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빈대(베드버그) 국내 유입 비상…퇴치법은?

입력 2016.08.23 (19:25) 수정 2016.08.2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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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 기사] ☞ [뉴스9] 외국 빈대 ‘비상’…짐에 숨어 국내 유입

■ ‘빈대’가 망친 가족 해외여행

지난달 말 여름 휴가로 노르웨이 여행을 떠난 이 모씨. 가족과 함께 한 여행에 대한 설레임도 잠시. 숙소에서 온 몸이 벌레에 물리면서 여행은 악몽으로 변했다. 이 씨가 물린 것만 60여 곳. 10대인 딸은 더 심각했다. 무려 100곳이 넘게 물린 것이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점차 온 몸이 벌겋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간지럼증도 모기에 물린 것에 비할 수없을 정도로 극심했다. 심지어 딸은 정신적인 충격까지 호소할 지경에 이르렀고 이 씨와 딸은 결국 현지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는 처지가 돼 버렸다. 이 벌레는 '베드버그', 바로 빈대였다.

빈대는 과거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5-60년대 국민들을 괴롭히는 존재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DDT 같은 강력한 살충제와 주거여건 개선으로 70년대 국내에서 사라졌다. 유럽과 미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빈대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다시 퍼지기 시작하고 있다. 인체에 유해한 DDT 사용이 금지된 것도 원인이지만 최근 빈대는 살충제에 내성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오고 있다.


■ ‘빈대’, 바퀴벌레 못지 않은 번식력과 생존력

사라진 줄 알았던 빈대가 다시 출몰한다는 건 그만큼 빈대의 생존력이 강하다는 걸 보여준다. 빈대는 암컷 1마리가 10주 사이에 알 200여 개를 낳을 수 있다. 바퀴벌레 못지 않은 번식력이다. 특히 빈대는 야행성이다. 낮에는 어딘가에 숨어있다가 밤만 되면 활동을 시작해 사람의 피를 빤다. 하룻밤에 최대 500번까지 사람 피를 빠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순식간에 집 안 전체에 퍼져 온 가족이 물릴 수도 있는 것이다.

빈대에 물리면 일단 두드러기처럼 붉게 부어 오르고,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가려움증을 못 견디고 긁기 시작하면 피부 손상은 물론 2차 감염이 발생한다. 그럼 수포나 농포 증상까지 생길 수 있다. 빈대가 전염병을 옮기지 않는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 ‘빈대’ 국내 유입 비상…해외 여행객 ‘옷·가방’, 해외 직구 택배 조심

해외 여행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미 빈대 경계령이 내려졌다. 빈대 때문에 여행을 망쳤다는 글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올라온다. 문제는 이 빈대가 해외 여행객들을 통해 국내로 유입된다는 점이다. 옷과 가방 속에 숨어 들어오는 것이다. 실제로 한 방역업체는 일주일에 3~4차례 정도 빈대 방역 의뢰가 들어온다고 밝혔다. 대부분 해외여행을 다녀온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의 집이다.

해외 직구도 빈대가 국내에 들어오는 한 창구다. 해외 직구 택배 상자에 숨어 들어온다. 실제로 석 달 전 해외직구로 유아용품을 받은 김 모(여성)씨는 최근 일주일 사이 온 몸에 100여 곳이 부어올랐다. 처음엔 단순히 두드러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침대 모서리를 기어다니는 작은 벌레를 우연히 발견하고 충격에 빠졌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바로 빈대였다.

택배 상자에 숨어 들어온 빈대가 석 달 사이 번식했고, 본격적으로 흡혈 활동을 시작한 것이었다. 결국 방역업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방역 도중 김 씨의 집안 곳곳에서는 빈대 수십 마리가 발견됐다. 김 씨는 이 장면을 보면서도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 ‘빈대’ 퇴치법은?

빈대는 번식력과 생존력이 뛰어난 만큼 집에 자리잡지 않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방역 전문가들은 일단 해외여행, 특히 유럽이나 미국을 다녀온 뒤에는 옷을 전부 삶야아 한다고 조언한다. 이 과정에서 빈대는 죽는다. 또 여행에 가져갔던 트렁크는 비닐봉투에 싸서 따로 보관해야 한다.

해외 직구 택배를 잘 다루는 것도 중요하다. 택배를 받으면 상자를 반드시 집 밖에서 열고, 내용물만 집 안으로 들고 들어가야 한다. 빈대가 작기는 하지만 눈으로 보일 정도로 크기 때문에 내용물을 꼼꼼히 살피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해외 여행 도중에는 숙소의 침대 매트리스를 꼼곰히 살피는 것이 좋다. 매트리스가 접히는 부분과 매트리스 커버 속에 빈대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빈대가 발견되면 아예 숙소를 옮기는 것이 안전하다. 한 방에서 빈대가 나오면 다른 방도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 '빈대 미워 집에 불 놓는다'는 속담이 있다. 빈대를 없애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이미 뉴욕은 매년 급속도로 늘어나는 빈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뉴욕 내 호텔 가운데 빈대 피해가 접수된 호텔이 60%가 넘는다고 한다. 방역업체 전문가 윤성식 씨는 "빈대를 완벽하게 없애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예방법과 여행 후 주의사항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5,60년대 우리도 '빈대와의 전쟁'을 벌인 적 있다. 그동안 완벽한 승리인 줄 알았는데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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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발 빈대(베드버그) 국내 유입 비상…퇴치법은?
    • 입력 2016-08-23 19:25:04
    • 수정2016-08-23 21:56:52
    취재K

[연관 기사] ☞ [뉴스9] 외국 빈대 ‘비상’…짐에 숨어 국내 유입

■ ‘빈대’가 망친 가족 해외여행

지난달 말 여름 휴가로 노르웨이 여행을 떠난 이 모씨. 가족과 함께 한 여행에 대한 설레임도 잠시. 숙소에서 온 몸이 벌레에 물리면서 여행은 악몽으로 변했다. 이 씨가 물린 것만 60여 곳. 10대인 딸은 더 심각했다. 무려 100곳이 넘게 물린 것이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점차 온 몸이 벌겋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간지럼증도 모기에 물린 것에 비할 수없을 정도로 극심했다. 심지어 딸은 정신적인 충격까지 호소할 지경에 이르렀고 이 씨와 딸은 결국 현지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는 처지가 돼 버렸다. 이 벌레는 '베드버그', 바로 빈대였다.

빈대는 과거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5-60년대 국민들을 괴롭히는 존재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DDT 같은 강력한 살충제와 주거여건 개선으로 70년대 국내에서 사라졌다. 유럽과 미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빈대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다시 퍼지기 시작하고 있다. 인체에 유해한 DDT 사용이 금지된 것도 원인이지만 최근 빈대는 살충제에 내성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오고 있다.


■ ‘빈대’, 바퀴벌레 못지 않은 번식력과 생존력

사라진 줄 알았던 빈대가 다시 출몰한다는 건 그만큼 빈대의 생존력이 강하다는 걸 보여준다. 빈대는 암컷 1마리가 10주 사이에 알 200여 개를 낳을 수 있다. 바퀴벌레 못지 않은 번식력이다. 특히 빈대는 야행성이다. 낮에는 어딘가에 숨어있다가 밤만 되면 활동을 시작해 사람의 피를 빤다. 하룻밤에 최대 500번까지 사람 피를 빠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순식간에 집 안 전체에 퍼져 온 가족이 물릴 수도 있는 것이다.

빈대에 물리면 일단 두드러기처럼 붉게 부어 오르고,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가려움증을 못 견디고 긁기 시작하면 피부 손상은 물론 2차 감염이 발생한다. 그럼 수포나 농포 증상까지 생길 수 있다. 빈대가 전염병을 옮기지 않는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 ‘빈대’ 국내 유입 비상…해외 여행객 ‘옷·가방’, 해외 직구 택배 조심

해외 여행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미 빈대 경계령이 내려졌다. 빈대 때문에 여행을 망쳤다는 글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올라온다. 문제는 이 빈대가 해외 여행객들을 통해 국내로 유입된다는 점이다. 옷과 가방 속에 숨어 들어오는 것이다. 실제로 한 방역업체는 일주일에 3~4차례 정도 빈대 방역 의뢰가 들어온다고 밝혔다. 대부분 해외여행을 다녀온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의 집이다.

해외 직구도 빈대가 국내에 들어오는 한 창구다. 해외 직구 택배 상자에 숨어 들어온다. 실제로 석 달 전 해외직구로 유아용품을 받은 김 모(여성)씨는 최근 일주일 사이 온 몸에 100여 곳이 부어올랐다. 처음엔 단순히 두드러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침대 모서리를 기어다니는 작은 벌레를 우연히 발견하고 충격에 빠졌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바로 빈대였다.

택배 상자에 숨어 들어온 빈대가 석 달 사이 번식했고, 본격적으로 흡혈 활동을 시작한 것이었다. 결국 방역업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방역 도중 김 씨의 집안 곳곳에서는 빈대 수십 마리가 발견됐다. 김 씨는 이 장면을 보면서도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 ‘빈대’ 퇴치법은?

빈대는 번식력과 생존력이 뛰어난 만큼 집에 자리잡지 않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방역 전문가들은 일단 해외여행, 특히 유럽이나 미국을 다녀온 뒤에는 옷을 전부 삶야아 한다고 조언한다. 이 과정에서 빈대는 죽는다. 또 여행에 가져갔던 트렁크는 비닐봉투에 싸서 따로 보관해야 한다.

해외 직구 택배를 잘 다루는 것도 중요하다. 택배를 받으면 상자를 반드시 집 밖에서 열고, 내용물만 집 안으로 들고 들어가야 한다. 빈대가 작기는 하지만 눈으로 보일 정도로 크기 때문에 내용물을 꼼꼼히 살피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해외 여행 도중에는 숙소의 침대 매트리스를 꼼곰히 살피는 것이 좋다. 매트리스가 접히는 부분과 매트리스 커버 속에 빈대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빈대가 발견되면 아예 숙소를 옮기는 것이 안전하다. 한 방에서 빈대가 나오면 다른 방도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 '빈대 미워 집에 불 놓는다'는 속담이 있다. 빈대를 없애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이미 뉴욕은 매년 급속도로 늘어나는 빈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뉴욕 내 호텔 가운데 빈대 피해가 접수된 호텔이 60%가 넘는다고 한다. 방역업체 전문가 윤성식 씨는 "빈대를 완벽하게 없애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예방법과 여행 후 주의사항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5,60년대 우리도 '빈대와의 전쟁'을 벌인 적 있다. 그동안 완벽한 승리인 줄 알았는데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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