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청소하던 할머니를 흉기로…“기억 안 나”

입력 2016.08.29 (08:33) 수정 2016.08.2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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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목요일 상가 대부분이 문을 닫은 아침에 갑자기 한 주점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습니다.

한 30대 남성이 주점을 청소 중이던 할머니 2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겁니다.

결국, 한 명이 숨지고 다른 한 명 역시 크게 다쳤습니다.

범행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가해 남성은 현재까지도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남성과 피해자들이 전혀 모르는 사이로 보인다는 건데요.

문제의 남성은 과거에도 술을 마시고 문제를 일으킨 적은 있지만, 정신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적은 없었습니다.

의문 속 사건을 진실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 25일 아침 7시 반쯤 대부분의 가게가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한 의문의 남성이 상가를 돌아다니며 행패를 부리고 있었는데요.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처음 우리 가게를 먼저 문을 발로 차서 제가 나왔거든요. 일행을 찾는다고 문을 열어 달라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문을 열었더니 술 냄새가 확 나더라고요. 없다 그러니까 나갔어요."

술에 취한 채 누군가를 찾아다니는 남성.

급기야 인근 가게의 집기들을 부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막 부수는 소리가 나서 뒷문으로 해서 보니까 그 남성이 여기 유리창을 깨고 있는데, 맥주 상자, 마대자루 이런 것으로 부수는 것을 봤어요. 유리창을 소화기로 깨고 나서……"

인근 상인이 경찰에 신고하던 그때, 1층 CCTV에서 포착된 남성의 모습입니다.

자세히 보니, 손에 쥐고 있는 큼지막한 흉기가 눈에 띕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7시 47분쯤에 취객이 난동을 부린다는 최초 신고를 접수했어요. (출동) 도중에 흉기도 들었다고 신고가 (또) 들어왔어요. 아 이거 위험한 (상황)이다. 흉기를 들었다, 위험하겠다."

목격자의 진술에 따르면 남성은 흉기를 지니고 상가 2층으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마 뒤 비명이 터져 나왔는데요,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2층에서) 비명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막 고함지르는……."

<녹취> 경비원 (음성변조) : "비명소리가 들린다고 누가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올라가 보니까 그 아줌마가 쓰러져가지고 나한테 신고하라고 그러더라고요."

2층으로 올라간 남성이 한 주점으로 들어가 청소 중이던 70대 할머니 2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

조용했던 상가는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신고 직후 불과 5분 남짓 만에 경찰은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남성은 경찰을 보고서도 계속 흉기를 휘둘렀고 경찰은 급기야 테이저 건을 쏴 남성을 제압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들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녹취> 출동 구급대원 : "거의 쇼크 증상이 올 정도로 출혈이 많았습니다. 한 분은 의식이 좀 흐릿하게 있었고요, 한 분은 전혀 의식이 없어서 바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서 이송을 했죠."

가슴 등에 무려 30여 차례 흉기에 찔린 75세 A씨는 결국, 숨을 거두었고, 함께 있던 또 다른 여성 75세 B씨 역시 목 등에 중상을 입은 상태...

경찰에 붙잡힌 남성은 33살 이 모 씨로 혈중알코올농도 0.219% 만취 상태였습니다.

이 씨는 검거 직후 경찰에게 자신이 청산가리를 먹었다고 주장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이 씨가) 나 청산가리 먹었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한 거예요. 막 그냥 땅바닥에 (누워서) 입에 거품 물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검사 결과 만취 상태일 뿐 음독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렇다면 이 씨는 대체 왜 청소를 하던 70대 할머니들을 상대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걸까.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들이 자신을 어려서부터 괴롭혔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이어진 경찰 조사에서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인터뷰> 임종완(형사과장/안양 동안경찰서) : "(피해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고 나를 괴롭혀왔고, 지금도 험담을 하고 다니고, 만나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는 것이 검거 직후의 이야기였고, 조사할 때는 모르는 사람이다."

취재진들이 직접 범행 동기에 대해 이 씨에게 물어봤는데요,

<녹취> 이00(피의자/음성변조) : "(왜 그러신 거예요?) 기억이 안 납니다."

경찰은 더구나 이 씨는 정신 병력이나 심리 불안 증상도 특별히 확인된 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씨의 범행동기에 의문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

심지어 이 씨는 사건 발생 불과 1시간 전까지만 해도 인근 술집에서 지인 여성 2명과 술을 마셨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임종완(형사과장/안양 동안경찰서) : "((이 씨가) 언제까지 그 지인들과 (술 마시고) 헤어진 것으로 확인 됐나요?) (범행 당일 새벽 2시부터) 아침 7시까지입니다. 같이 있었어요. 그 지인 술 마신 사람들이랑은 원만하게 잘 헤어졌기 때문에……."

그 시간, 한 상가 건물 청소원인 A씨와 B씨는 2층 주점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녹취> 인근 상인 (음성변조) : "아주머니들 여기 오면 6시예요. 이제 옷 갈아입고 청소 시작한 거죠. 7시 20분에는요."

현재 피의자인 이 씨가 범행 상황이 기억이 안 난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당시 범행 상황을 정확히 알기 위해선 현장에 있었던 피해자 B씨의 진술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인터뷰> 임종완(형사과장/안양 동안경찰서) : "열쇠는 피해자이면서 유일한 목격자인 (피해자 B 씨가) 어떤 대화가 말이 오고 갔는지, 실랑이가 있었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그분만 아시는 상황이에요. (치료 중인) 피해자 진술이 가능할 때 명확해지는 그런 상황입니다."

경찰은 이 씨의 범행이 이유 없이 저지른 “묻지마 범죄”인지, 아니면 자신의 분노를 상관없는 사람에게 표출한 “화풀이 범죄”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

이 씨는 과거에도 술을 마시고 폭력 등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여러 번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전문가들은 이 씨가 먼저 마주친 남성들이 아닌, 70대 여성노인들을 공격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폭력성이 고양된 상태, 만취한 상태로 (남성인) 사람들을 만났으나 폭력행위로 이어지지 않고, 결국에는 75세 된 할머니들한테 폭력을 행사한 것이죠. 자기의 폭력적인 행위에 대하여 (상대가) 어느 정도 반격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것을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어떤 의식적인 판단 능력이 있었다."

경찰은 살인 등의 혐의로 33살 이 모 씨를 구속하고, 피해자 B씨의 진술을 확보하는 대로 추가 조사를 벌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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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청소하던 할머니를 흉기로…“기억 안 나”
    • 입력 2016-08-29 08:34:46
    • 수정2016-08-29 09: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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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목요일 상가 대부분이 문을 닫은 아침에 갑자기 한 주점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습니다.

한 30대 남성이 주점을 청소 중이던 할머니 2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겁니다.

결국, 한 명이 숨지고 다른 한 명 역시 크게 다쳤습니다.

범행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가해 남성은 현재까지도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남성과 피해자들이 전혀 모르는 사이로 보인다는 건데요.

문제의 남성은 과거에도 술을 마시고 문제를 일으킨 적은 있지만, 정신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적은 없었습니다.

의문 속 사건을 진실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 25일 아침 7시 반쯤 대부분의 가게가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한 의문의 남성이 상가를 돌아다니며 행패를 부리고 있었는데요.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처음 우리 가게를 먼저 문을 발로 차서 제가 나왔거든요. 일행을 찾는다고 문을 열어 달라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문을 열었더니 술 냄새가 확 나더라고요. 없다 그러니까 나갔어요."

술에 취한 채 누군가를 찾아다니는 남성.

급기야 인근 가게의 집기들을 부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막 부수는 소리가 나서 뒷문으로 해서 보니까 그 남성이 여기 유리창을 깨고 있는데, 맥주 상자, 마대자루 이런 것으로 부수는 것을 봤어요. 유리창을 소화기로 깨고 나서……"

인근 상인이 경찰에 신고하던 그때, 1층 CCTV에서 포착된 남성의 모습입니다.

자세히 보니, 손에 쥐고 있는 큼지막한 흉기가 눈에 띕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7시 47분쯤에 취객이 난동을 부린다는 최초 신고를 접수했어요. (출동) 도중에 흉기도 들었다고 신고가 (또) 들어왔어요. 아 이거 위험한 (상황)이다. 흉기를 들었다, 위험하겠다."

목격자의 진술에 따르면 남성은 흉기를 지니고 상가 2층으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마 뒤 비명이 터져 나왔는데요,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2층에서) 비명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막 고함지르는……."

<녹취> 경비원 (음성변조) : "비명소리가 들린다고 누가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올라가 보니까 그 아줌마가 쓰러져가지고 나한테 신고하라고 그러더라고요."

2층으로 올라간 남성이 한 주점으로 들어가 청소 중이던 70대 할머니 2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

조용했던 상가는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신고 직후 불과 5분 남짓 만에 경찰은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남성은 경찰을 보고서도 계속 흉기를 휘둘렀고 경찰은 급기야 테이저 건을 쏴 남성을 제압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들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녹취> 출동 구급대원 : "거의 쇼크 증상이 올 정도로 출혈이 많았습니다. 한 분은 의식이 좀 흐릿하게 있었고요, 한 분은 전혀 의식이 없어서 바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서 이송을 했죠."

가슴 등에 무려 30여 차례 흉기에 찔린 75세 A씨는 결국, 숨을 거두었고, 함께 있던 또 다른 여성 75세 B씨 역시 목 등에 중상을 입은 상태...

경찰에 붙잡힌 남성은 33살 이 모 씨로 혈중알코올농도 0.219% 만취 상태였습니다.

이 씨는 검거 직후 경찰에게 자신이 청산가리를 먹었다고 주장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이 씨가) 나 청산가리 먹었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한 거예요. 막 그냥 땅바닥에 (누워서) 입에 거품 물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검사 결과 만취 상태일 뿐 음독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렇다면 이 씨는 대체 왜 청소를 하던 70대 할머니들을 상대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걸까.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들이 자신을 어려서부터 괴롭혔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이어진 경찰 조사에서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인터뷰> 임종완(형사과장/안양 동안경찰서) : "(피해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고 나를 괴롭혀왔고, 지금도 험담을 하고 다니고, 만나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는 것이 검거 직후의 이야기였고, 조사할 때는 모르는 사람이다."

취재진들이 직접 범행 동기에 대해 이 씨에게 물어봤는데요,

<녹취> 이00(피의자/음성변조) : "(왜 그러신 거예요?) 기억이 안 납니다."

경찰은 더구나 이 씨는 정신 병력이나 심리 불안 증상도 특별히 확인된 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씨의 범행동기에 의문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

심지어 이 씨는 사건 발생 불과 1시간 전까지만 해도 인근 술집에서 지인 여성 2명과 술을 마셨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임종완(형사과장/안양 동안경찰서) : "((이 씨가) 언제까지 그 지인들과 (술 마시고) 헤어진 것으로 확인 됐나요?) (범행 당일 새벽 2시부터) 아침 7시까지입니다. 같이 있었어요. 그 지인 술 마신 사람들이랑은 원만하게 잘 헤어졌기 때문에……."

그 시간, 한 상가 건물 청소원인 A씨와 B씨는 2층 주점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녹취> 인근 상인 (음성변조) : "아주머니들 여기 오면 6시예요. 이제 옷 갈아입고 청소 시작한 거죠. 7시 20분에는요."

현재 피의자인 이 씨가 범행 상황이 기억이 안 난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당시 범행 상황을 정확히 알기 위해선 현장에 있었던 피해자 B씨의 진술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인터뷰> 임종완(형사과장/안양 동안경찰서) : "열쇠는 피해자이면서 유일한 목격자인 (피해자 B 씨가) 어떤 대화가 말이 오고 갔는지, 실랑이가 있었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그분만 아시는 상황이에요. (치료 중인) 피해자 진술이 가능할 때 명확해지는 그런 상황입니다."

경찰은 이 씨의 범행이 이유 없이 저지른 “묻지마 범죄”인지, 아니면 자신의 분노를 상관없는 사람에게 표출한 “화풀이 범죄”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

이 씨는 과거에도 술을 마시고 폭력 등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여러 번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전문가들은 이 씨가 먼저 마주친 남성들이 아닌, 70대 여성노인들을 공격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이수정(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폭력성이 고양된 상태, 만취한 상태로 (남성인) 사람들을 만났으나 폭력행위로 이어지지 않고, 결국에는 75세 된 할머니들한테 폭력을 행사한 것이죠. 자기의 폭력적인 행위에 대하여 (상대가) 어느 정도 반격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것을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어떤 의식적인 판단 능력이 있었다."

경찰은 살인 등의 혐의로 33살 이 모 씨를 구속하고, 피해자 B씨의 진술을 확보하는 대로 추가 조사를 벌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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