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세계 최악의 도시 ‘라고스’…어떤 곳?

입력 2016.08.20 (13:57) 수정 2016.08.2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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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계열사인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는 매년 8월 '살기 좋은 도시 순위(Liveability Ranking and Overview)'를 공개한다. 북미·유럽의 주요 국가 수도를 포함해 전 세계 대도시 140곳이 대상이다. 안정성(치안)·보건·문화·환경·교육 등 5가지 항목에 각각 점수를 매겨 순위를 정한다.

올해는 호주의 멜버른(Melbourne)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됐다. 오스트리아 빈(Vienna)이 2위, 캐나다 밴쿠버(Vancouver) 3위 등 상위 10위권은 모두 유럽과 오세아니아, 북미 선진국들이 차지했다.

반면 하위 10위권에는 내전·테러·질병 등 위협을 겪고 있는 아라비아 반도와 아프리카의 도시들이 이름을 올렸다. 1위는 IS의 본산인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였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주요 도시 5곳이 하위 10위권에 들어 여전히 척박한 대륙임이 확인됐다.

☞ [다운받기] Global Liveability Ranking 2016 [PDF]

내전과 공습...리비아 트리폴리

리비아의 친정부 군대가 8월 16일 북부 항구도시 시르테 외곽지역에서 IS를 대상으로 공격을 벌이고 있다. (사진 신화통신)리비아의 친정부 군대가 8월 16일 북부 항구도시 시르테 외곽지역에서 IS를 대상으로 공격을 벌이고 있다. (사진 신화통신)

EIU는 북아프리카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를 세계에서 2번째 살기 힘든 도시로 선정했다. 정치 불안과 오랜 내전으로 인해 기간시설 대부분이 파괴된 점이 큰 감점 요인이 됐다.

지난 2011년 아랍권 국가들의 민주화 투쟁인 '아랍의 봄'이 리비아에도 불어닥쳤다. 42년간의 무아마르 카다피(Muammar Qaddafi) 독재 정권이 막을 내렸고, '도망자' 신세가 된 카다피는 길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아랍의 봄' 이후 리비아는 민주적 총 선거를 실시하는 등 국가적 재도약을 시도했다. 하지만 곳곳에서 벌어지는 권력투쟁과 내전으로 불안은 가중됐다.

2012년 9월 이슬람 반군의 공격으로 당시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인 크리스토퍼 스티븐스(Christopher Stevens) 등 3명이 숨졌다. 혼란을 틈타 세력을 확장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는 2014년 데르나, 2015년에는 시르테까지 함락시킨 바 있다.

최근까지도 미군은 IS 소탕을 위해 리비아에서 공습을 벌이고 있다. IS는 이에 대항해 리비아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자살 폭탄 테러를 벌이며 다수의 사상자를 내고 있다.

테러와 부패...나이지리아 라고스

나이지리아 최대 도시 라고스(Lagos) 전경나이지리아 최대 도시 라고스(Lagos) 전경

나이지리아의 최대 도시인 라고스의 인구 추정치는 2,200만 명이다. 최근 십수 년간 석유 등 천연자원을 기반으로 경제 발전을 이룬 덕에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요즘 이 도시는 국제 원유가 하락·테러·빈부격차 악화 등 국내외적 악재에 허덕이고 있다. EIU가 라고스를 최악의 도시 3위로 선정한 이유다. 다마스쿠스와 트리폴리가 모두 내전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라고스는 전쟁이 없는 곳 중 최악의 도시인 셈이다.

라고스는 특히 치안이 140개 도시 가운데 최악으로 평가됐다. 집단납치·테러 등을 자행하는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Boko Haram)의 위협이 상존하고, 강도와 살인 등도 빈번히 일어난다.

교육 환경도 열악하다. 지난 3월 Education Rights Campaign(ERC)은 라고스의 초·중등 교사와 학생 비율이 최대 1대 100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네스코(UNESCO)의 권고 기준인 1대 35와 비교해 3배 가까이 높다.

부패는 손쓰기 힘든 수준이다. 세계 10위권 산유국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원유 정제 시설 기반이 없어서, 외국에서 정제한 기름을 역수입해와야 한다. 부패 공무원들의 묵인과 유통 과정에서의 부당이득 탓에, 최근까지도 라고스 등 나이지리아 시민 전체가 기름 부족 사태를 겪었다.

질병과 가난...짐바브웨 하라레(Harare)

짐바브웨 병원들은 진통제 등 기본적인 약품들까지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짐바브웨 병원들은 진통제 등 기본적인 약품들까지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짐바브웨는 환자 1만 명당 의사 수가 2명에 불과하다. 국가 전체가 보건 사각지대다. 급여 수준이 낮아 그마저 있던 의료인들도 상당수 짐바브웨를 떠나고 있다.

전체 국민 약 1,380만 명 가운데 100만 명이 HIV(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AIDS(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평균 수명은 50살에 못 미친다. 말라리아는 짐바브웨의 또 다른 위협요소인데, 위생 불량, 약품 부족으로 지난해만 53만 명 이상이 이 병으로 신음했다.

질병 관리 실패로 농촌에는 인력이 언제나 부족하다. 게다가 자연재해로 작황이 좋지 않은 해가 많다. 이런 까닭에 하라레 등 짐바브웨 어린이 3명 가운데 1명은 만성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짐바브웨 하라레는 EIU가 선정한 세계에서 살기 힘든 도시 8위다. 이 밖에 알제리의 수도 알제, 카메룬 최대도시 두알라가 최악의 도시 10위권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EIU는 최근 5년간 조사 대상 도시들의 생활 여건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고, 특히 안정성 부문의 하락이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정치적 불안으로부터 비롯된 반군·테러단체의 안보 위협과, 공직사회의 부패와 무능이 야기하는 가난·질병이 생활 여건 하락의 원인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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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계열사인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는 매년 8월 '살기 좋은 도시 순위(Liveability Ranking and Overview)'를 공개한다. 북미·유럽의 주요 국가 수도를 포함해 전 세계 대도시 140곳이 대상이다. 안정성(치안)·보건·문화·환경·교육 등 5가지 항목에 각각 점수를 매겨 순위를 정한다. 올해는 호주의 멜버른(Melbourne)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됐다. 오스트리아 빈(Vienna)이 2위, 캐나다 밴쿠버(Vancouver) 3위 등 상위 10위권은 모두 유럽과 오세아니아, 북미 선진국들이 차지했다. 반면 하위 10위권에는 내전·테러·질병 등 위협을 겪고 있는 아라비아 반도와 아프리카의 도시들이 이름을 올렸다. 1위는 IS의 본산인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였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주요 도시 5곳이 하위 10위권에 들어 여전히 척박한 대륙임이 확인됐다. ☞ [다운받기] Global Liveability Ranking 2016 [PDF] 내전과 공습...리비아 트리폴리 리비아의 친정부 군대가 8월 16일 북부 항구도시 시르테 외곽지역에서 IS를 대상으로 공격을 벌이고 있다. (사진 신화통신) EIU는 북아프리카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를 세계에서 2번째 살기 힘든 도시로 선정했다. 정치 불안과 오랜 내전으로 인해 기간시설 대부분이 파괴된 점이 큰 감점 요인이 됐다. 지난 2011년 아랍권 국가들의 민주화 투쟁인 '아랍의 봄'이 리비아에도 불어닥쳤다. 42년간의 무아마르 카다피(Muammar Qaddafi) 독재 정권이 막을 내렸고, '도망자' 신세가 된 카다피는 길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아랍의 봄' 이후 리비아는 민주적 총 선거를 실시하는 등 국가적 재도약을 시도했다. 하지만 곳곳에서 벌어지는 권력투쟁과 내전으로 불안은 가중됐다. 2012년 9월 이슬람 반군의 공격으로 당시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인 크리스토퍼 스티븐스(Christopher Stevens) 등 3명이 숨졌다. 혼란을 틈타 세력을 확장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는 2014년 데르나, 2015년에는 시르테까지 함락시킨 바 있다. 최근까지도 미군은 IS 소탕을 위해 리비아에서 공습을 벌이고 있다. IS는 이에 대항해 리비아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자살 폭탄 테러를 벌이며 다수의 사상자를 내고 있다. 테러와 부패...나이지리아 라고스 나이지리아 최대 도시 라고스(Lagos) 전경 나이지리아의 최대 도시인 라고스의 인구 추정치는 2,200만 명이다. 최근 십수 년간 석유 등 천연자원을 기반으로 경제 발전을 이룬 덕에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요즘 이 도시는 국제 원유가 하락·테러·빈부격차 악화 등 국내외적 악재에 허덕이고 있다. EIU가 라고스를 최악의 도시 3위로 선정한 이유다. 다마스쿠스와 트리폴리가 모두 내전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라고스는 전쟁이 없는 곳 중 최악의 도시인 셈이다. 라고스는 특히 치안이 140개 도시 가운데 최악으로 평가됐다. 집단납치·테러 등을 자행하는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Boko Haram)의 위협이 상존하고, 강도와 살인 등도 빈번히 일어난다. 교육 환경도 열악하다. 지난 3월 Education Rights Campaign(ERC)은 라고스의 초·중등 교사와 학생 비율이 최대 1대 100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네스코(UNESCO)의 권고 기준인 1대 35와 비교해 3배 가까이 높다. 부패는 손쓰기 힘든 수준이다. 세계 10위권 산유국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원유 정제 시설 기반이 없어서, 외국에서 정제한 기름을 역수입해와야 한다. 부패 공무원들의 묵인과 유통 과정에서의 부당이득 탓에, 최근까지도 라고스 등 나이지리아 시민 전체가 기름 부족 사태를 겪었다. 질병과 가난...짐바브웨 하라레(Harare) 짐바브웨 병원들은 진통제 등 기본적인 약품들까지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짐바브웨는 환자 1만 명당 의사 수가 2명에 불과하다. 국가 전체가 보건 사각지대다. 급여 수준이 낮아 그마저 있던 의료인들도 상당수 짐바브웨를 떠나고 있다. 전체 국민 약 1,380만 명 가운데 100만 명이 HIV(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AIDS(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평균 수명은 50살에 못 미친다. 말라리아는 짐바브웨의 또 다른 위협요소인데, 위생 불량, 약품 부족으로 지난해만 53만 명 이상이 이 병으로 신음했다. 질병 관리 실패로 농촌에는 인력이 언제나 부족하다. 게다가 자연재해로 작황이 좋지 않은 해가 많다. 이런 까닭에 하라레 등 짐바브웨 어린이 3명 가운데 1명은 만성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짐바브웨 하라레는 EIU가 선정한 세계에서 살기 힘든 도시 8위다. 이 밖에 알제리의 수도 알제, 카메룬 최대도시 두알라가 최악의 도시 10위권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EIU는 최근 5년간 조사 대상 도시들의 생활 여건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고, 특히 안정성 부문의 하락이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정치적 불안으로부터 비롯된 반군·테러단체의 안보 위협과, 공직사회의 부패와 무능이 야기하는 가난·질병이 생활 여건 하락의 원인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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