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펠프스·이용대…리우의 ‘뜨거운 안녕’

입력 2016.08.20 (17:2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위대한 선수의 마지막 승부는 언제나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가장 뜨거운 승부가 펼쳐지는 올림픽 무대, 그곳에서 하는 은퇴만큼 강렬한 이별이 있을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마지막으로 '뜨거운 안녕'을 고하는 선수들이 있다.

상상할 수 없어, '볼트 없는 육상'

브라질 빈민촌 파벨라의 아이들을 훈련장으로 초대할 때부터 20일 400m 계주 결승까지 볼트의 '번개 세리머니'는 계속됐다. 그는 올림픽 육상 단거리 3연속 3관왕을 달성하며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화려하게 작별을 고했다.


볼트는 마지막 올림픽에서 첫 경기부터 드라마를 써내려갔다. 15일(한국시간) 100m 결승, 그는 50m 지점까지 중위권에 처졌다가 특유의 막판 스퍼트로 9초 81의 기록을 세우며 모든 경쟁자를 따돌렸다. 19일 200m 결승전에서는 비에 젖은 트랙에서도 19초 78을 기록했다. 결승전에 나선 선수 중 19초대 기록을 세운 선수는 볼트뿐이었다.

우리가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이런 경이로운 기록을 너무 당연하다는 듯 세우는 그의 여유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200m 예선에서 결승선을 앞두고 속력을 늦추며 들어오는 여유를 보였다. 이번 만이 아니다. 볼트는 결승선에 들어서기 전 가슴을 두드리는 세리머니를 하거나, 옆 선수에게 미소를 지으며 들어온다. 그 다소 거만해 보이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역시 볼트'라는 찬사를 끌어낸다.

이런 선수를 올림픽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볼트는 마지막 400m 계주를 뛰고 "모두 보지 않았나? 내가 최고다!" 라고 외쳤다. 아쉬워하는 팬들에게 그는“그동안 많은 국제대회에 나섰고, 여러 경쟁자와 싸웠다. 나와의 싸움이기도 했다. 솔직히 지쳤다. 나는 충분히 올림픽을 즐겼다"고 말했다.

"내가 최고다(I am the greatest)" 라고 외치고 떠난 우사인 볼트, 그는 그렇게 전설이 됐다.

펠프스, 이제는 진짜 안녕!

수영 황제 펠프스는 15일 2번째 작별 통보를 했다. 기자회견에서 펠프스는“런던에서도 마지막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때는 더 할 것이 있을 것 같아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다. 혼계영(400m) 금메달은 마지막 레이스였다. 나는 지금 가능한 최고 자리에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원한 선수 생활 마지막의 모습이다”며 은퇴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펠프스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수영 실력으로 '황제'는 물론 '펠피쉬'라는 귀여운 별칭까지 얻었다. 펠프스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6관왕, 2008년 베이징올림픽 8관왕, 2012년 런던올림픽 4관왕에 올랐다. 그리고 2016년 리우올림픽에선 남자 계영 400m와 800m, 접영 200m, 개인혼영 200m, 혼계영 400m에서 금메달을 휩쓸며 5관왕에 올랐다.

개인 통산 금23·은3·동 2개 등 총 28개의 메달을 목에 건 그는 올림픽 개인 최다 금메달, 개인 최다 메달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펠프스는“이번 올림픽 접영 200m는 내 인생 최고의 레이스 중 하나였다. 모든 올림픽이 다 달랐고 모든 메달이 소중했다”며 금메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두 번째 이별 선언, 진짜 펠프스를 볼 수 없을 것 같아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펠프스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당분간은 못 만나겠네요. 나~중에 봬요"

쉼 없이 달린 이용대, 즐겨라!

한국 선수 중에서도 이번 리우올림픽을 은퇴 무대로 정한 이들이 있다.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 이용대 선수도 은퇴를 선언했다.


이용대 선수는 15일 유연성과 짝을 이뤄 나선 리우올림픽 남자복식 8강전에서 말레이시아의 고위시엠-탄위키옹에 게임스코어 1:2로 져 탈락한 뒤 이득춘 국가대표 감독과 면담을 통해 은퇴의사를 밝혔다. 이 감독은“이용대가 몇 년 전부터 리우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12년 간 국가대표로 지내면서 쉴 틈 없이 달려왔다.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여러 차례 리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밝혔던 이용대. 우리는 더 이상 그의 윙크와 미소를 볼 수 없는 것일까? 아쉬움이 가득한 팬들에게 그는 "국가대표팀은 떠나지만, 아예 배드민턴을 놓은 것은 아니다. 국내 대회에는 계속 출전할 예정이며 비시즌에는 해외 프로 배드민턴 리그에 진출하는 계획도 세웠다."고 전했다.

다만 "즐기면서 배드민턴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속내도 털어놨다. 그는 "가족도 중요하다. 지난 4년간 한 달에 2~3주는 국제대회 참가 때문에 해외에 나가 있어야 해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적어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용대는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오기만 했다"며“일단 부담을 덜어내고 운동하면서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핸드볼 왕언니 오영란, "언니 어디가?"

여자 핸드볼의 오영란(44) 선수도 리우올림픽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그녀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결승전에서 세 차례의 동점 끝에 아쉽게 패했지만, 국민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안긴‘우생순’신화의 주인공이다. 21세에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던 오영란은 이미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지만, 임영철 감독의 간곡한 요청을 받고 8년 만에 다시 복귀를 결심해 리우 땅을 밟았다.


'왕언니' 오영란 덕에 한국 여자 핸드볼팀은 1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퓨처 아레나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예선 3차전. 골을 허용하면 예선 3전패를 떠안게 되는 위기에서 노련한 오영란은 공의 방향을 정확하게 읽었다. 공은 오영란의 명치 부분을 맞고 골대 옆으로 흘러나갔다. 결국 네덜란드와 극적으로 32-32 무승부를 끌어내기도 했다.

오영란 선수는 맏언니답게 마지막 순간까지 후배들을 생각했다. "뛸 수 있는 건 이게 마지막 경기라고 이야기를 했을 때 선수들이 게임 들어가기 전부터 눈물을 흘리더라. 괜히 내가 애들한테 무겁게 했나 싶어서" 라며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너희들의 우생순은 지금부터 시작이다"는 격려를 마지막까지 잊지 않았다. 뜨거운 눈물로 후배들을 끌어안은 오 선수. 그녀는 우리에게 영원한 '왕언니'로 남았다.

2016년 리우올림픽을 마지막으로 '뜨거운 안녕'을 고한 선수들. 그들을 다시 보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열렬히 사랑한 시간을 생각해서, 종종 안부 정도는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볼트·펠프스·이용대…리우의 ‘뜨거운 안녕’
    • 입력 2016-08-20 17:29:33
    리우올림픽
위대한 선수의 마지막 승부는 언제나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가장 뜨거운 승부가 펼쳐지는 올림픽 무대, 그곳에서 하는 은퇴만큼 강렬한 이별이 있을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마지막으로 '뜨거운 안녕'을 고하는 선수들이 있다.

상상할 수 없어, '볼트 없는 육상'

브라질 빈민촌 파벨라의 아이들을 훈련장으로 초대할 때부터 20일 400m 계주 결승까지 볼트의 '번개 세리머니'는 계속됐다. 그는 올림픽 육상 단거리 3연속 3관왕을 달성하며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화려하게 작별을 고했다.


볼트는 마지막 올림픽에서 첫 경기부터 드라마를 써내려갔다. 15일(한국시간) 100m 결승, 그는 50m 지점까지 중위권에 처졌다가 특유의 막판 스퍼트로 9초 81의 기록을 세우며 모든 경쟁자를 따돌렸다. 19일 200m 결승전에서는 비에 젖은 트랙에서도 19초 78을 기록했다. 결승전에 나선 선수 중 19초대 기록을 세운 선수는 볼트뿐이었다.

우리가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이런 경이로운 기록을 너무 당연하다는 듯 세우는 그의 여유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200m 예선에서 결승선을 앞두고 속력을 늦추며 들어오는 여유를 보였다. 이번 만이 아니다. 볼트는 결승선에 들어서기 전 가슴을 두드리는 세리머니를 하거나, 옆 선수에게 미소를 지으며 들어온다. 그 다소 거만해 보이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역시 볼트'라는 찬사를 끌어낸다.

이런 선수를 올림픽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볼트는 마지막 400m 계주를 뛰고 "모두 보지 않았나? 내가 최고다!" 라고 외쳤다. 아쉬워하는 팬들에게 그는“그동안 많은 국제대회에 나섰고, 여러 경쟁자와 싸웠다. 나와의 싸움이기도 했다. 솔직히 지쳤다. 나는 충분히 올림픽을 즐겼다"고 말했다.

"내가 최고다(I am the greatest)" 라고 외치고 떠난 우사인 볼트, 그는 그렇게 전설이 됐다.

펠프스, 이제는 진짜 안녕!

수영 황제 펠프스는 15일 2번째 작별 통보를 했다. 기자회견에서 펠프스는“런던에서도 마지막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때는 더 할 것이 있을 것 같아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다. 혼계영(400m) 금메달은 마지막 레이스였다. 나는 지금 가능한 최고 자리에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원한 선수 생활 마지막의 모습이다”며 은퇴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펠프스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수영 실력으로 '황제'는 물론 '펠피쉬'라는 귀여운 별칭까지 얻었다. 펠프스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6관왕, 2008년 베이징올림픽 8관왕, 2012년 런던올림픽 4관왕에 올랐다. 그리고 2016년 리우올림픽에선 남자 계영 400m와 800m, 접영 200m, 개인혼영 200m, 혼계영 400m에서 금메달을 휩쓸며 5관왕에 올랐다.

개인 통산 금23·은3·동 2개 등 총 28개의 메달을 목에 건 그는 올림픽 개인 최다 금메달, 개인 최다 메달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펠프스는“이번 올림픽 접영 200m는 내 인생 최고의 레이스 중 하나였다. 모든 올림픽이 다 달랐고 모든 메달이 소중했다”며 금메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두 번째 이별 선언, 진짜 펠프스를 볼 수 없을 것 같아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펠프스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당분간은 못 만나겠네요. 나~중에 봬요"

쉼 없이 달린 이용대, 즐겨라!

한국 선수 중에서도 이번 리우올림픽을 은퇴 무대로 정한 이들이 있다.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 이용대 선수도 은퇴를 선언했다.


이용대 선수는 15일 유연성과 짝을 이뤄 나선 리우올림픽 남자복식 8강전에서 말레이시아의 고위시엠-탄위키옹에 게임스코어 1:2로 져 탈락한 뒤 이득춘 국가대표 감독과 면담을 통해 은퇴의사를 밝혔다. 이 감독은“이용대가 몇 년 전부터 리우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12년 간 국가대표로 지내면서 쉴 틈 없이 달려왔다.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여러 차례 리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밝혔던 이용대. 우리는 더 이상 그의 윙크와 미소를 볼 수 없는 것일까? 아쉬움이 가득한 팬들에게 그는 "국가대표팀은 떠나지만, 아예 배드민턴을 놓은 것은 아니다. 국내 대회에는 계속 출전할 예정이며 비시즌에는 해외 프로 배드민턴 리그에 진출하는 계획도 세웠다."고 전했다.

다만 "즐기면서 배드민턴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속내도 털어놨다. 그는 "가족도 중요하다. 지난 4년간 한 달에 2~3주는 국제대회 참가 때문에 해외에 나가 있어야 해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적어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용대는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오기만 했다"며“일단 부담을 덜어내고 운동하면서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핸드볼 왕언니 오영란, "언니 어디가?"

여자 핸드볼의 오영란(44) 선수도 리우올림픽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그녀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결승전에서 세 차례의 동점 끝에 아쉽게 패했지만, 국민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안긴‘우생순’신화의 주인공이다. 21세에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던 오영란은 이미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지만, 임영철 감독의 간곡한 요청을 받고 8년 만에 다시 복귀를 결심해 리우 땅을 밟았다.


'왕언니' 오영란 덕에 한국 여자 핸드볼팀은 1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퓨처 아레나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예선 3차전. 골을 허용하면 예선 3전패를 떠안게 되는 위기에서 노련한 오영란은 공의 방향을 정확하게 읽었다. 공은 오영란의 명치 부분을 맞고 골대 옆으로 흘러나갔다. 결국 네덜란드와 극적으로 32-32 무승부를 끌어내기도 했다.

오영란 선수는 맏언니답게 마지막 순간까지 후배들을 생각했다. "뛸 수 있는 건 이게 마지막 경기라고 이야기를 했을 때 선수들이 게임 들어가기 전부터 눈물을 흘리더라. 괜히 내가 애들한테 무겁게 했나 싶어서" 라며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너희들의 우생순은 지금부터 시작이다"는 격려를 마지막까지 잊지 않았다. 뜨거운 눈물로 후배들을 끌어안은 오 선수. 그녀는 우리에게 영원한 '왕언니'로 남았다.

2016년 리우올림픽을 마지막으로 '뜨거운 안녕'을 고한 선수들. 그들을 다시 보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열렬히 사랑한 시간을 생각해서, 종종 안부 정도는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