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올림픽 무대에 선 북한…무엇을 얻었나?

입력 2016.08.20 (08:09) 수정 2016.08.2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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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계인의 축제, 리우올림픽이 며칠 뒤면 막을 내립니다.

김정은 정권 들어 ‘체육강국’을 강조하고 있는 북한은 이번 올림픽에 김정은의 최측근을 파견할 정도로 관심을 쏟았는데요.

특히 핵 도발로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한 북한이 활발한 스포츠 외교를 벌일 가능성도 주목받았습니다.

리우로 간 북한, 그 성과와 한계를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올림픽 개막 8일째, 브라질 리우의 역도 경기장.

지난 런던올림픽 69kg급 금메달리스트인 북한 여자 역도의 간판 림정심이 한 체급 올린 75kg급 결승 무대에 섰다.

인상에서부터 경쟁자들을 압도하기 시작하더니, 용상에서도 2차시기 만에 가볍게 153kg을 들어올린다.

2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확정한 순간, 북한 응원단은 환호했고, 림정심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녹취> 림정심(북한 여자 역도 국가대표) : “힘든 것만큼 금메달에 가닿는 시간이 짧아진다, 이겨내자, 이렇게 생각하면서 훈련했습니다.”

사흘 뒤엔 북한의 체조영웅 리세광이 금메달 사냥에 나섰다.

자신의 이름을 딴 고난도 기술을 성공한 뒤 손을 번쩍 들어 환호하는 리세광!

<녹취> “리세광 선수, 금메달이 보입니다.”

경쟁자들을 따돌리며 북한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4년 전 런던 올림픽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며 9개 종목에 31명이 출전한 북한 선수단.

금메달 기대주 역도의 엄윤철과 최효심이 잇따라 은메달에 그치는 등 초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한 장의 사진이 국제적인 화제를 낳았다.

환하게 웃으며 셀카를 찍는 두 선수.

기계체조에 출전한 북한의 홍은정 선수가 우리나라 이은주 선수와 스스럼없이 셀카를 찍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녹취> 토마스 바흐(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 "그 모습은 올림픽 정신을 나타내는 '위대한 몸짓'이었습니다. 올림픽 기간 동안 그런 모습을 많이 목격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BBC는 “올림픽의 가장 상징적인 사진”이라고 보도했고, 미국 CNN은 "셀카 사진으로 남북이 하나가 됐다"며 주목했다.

남북한 선수들의 우호적 모습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진종오 선수가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올림픽 사격 사상 첫 3연패라는 대기록을 세우던 순간.

막판까지 선두권을 달리다 아쉽게 동메달에 그친 북한의 김성국 선수가 먼저 다가와 진종오 선수를 축하해주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녹취> 김성국(북한 사격 국가대표) : "우리 하나가 돼서 메달을 따면 더 큰 메달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통일이 되면 1등과 3등이 조선 것으로..."

경직된 모습을 주로 보이던 이전과는 조금은 달라진 모습.

지난해 한국에 정착한 북한 사격 국가대표 출신의 탈북민은 과거와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인터뷰> 황소연*(北 사격 국가대표 출신) : “저희가 선수 생활할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거든요. 외국인들하고 손잡아본다 눈 마주친다 그건 저희는 못하게 무조건 다 못하게 했었거든요. 해외 경기 나가면 남조선 괴뢰도당 선수들이랑 말하지 말라. 조금 친하게 지냈다하게 되면 들어가면 엄청난 난리도 아니거든요. 그리고 다음에 해외 경기 너를 보낸다, 안 보낸다하면서 너무 시끄럽게 하다보니까 저희는 외국인들하고 소통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나 김정은에 대한 노골적인 찬양과 체제선전 일색의 인터뷰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녹취> 림정심(북한 여자 역도 국가대표) : “내가 1등을 했다고 확정됐을 때 처음으로 떠오른 생각이 우리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에게 기쁨을 드렸다는 한 가지 생각, 이젠 원수님께 막 달려가고 싶은 생각뿐이고...”

리세광 선수 역시 금메달을 딴 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께 승리와 영광의 보고를 드렸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속에서 뭔가 끓어오르는 기분“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 같은 북한 선수들의 말과 행동은 당국의 철저한 통제와 교육 아래 이뤄진다.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전 수개월 동안 매일 몇 시간씩 사상교육을 받는다는 것이 탈북민의 전언이다.

<인터뷰> 황소연(북한 사격 국가대표 출신) : “‘너희는 어떻게 먹고 사냐?’하게 되면 ‘장군님께서 다 이렇게 배려를 해주셔서 우리는 먹고 사는 건 근심 걱정 없이 산다’ 이렇게 멘트를 해서 아무튼 정부에 대한 장군님의 배려에 의해서 저희는 해외경기도 나갈 수 있고 장군님의 배려로 저희는 걱정 없이 산다는 걸 외국인들한테 인식을 해주라고 그런 식으로 저희를 교육하거든요.”

더욱이 메달을 따는 순간 쏟아내는 충성 발언은 부와 명예로 이어진다.

1999년 세계선수권 마라톤에서 ‘경애하는 장군님만을 그리며 달렸다’고 우승 소감을 밝힌 정성옥 선수는 집과 차는 물론이고 공화국 영웅칭호까지 받았다.

대회 개막 직전, 북한은 이례적으로 김정은의 최측근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리우를 방문하며 올림픽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최룡해는 도착 당일 국제올림픽위원회 주최 만찬에 참석했고, 이어 북한 매체들은 최룡해가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을 만나 담화했다며, 그의 ‘올림픽 외교’ 활동을 적극적으로 부각시켰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8일) : "“미셰우 테메르 임시대통령은 브라질 정부가 조선과의 친선협조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데 대해서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브라질 외교부 관계자가 이 만남 자체를 부인했다가, 며칠 뒤 “모든 참가국 대표가 참석한 자리에서 만났다”고 밝혔다는 등의 보도가 이어지며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북한이 최룡해를 올림픽에 파견한 목적과 한계를 엿볼 수 있는 해프닝이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최룡해는 김정은의 오른팔로서, 김정은 입장을 대변하는 그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최룡해가 리우에서 많은 활약을 하고 있는 것처럼, 그래서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있고, 대북제재에도 끄떡없다는 것을 인민들에게 보여주는 그런 홍보 전략을 구사하려고 했으나 성과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스포츠 외교’를 위해 파견된 최룡해의 행보는 외교보단 경기 관람과 관광 등 다른 측면에서 더 주목을 받았다.

지난 10일 역도 경기장을 찾은 최룡해.

수행원들과 북한 선수를 응원하다 메달 획득에 실패하자 굳은 얼굴로 차갑게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녹취> “경기 잘 보셨습니까? 선수들한테 힘이 되는 말 한 말씀만 해주세요.”

주요 경기장을 돌며 선수들의 성적에 일희일비하더니, 리우 최대 명소인 예수상을 찾아 관광을 즐기는 모습도 현지 교민의 카메라에 잡혔다.

기독교를 탄압하는 북한의 권력 2인자가 예수상을 관광했다는 점은 여러 구설을 낳았다.

이 같은 최룡해의 행보는 이전 올림픽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하다는 평가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김영남 당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파견했던 북한.

김영남은 그곳에서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 등을 만나 담화하며 활발한 외교 활동을 펼쳤다.

이런 가운데 북한 선수단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최룡해는 당초 일정보다 앞당겨 브라질을 떠난 뒤, 쿠바를 들러 평양으로 돌아갔다.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수석연구원) : “최룡해가, 북한의 2인자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의 IOC위원이라든지 이런 사람들과 충분한 접촉을 하지 못한 결과를 가지고 갔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선수들에 대한 사기 양양 차원에서의 각종 행사에 참석해서 사기는 북돋웠을지언정 스포츠 외교라는 측면에서는 철저하게 실패하고 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따내며 종합 20위에 올랐던 북한.

집권 후 줄곧 ‘체육강국’을 강조했던 김정은은 이번엔 “금메달 5개 이상을 따오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의 성적은 런던올림픽에 크게 미치지 못한 채 대회 폐막을 앞두고 있다.

<녹취> 엄윤철(북한 역도 국가대표) : “일단 시합에서 졌으니까, 경기에서 졌으니까 할 소리가 없습니다.”

북한 매체들도 연일 올림픽 경기를 녹화 중계하던 4년 전과 달리 하루 한 시간 정도 주요 경기 장면만을 모아 내보내는 데 그치고 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북한 입장에서는 안보리 제재 결의안 이후에 여러 가지 삶의 고단함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체육을 통해서 시름을 잊어보고자 하는 스포츠 육성 정책을 펴려고 했으나 결과가 성과가 이를 받쳐주지 않음에 따라서 북한 정권의 대인민들에 대한 만족을 높이는 정책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고요.”

국가적 차원에서 체육을 강조하고 있는데도 북한이 올림픽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새로운 유망주가 별로 없는데다, 메달을 기대하는 종목이 국가 차원에서 집중 육성한 유도, 역도, 체조 등에만 편향돼 있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수석연구원) : “이런 9개 종목 이외에 다른 종목에 대한 전술적인 검토 부분들은 현재 없다보니까 국제사회에서 변화하는 스포츠 사회에서 결과론적으로는 북한 선수들의 경기력이 점점 낮아져 가는 그런 결과를 도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여기에 경제난과 국제적인 고립 등으로 국제사회와의 정보, 기술 교류가 부족하고 남북관계 악화로 교류와 지원이 크게 줄어든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스포츠가 본래의 정신에서 벗어나 체제선전의 수단으로만 육성되고 있다는 점이 근본적 한계로 지적된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장군님 덕택이라는 그런 멘트보다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스포츠 고유의 정신을 통해서 노력을 할 때 좀 더 성과가 나올 수 있다. 조기 선수 발굴과 우수한 영양 지원, 체계적인 과학 육성 정책, 국제 사회의 교류 등 삼박자가 맞아야 되는데 이런 삼박자를 갖추기 위해서는 북한 경제가 좀 더 회복이 되어야지만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체육 강국' 건설 구호 아래 각고의 노력으로 훈련을 했지만 아쉬운 결과를 받아든 북한 선수단.

고립을 자초한 북한 당국이 지금과 같은 체제선전 목적의 스포츠 정책만을 고집한다면, 앞으로도 올림픽 성적은 물론 스포츠를 통한 외교활동에서도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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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올림픽 무대에 선 북한…무엇을 얻었나?
    • 입력 2016-08-20 07:04:34
    • 수정2016-08-20 09:02:22
    남북의 창
<앵커 멘트> 세계인의 축제, 리우올림픽이 며칠 뒤면 막을 내립니다. 김정은 정권 들어 ‘체육강국’을 강조하고 있는 북한은 이번 올림픽에 김정은의 최측근을 파견할 정도로 관심을 쏟았는데요. 특히 핵 도발로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한 북한이 활발한 스포츠 외교를 벌일 가능성도 주목받았습니다. 리우로 간 북한, 그 성과와 한계를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올림픽 개막 8일째, 브라질 리우의 역도 경기장. 지난 런던올림픽 69kg급 금메달리스트인 북한 여자 역도의 간판 림정심이 한 체급 올린 75kg급 결승 무대에 섰다. 인상에서부터 경쟁자들을 압도하기 시작하더니, 용상에서도 2차시기 만에 가볍게 153kg을 들어올린다. 2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확정한 순간, 북한 응원단은 환호했고, 림정심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녹취> 림정심(북한 여자 역도 국가대표) : “힘든 것만큼 금메달에 가닿는 시간이 짧아진다, 이겨내자, 이렇게 생각하면서 훈련했습니다.” 사흘 뒤엔 북한의 체조영웅 리세광이 금메달 사냥에 나섰다. 자신의 이름을 딴 고난도 기술을 성공한 뒤 손을 번쩍 들어 환호하는 리세광! <녹취> “리세광 선수, 금메달이 보입니다.” 경쟁자들을 따돌리며 북한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4년 전 런던 올림픽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며 9개 종목에 31명이 출전한 북한 선수단. 금메달 기대주 역도의 엄윤철과 최효심이 잇따라 은메달에 그치는 등 초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한 장의 사진이 국제적인 화제를 낳았다. 환하게 웃으며 셀카를 찍는 두 선수. 기계체조에 출전한 북한의 홍은정 선수가 우리나라 이은주 선수와 스스럼없이 셀카를 찍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녹취> 토마스 바흐(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 "그 모습은 올림픽 정신을 나타내는 '위대한 몸짓'이었습니다. 올림픽 기간 동안 그런 모습을 많이 목격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BBC는 “올림픽의 가장 상징적인 사진”이라고 보도했고, 미국 CNN은 "셀카 사진으로 남북이 하나가 됐다"며 주목했다. 남북한 선수들의 우호적 모습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진종오 선수가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올림픽 사격 사상 첫 3연패라는 대기록을 세우던 순간. 막판까지 선두권을 달리다 아쉽게 동메달에 그친 북한의 김성국 선수가 먼저 다가와 진종오 선수를 축하해주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녹취> 김성국(북한 사격 국가대표) : "우리 하나가 돼서 메달을 따면 더 큰 메달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통일이 되면 1등과 3등이 조선 것으로..." 경직된 모습을 주로 보이던 이전과는 조금은 달라진 모습. 지난해 한국에 정착한 북한 사격 국가대표 출신의 탈북민은 과거와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인터뷰> 황소연*(北 사격 국가대표 출신) : “저희가 선수 생활할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거든요. 외국인들하고 손잡아본다 눈 마주친다 그건 저희는 못하게 무조건 다 못하게 했었거든요. 해외 경기 나가면 남조선 괴뢰도당 선수들이랑 말하지 말라. 조금 친하게 지냈다하게 되면 들어가면 엄청난 난리도 아니거든요. 그리고 다음에 해외 경기 너를 보낸다, 안 보낸다하면서 너무 시끄럽게 하다보니까 저희는 외국인들하고 소통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나 김정은에 대한 노골적인 찬양과 체제선전 일색의 인터뷰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녹취> 림정심(북한 여자 역도 국가대표) : “내가 1등을 했다고 확정됐을 때 처음으로 떠오른 생각이 우리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에게 기쁨을 드렸다는 한 가지 생각, 이젠 원수님께 막 달려가고 싶은 생각뿐이고...” 리세광 선수 역시 금메달을 딴 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께 승리와 영광의 보고를 드렸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속에서 뭔가 끓어오르는 기분“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 같은 북한 선수들의 말과 행동은 당국의 철저한 통제와 교육 아래 이뤄진다.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전 수개월 동안 매일 몇 시간씩 사상교육을 받는다는 것이 탈북민의 전언이다. <인터뷰> 황소연(북한 사격 국가대표 출신) : “‘너희는 어떻게 먹고 사냐?’하게 되면 ‘장군님께서 다 이렇게 배려를 해주셔서 우리는 먹고 사는 건 근심 걱정 없이 산다’ 이렇게 멘트를 해서 아무튼 정부에 대한 장군님의 배려에 의해서 저희는 해외경기도 나갈 수 있고 장군님의 배려로 저희는 걱정 없이 산다는 걸 외국인들한테 인식을 해주라고 그런 식으로 저희를 교육하거든요.” 더욱이 메달을 따는 순간 쏟아내는 충성 발언은 부와 명예로 이어진다. 1999년 세계선수권 마라톤에서 ‘경애하는 장군님만을 그리며 달렸다’고 우승 소감을 밝힌 정성옥 선수는 집과 차는 물론이고 공화국 영웅칭호까지 받았다. 대회 개막 직전, 북한은 이례적으로 김정은의 최측근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리우를 방문하며 올림픽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최룡해는 도착 당일 국제올림픽위원회 주최 만찬에 참석했고, 이어 북한 매체들은 최룡해가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을 만나 담화했다며, 그의 ‘올림픽 외교’ 활동을 적극적으로 부각시켰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8일) : "“미셰우 테메르 임시대통령은 브라질 정부가 조선과의 친선협조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데 대해서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브라질 외교부 관계자가 이 만남 자체를 부인했다가, 며칠 뒤 “모든 참가국 대표가 참석한 자리에서 만났다”고 밝혔다는 등의 보도가 이어지며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북한이 최룡해를 올림픽에 파견한 목적과 한계를 엿볼 수 있는 해프닝이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최룡해는 김정은의 오른팔로서, 김정은 입장을 대변하는 그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최룡해가 리우에서 많은 활약을 하고 있는 것처럼, 그래서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있고, 대북제재에도 끄떡없다는 것을 인민들에게 보여주는 그런 홍보 전략을 구사하려고 했으나 성과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스포츠 외교’를 위해 파견된 최룡해의 행보는 외교보단 경기 관람과 관광 등 다른 측면에서 더 주목을 받았다. 지난 10일 역도 경기장을 찾은 최룡해. 수행원들과 북한 선수를 응원하다 메달 획득에 실패하자 굳은 얼굴로 차갑게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녹취> “경기 잘 보셨습니까? 선수들한테 힘이 되는 말 한 말씀만 해주세요.” 주요 경기장을 돌며 선수들의 성적에 일희일비하더니, 리우 최대 명소인 예수상을 찾아 관광을 즐기는 모습도 현지 교민의 카메라에 잡혔다. 기독교를 탄압하는 북한의 권력 2인자가 예수상을 관광했다는 점은 여러 구설을 낳았다. 이 같은 최룡해의 행보는 이전 올림픽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하다는 평가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김영남 당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파견했던 북한. 김영남은 그곳에서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 등을 만나 담화하며 활발한 외교 활동을 펼쳤다. 이런 가운데 북한 선수단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최룡해는 당초 일정보다 앞당겨 브라질을 떠난 뒤, 쿠바를 들러 평양으로 돌아갔다.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수석연구원) : “최룡해가, 북한의 2인자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의 IOC위원이라든지 이런 사람들과 충분한 접촉을 하지 못한 결과를 가지고 갔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선수들에 대한 사기 양양 차원에서의 각종 행사에 참석해서 사기는 북돋웠을지언정 스포츠 외교라는 측면에서는 철저하게 실패하고 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따내며 종합 20위에 올랐던 북한. 집권 후 줄곧 ‘체육강국’을 강조했던 김정은은 이번엔 “금메달 5개 이상을 따오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의 성적은 런던올림픽에 크게 미치지 못한 채 대회 폐막을 앞두고 있다. <녹취> 엄윤철(북한 역도 국가대표) : “일단 시합에서 졌으니까, 경기에서 졌으니까 할 소리가 없습니다.” 북한 매체들도 연일 올림픽 경기를 녹화 중계하던 4년 전과 달리 하루 한 시간 정도 주요 경기 장면만을 모아 내보내는 데 그치고 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북한 입장에서는 안보리 제재 결의안 이후에 여러 가지 삶의 고단함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체육을 통해서 시름을 잊어보고자 하는 스포츠 육성 정책을 펴려고 했으나 결과가 성과가 이를 받쳐주지 않음에 따라서 북한 정권의 대인민들에 대한 만족을 높이는 정책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고요.” 국가적 차원에서 체육을 강조하고 있는데도 북한이 올림픽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새로운 유망주가 별로 없는데다, 메달을 기대하는 종목이 국가 차원에서 집중 육성한 유도, 역도, 체조 등에만 편향돼 있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수석연구원) : “이런 9개 종목 이외에 다른 종목에 대한 전술적인 검토 부분들은 현재 없다보니까 국제사회에서 변화하는 스포츠 사회에서 결과론적으로는 북한 선수들의 경기력이 점점 낮아져 가는 그런 결과를 도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여기에 경제난과 국제적인 고립 등으로 국제사회와의 정보, 기술 교류가 부족하고 남북관계 악화로 교류와 지원이 크게 줄어든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스포츠가 본래의 정신에서 벗어나 체제선전의 수단으로만 육성되고 있다는 점이 근본적 한계로 지적된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장군님 덕택이라는 그런 멘트보다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스포츠 고유의 정신을 통해서 노력을 할 때 좀 더 성과가 나올 수 있다. 조기 선수 발굴과 우수한 영양 지원, 체계적인 과학 육성 정책, 국제 사회의 교류 등 삼박자가 맞아야 되는데 이런 삼박자를 갖추기 위해서는 북한 경제가 좀 더 회복이 되어야지만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체육 강국' 건설 구호 아래 각고의 노력으로 훈련을 했지만 아쉬운 결과를 받아든 북한 선수단. 고립을 자초한 북한 당국이 지금과 같은 체제선전 목적의 스포츠 정책만을 고집한다면, 앞으로도 올림픽 성적은 물론 스포츠를 통한 외교활동에서도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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