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세 여 강사, 13세 제자의 ‘성관계’…“성적 학대 해당”

입력 2016.08.2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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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인 중학생 제자와 교제를 하다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더라도 성적 학대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제자도 "스승을 사랑하고 있다"고 진술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이 나오자 비슷한 연령대의 여중생을 임신까지 시킨 40대 남성에 대해 지난해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린 사건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현행 형법 305조는 만 13세 미만의 청소년과 간음, 추행한 자에 대해 피해자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강간죄에 준해 처벌하고 있다.(의제강간죄) 이에 따라 13세 이상의 청소년과 성관계를 맺을 경우 합의가 있었다면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 30대 학원 여강사, 중학생 제자와 성관계... 판결은?

학원강사 A(32·여) 씨는 지난해 10월 9∼25일 서울에 있는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학원 제자 B(13)군과 4차례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자신이 강사로 일하는 서울의 한 학원에서 알게 된 B군과 집이 같은 방향이어서 자주 함께 다니며 친해졌다가 "만나보자"며 B군에게 교제를 제안했다.

그는 첫 성관계를 하기 전 '같이 씻을까'라거나 '안아 보자' 등의 선정적인 문자메시지도 B군에게 보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사귀던 중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며 "성적 학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B군은 수사기관 조사에서 "A씨를 사랑하고 있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성관계를 할 때 당황스럽고 부끄러웠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5단독 한지형 판사는 A씨에 대해 아동복지법상 아동 음행강요·매개·성희롱 혐의를 적용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A씨에게 12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한 판사는 "피해자가 성인에 가까운 신체를 가졌더라도 만 13세에 불과해 성적 가치관과 판단 능력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며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이런 피해자의 성적 무지를 이용해 자신의 성적 만족을 얻기 위한 의도로 성관계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인의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으로 볼 때 성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한 판사는 "피고인은 초기부터 자신이 가르치던 피해자와의 성적인 접촉이나 성관계를 염두에 뒀고 결국 실행에 옮겼다"면서도 "사실관계를 대체로 자백했고 아무런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 27세 연하 소녀를 임신 시킨 40대는?

이번 판결과는 달리 지난해 법원은 자신보다 27세 어린 여중생을 여러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J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던 J씨는 2011년 당시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서 처음 만난 여중생(당시 15세)을 여러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여중생은 가출해 J씨의 아이를 임신까지 했다.

검찰은 J씨와 여중생이 지배 관계에 있다고 보고 J씨를 기소했다. 법원도 혐의를 인정해 1심은 징역 12년, 2심은 징역 9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J씨를 무죄로 봤다. 대법원은 "J씨가 다른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 여중생이 거의 매일 구치소를 찾아와 '사랑한다' 는 편지를 건넸다"며 무죄 취지의 파기 환송을 했고,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대법원이 조만간 원심을 확정하면 종결된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앞서 내렸던 무죄 취지 판단을 번복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한국 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10월 서울고등법원의 무죄 판결을 나오자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진술보다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하는 가해자의 주장을 받아들인 판결은 아동 청소년 성폭력에 대한 사법부의 몰이해와 편향적 태도를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새누리당 김승희의원(비례대표)은 형법상 의제강간죄의 연령을 현행 만 13세에서 만 16세로 상향 조정하는 형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부산의 학교 전담 경찰관 2명이 담당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고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데 대해 사회적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법안 개정에 나선 것이다.

김 의원은 "현행 형법은 13세부터 어느 정도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 있다는 전전에 따라 의제 강간죄의 연령을 정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정신적으로 미숙한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매수 범죄가 크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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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2세 여 강사, 13세 제자의 ‘성관계’…“성적 학대 해당”
    • 입력 2016-08-28 11:06:50
    사회
미성년자인 중학생 제자와 교제를 하다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더라도 성적 학대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제자도 "스승을 사랑하고 있다"고 진술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이 나오자 비슷한 연령대의 여중생을 임신까지 시킨 40대 남성에 대해 지난해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린 사건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현행 형법 305조는 만 13세 미만의 청소년과 간음, 추행한 자에 대해 피해자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강간죄에 준해 처벌하고 있다.(의제강간죄) 이에 따라 13세 이상의 청소년과 성관계를 맺을 경우 합의가 있었다면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 30대 학원 여강사, 중학생 제자와 성관계... 판결은?

학원강사 A(32·여) 씨는 지난해 10월 9∼25일 서울에 있는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학원 제자 B(13)군과 4차례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자신이 강사로 일하는 서울의 한 학원에서 알게 된 B군과 집이 같은 방향이어서 자주 함께 다니며 친해졌다가 "만나보자"며 B군에게 교제를 제안했다.

그는 첫 성관계를 하기 전 '같이 씻을까'라거나 '안아 보자' 등의 선정적인 문자메시지도 B군에게 보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사귀던 중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며 "성적 학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B군은 수사기관 조사에서 "A씨를 사랑하고 있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성관계를 할 때 당황스럽고 부끄러웠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5단독 한지형 판사는 A씨에 대해 아동복지법상 아동 음행강요·매개·성희롱 혐의를 적용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A씨에게 12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한 판사는 "피해자가 성인에 가까운 신체를 가졌더라도 만 13세에 불과해 성적 가치관과 판단 능력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며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이런 피해자의 성적 무지를 이용해 자신의 성적 만족을 얻기 위한 의도로 성관계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인의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으로 볼 때 성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한 판사는 "피고인은 초기부터 자신이 가르치던 피해자와의 성적인 접촉이나 성관계를 염두에 뒀고 결국 실행에 옮겼다"면서도 "사실관계를 대체로 자백했고 아무런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 27세 연하 소녀를 임신 시킨 40대는?

이번 판결과는 달리 지난해 법원은 자신보다 27세 어린 여중생을 여러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J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던 J씨는 2011년 당시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서 처음 만난 여중생(당시 15세)을 여러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여중생은 가출해 J씨의 아이를 임신까지 했다.

검찰은 J씨와 여중생이 지배 관계에 있다고 보고 J씨를 기소했다. 법원도 혐의를 인정해 1심은 징역 12년, 2심은 징역 9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J씨를 무죄로 봤다. 대법원은 "J씨가 다른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 여중생이 거의 매일 구치소를 찾아와 '사랑한다' 는 편지를 건넸다"며 무죄 취지의 파기 환송을 했고,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대법원이 조만간 원심을 확정하면 종결된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앞서 내렸던 무죄 취지 판단을 번복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한국 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10월 서울고등법원의 무죄 판결을 나오자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진술보다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하는 가해자의 주장을 받아들인 판결은 아동 청소년 성폭력에 대한 사법부의 몰이해와 편향적 태도를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새누리당 김승희의원(비례대표)은 형법상 의제강간죄의 연령을 현행 만 13세에서 만 16세로 상향 조정하는 형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부산의 학교 전담 경찰관 2명이 담당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고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데 대해 사회적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법안 개정에 나선 것이다.

김 의원은 "현행 형법은 13세부터 어느 정도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 있다는 전전에 따라 의제 강간죄의 연령을 정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정신적으로 미숙한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매수 범죄가 크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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