워(SUNPOWER)사 CEO 톰 워너는 지난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자신의 연봉으로 1달러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파워플랜트 시장 축소 등 시장 환경의 변화로 올해 목표한 실적을 맞추기 어렵게 된 만큼 자발적으로 급여를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연봉 1달러 클럽’ CEO들. 좌로부터 썬파워사의 톰 워너, 구글의 래리 페이지,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미국 IT업계에서는 이렇게 CEO가 연봉 1달러를 받는 관행이 이어져 오고 있다. 경영실적이 우수해 주가가 치솟아도 1달러만 받는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숨질 때까지 15년 동안 연봉 1달러를 받았고, 구글의 공동설립자인 래리 페이지와 에릭 슈미트,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도 '1달러 클럽'의 회원이다.

2013년 '1달러 클럽'에 가입한 저커버그는 그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경영실적 관계없이 치솟는 CEO 연봉

대부분의 CEO들은 이들 1달러 클럽 회원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경영 실적이 악화하면 악화한 대로 연봉을 인상하고, 호전되면 자신이 잘해 그렇게 됐다며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CEO들이 부지기수다.

기업 임원 보수 조사업체 에퀼라(Equilar)가 지난해 미국 내 매출액 상위 200개 기업 CEO들의 연봉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그 실상을 알 수 있다.

셰일가스 업체인 체사피크에너지사의 로버트 로울러 CEO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회사 주가는 무려 76%나 하락했는데도 연봉은 5% 올려 받았다. 천 5백4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70억 원이 넘는다. 화장품 회사 에이본프러덕츠의 셰릴린 멕코이도 주가는 반 토막이 났는데도 연봉을 28%나 더 받았다.

반대로 경영실적이 좋았던 글로벌 여행 사이트 익스피디아의 다라 코스로샤히로는 지난해 무려 9천4백60만 달러(천 48억 원)를 받아 미국 내 '연봉킹'이 됐다. 연봉 대부분이 스톡옵션인데 주가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천문학적인 보수를 거머쥐게 된 것이다.

지난해 연봉 인상과 초고액 연봉으로 논란에 오른 CEO들. 좌로부터 체사피크에너지의 로버트 로울러, 에이본프러덕츠의 셰릴린 멕코이, 익스피디아의 코스로샤히로.
코스로샤히로 CEO의 연봉 인상률은 881%, 천문학적인 금액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자 익스피디아측은 '성과를 낸 CEO에게 보상하는 최고의 사례'라며 맞서고 있다.

실제로 미국 재계의 견해를 대변해온 월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선 CEO들이 연봉을 많이 받을수록 회사의 수익이 늘어난다는 논리로 CEO들의 고액연봉을 옹호하고 있다.

월가가 CEO들의 초고액 연봉을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우는 이런 논리는 30년 전에 시작됐다. 대부분 기업들이 CEO들에 대한 보상으로 성과금과 스톡옵션을 도입할 때이다. 핵심은 받은 만큼 더 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CEO 연봉 많아지면 실적도 좋아진다?

과연 그럴까?

한때 인터넷 시대를 선도했다 지난달 통신기업 버라이즌에 핵심 사업을 매각하고 몰락한 야후의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 CNBC 보도에 따르면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역대 야후 CEO들은 일 년에 평균 3천 6백만 달러(4백억 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집계된다.

이는 현재 CEO인 마리사 메이어의 지난해 연봉과 같은 금액이다. 지난해 메이어의 연봉이 미국 내 전체 CEO 중 11위, 여성 기업인중 1위를 차지했음을 감안하면 그동안 야후 CEO들의 연봉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알 수 있다.

CNBC 관련 기사 캡처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야후 CEO들의 연봉과 재임 중 경영성과는 관련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회사 사정이 나빠져 적자가 계속되는 와중에도 천문학적인 연봉이 지급됐다.

이런 상황은 야후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투자자문업체 MSCI ESG 리서치는 400여 개 미국 기업 8백여 명의 CEO들을 대상으로 연봉과 경영실적을 분석해 최근 발표했다. 결과는 상대적으로 연봉이 낮은 CEO들이 높은 연봉을 받는 CEO들보다 경영실적이 오히려 좋았다는 것이다.

특히 CEO 연봉 상위 20%에 든 회사들은 하위 20% 회사들보다 주가상승과 배당 수익이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두 해가 아니라 지난 10년에 걸쳐 장기간의 변화를 추적한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CEO 연봉 상위 회사에 100달러를 투자하면 10년 후 265달러를 받게 되지만 하위그룹 회사에서는 훨씬 많은 367달러를 받게 됐다고 MSCI는 강조한다.

연봉이 높아지면 회사 실적이 나아져, 모두가 좋아진다는 월가의 논리가 잘못된 주장임을 알 수 있다.

잘못된 신화와 심화하는 불평등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PI)가 지난해 말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미국 CEO들의 연봉은 지난 36년 동안 997%나 치솟았다.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한때 주춤하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다시 상승세가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높아진 CEO의 연봉은 다른 임원들의 연봉까지 덩달아 상승시켜 결국 근로자들에게 돌아갈 몫을 빨아들이게 된다고 EPI는 지적한다.

그럼에도 기업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오너나 CEO들은 여전히 연봉이 적다며 부실경영을 하든 실적이 좋아지든 온갖 수단을 동원해 보수를 올려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EPI는 비판한다.


국내에서도 대우조선해양 등 부실경영으로 회사를 위기에 빠뜨린 CEO들이 높은 연봉과 막대한 스톡옵션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그것도 국민 혈세인 공적자금이 수조 원이나 투입된 회사들에서 생긴 일이다.

한편으론 주요 기업들이 올 상반기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으며 올해 연간으론 상장기업 8백여 곳의 영업 이익이 최대 150조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바로 가기] ☞ 경기 침체라는데 기업 이익은 ‘사상 최대’…왜?

경기가 어렵다며 투자도, 고용도 늘리지 않는 주요 기업 CEO들이 성과급이 몰려 있는 올 연말에 어느 정도의 연봉과 보너스를 받게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혹 페이스북이나 구글의 CEO처럼 '1달러 연봉 클럽'에 가입하는 기업 오너나 CEO가 국내에서 탄생하지는 않을까?

"경영실적을 책임지겠다며…." 혹은 "이미 충분히 돈을 벌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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