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 반출 여부 결정 ‘11월로 연기’ 의미는?

입력 2016.08.25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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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지도 반출 여부에 대한 결정은 오는 11월 23일까지로 기한이 연기됐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구글의 지도 국외반출 신청에 대해 "추가적인 심의를 거쳐 반출 허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근무일 기준 60일이 연장된 것이다.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

협의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안보와 산업 등 제반 사항에 대한 추가 협의를 거쳐 지도정보 반출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구글 측에서도 추가 협의에 대한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논의 내용에 대해서는 "부처별로 지도 반출에 대한 찬반 입장을 논하는 데까지 가지도 못했다"며 "이해를 높이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애초 지난 6월 구글이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신청했을 때, 우리 정부는 관련 법령상 근무일 기준 60일이 지난 8월 25일까지 결정을 내리기로 했었다. 지도 데이터 반출에 대한 입장은 찬반이 갈렸지만 대체로 '불허' 결정이 날 것으로 전망됐다.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했을 경우 안보 문제가 가장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됐고, 이 밖에도 구글의 세금 회피 문제 등으로 여론도 좋지 않았다.

지도 데이터 반출에 대한 여론의 터닝포인트는 '포켓몬고'의 등장 시점이었다. "우리 정부가 구글에 지도 데이터를 반출해 주지 않아 AR 게임인 '포켓몬 고'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의 불만이 쇄도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포켓몬고와 구글 지도 데이터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포켓몬 고는 구글이 이번에 신청한 5,000대 1의 지도 데이터가 없어도, 지금 공개된 데이터 만으로 충분히 실행이 가능한 게임이다. 다만, 게임 서비스 대상 국가에 한국이 포함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구글에 지도 데이터를 주지 않으면 첨단 기술에서 소외된다'는 불안감이 높아졌다. '지도 쇄국정책'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하며 불안감은 고조됐다.

게임 포켓몬고게임 포켓몬고

여론의 방향이 바뀌자 지도 관련 국내 업체들은 강하게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다. 특히, 네이버 측은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할 경우 국내 산업은 역차별을 받게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구글에 국내 기술이 종속될 우려가 있다'는 관련 업체들의 아우성도 쏟아졌다. "우리 업체가 구글 지도에 대응할 수 있는 만큼의 경쟁력을 키울 때까지만이라도 허용을 하지 말아 달라"는 하소연도 들렸다. "우버나 테슬라 같은 미국 업체들도 '탈 구글'을 선언하는 마당에 우리 정부가 지도 데이터를 허용해 줄 수는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결정 시한이 다가왔다. 미국 무역대표부가 국무조정실과 산업부, 국토부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지자 통상 압력설도 나왔고,'불허 결정이 나면 구글이 미국 정부에 '한미 FTA 위반'이라며 문제 제기를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아무리 늦어도 동계 올림픽을 위해서는 2018년에는 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우리 정부가 '불허'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시그널이었다. 그러나 협의체는 예상을 깨고 결정 시한을 11월 23일로 연기했다.


'허용'도 '불허'도 아닌 '연기'의 이유는 무얼까? 그동안의 흐름을 봤을 때 우리 정부의 입장이 '불허'에서 '허용'쪽으로 한발 방향 전환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일단, 구글과 '추가로 협의'하겠다는 것은 '허용'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것이다. 회의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파급 효과에 대한 주의 깊은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있었고, "구글과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부처가 일관되게 국익에 대해 논의했고, 서로 접근 방법이 다르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국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이 국익에 이익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에 대한 정리가 아직 안 됐다는 의미도 있다.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악화된 여론 속에 서 있는 구글도 정부와 '추가 협의'를 하겠다는 것은 지금껏보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구글 관계자는 비공식적으로 "한국이 지도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왜 공개를 해야 하는지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근무일로 60일이라고는 하나 11월 23일까지는 90일의 시간이 남아 있다. '불허'를 재확인하는 기간일 수도 있지만, '허용'으로 입장을 바꾸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그 사이에 국제적인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구글이 어떤 전향적인 카드를 내놓을지에 따라 '구글 지도'를 둘러싼 논란은 완전히 다른 양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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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 지도 반출 여부 결정 ‘11월로 연기’ 의미는?
    • 입력 2016-08-25 07:29:49
    취재K
구글 지도 반출 여부에 대한 결정은 오는 11월 23일까지로 기한이 연기됐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구글의 지도 국외반출 신청에 대해 "추가적인 심의를 거쳐 반출 허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근무일 기준 60일이 연장된 것이다.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
협의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안보와 산업 등 제반 사항에 대한 추가 협의를 거쳐 지도정보 반출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구글 측에서도 추가 협의에 대한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논의 내용에 대해서는 "부처별로 지도 반출에 대한 찬반 입장을 논하는 데까지 가지도 못했다"며 "이해를 높이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애초 지난 6월 구글이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신청했을 때, 우리 정부는 관련 법령상 근무일 기준 60일이 지난 8월 25일까지 결정을 내리기로 했었다. 지도 데이터 반출에 대한 입장은 찬반이 갈렸지만 대체로 '불허' 결정이 날 것으로 전망됐다.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했을 경우 안보 문제가 가장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됐고, 이 밖에도 구글의 세금 회피 문제 등으로 여론도 좋지 않았다.

지도 데이터 반출에 대한 여론의 터닝포인트는 '포켓몬고'의 등장 시점이었다. "우리 정부가 구글에 지도 데이터를 반출해 주지 않아 AR 게임인 '포켓몬 고'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의 불만이 쇄도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포켓몬고와 구글 지도 데이터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포켓몬 고는 구글이 이번에 신청한 5,000대 1의 지도 데이터가 없어도, 지금 공개된 데이터 만으로 충분히 실행이 가능한 게임이다. 다만, 게임 서비스 대상 국가에 한국이 포함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구글에 지도 데이터를 주지 않으면 첨단 기술에서 소외된다'는 불안감이 높아졌다. '지도 쇄국정책'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하며 불안감은 고조됐다.

게임 포켓몬고
여론의 방향이 바뀌자 지도 관련 국내 업체들은 강하게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다. 특히, 네이버 측은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할 경우 국내 산업은 역차별을 받게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구글에 국내 기술이 종속될 우려가 있다'는 관련 업체들의 아우성도 쏟아졌다. "우리 업체가 구글 지도에 대응할 수 있는 만큼의 경쟁력을 키울 때까지만이라도 허용을 하지 말아 달라"는 하소연도 들렸다. "우버나 테슬라 같은 미국 업체들도 '탈 구글'을 선언하는 마당에 우리 정부가 지도 데이터를 허용해 줄 수는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결정 시한이 다가왔다. 미국 무역대표부가 국무조정실과 산업부, 국토부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지자 통상 압력설도 나왔고,'불허 결정이 나면 구글이 미국 정부에 '한미 FTA 위반'이라며 문제 제기를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아무리 늦어도 동계 올림픽을 위해서는 2018년에는 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우리 정부가 '불허'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시그널이었다. 그러나 협의체는 예상을 깨고 결정 시한을 11월 23일로 연기했다.


'허용'도 '불허'도 아닌 '연기'의 이유는 무얼까? 그동안의 흐름을 봤을 때 우리 정부의 입장이 '불허'에서 '허용'쪽으로 한발 방향 전환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일단, 구글과 '추가로 협의'하겠다는 것은 '허용'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것이다. 회의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파급 효과에 대한 주의 깊은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있었고, "구글과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부처가 일관되게 국익에 대해 논의했고, 서로 접근 방법이 다르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국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이 국익에 이익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에 대한 정리가 아직 안 됐다는 의미도 있다.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악화된 여론 속에 서 있는 구글도 정부와 '추가 협의'를 하겠다는 것은 지금껏보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구글 관계자는 비공식적으로 "한국이 지도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왜 공개를 해야 하는지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근무일로 60일이라고는 하나 11월 23일까지는 90일의 시간이 남아 있다. '불허'를 재확인하는 기간일 수도 있지만, '허용'으로 입장을 바꾸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그 사이에 국제적인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구글이 어떤 전향적인 카드를 내놓을지에 따라 '구글 지도'를 둘러싼 논란은 완전히 다른 양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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